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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5.

기후위기 시대, 산불을 막을 대안은

녹색평론 통권 제190호 홍석환

‘기후위기’ 담론의 남용
한국사회는 최근 잦아지는 대형산불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려 한다. 언론보도와 정부 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자연재해’라는 표현이 반복되며, 산불을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내어놓는 대안을 보면, 불가항력적 재난을 막을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기후위기라는 가면으로 정책 실패의 본질을 은폐하면서 과거의 잘못된 방식의 되풀이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는 산불 확산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특정 조건과 결합될 경우에만 크게 작용한다. 대체로 산불 확산은 연료조건(나무의 종류, 구조, 수분 함량), 토양 건조도, 숲의 구성에 따른 바람 세기 등 숲의 구조에 의한 복합적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중요한 건, 복합적이라고 해도 특정 요인을 짚어낼 수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만을 고려한다면, 아주 단순하게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과 중국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기후조건 및 기후변화 특징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대형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발생 건수 및 피해면적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2000년 이후 오히려 산불피해는 급감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산불, 특히 대형산불은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차이를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산불을 키우는, 기후변화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은 산림청이 얘기하지 않는 우리나라 대형산불 발생지역의 중요한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울진, 삼척, 고성, 밀양, 합천, 홍성, 안동, 강릉 등과 올해 발생한 대참사 의성과 산청 산불 등 대형산불 발생지역은 모두 소나무 우점림에서 간벌과 ‘숲가꾸기 사업’이 집중된 곳이다. 분명 기후변화가 아닌, 제도적행정적 개입의 결과로 변형된 ‘연료조건’을 최근 잦아진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인위적 개입의 부작용을 감추려는 수사에 불과하다.

역사 속 왜곡된 숲의 모습
많은 국민들이 과거 우리가 벌거벗은 산에 나무를 열심히 심어 현재의 푸르른 숲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숲 중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숲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이 심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적으로 발달한 숲에 밀려 이미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인구 증가와 온돌의 확산으로 땔감 수요가 급증하면서 숲이 키우는 나무보다 인간이 소비하는 나무가 월등히 많아졌다. 이에 조선 말엽에는 거의 모든 숲이 사라졌다. 여기에 더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회복기를 거치면서 토양 황폐화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가 이러한 상황을 틈타 전국 산림의 압도적 우점 수종이 되었다. 심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발생’한 것이다. 조림한 곳에서도 조림목을 모두 밀어내고 자라났다.
소나무는 생태적으로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는 선도종이다. 그러나 숲이 조금이라도 비옥해지면 빠르게 쇠퇴한다. 즉, 자연상태에서는 참나무류 등 수분 함량이 높은 활엽수로 빠르게 대체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적 전환은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규모로 확산된 산림정책인 ‘숲가꾸기 사업’으로 가로막혔다.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면서, 불안정한 소나무 단일림으로 아직까지 유지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자연’이라 믿고 있는 숲의 모습은 사실 수십 년간의 반환경적 정책이 만들어낸 ‘산림행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숲의 모습이 행정적으로는 ‘건강한 숲’으로 표준화되었고, 국민에게도 ‘정상적인 숲’으로 교육되어 비판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그 폐해는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숲은 구조적으로 단순해지고, 생물다양성은 저하되며, 밀도가 낮아져 건조해지고, 휘발성 기름을 품은 소나무 잎과 가지는 ‘불쏘시개’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여 크게 번지는 직접적 원인이다. 일본과 중국의 산불 추이와도 정반대로, 동일 기후대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급증하고 있는 대형산불의 이면을 들여다볼 때다.

