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역에 걸쳐 수십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싸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를 인용하면서 7월 4일 자 〈가디언〉의 한 기사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물을 흡수하고 저장한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적인 식림 프로젝트가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 유발 가스의 3분의 2를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자들은 ‘굉장히 놀라운’ 수치라고 말한다.
또한 재식림은 대량멸종과 환경오염이라는 중대한 문제들에 대한 대응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미시건대학에서 나온 한 연구결과는 생물다양성의 소실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못지않게 생태계에 충격적인 피해를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숲은 다양한 형태로서 동식물을 보호하고, 나무들은 식물 표면에서는 미립자 물질들을 낚아채고 잎의 기공을 통해서는 기체 형태의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대기오염을 제거한다.
7월호 〈사이언스〉에 게재된 한 분석 글에는 전 세계적으로 경작지나 도시지역을 침해하지 않고 나무를 더 심을 수 있는 방법이 계산되어 있다. 그것은 1.2조 그루의 어린 나무들이 자생적으로 자랄 수 있는, 현재 나무가 없는 땅이 17억ha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불과 3,000억 달러로 나무 1조 그루를 복원할 수 있다. 3,000억 달러는 2019년 2월 미국 민주당 진보파에 의해 제안된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비용(적게 추산했을 때)의 2%도 안되는 금액이다.
〈가디언〉은 취리히의 스위스대학 교수 톰 크로우더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는 “내가 놀란 것은 그 규모입니다. 나는 나무들을 되살리는 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 중에서) 상위 10위의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안된 어떤 기후변화 대응책보다 더 압도적으로 강력한 방법이라고 판명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심는 일이 지금까지 제시된 것 중 가장 저렴한 비용이 드는 기후변화 해결책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가디언〉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법으로서 재식림이 가지고 있는 주된 약점은,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는 점이다. 재식림 프로젝트는 탄소를 충분히 격리시키는 데까지 도달하자면 50년 내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해결책
다행하게도, 2018년 12월 현재,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대안이 준비되어 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억압돼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의 ‘농업개선법’에 서명함으로써 전국적인 규모로 미국에서 합법화된 방법이 그것이다. 그것은 광범위한 산업용 대마(삼) 경작, 즉 섬유질, 직물, 연료, 식품 그리고 기타 목적을 위한 중독성 없는 대마 재배를 가리킨다. 대마는 100일 만에 약 4m까지 자라는 식물이며, 가장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다. 단위면적당 산업용 대마는 어떠한 숲이나 상업용 작물보다도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밝혀졌고, 따라서 공기 중의 탄소를 감소시킬 이상적인 이산화탄소 흡수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척박한 땅에서도 아주 적은 양의 물로 비료 없이 대규모로 키울 수 있다.
대마 생산물은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고, 오늘날 1분에 트럭 1대분의 쓰레기가 되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석유화학물질, 즉 플라스틱을 대체함으로써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매년 100만 마리의 바닷새들이 플라스틱을 먹어서 죽고 있으며, 바닷새들 90%의 내장에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커다란 플라스틱 조각들이 햇빛과 파도에 의해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과 목욕세제와 세안제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들은 ‘바다의 스모그’라고 불려지고 있다. 그것들은 물속의 독성물질들을 흡수하고 먹이사슬 속으로 들어가 결국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 그 모든 것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분해가 가능하고 독성이 없는 대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
섬유산업도 독성물질들을 대량 쏟아내고 있다. 섬유산업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양과 사용하는 물의 양은 농업분야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대마 재배에는 아주 적은 양의 물이 소요되며, 대마섬유는 독성 화학물질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역시 대마로 감소시킬 수 있다. 대마는 청정한 바이오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밀이나 옥수수보다도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다.
