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 1949년생. 전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 조교. 원자력 전공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개념의 근본적 허구성과 위험성을 밝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그의 지위가 마지막까지 최하위직 교원 신분인 ‘조교’였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된 책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2011), 《원자력의 거짓말》(2012)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글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세기적 재해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부흥 올림픽’을 내걸고 파국적 상황을 은폐하려는 아베 정부의 부도덕성에 눈을 감고 2020년 하계 올림픽을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와 230여 개 각국 올림픽위원회 앞으로 2018년 8월에 보낸 문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문서는 후쿠시마 사고의 통제불능 상황을 설명하고, 현재 도쿄는 방사능오염 지역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각국의 올림픽위원회가 더이상 일본정부의 반인륜적 범죄에 동참하는 공범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도교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전체 정전은 원전에 파국적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일치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예측대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용해되어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주변의 환경에 방출되었다. 일본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해 1.5×1016Bq, 즉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68개분의 세슘―137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히로시마 원폭 1개분의 방사능도 아주 무서운데, 그 168배의 방사능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고 일본정부는 말한 것이다.
사고로 노심이 용해된 원자로는 1호기, 2호기, 3호기로, 총 7×1017Bq, 히로시마 원폭으로 환산하면 약 8,000개분의 세슘―137이 노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 대기 중으로 방출된 것이 168개분으로, 바다로 방출된 것까지 합산하면 현재까지 환경으로 방출된 것은 히로시마 원폭의 약 1,000개분 정도일 것이다. 즉, 노심에 있던 많은 방사성물질이 여전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파괴된 원자로 격납건물 등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노심이 더 녹게 되면 다시금 방사성물질이 환경으로 방출되게 된다. 이를 막으려고 사고 이후 7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녹아내린 노심을 향해 끊임없이 물을 주입해왔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매일 수백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축적되었다. 도쿄전력은 부지 내에 1,000개가 넘는 물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저장해왔는데, 그 총량은 이미 100만t을 넘었다. 부지는 한계가 있고, 물탱크의 증설에도 한도가 있다. 가까운 장래에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종결’될 수 없는 원전사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용해된 노심을 조금이라도 안전한 상태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만, 7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녹아내린 노심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조차 모른다. 현장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발전소가 화력발전소라면 문제가 없다. 사고 초기에는 며칠 동안 화재가 이어질지 모르지만, 불이 꺼지면 현장에 직접 갈 수 있다. 사고를 조사하고 복구해서 재가동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 현장에 사람이 접근하면 죽어버린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람 대신에 로봇을 투입하려고 했지만 로봇은 방사능에 취약하다. 명령을 인식하는 IC칩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명령 자체를 잘못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투입된 로봇은 거의 전부가 귀환하지 못했다.
2017년 1월 말에 도쿄전력은 원자로 압력용기가 놓여 있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받침대 내부에 위내시경용 카메라와 같은 원격조작 카메라를 삽입했다. 그 결과 압력용기 바로 아래에 있는 강철제 작업용 발판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서 녹은 노심이 압력용기 아랫부분을 뚫고 내려와 그보다 더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조사를 통해 보다 중요한 사실이 판명되었다. 사람은 8Sv의 피폭을 당하면 반드시 죽는다. 그런데 압력용기 바로 아래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20Sv였는데, 여기까지 도달하기 전에 이미 530Sv 혹은 650Sv의 방사선이 계측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선량 방사선이 측정된 장소는 원통형 받침대 내부가 아니라, 받침대의 벽과 격납용기의 벽 사이였다. 도쿄전력과 정부는 용해된 노심은 받침대 내부에 쌓여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30~40년 후에는 용해된 노심을 회수해서 용기에 봉입하고, 이로써 사고 수습을 종결짓기로 예정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녹은 핵연료가 받침대 밖으로 흘러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정부와 도쿄전력은 로드맵을 바꾸어, 격납용기의 측면에 구멍을 내어 그곳을 통해서 직접 끄집어내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작업을 하게 되면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가 막대한 피폭을 당하게 되기 때문에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는 당초부터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경우처럼 후쿠시마 원전도 석관으로 막아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체르노빌 원전의 석관은 3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되어 2016년 11월에 더 큰 규모의 제2석관으로 다시 감쌌다. 이 제2석관의 수명은 100년이라고 한다. 그다음에는 어떤 수단이 가능할지는 모른다. 지금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체르노빌 사고의 종결을 보지는 못한다. 하물며 후쿠시마 사고의 종결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죽은 다음에도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설혹 용해된 노심을 용기에 봉입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방사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후 수십 년에서 100만 년 동안 그 용기를 안전하게 계속 보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인간적, 환경적 비극
