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주년을 맞아 ‘디스커버리채널’이 만든 다큐멘터리 제목이 ‘체르노빌 전투’였다. 실제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투라는 표현은 체르노빌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고 이후 화재 진압과 수습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의 처절한 노력과 전쟁 중인 병사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또한 이들의 전투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이나 체르노빌 인근 주민들의 모습 역시 군인 가족이나 피난민과 너무 흡사하다. 더 중요한 것은 체르노빌에서 시작한 방사능과의 전투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후쿠시마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일본의 무역 규제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가 한국 언론에 폭넓게 보도되었다. 사고 이후 8년이 지나 다 끝났을 것이라 생각되던 후쿠시마 문제는 오염수 처리 문제, 인근 지역 방사능오염, 그리고 도쿄올림픽 문제로 일파만파 확대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혼란스러운 전쟁터의 상황을 한눈에 보기 힘든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후쿠시마 소식은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특히 이들 소식 중 일부는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것들도 섞여 있어 더욱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방사능과의 전투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이 문제를 보다 폭넓게 바라보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방사능오염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시작되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9.0 지진으로 당시 가동 중이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1·2·3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추더라도 냉각펌프가 작동하여 원자로 내부를 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자로 내부의 열에 의해 노심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 현상이 발생한다. 노심용융으로 녹아버린 핵연료는 원자로 격납용기와 건물 등을 뚫고 내려가 더 큰 사고의 원인이 된다.
사고 당일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지진으로 외부 전원이 모두 끊어진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발생한 최대 15m짜리 쓰나미로 침수가 일어나 비상 디젤발전기와 축전지가 모두 잠겼다. ‘전전원(全電源) 상실’이라고 불리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미 대규모 지진으로 사회 기간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전원을 다시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냉각펌프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에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외부에서 물을 가져와 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담수를 사용했으나 이것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냉각수가 소실되자 원자로 내부에서 수소가 발생했고, 지진 이후 하루가 지난 3월 12일 오후 3시 36분 후쿠시마 1호기가 폭발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그날 저녁부터 1호기에 해수를 투입했다. 원자로에 바닷물이 들어가는 것은 원자로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짠 바닷물로 인해 원자로의 주요 설비는 못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다음 날인 3월 13일부터는 3호기에도 해수가 투입되었지만, 결국 14일 후쿠시마 3호기도 폭발했다. 이후 후쿠시마 2호기와 4호기가 폭발했다. 발전소 폭발 이후 냉각을 위해 소방차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장면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이후 외부 전원 복구공사를 진행하여 3월 20일 1·2호기를 시작으로 3월 22일까지 발전소 전체 전원을 복구했다. 하지만 전원이 연결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폭발로 엉망이 된 내부에 냉각펌프 전원이 연결된다고 해도 원자로가 냉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3월 27일부터는 해수 주입을 담수 주입으로 변환하였다. 하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해서 계속 외부에서 냉각수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대략 이런 흐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고 초기 수습 방향이 어떻게 하면 원자로를 빨리 냉각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후에는 계속 쏟아붓는 냉각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다. 폭발사고를 막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직접 흘러가기도 했고, 대기 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흘러가는 일도 많았다. 심지어 일부는 계획적으로 방류되기도 했다.
2011년 4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저농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일본정부는 고농도 오염수 보관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오염수 1만 1,000t이 바다로 방류되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이 밝힌 오염수 농도는 요오드―131이 리터당 2만 Bq, 세슘―134와 137이 각각 리터당 4,700Bq과 4,900Bq이었다. 고농도 오염수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식품 방사능 기준이 1kg당 100Bq임을 고려할 때, 농도나 양 모두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바다로 흘러간 방사성물질의 총량을 도쿄전력이 산출했는데, 2011년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바다로 배출된 방사선량은 요오드―131이 11×1015Bq, 세슘―134와 137이 각각 3.5×1015Bq과 3.6×1015Bq로 추정되었다. 이 정도는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 일본정부가 발표한 대기 중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총량 370~630×1015Bq에 비해 적은 양이다. 다시 말해 사고 직후 대기 중으로 유출된 양이 바다로 유출된 양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은 점차 줄어들고 바다로 방출되는 양은 이보다는 적지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양오염 문제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3년의 방사능 오염수 누출 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 년이 지나는 동안 간헐적으로 오염수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저장탱크에서 누설이 발견되었다거나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웅덩이 같은 것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오염수 문제가 다시 부각된 것은 2013년의 일이다.
