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제29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개최된다. 새로운 기후재정 계획, 과거 계획의 이행 점검 및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COP27에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 관련된 후속 논의, 기후변화 적응, 탄소시장 운영 원칙, 각국 정책과 보고서의 투명성 제고 등이 주된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최근 급증하는 이상기후 현상과 기후재난 속에서 개최되는 COP29이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1990년을 전후로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당시에는 ‘기후변화’ 혹은 ‘지구온난화’로 표현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나가기 시작했다. 1988년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단과 평가를 제공하기 위한 기구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설립되었고, 1990년에는 IPCC 첫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1992년에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구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합의되었다. 1995년에는 협약 최고결정기구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첫 번째 모임이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었고, 이후 감염병 사태로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곤 매년 열려왔다.
COP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비준한 198개 국가가 참여하는 가장 대표성 있는 국제적 기후 정상회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향과 목표를 정할 뿐만 아니라 각국의 기후목표 강화와 이행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개별 국가 단위로 참여하지만 유럽연합이나 아프리카국가연합, 아랍국가연합 같은 지역(대륙), 작은 도서국가연합과 내륙국가연합, 열대우림국가연합과 같은 공통의 자연조건, 혹은 저발전국가연합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이 공통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공식 ‘협상그룹’을 구성해 참여하기도 한다.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은 매년 열리는 COP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위해 필수적이라 말한다. 2015년 파리협약과 같은 중요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COP 에 기대를 갖기 힘든 이유
그러나 지난 30년 COP 중심의 국제사회 공조는 성공하지 못했다. 파리협약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기후재난과 그 피해도 전례 없는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유럽연합 산하 연구소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4개월간 지구 평균기온은 1.5°C를 훌쩍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7조 달러, 한화로 9,600조 원이 넘는 금액이 화석연료에 투자되었다. 국제사회는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공조’를 본격화했으나 산업화 이전부터 1990년까지 누적 탄소배출량보다 1991년 이후의 탄소배출량이 훨씬 많다. 기후에 관한 국제 공조체제가 만들어진 이후 탄소배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점은 COP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최근 3년 연속 산유국에서, 그것도 정치적 자유가 제약된 권위주의 국가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점도 COP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2022년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 때는 총회장에서 먼 사막 한가운데에 시위 공간을 마련해 빈축을 샀다. 작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도 시위는 유엔이 통제하는 구역 안에서만 허용되었고, 발언과 구호에서 사용해선 안될 용어나 이름이 제시되면서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UAE 최대 화석연료기업 CEO(최고경영자)가 COP28 의장을 맡아 화석연료산업의 그린워싱에 COP이 이용된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산유국이 연속적으로 COP을 개최하면서 화석연료산업 로비스트들의 참여도 급증했고 그 영향력도 커졌다. 2022년 COP27에는 이전 해에 비해 25% 증가한 636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 참여가 도마에 올랐다. COP28에는 무려 2,456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가 공식 참여하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화석연료 로비스트들은 COP28의 핵심 목표였던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결정을 무산시키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모호하고 후퇴한 목표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참여국과 기후단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주최 측은 ‘화석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며 자화자찬했다.
이런 흐름은 COP29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과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맺어진 개최국 협약은 참가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아제르바이잔 법과 ‘ 내정’에 관여하면 안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정치적 자유가 제한되고 최소 수백 명의 정치범을 강제 구금하는 권위주의 국가다. 작년엔 반테러라는 명분을 걸고 아르메니아인 자치구 나고르노 ― 카라바흐에 군사작전을 벌여 1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몇몇 국가의 의회는 COP29가 아제르바이잔의 인권문제에 대한 ‘워싱’의 계기가 되어선 안된다는 경고를 보내며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정부는 ‘ 내정간섭’을 언급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수출•수입의 90%를 석유에 의존하는 산유국이자, 러 ― 우 전쟁 발발과 함께 유럽연합의 중요한 화석가스 공급처로 떠오른 나라다. COP29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2033년까지 화석가스 생산량을 25% 늘리고 유럽연합에 대한 가스 수출도 17% 늘리기로 합의했다. COP29 의장도 국영 석유기업 출신을 임명했다. COP28에 이어 2년 연속 석유기업 출신이 COP 의장을 맡게 된 것이다. COP 개최국이라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COP은 개최를 통해 자국 홍보와 경제기회 확대를 위한 이벤트로 변모했다. 국제 기후환경단체들이 COP이 화석연료산업의 이해에 포획당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산업의 이해 관철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경고와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시장과 기업 활성화로 기후재정을 마련한다?
