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실상을 밝힌다.
방사능계측·원자력안전을 전공한 과학자의 시민강좌 – 피폭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법, 전세계 원자력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목차
책머리에_ 과학의 양심과 상상력… 김종철
시작하며_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1부 묘한 ‘낙관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원자로는 정말로 냉각되고 있는가 | ‘붕괴열’에 의한 연료봉 손상 | 노심은 핵연료가 녹을 정도로 고온이었다 |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 체르노빌에 이은 또한번의 ‘지구피폭’의 가능성 | 악화되는 노동자 피폭 환경 | 수관(水棺)방식은 의문 | ‘앞으로 나가도 지옥, 뒤로 물러서도 지옥’인 교착상태 | 재임계는 일어났는가 |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데이터를 모조리 공개해야 한다 | ‘7단계’란 어떠한 사고인가 | “모스크바 도심에 지어도 안전하다”던 원전이 대사고를 | 아직도 남아있는 ‘방사능 묘지’ | 1천개 이상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 | ‘체르노빌의 10분의 1’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2부 ‘방사능’이란 어떠한 것인가
방사능은 감지할 수 없다 | 퀴리 부인도 ‘피폭’으로 목숨을 잃었다 | 방사선은 인간의 DNA를 파괴한다 | JCO 임계사고의 비극 | 세포가 재생되지 않아 신체가 망가져간다 | 방사선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어떤 방사능이 나오고 있는가 | 뼈를 좀먹는 스트론튬, ‘최악의 독물’ 플루토늄 | 이미 핵폭탄 80발분의 방사능이 확산되었다
3부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피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해명된 저준위 피폭의 위험성 | 바람과 비가 오염을 확산한다 | 피폭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법 | 소식통을 개척한다 | ‘실제 오염에 맞춰서’ 상향조정된 피폭한도량 | 아이들이 20배 피폭을 당하게 하면 안된다 | 원전 부근에 ‘방사능 묘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 | 오염된 농지의 재생은 가능한가 | 어리면 어릴수록 죽을 확률이 높다 | 피해를 후쿠시마 사람들에게만 떠맡기면 안된다
4부 원전의 ‘상식’은 비상식이다
원전이 만들어낸 ‘죽음의 재’는 히로시마원폭 80만 개분 | 국가도 전력회사도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전력회사가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 결국, 사고 보상을 하는 것은 국민 자신!? | 원전을 지으면 지을수록 돈을 버는 전력회사 | 원자력발전의 비용은 싸지 않다 |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원자력산업 | JARO 판정을 무시하고 계속된 ‘친환경적’이라는 광고 | 지구를 데우는 원전
5부 원자력은 과연 ‘미래의 에너지’인가
‘자원고갈에 대한 공포’가 원전을 추진시켰다 | 석유보다 우라늄이 먼저 고갈된다!? | 핵연료 재활용계획은 이미 결딴났다 | 파탄이 확실한 고속증식로 ‘몬주’ | 플루서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플루토늄 소비를 위해 원전을 만든다”는 악순환
6부 지진열도 일본에 원전을 지으면 안된다
지진대에 원전을 세운 것은 일본뿐 | “발전소 전(全) 시설 정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 많은 원전이 아직도 비상용 전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 ‘지진 소굴’ 바로 위에 들어선 하마오카원전 | 세토내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가미노세키원전 | 원전 100년분의 ‘죽음의 재’를 저장하는 롯카쇼 재처리공장 | 재처리공장은 방사능을 ‘계획적’으로 방출한다 | 방사능을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방출한다 | ‘몬주’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즉각 파국
7부 원자력에 미래는 없다
원자력시대는 말기 상태 | 선진국에서는 탈원전이 가속화 | 일본 원전은 ‘복제품’ | ‘원자력 후진국 일본’이 원전을 수출하는 희비극 | 원전을 멈추어도 곤란하지 않다 | 전력소비 피크는 한여름 며칠간에 불과하다 | 원자로를 폐지해도 대량으로 잔재하는 ‘부(負)의 유산’ | 100만년 관리가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 ‘핵쓰레기’는 아무도 관리할 수 없다 |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에너지소비의 억제
소개의 말
언론에서 알려주지 않는 3·11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실상을 밝힌다.
방사능 계측, 원자력 안전 전문가의 시민강좌 ― 피폭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법,
전세계 원자력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앞으로 나가도 지옥, 뒤로 물러서도 지옥”
2011년은 인류에게 후쿠시마 핵 사고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고 당시도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버금가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 7단계의 최악의 사고로 평가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방사성물질은 계속해서 누출되고 있고, 이 사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저자 고이데 선생의 평가에 따르면, 이미 누적된 방사능오염도 몹시 심각하지만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의 방사성물질의 확산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1천여개 마을을 졸지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 ‘방사능 묘지’로 만들어버린 체르노빌 원전사고(세슘137 기준으로 히로시마 핵폭탄 800발분 방사성물질이 방출)에서 사고가 났던 4호 원자로 출력이 100만킬로와트였던 데 비해, 후쿠시마 제1원전은(1~4호기 합쳐서) 300만킬로와트에 가깝다. 전 지구적인 피폭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인체에 영향이 없는 피폭량이라는 것은 없다. 아무리 미세한 피폭이라도 방사선으로 인하여 DNA를 포함한 생물 체내의 분자결합이 절단·파괴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 이것은 오늘날 의학계가 인정하고 있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방사성물질은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사람이 풍속보다 빠르게 도망칠 수 없다고 할 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더구나 생물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성물질도 인간은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다. 비옷이나 마스크 같은 것이 신체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까? 어떤 물을 먹어야 할까? 눈·비를 맞아도 될까? 현재 토양오염과 해양오염의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오염된 땅은 복구될 수 있는가?