2013년 8월, 도쿄전력은 고농도 오염수 저장탱크와 인근 배수구에서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측정된 수치는 시간당 96mSv였다.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0.0001~0.0003mSv 정도임을 고려할 때 수십만 배 이상 높은 방사선량이었다. 조사 결과 오염수 저장탱크 인근에서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다. 저장탱크의 오염수 양을 계산해보니 고농도 오염수 300t이 유출되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불량으로 누수가 생긴 것이다. 추가 조사 결과 저장탱크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는 오염수를 차단하는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해 놓았는데, 빗물을 빼기 위해 차단벽의 밸브를 계속 열어두고 있었다. 그 결과 차단벽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차단벽 밖의 토양으로 오염수가 스며들어 결국 바다로 오염수가 흘러간 것이다. 저장탱크와 바다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24조Bq로 추정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사건이 심각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국제핵시설사고등급(INES) 3등급으로 이 사고를 평가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논쟁이 컸다. 오염수 누출 상황을 도쿄전력이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처음 사고를 신고할 때 누출된 오염수의 양을 120L라고 밝혀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선정을 앞둔 때였기에 이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지하수 유입을 막아라
이 당시 오염수를 둘러싼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지하수 오염 문제였다. 핵발전소 부지에서 나온 많은 양의 지하수가 방사성물질에 오염되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는 원래 구릉지였다. 해안이 해수면보다 아주 높아 원래 부지에 핵발전소를 지을 경우, 바다에서 냉각수를 퍼 올려야 하는 등 발전소 건설에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발전소 건설 당시 구릉지를 절개하고 땅을 깎아내어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부지를 평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육지에서 바닷가로 내려오는 지하수의 양이 많았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이 지하수를 퍼내 바다로 버리면 되었지만, 후쿠시마 사고로 토양이 오염된 상황에서는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루 평균 300~400t 정도의 지하수가 부지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 수립되었다. 먼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전체의 포장을 새로 해서 부지 내부에서 땅으로 스며드는 물을 차단했다. 그리고 원자로 건물 주변에 동토벽(凍土壁)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차수벽을 설치하고, 차수벽 안과 밖에 여러 개의 우물을 만들어 지하수를 퍼내는 계획을 세웠다. 원자로가 위치한 건물 주변 지하에 여러 개의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지하수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으로서 생각한 것이 동토벽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하 30m 깊이에 1m 간격으로 동결관 1,458개를 묻고 이 동결관에 영하 30도의 액체를 순환시킨다. 동토벽의 길이만 1.5km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공사이다. 건설비용으로만 345억 엔(3,780억 원)이 투입된 이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동결관 주변의 모든 땅이 얼어붙어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게 된다. 2016년 3월 가동을 시작한 동토벽은 같은 해 10월에야 동결이 완료되었는데, 지하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애초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전 하루 300t 규모였던 지하수 유입량이 하루 130t 정도로 줄어든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동토벽 때문이라기보다는 지하수를 뽑아내는 능력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평가하고 있다. 결국 수천억 원을 투입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점점 오염수만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는 계획
이후 지하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 현재는 매일 110t 정도의 지하수가 후쿠시마 핵발전소로 유입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초창기에는 오염수가 염수와 담수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역삼투압 장비를 투입하여 염수를 처리해서 현재는 대부분의 오염수는 담수이다. 또한 세슘 흡착장치를 이용해서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과 스트론튬을 우선 제거하는 일을 그동안 진행해왔다. 2013년부터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설치해서 텔루륨과 플루토늄 등 62개 핵종을 제거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9월 현재 977개의 저장탱크가 운영 중이며, 이들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양은 116만t에 이른다. 또한 발전소 부지 내에 추가 저장탱크를 건설하여 2020년 말까지 저장용량이 137만t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으므로 현재 속도대로라면 2022년 여름에는 이들 저장탱크가 모두 찰 것이라고 도쿄전력은 밝히고 있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구상은 이런 사정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작년 8월이다. 당시 일본정부는 후쿠시마현에서 공청회를 열고 ①오염수를 땅에 주입하는 방법, ②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 ③증기로 바꿔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방법, ④전기분해를 해서 물을 수소로 바꾸는 방법, ⑤오염수를 굳혀 땅에 묻는 방법 등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중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법이 가장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어민들은 해양 방출은 어업에 타격이 크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한동안 오염수 방류 이야기는 일본 내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올해 한국에서부터 다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핵실험과 핵발전소의 방사능은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을 일부 제거했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트리튬)는 아예 처리할 수 없다. 원래 설비의 기능에 삼중수소 제거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처리한 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120만Bq 수준으로 일본정부의 음용수 기준 리터당 6만Bq보다 아주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이라면 다들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 배출은 괜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작년 8월 후쿠시마현에서 진행된 공청회 자료에도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 양이 약 1,000조Bq 정도 되는데, 프랑스 라아그 핵 재처리 공장에서 2015년에 배출된 삼중수소의 양이 1경 3,700조Bq이나 된다며, 왜 프랑스는 문제가 안되는데 일본 오염수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내용에는 경주에 있는 월성 핵발전소에서도 2016년 액체와 기체 상태의 삼중수소 136조Bq이 방류되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는 사실이다. 전 세계 핵발전소에서 지금도 많은 양의 액체·기체 방사성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주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혈액과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핵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수년째 갑상샘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의 경우 일시에 많은 양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쟁점이 되고 있으나, 전 세계 400여 개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에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이에 맞먹는 양이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태평양에 방사성물질을 버리고 있다.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일본정부로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IAEA나 국제해사기구(IMO)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2022년까지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충분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치르려는 상황에서 오염수 문제가 언급되는 것조차 좋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올림픽이 끝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저장용량의 여유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더 공세적으로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제기할 대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들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일본의 반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이미 대기권 핵실험을 2,000회 이상 진행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국의 입장은 더욱 그렇다. 이 중 대부분의 핵실험을 한 미국과 러시아가 지구상에 뿌린 방사성물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전 세계 어느 바다에서나 플루토늄과 우라늄 같은 방사성물질이 발견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플라스틱, 닭뼈와 함께 방사성물질이 인류세(人類世)를 규정하는 물질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핵산업계 인사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오염수 배출 문제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방사능 오염수를 배출하니 괜찮다가 아니라, 이제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중단하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방사능오염 없는 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우리나라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일 감정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인류 공동의 자산인 바다를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이용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일본의 오염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염수’, ‘전 세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시각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일본의 논리에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차피 너희도 똑같지 않으냐”는 핵발전소 비보유국들의 질타와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