발전소 주변에서도 여전히 극심한 비극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일 ‘원자력긴급사태’가 발령되어 처음에는 3km, 다음에는 10km 그리고 20km로 강제피난 지시가 확대되었고,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짐만 가지고 집을 떠났다. 가축이나 애완동물들은 버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0~50km 떨어져 있어서 사고 직후에는 아무런 경고나 지시도 받지 않았던 지역인 이다테무라(飯館村)에는, 사고 후 1개월 이상이 지나고 나서 극도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피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마을 전체가 피난했다. 사람의 행복이란 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족, 친구, 이웃, 연인과의 평온한 날이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평범하게 이어지는 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중단된 것이다. 피난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체육관 등의 피난소, 다음에는 2인당 4조 반(약 7.3m2) 정도 넓이의 가설주택, 그리고 재해부흥주택이나 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주택으로 옮겨 갔다. 그러는 동안에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생활이 파괴되고, 절망의 나락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극도의 오염으로 인한 강제피난 명령이 내려진 지역보다 더 바깥쪽에도, 본래대로라면 ‘방사선관리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안될 오염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방사선관리구역’이란 방사선을 취급함으로써 급여를 받는 성인, 즉 방사선 업무 종사자들만이 들어가는 게 허용되는 구역이다. 그리고 방사선 업무 종사자라고 해도, ‘방사선관리구역’에 들어가면 물을 마시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된다. 물론 자는 것도 금지되고, ‘방사선관리구역’에는 화장실도 없고 배설행위도 할 수 없다. 정부는 긴급사태라는 구실로 종래의 법령을 무시하고, 그런 오염지대에 수백만의 사람들을 방치했다. 그렇게 버려진 사람들(갓난아기를 포함해서)은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당연하게도 피폭으로 인한 위험을 지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사람들은 모두 불안할 것이다. 피폭을 피하기 위해서 일을 버리고 가족 전원이 피난한 사람도 있다. 아이들만은 피폭으로부터 지키고 싶다고, 아버지만 오염지역에 남아서 일을 하고, 아이들과 어머니만 피난한 가족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생활이 붕괴되거나 가정이 붕괴된다. 오염지역에 남으면 몸이 망가지고, 피난하면 마음이 상한다. 버려진 사람들은 사고로부터 7년 이상, 매일같이 고뇌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2017년 3월이 되어 일본정부는 피난 지시에 따르거나 혹은 스스로 피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1년간 20mSv를 넘지 않는 오염지역으로 귀환할 것을 지시하고, 그때까지 충분치도 않게 지원하던 주택보상을 끊었다. 그렇게 되면 오염지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생긴다. 지금 후쿠시마에서는 ‘부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상태에 처해지면, 물론 누구라도 부흥을 바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매일같이 공포를 안고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싶어지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잊도록 유도한다. 오염이나 불안을 입에 올리면, 부흥에 방해가 된다고 비난을 받는다.
연간 20mSv라는 피폭량은, 과거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이었지만 방사선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나 비로소 허용되는 피폭 한도이다. 그런 피폭량을 피폭으로 인한 그 어떤 이익도 없는 사람들에게 허용한다는 것은 용서하기 어려운 짓이다. 게다가 아기나 아이들은 피폭에 민감하다. 그들에게는 일본 원자력의 폭주,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마저 방사선 업무 종사자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원자력긴급사태선언’하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긴급사태가 하루, 일주일, 한 달,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1년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면, 혹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고 후 7년 반이 지나도 ‘원자력긴급사태선언’은 해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법령으로 매스컴의 입을 적극적으로 틀어막음으로써 국민들이 후쿠시마 사고를 잊어버리도록 하기 위해서 이 ‘긴급사태’를 해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방사성물질의 주범은 세슘―137이며, 반감기는 30년이다. 100년이 지나도 겨우 10분의 1로 줄어들 뿐이다. 일본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서도 ‘원자력긴급사태선언’ 상태로 있을 것인가.
공범자가 될 것인가
올림픽은 어느 시대건 국위 선양에 이용되었다. 최근에 와서는,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다시 무너뜨리는 방대한 낭비사회의 구축과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토건세력이 중심이 된 기업들의 먹이가 되어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원자력긴급사태선언’을 한시라도 빨리 해제할 수 있도록, 온 나라가 총력을 기울여 움직이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최우선의 과제이며,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을 피폭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올림픽이 중요하다고 한다. 내부의 위기가 심하면 심할수록, 권력자는 위기로부터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고 한다. 그리고 후쿠시마를 잊게 하기 위해서 매스컴도 앞으로 더욱더 올림픽에 열광하고,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국민’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것이다. 지난 전쟁 당시에도 그러했다. 매스컴은 대본영의 발표만을 그대로 반복했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전쟁에 협력했다. 자신을 우수한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일수록 전쟁에 반대하는 이웃을 비국민이라고 단죄하고 말살했다. 그러나 죄 없는 사람들을 버린 채 올림픽이 중요하다고 하는 나라라면, 나는 기쁘게 비국민이 되겠다.
후쿠시마 사고는 거대한 비극을 안은 채 100년 단위로 이어질 것이다. 방대한 피해자들을 곁눈으로 보면서도, 이 사고의 가해자인 도쿄전력, 정부 관계자, 학자, 매스컴 관계자 등 누구 한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고, 처벌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지금은 멈춰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고,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하고 있다. ‘원자력긴급사태선언’하의 나라에서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여기에 참가하는 나라와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물론 피폭의 위험에 노출되는 피해자가 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라의 범죄에 가담하는 공범자가 될 것이다.(김형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