전력회사의 이익 vs. 인류의 생존
‘원자력발전소가 지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은 정부도 전력회사도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은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전, 1957년에 대형원자력발전소가 대사고를 일으킬 가능성과 그로 인한 영향을 평가했다(미국원자력위원회, WASH740). 결과는 파국적이었다. 개별 전력회사가 도저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피해)이 아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프라이스앤더슨법’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원전사고 시의 배상책임을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제한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전력회사를 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원자력발전에 착수케 하는 정책은 일본에서도 똑같이 채택됐다. 일본의 ‘원자력손해배상법’(1961년 제정)은 더 나아가 ‘특별히 거대한 천재지변 및 사회동란’에 의한 사고일 경우에는 전력회사에게 보상책임이 없다고까지 명시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배상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얻은 일본 전력회사들은 이윤추구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독점기업’이기 때문에 그 수입인 전기요금, 전기의 가격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런 구조 속에서 경비에 이윤을 더한 ‘총괄원가’는 전력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례하여 커지게 되는데, 원자력발전소 자체가 건설비, 연료, 연구개발 등으로 이 ‘자산’을 엄청나게 증대시킨다. 즉 원전을 건설하면 건설할수록 전력회사의 수익이 증가하는 결과이다. 극도의 위험성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 채굴로부터 송전, 폐기물 처리까지의 발전(發電)의 전(全) 단계의 비용을 고려에 넣을 때 결코 경제성도 없는, 무엇 하나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원자력발전이 멈추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추진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유보다 우라늄이 먼저 고갈된다!
최신의 석유 가채년수(可採年數, 자원의 확인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지표로서,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추정치는 50년이라고 한다(석탄을 다 사용하기까지는 1,000년이 걸린다). 마찬가지로 사용하면 고갈되는 ‘재생불가능 자원’인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의 경우에는 이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으로 환산할 때 지구상에 석유의 수분의 1, 석탄의 수십분의 1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석유보다 원자력이 먼저 수명을 다할 것 같다. 그래서 원자력 추진파들이 들고 나온 것이 핵연료 재활용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다시 활용한다는 구상인데, 현실에서 원자력개발 선진국들은 여기에 일단 손을 댔다가 기술적·사회적 부담을 이길 수 없어 연달아 철수하고 있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기도 역시 기술적·경제적으로 진즉 결딴난 상태이다.
사용후핵연료인 타지 않는 우라늄을 핵분열성 플루토늄으로 바꾸어 연소시키는 ‘플루서멀’ 원자로는 우라늄을 태우는 원자로에 비해서 위험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재활용계획이 파탄난 상태에서도 이것을 일본정부가 계속해서 추진하는 이유는,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이미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플루토늄을 소비하기 위해서 (플루서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로’란 애초에 나가사키 원폭의 재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핵기술이 근본적으로 군사적 이용, 핵폭탄 제조 계획인 맨해튼계획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에 미래는 없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3·11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전역의 시민들의 강연 요청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이데 선생의 호소이다.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1949―) 씨는 원래 1960년대 말 대학 진학 당시 핵기술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핵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서 이내 반핵운동에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하게 되었고(그런데도 전공을 바꾸지 않은 것은 반핵운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선생은 양심적 과학자로서의 비타협적인 일생을 살아왔다. 그가 지금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직함이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 ‘조교’라는 사실(한국에서의 ‘조교’와 일본에서의 ‘조교’라는 직위는 물론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에서 그의 삶이 어떠한 것이었을지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그 까닭은 물론 핵공학 전문가로서 핵발전을 반대하는 데 헌신해온 탓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원자력발전 폐기의 당위성의 중요한 근거들 중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윤리성의 문제이다. 그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단순히 과학기술, 안전성, 경제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적 불평등, 사회적 차별구조와 연결된 문제이다. 우선 원자력발전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의 정상가동을 위해서도 원자로 내에서 작업할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한데, 고농도의 방사능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사회 최하층의 빈민일 수밖에 없다. 지역적 차별문제도 있다. 원전이 들어서는 땅은 예외 없이 가난한 변두리이다.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대도시에는 핵발전소도, 핵폐기물 처리장도 결코 건설되지 않는다. 결국 돈 문제인 것이고, 지역적·사회계층적 격차, 차별구조가 원자력발전을 유지시키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은, 현세대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의 생존 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핵발전은 명백하게 비윤리적인 시스템이다.
일본 원자력발전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하나하나 검토한 뒤에 고이데 선생은 단호하게 말한다. ‘대체에너지’ 같은 미온적인 생각을 하기 전에 에너지소비 억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사치스러운 생활을 바꾸자면 시간도 걸리고 불편도 따르겠지만, 세계 전체가, 지구가 지속적으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이 그것뿐이라면 오늘 우리는 인류로서의 예지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