땔감이 사라진 시대, 스스로 회복하는 숲
한국의 산림은 1970년대까지 대부분이 벌거숭이산에 가까운 상태였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땔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시절, 아궁이 땔감으로 쓰기 어려웠던 소나무를 제외한, 활엽수는 지속적으로 벌목되었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보급으로 땔감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숲은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 자연 회복력의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분명했다. 특히 우리 기후대에 적합한 참나무류는 소나무를 빠르게 밀어냈다. ‘생태적 천이’라고 하는 이 과정은, 기후변화가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산불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는 자연 스스로의 중요한 전환이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점에, 불행히도 외환위기가 우리 사회를 덮쳤다. 그리고 생태적 전환을 가로막는 정책, 숲가꾸기 사업이 실직자들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숲가꾸기 사업은 어린 활엽수들을 ‘잡목’으로 간주하여 제거하고, 땔감의 이용 때문에 고착화된, 이미 우리나라 숲을 우점하고 있는 소나무만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활엽수로 전환되려는 생태계의 흐름을 인간이 거꾸로 돌린 셈이다. 그런데 침엽수는 휘발성 기름 성분을 가지며, 수분 함량이 낮아 불이 붙으면 수관화(樹冠火)가 발생하기 쉽다. 반면 활엽수는 수분이 많고 불연성에 가까워 불을 억제하거나 천천히 번지게 만든다.
숲가꾸기는 여러 형태가 있으나 핵심은 숲의 밀도를 줄이고 생장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시행되는 ‘간벌’ 사업이다. 간벌은 상층림 위주의 단조로운 구조를 만드는데, 그로 인해 숲 바닥은 햇볕과 바람에 노출되어 급속히 건조해진다. 다층구조 숲에서는 하층식생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불이 나도 화염이 상층으로 확산되기 쉽지 않다. 즉, 생물다양성과 구조 복잡성이 곧 산불에 대한 방패인데, 숲을 가꾼다면서 이 방패를 제거한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전적으로 믿고 있는 상식을 깰 필요가 있다. 살아있는 활엽수는 불타지 않는다. 마치 물에 푹 적신 종이와 같아서 활엽수림의 화재는 바닥의 낙엽과 일부 마른 가지만을 태울 뿐 살아있는, 물을 머금고 있는 활엽수 나무 자체는 태우지 못한다. 따라서 진달래나 철쭉 등의 활엽수 관목은 불길을 상층으로 이동시키는 사다리가 아닌, 바닥 낙엽의 불길이 상층으로 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방패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숲의 ‘녹색 댐’ 기능(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역할―편집자 주)을 파괴하는 것인데, 단 한 번의 숲가꾸기 사업도 토양이 머금은 물의 양을 극도로 낮추게 된다. 산림청 실험에 따르면, 사업을 한 숲은 하지 않은 숲에 비해 10년 동안 무려 1.7배나 많은 빗물을 숲 밖으로 내보낸다. 숲이 빗물을 머금지 못하니 건조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산불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강우 강도가 강할수록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빗물의 양이 많아져, 홍수와 산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림청은 숲가꾸기로 지표 유출수가 늘어나는 것을 ‘물 부족 해결 방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인위적 숲가꾸기 정책은 식생뿐 아니라 토양수분 보존력, 미기후 조절 기능, 동식물 서식환경 등 숲의 다양한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정책으로 인해, 활엽수림으로 바뀌었어야 할 산림이 오히려 ‘불쏘시개’로 가득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매년 마주하고 있는 대형산불의 핵심 원인이며, 이것은 자연을 ‘관리’라는 이름으로 황폐화한 대표적 그린워싱 사례이다.

‘숲가꾸기’와 일치하는 산불의 궤적
산불피해 지역을 추적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의 꼭대기까지 불이 타오르는 ‘수관화’가 발생한 지역은 거의 대부분 숲가꾸기 사업이 집중적으로 시행된 구간이다. 반대로, 불길이 땅바닥을 따라 천천히 진행되거나 중간에 자연스럽게 소강된 지역은 대부분 정책적 간섭이 적었던 활엽수림 구간이다. 실제 2022년 울진삼척, 2000년 고성, 2023년 강릉, 홍성 그리고 최근의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등 모든 대형산불 현장은 ‘수관화로 소실된 지역=숲가꾸기 사업 집중 지역’이라는 공간적 일치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처럼 특정 산림사업지 경계와 화재 강도의 경계가 겹친다는 사실은, 대형산불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임을 방증한다.