대마 경작은 또한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 때문에 오랫동안 죽어 있던 경작지를 재생시킬 수 있고, 그 덕분에 토양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잡초’라고 할 수 있는 대마는 잡초답게 어디서나 살충제도, 제초제도 없이 잘 자란다. 그리고 대마의 길고 곧은 뿌리는 흙을 붙잡고 습기를 깊은 곳까지 통과시킨다. 대부분의 삼림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대마는 기존의 농경지에서 키울 수 있고, 농장의 윤작재배 작물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차례의 작물의 소출과 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비용을 스스로 조달하는 해결책
대마 재배는 그 밖의 여러 면에서도 수익성이 크다. 아주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대마는 비용을 자체 조달하면서 환경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2019년 4월, 〈포브스〉는 “산업용 대마는 석유화학물질에 대한 의존성을 해결해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대마라는 작물은 에이커(약 4,000m2)당 2~5만 달러어치의 소출을 낸다. 대마의 광범위한 경작은 정부보조금 없이 가능하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를 실시하면 그 과정은 더 빨라지겠지만, 의회가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장의 힘이 이런 변화를 촉진시켜줄 것이다. 농부들에게 필요한 인센티브는 그들이 생산한 작물에 대한 시장의 확보인데, 이 문제는 대마를 합법화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대마를 억눌러온 한 세기 동안의 규제를 고려하면, 이제 대마가 다양한 용도로 쓰이도록 하자면 우선 관련된 인프라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마에 대한 시장이 새롭게 열리기만 하면 인프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대마는 연료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직물, 건설자재 그리고 여타 무수한 분야에서 석유화학물질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현저히 감소시켜줄 수 있다. 그것은 실제로 수천 년 동안 산업용, 의료용으로 재배되어왔으며, 오늘날 미국 외의 많은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1938년에 《포퓰러미캐닉스》에 발표된 한 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금지되기 전에 대마는 다이너마이트에서 셀로판에 이르기까지 2만 5,000종의 제품에 사용될 수 있는 10억 달러 가치를 가진 작물이었다. 대마의 새로운 용도는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료에서 발생하는 스모그를 제거하는 데도,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보다 깨끗한 에너지원으로도, 토양 속의 방사능 물을 제거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고, 인간과 동물들의 영양가 높은 양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향정신성 작용이 없는 대마 추출물, 즉 캐너비디올(CBD)은 오늘날 미국의 유행병인 아편중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대마는 또한 제지용 펄프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종이 때문에 엄청나게 벌목되고 있는 숲을 보호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1에이커에 심어진 대마는 4.1에이커의 땅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로 만들 수 있는 펄프와 맞먹는 양의 펄프를 생산한다. 그리고 나무와는 다르게 대마는 1년에 두세 차례나 수확할 수 있다. 대마로 만든 종이는 목재로 만든 종이보다 더 질이 좋고 튼튼하고 오래간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제지공장은 대마를 사용했다. 1883년까지 대마는 가장 많은 농작물 중 하나였고, 온 세계의 모든 종이 가운데 80~90%가 대마로 만들어졌다. 그것은 또 대부분의 직물, 비누, 연료, 섬유제품의 원료였다. 대마는 돛의 재료였기 때문에 해운업이 성한 나라에서는 필수적인 자원이었다. 초기 미국에서는 대마 재배가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농부들이 대마를 재배하지 않으면 그것이 불법이었다. 대마는 1631년부터 1800년대 초까지 법정통화로 쓰였고, 심지어 세금도 대마로 낼 수 있었다.
경쟁 때문에 금지되다?
이토록 탁월하게 유용한 식물이 불법화된 것은 어째서일까. 아마도 1930년대에 대마가 불법화된 것은 자신들의 사업에 대마가 위협이 된다고 느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대마는 마리화나가 아니다. 대마에는 향정신성 성분이 희박하기 때문에 마리화나처럼 ‘황홀감’을 느낄 수 없다. 단순히 마리화나와 같은 식물종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의 한 세기 동안이나 대마가 금지되어온 것이다. 1930년대에 대마는 어떤 형태로 되어 있건 공격을 받았다. 왜? 그것은 목재산업뿐만 아니라, 석유산업, 목화산업, 석유화학산업 그리고 제약산업과도 경쟁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마가 억압돼온 것은 이들 강력한 힘을 가진 경쟁자들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신문업계의 거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거대한 숲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것을 목재펄프 종이를 만드는 데 이용하려 했다. 값싼 대마 종이 생산이 계속된다면, 허스트의 숲에 대한 투자는 큰 손실로 돌아올 게 분명했다. 허스트는 옐로저널리즘의 대가였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언론매체들에 가장 자주 등장한 사설과 기사들의 제목은 ‘마리화나라는 광기’였다. 그는 제지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뒤퐁 회사와 동맹을 맺었다. 뒤퐁은 나일론과 같은 석유 기반 섬유를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대마 직물은 그 새로운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기도 했다.
사실상 대마 제품들은 석유산업 전체에 대해 위협적이었다. 헨리 포드는 처음에 그의 자동차에 바이오연료에서 추출한 알코올을 쓰도록 했지만, 알코올과 대마가 모두 금지되자 오늘날 자동차산업의 주류가 된 더럽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바이오연료에 기반을 둔 인프라는 지금과 같이 거대한 전력회사들에 의한 시장독점 현상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전력이라는 권력의 중앙집중화 현상을 끝장내고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공동체들은 쉽사리 재생 가능한 식물을 사용하여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 중 어떠한 것도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대마의 역사를 기록해온 사람들은 대마가 갖는 수많은 용도와 그것을 분별없이 금지해온 과정에 대해서 수십 년간 많은 글을 써왔다(예를 들면, 잭 헤러가 쓴 《임금님은 벌거벗고 있다》(1992), 혹은 리처드 데이비스의 《대마와 지구온난화 해법》(2009) 등이 있다). 뉴스라고 한다면, 대마 재배가 드디어 전국적으로 합법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구를 구하고, 소멸돼가는 생물종들을 구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탄소세나 실리콘밸리식의 기술적 해결책을 중심으로 끝없는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자연이 제시하는 해결책으로 우리의 토양과 우리의 숲과 우리의 바다를 회생시키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김태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