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립니다

30년 동안 181권, 꼬박꼬박 결호 없이 만들어온 《녹색평론》의 발간을 잠시 쉬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 1년 전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발간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잡지를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펴낼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였습니다. 1년이 지났고, 재정은 여전히 불안하고 인력 확충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한 해 동안 더욱 분명하게 확인한 것은 끈질기게 《녹색평론》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편집실의 의지와,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회원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녹색평론》을 다시 발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토대’였는지도 모릅니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 휴간은 궁여지책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휴간의 시간은 《녹색평론》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추구해야 하는지를 새삼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저희는 소수 독지가의 후의에 의존하려고 하거나, 어떻게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서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럴 역량도 없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녹색평론》 작업을 충실하게 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0돌을 맞고서 잡지 발행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큰 이유는 아마도 광고 등의 외부지원 없이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구독료에 의지한다는, 창간 때부터 이어진 운영방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잡지가 독립적으로 미약하지만 고유한 목소리를 30년이나 낼 수 있었던 비결도 거기에 있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편집실이 게을러지거나 아집에 빠지지 않도록, 온전히 다수 회원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출판모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구독 신청을 하시거나 혹은 좀더 적극적으로 후원회원으로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양해를 구하는 말씀을 한 가지 드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만, 편집실의 사정을 고려해서 재발간의 시점을 조금 늦추게 되었습니다. 계간지의 형태로 발행체제를 바꾸어서 2023년 여름호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합니다. 과연 다시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들에 쫓겨서 무리해서 ‘1년’의 약속을 명목상으로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흔들림 없이 묵묵히 내실을 갖추어 나가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무쪼록 너그럽게 혜량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생태적 건전성이 무너진 세계에서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인간성도 온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가 어두워 보일수록 희망의 근거를 발굴하고 결집하려고 노력하는 《녹색평론》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살이의 근본을 생각하면서 참다운 행복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어가고자 합니다.

 

2022년 12월 29일
《녹색평론》 편집·발행인 김정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