COP29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질 의제는 (특히 남반구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재정이다. 2009년 코펜하겐 COP15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은 가장 적으면서 그 피해는 가장 집중적으로 받는 남반구의 기후위기 대응 자금 마련을 위해 북반구 부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제공할 것을 합의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이 결정은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북반구 부국들이 남반구의 기후재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치적 약속이었고, 여기에는 당시 맹렬하게 타오르던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압력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애초 계획보다 2년 늦은 2022년에 이르러 이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홍보했으나, 여러 연구소와 단체들은 이 액수에 대출이 포함되고 중복계산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000억 달러 기후재정은 남반구의 필요에 기반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재정 정책이 필요하고, COP29에서는 2025년 이후 시행을 목표로 남반구의 필요와 우선순위, 또한 ‘1.5 °C 경로에 부합하는’ 새로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그 이행의 투명성을 고려한 ‘새로운 집합적 정량화 목표(NCQG)’가 정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조건에서 새로운 기후재정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남반구의 필요와 지구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수천조 원대의 재원이 필요하다 말한다. 그러나 재정 마련의 책임을 져야 할 북반구 국가들은 남반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공공재정을 통한 지원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신 민간부문의 투자 촉진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는 방안에 더 관심을 보인다.
한편, 민간자본은 기후재정 마련을 이윤 확대의 기회로 본다. 예컨대, 세계경제포럼은 ‘새로운 집합적 정량화 목표’에 관한 입장문에서 공공재정만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을 충당할 수 없기에, 각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책을 통해 민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적극 끌어안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새 기후재정 논의에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기 위해선 남반구와 함께 민간기업들의 목소리와 요구가 적절히 대표될 수 있어야 한다 주장한다. 이미 COP 논의와 결정에 기업들의 목소리가 과대표되고 있다는 비판이 큰 상황인데, 새로운 기후재정 계획마저 민간기업 이윤 축적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를 너무 당당하게 표현하는 행태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돌아보면 국제사회는 처음부터 계획이나 규제와 같은 공적 정책수단이나 공적 재정이 아니라 민간기업과 시장에 의존한 기후위기 대응을 계속해왔다. 1992년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는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차별, 또는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수단이 되어서는 아니된다”(3조 5항)며, 기후위기 대응이 시장논리를 제약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의 ‘기후 공조’가 시작된 1990년 전후는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중심의 세계로 진입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확산이 촉진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국제 기후협약도 신자유주의적 틀 안에서 기업의 적극적 역할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녹색성장 ’과 ‘ 기후대응 ’
COP3에서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배출권 거래제’나 ‘청정개발체제’와 같이 민간기업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패로 끝났고,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이 필요했다. 이 무렵 OECD와 유엔환경회의(UNEP), 세계은행 등은 각각 보고서를 발간하며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은 급속히 ‘녹색성장’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름만 새로웠을 뿐, 녹색성장은 기후정의운동의 비판을 표면적으로 수용하면서 이전의 신자유주의적 기후대응을 보다 급진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았다.
2012년 5월 세계은행이 발간한 《포용적 녹색성장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로》는 가장 영향력이 컸다. 이 보고서의 핵심 요지는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사적 부문의 힘을 해방’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민간투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용적’이란 수식어를 넣어 남반구와 저소득층에 대한 고려를 반영했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는 오로지 민간기업의 활성화와 경제성장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는 시장주의적 믿음의 표현이었다. 이런 점에서 녹색성장은 처음부터 ‘녹색’보다 기업의 이해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패러다임이었다.
