격월간 《녹색평론》 초기 1년간 실렸던 주목할 만한 글을 따로 묶어낸 책. 우리가 어째서 고르게 가난한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녹색평론》의 근본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다. 환경·생태 담론에 첫 입문하려는 독자와 이 분야의 활동가와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독자들의 필독서.

목차

책머리에_ 김종철

1부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녹색평론》 창간사_ 김종철
우리는 결국 모두 형제들이다 시애틀 추장 연설
“이대로 가면 세상이 곧 죽을 것이다”―‘인류의 형님들’이 보내온 메시지_ 앨런 이레이라
간디의 오두막_ 이반 일리치
나쁜 요술―테크놀로지의 실패_ 제리 맨더

2부
시의 마음과 생명공동체_ 김종철
自然과 리얼리즘_ 구중서
나무를 심는 사람_ 장 지오노
위대한 작은 학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찾아서_ 전인순

3부
우주생명과 현대인의 암세포적 기능_ 장회익
우주적 연대 속의 인간과 욕망 ‘연속성’의 형이상학_ 李圭成
가이아를 위하여_ 제임스 러브로크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여성주의, 육체, 기계_ 웬델 베리
하늘을 더럽히는 문명_ 바쓸라프 하벨
진흙으로 만든 궁전 민중과 함께하는 건축_ 하싼 파디

4부
가이아 경제학_ 호세 루첸버거
위협받는 토착문화 라다크의 개발과 반개발_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유린되는 티베트_ 데이빗 니콜슨―로드
풍요의 비용―일본의 여가산업과 환경파괴_ 게이번 매코맥
파국을 향해 가는 자동차―세계 자동차 위기와 인간의 책임_ 볼프강 주커만

5부
시민과 농민이 두레로 짓는 공동체농장_ 천규석
작은 行星을 위한 食事_ 프란시스 무어 라페
쇠고기를 넘어서_ 제레미 리프킨

본문 중에서

[머리말 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의 재건에 이바지하려는 의도로 발간되는 잡지, 격월간 《녹색평론》이 얼마 전 통권 100호를 발행했다. 창간된 지 17년이 된 셈이다. 《녹색평론》은 우리사회에 환경·생태 담론이 아직 채 자리를 잡지도 않은 1991년 창간되었다. 창간 후 이 책은 눈 밝은 독자들을 통해 점점 알려지면서 우리사회에 환경·생태 담론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후로 이 책은 수많은 환경/사회 단체의 필독서가 되어 이 분야의 이론적인 배경이 되었다.
《녹색평론》이 창간된 이후 국내의 환경운동은 전에 못 보던 수준으로 활발해졌다. 이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환경위기가 나날이 더 심화되어 왔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이것은 유감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환경운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대세를 이루는 것은 기술주의적 접근이며, 경제성장 논리를 흔들림 없는 가치로 놓고 보는 공리주의적 환경론일 뿐이다. 이런 사정은 단적으로 농업과 농촌공동체의 중요성이 환경위기와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파악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데 잘 드러나 있다. 순환경제는 농업공동체를 근간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기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어떠한 환경론도 초점에서 빗나간 노력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이니 땅이니 흙이니 하는 것들을 떠나서 살 수 있고, 그런 삶이 진보적이라고 믿는 망상에서 해방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그러한 미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자기중심적 물질적 탐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명 중심, 생태 중심의 가치와 세계관이 우리 개개인의 일상적, 문화적, 사회적 활동들의 기본 틀을 지배해야만 비로소 우리에게 희망적인 전망이 열릴 것이 분명하다. 이제, 그러한 희망을 위한 작은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녹색평론선집1》을 내놓는다.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본문 중에서]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시애틀 추장 연설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