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녹색평론선집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이다. 격월간 《녹색평론》 통권 7호(1992년 11-12월)부터 26호(1996년 1-2월)에 발표된 글 중에서 선별하여 엮었다.

풀뿌리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자연적 토대에 대한 공격을 통해 소수 기득권층의 배타적인 이익 실현을 도모하는 ‘세계화’, ‘경제성장’, ‘선진화’, ‘진보적 기획’ 등 권력엘리트 중심의 논리를 거부하고, 진정으로 인간다운, 지속가능한 공생과 자치의 논리를 모색해온 《녹색평론》의 노력을 일별할 수 있다.

목차

책머리에… 김종철
 
農을 살리는 세계로
공생두레농 ― 농업위기와 그 대안… 천규석
恨에서 희망으로 한 유기농업 실천 농민의 手記… 정경식
벼농사에 뿌리박은 삶 일본의 생활자치운동… 후루사와 코유
아미쉬 ― 살아있는 생태공동체… 토머스 포스터
쿠바의 유기농업운동… 피터 로세트
가이아의 얼굴
삶의 도량에서… 장일순
삶의 진실… 박경리
이박삼일의 남도기행… 박완서
먼저, 마음을 無로 하십시오 환경을 건지는 原點… 오시다 시게토
똥 한짐… 존 버저
가이아의 얼굴… 프리먼 다이슨
인간은 개미가 아니다… 루돌프 바로
 
성장사회를 넘어서
지방의 활성화를 위하여… 김우창
발전을 다시 생각한다 ― 발전, 환경, 행복… 권혁범
개발 ― 파멸로 가는 길… 볼프강 작스
개발과 기술제국주의… 오토 울리히
세계경제와 지속가능한 사회 브레턴우즈체제를 넘어서… 데이비드 코튼
 
교육이냐 폭력이냐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 양희규
농촌학교와 풀뿌리 민주주의 두밀분교 살리기 운동… 장호순
학교교육의 횡포… 존 테일러 개토
心性敎育과 작은 학교… 사티쉬 쿠마르
고등교육과 고향지키기… 웬델 베리
 
과학의 녹색화
과학시대의 자연과 인간… 김용정
과학기술로 환경문제가 해결 가능한가… 이필렬
유전공학의 위험성… 제레미 리프킨
과학의 녹색화… 제임스 러브로크
사회정의와 공생의 기술… 나린다 싱
 
삶과 죽음의 신비
삶과 죽음… 소기얼 린포체
아흔살의 관점… 헬렌 니어링/태미 사이먼
랍비의 선물… 스캇 펙
 
타르코프스키의 日記 (抄)
시간 속의 시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본문 중에서

[머리말]

《녹색평론선집》 제1권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93년 3월, 즉 지금부터 15년 전이다. 그 책은 1991년 11월에 창간된 격월간《녹색평론》에 첫 1년 동안 실렸던 글들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뽑아서 엮어낸 것이었다. 《녹색평론》 초창기에 독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발간 1년이 넘어가면서 늘어난 새로운 독자들 가운데서 지난호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지난호들이 절판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독자들의 요구에 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우리가 고안해낸 것이 《녹색평론선집1》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초 《선집1》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것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우리는 잡지발간이 계속되면 조만간 선집 후속편을 발간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다행히, 아까운 종이를 헛되게 쓰지는 않았는지,《선집 1》은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이 찾는 책이 되었다. 그 결과, 잡지를 구독하지는 않으면서도 이 책을 보고, 《녹색평론》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 《녹색평론》이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게 된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의 전언(傳言)을 통해서《선집 1》은 여러 학교의 교재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지침서로, 다양한 풀뿌리 주민조직이나 모임의 권장도서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서인들의 교양서로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읽혀져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원래 예견했던 것처럼, 후속선집들의 발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리고 《녹색평론》 편집실의 우리들도 해가 갈수록 그 필요성을 느껴왔다. 행인지 불행인지, 5년, 10년, 15년이 경과하는 동안 어쨌든 《녹색평론》은 이 사회의 중요한 공적 매체의 하나가 되었고, 그 사이에 특히 《녹색평론》을 뒤늦게 알게 된 독자들 가운데서 절판된 지난호들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선집》의 후속편을 발간하는 일은 자꾸 미루어져왔다. 까닭은 단순했다. 극히 한정된 편집실의 인적, 물적 여건 속에서 우리들은 두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녹색평론》을 펴내는 작업만으로도 늘 숨이 찼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녹색평론》은 다음호(2008년 5―6월)로 100호를 발간하게 되었는데, 1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호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사의 뿌리깊은 관행에 따라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매듭이 될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어쩌다가 100호까지 발간을 계속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온 일에 대해서 미약하게나마 자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오래 미루어왔던 일, 즉 《선집》 후속편들을 발간하는 일을 서둘러서 재개하기로 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 자신이 먼저 지난호의 글들을 다시 체계적으로 읽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자기반성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녹색평론선집》 후속편의 발간작업은 일차적으로는 절판된 잡지의 지난호들을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는 이 새로 엮어진 선집들로 해서 《녹색평론》의 친숙한 독자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오늘날 악화일로에 있는 이 나라의 사회적, 생태적 현실에 깊이 우려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좀더 견고한 공감의 끈이 형성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원한다.

 

오래된 독자들은 대개 알고 있지만 《녹색평론》은 단순한 ‘환경잡지’가 아니다. 《녹색평론》은 지난 17년 동안 편집방향에서 약간의 미묘한 변화를 거쳐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늘 확고한 목표를 지향해왔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오늘날 세계전역에 걸쳐 풀뿌리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자연적 토대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을 통해서 소수 기득권층의 배타적인 이익실현을 도모할 뿐인 이른바 ‘세계화’니 ‘경제성장’이니 혹은 ‘선진화’니 ‘진보적 기획’이니 하는 권력엘리트 중심의 논리를 거부하고, 진정으로 인간다운, 지속가능한 공생 (共生)과 자치의 논리를 모색하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해왔다. 《녹색평론》은 이러한 노력에 의해서, 자본주의 산업문명 체제 자체의 근원적인 ‘어둠’을 근저(根底)로부터 묻고, 그럼으로써 살아있는 인간정신을 끊임없이 증언하고자 하는 자유로운 정신들 사이의 상호교류에 이바지하는 참된 의미의 비판적 공기(公器)이기를 지향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녹색평론》의 의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왔는지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의도를 감안해서 눈밝은 독자들이 《녹색평론선집》 시리즈를 읽고 공감해주면서, 동시에 기탄없는 비판적 조언을 보내주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이 시리즈의 발간작업을 재개한다.

 

2008년 4월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