보고서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민간투자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반 형성 작업’으로 보았고, 이런 기조는 이후 공공재정이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즉 민간기업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재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안착하게 되었다. 예컨대, 미 바이든 정부의 기후특사였던 존 케리는 한 인터뷰에서 기후재정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기후투자가) 민간기업에게 충분한 돈벌이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정부가 공공재정을 투입해 민간기업의 투자위험을 흡수해 민간 투자자들이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직접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들이 ‘기후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녹색성장의 핵심이자 지난 30여 년 신자유주의적 문법 안에서 진행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기후재정은 이처럼 기업과 시장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말하지만 그 사업이 실제 어느 정도나 기후위기 대응 혹은 남반구 지원에 사용되는지는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옥스팜은 지난 7년간 세계은행의 기후재정 중 40%에 달하는 410억 불(약 57조 원)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많은 부분 기후와 무관한 개발사업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이나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이 기후위기 대응이나 기후정의와는 무관함에도 ‘기후위기 대응 사업’으로 포장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반구에 대한 지원도 다르지 않다. 남반구에서 큰 기후재앙이 일어나면 북반구의 금융기관들은 얼마를 지원했다며 홍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지원’은 대부분 무상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은 대출을 받지만, 재난이 반복되면서 빚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반면 남반구에서 재난이 많아질수록 금융기관들은 돈을 더 번다.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던 식민주의적 수탈은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신자유주의 녹색성장 패러다임에서 기후재정이 민간투자와 등치되는 시대에 기후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래로부터의 힘의 전지구적 연결
국제 기후정의운동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을 이미 다 가지고 있다 종종 말한다. 실제 2002년 ‘발리 기후정의 원칙’이 발표된 이후 기후정의운동은 자연과 인간의 탈상품화, ‘상쇄’에 기반한 ‘거짓 해법’이 아닌 최대한 빠른 화석연료 퇴출, 기후위기 유발에 대한 북반구와 최고 부유층에 대한 책임 부과, 시장이 아닌 공공적 경로를 따르는 신속한 에너지 전환, 남반구·선주민·유색인종·여성·노동자·농민·빈민·청(소)년 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등을 그 해법의 핵심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런 해법은 기업의 이윤 확대와 GDP 수치로 측정되는 경제성장과 배치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도, 기업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정부들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비판과 저항이 있으면 표현만 포획해가고 외양만 녹색으로 치장할 뿐이다. ‘체제 전환’이 기후정의운동의 슬로건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에는 ‘넷제로’ 목표를 취소하는 북반구 국가와 기업마저 늘고 있다.
COP은 이런 맥락에서 작동된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내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황의 심각성과는 거리가 먼 정책과 계획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연스럽게 COP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기후정의 투쟁의 현장에 보다 집중하려는 기후정의 운동가와 단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2021년 COP26부터 취약한 남반구 대표성과 그린워싱을 비판하며 COP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COP 보이콧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잦은 기후재난으로 고통을 겪는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오염자들의 공허한 약속’으로 가득 찬 COP29 참여가 ‘시간 낭비’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에서는 COP29에 맞춰 ‘반(反)COP’이 개최되어 글로벌 물 위기, (강제)이주, 생명의 상품화, 대규모 토건개발사업과 화석연료, 군사화를 주제로 공론장을 연다.
대안을 만들어가려는 흐름은 커지고 있지만 COP체제에 맞설 만한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힘은 아직 미약하다. G7, G20, 세계경제포럼, IMF, 세계은행, COP 등을 통해 강고하게 연결된 글로벌 지배계급에 비해 개별화된 상태에 내몰린 전 세계 민중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런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각지의 투쟁에 연대하고 전지구적 연결을 모색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동아프리카 송유관을 둘러싼 아프리카와 북반구 기후정의운동가들의 연대 투쟁, 남반구 수탈과 화석연료 추출을 위한 투자를 막기 위해 북반구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투쟁, 또한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적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싸우는 남반구 노동조합의 연대와 같은 모습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년 COP의 역사는 지속가능한 지구 생명의 미래를 이윤과 성장과 맞바꾸고 있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나 불평등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COP은 보다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체제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힘이 어느 정도나 전지구적인 연결을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