해당 사업지는 그 지역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보호의 명분으로 남겨진 소나무는 휘발성 기름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불이 붙기 쉽고, 불씨가 붙은 솔방울은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 2차 화재를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숲가꾸기를 통해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를 남긴 구조’는 산불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불폭탄이 되는 것이다. 폭 3~5m에 불과한 임도가 산불을 방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한편, 소나무림과는 달리 활엽수림은 산불을 자연스럽게 저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 참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와 같은 활엽수는 잎과 가지에 수분 함량이 높고, 불이 잘 붙지 않으며, 불길이 옮겨붙더라도 천천히 연소된다. 이러한 특성은 산불의 확산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진화 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등 인위적 관리의 손길이 적은 국립공원 지역은 대형산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 활엽수림으로 전환되는 생태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산청 산불에서도 그 경향은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전체 피해 면적 중에서 국립공원은 불과 4%에 불과했고, 그것도 거의 바닥의 낙엽만을 태우는 약한 피해를 보였다. 반면 임도와 도로가 곳곳에 조성되어 있고, 숲가꾸기가 꾸준히 진행되었던 국립공원 밖의 숲에선 불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피해도 컸다.
분명, 자연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태적 저항력은 인간의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방어체계이다. 기후조건의 변화에 맞춰 숲이 스스로 구축해온 위기 대응 시스템이다. 숲가꾸기와 같은 인위적 정비는 이 자연 방화 메커니즘을 무력화시키고, 오히려 대형산불의 기반을 만들어준 셈이다.
따라서 산불 대응에 있어, 단순한 소방력 증대나 장비 확충보다 숲의 생태적 구조가 자연적으로 바뀌게 기다리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숲은 그 자체가 재난에 대한 방어체계이며, 생태적 균형이 유지될 때 진정한 안전이 확보된다. 산림정책은 인간의 간섭을 줄이고 숲의 자생력에 맡기는 방향으로 즉시 전환되어야 한다. 일본이, 중국이 명확하게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참나무를 베고 소나무·편백을 심는 정책의 오류
현재 산림청은 ‘경제성’을 기준으로 식재 수종을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에서 스스로 천천히 자라지만 생태적으로 중요한 활엽수들은 ‘잡목’으로 간주되어 벌채 대상이 되고, 빠르게 자라며 목재 수요가 높은 소나무와 편백, 낙엽송이 선호 수종으로 식재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침엽수 중심의 숲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앞서 반복해 말했듯, 침엽수는 기름을 두르고 있어 불이 폭발한다. 그에 반해 참나무류는 불연성이고, 수분 함량이 높아 불의 수평적 전이를 차단한다.
이것은 단순한 수종 교체가 아니라 생태적 질서의 붕괴도 의미한다. 활엽수의 대표종인 참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한 기반이다. 참나무숲은 여름철에도 그늘이 깊고 토양수분이 유지되며, 수관 구조가 복잡해 불길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산림청의 홍보와는 다르게 경영수익성 또한 최악이다. 40년 경영의 결과는 원금의 90%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진 손해밖에 남지 않았다. 이처럼 ‘참나무를 베고 소나무를 심는’ 현재의 정책은 그 어떠한 경제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태적 안정성과 생물다양성, 국가경제를 동시에 훼손한다. 산불에 취약한 숲을 인위적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도,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 숲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일 뿐이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한다
자연기반해법(NbS)은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자율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생태적 철학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인간 중심의 기술적 처방보다 자연의 복원력을 신뢰하고 그것에 기반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는 빠르게 전환 중이다.
NbS의 기본원리는 “자연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삼는다”는 것이다. 생태계 스스로의 자정능력, 회복력, 다양성, 구조복잡성 등을 존중하며, 가능한 한 인위적 간섭을 줄이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산림의 경우, 인위적 벌채와 조림보다 자연 천이를 통한 활엽수림 회복, 하층식생 보존, 고사목과 낙엽의 존치를 통해 숲의 자생적 순환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NbS의 철학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책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 생물다양성 전략’에서 NbS를 탄소중립, 수자원 보전, 도시 기후완화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으며, 독일과 스위스, 일본 등은 인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연에 가까운 숲(near―natural forest)으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관리 없는 숲’이 아니라, 자연 스스로 ‘회복 가능한 숲’을 의미한다.
특히 산불 대응에서 NbS의 적용은 더욱 중요하다. 불에 강한 숲은 인위적 방재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다양하며 자율적인 생태구조에서 나온다. 숲 내부의 수분 보유력, 식생 다양성, 수종 혼효, 바람 차단 효과 등이 자연적 방화선의 역할을 한다. 자연은 회복한다. 숲은 병들었지만, 인간이 개입을 멈춘다면 다시금 자정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숲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숲이 스스로 ‘다시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NbS의 핵심이며, 미래 산림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자연 스스로의 전환’이 산불 억제의 유일한 길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산불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숲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그리고 이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바로 숲가꾸기가 만들어낸 ‘단일 침엽수림’이다. 이와 반대로, 자연상태로 발달하는 다층 혼효 활엽수림은 다양한 수종이 서로 얽히며 상호 견제하고, 그늘과 토양수분을 유지하며, 불길의 확산을 지연시킨다. 하층식생의 밀도, 토양의 유기물 함량, 낙엽층의 수분 보유력 등은 모두 산불 저항력을 높이는 생태적 장치들이다. 이런 장치들을 수십 년 동안 인위적으로 없애온 산림청은 이번에도 산불이 채 꺼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다른 인위적 개입을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임도가 없어서’, ‘낙엽이 많이 쌓여서’라는 주장을 하면서다.
지금 우리나라 산림에 필요한 것은 ‘관리 강화’가 아니라 ‘구조 전환’이다. ‘인위적 관리’에 의한 ‘소나무 중심의 단순림’을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다층 활엽수림’으로 바꾸는 것, 바로 그것이 산불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인간이 첨단 기술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함께하는 자연 스스로의 해결방식을 무료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환이 필요하다.
①숲가꾸기 사업의 중단 또는 축소, 그리고 숲의 자율적 천이에 맡기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편, ②참나무류를 중심으로 한 활엽수의 보존과 확산, ③침엽수 단일림 지역에서의 점진적 혼효림 전환 유도(이때에는 일부 개입이 필요하다. 보다 빠른 전환을 위해 하층의 활엽수림을 두고 상층의 소나무림을 베어내는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현재 숲가꾸기 사업과 반대로 진행하면 된다)가 그것이다.
현재 전국의 모든 숲에서 이미 활엽수림의 자생적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숲가꾸기를 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소나무림 내에서도 활엽수가 빠르게 우세해진다.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다층 활엽수림은 생태적, 구조적, 기능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침엽수 단일림보다 우월하다. 따라서 자연 스스로의 전환을 인위적으로 막지만 않으면 우리는 산불에 아주 강력한, 안전하고 건강한 숲을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이 숲 관리 정책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방안은 국민들에게는 거대한 이익이 되지만, 숲을 관리하는 산림청에는 최악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대형산불의 원인은 결국 하나의 공통점에 수렴된다. 바로 인간의 과잉 개입이다. 숲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현재의 산림정책은 이 능력을 억제하고, 왜곡하고, 제거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더 많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물러서는 것’이 필요한 때다. 정책적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산불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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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책을 내면서 | 큰 문제, 작은 해법들 | 김정현
02 기후위기 시대, 산불을 막을 대안은 | 홍석환
03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개혁을 -독일의 정치구조에서 녹색정치의 조건을 살펴본다 | 조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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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보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공저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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