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미국과 세계평화
저는 약 2주 전에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이라크 전쟁’이라는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이 심포지엄에는 오키나와 시장도 참석했습니다. 그는 보수적인 인물로, 오키나와에 있는 미국의 대규모 군사기지인 가데나 공군기지의 존재를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그는 심포지엄 맨 끝에 나와서 흥미로운 말을 했는데, “오키나와에 있는 이 공군기지는 전쟁을 막으려고 있는 것이지 전쟁을 일으키려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상당히 슬퍼졌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미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전혀 모르고 있고, 새로운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은 과거 미국 정부가 군사적 전략이란 군사적 봉쇄전략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던 그 옛날 속에서 아직도 꿈꾸며 살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미국은 앞서 오다(小田) 씨가 묘사했던 바로 그 나라, 오다 씨가 1945년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세례의 형태로 경험했던 바로 그 나라입니다. 그러나 또한 미국은 중요한 지점에서 상당히 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보수주의, 혹은 극단적인 보수주의 정치가 집단이, 미국 정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도로 현재 미국 행정부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그들의 조직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1997년에 공화당 내에서도 극도로 보수적인 사람들에 의해 조직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미국의 현재 방어전략 정책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의 기본 아이디어는 군사비 지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미국에게는 전세계적으로 더이상의 군사적인 경쟁상대가 없습니다. 미국의 군사력에 대항할 어떤 동맹국도 경쟁국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이,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소위 자신들이 말하는 ‘지정학적 우세’를 획득하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세계적인 규모의 소위 ‘팍스 아메리카나’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라틴어인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라틴어로 씀으로써 일찍이 군사력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지중해 세계를 지배했던 ‘팍스 로마나’라고 하는 로마제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2000년 9월, 앞서 말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이들이〈새로운 미국방어 건설〉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으로 볼 수 있습니다(http://www.newamericancentury.org). 2000년 9월은 조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이전으로, 당시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중일 때 이 보고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보고서에서 중요한 몇가지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은 군사비 지출을 증가시켜야 한다, 군대를 더욱 합리화 . 현대화시켜야 한다,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 특히 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증강시켜야 한다, 세계의 어느 국가도 미국의 군사적 라이벌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재미있는 것은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미국 안전의 방어선’이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는 ‘뉴 아메리칸 프론티어’의 ‘기병부대’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미국 카우보이 시대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보고서에서는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 예를 들어 일본, 한국, 오키나와 등이 ‘미국의 영토’로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보고서에 있는 몇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인용을 하자면, “중동지역에서 이라크와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미군 주둔의 즉각적인 정당화를 제공한다. 걸프 지역에서의 미국 군대의 실질적인 주둔 필요성은 사실 사담 후세인 정권이라는 문제를 초월한 것이다.” 즉 우리는 대이라크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이다, 대량살상 무기와 관련된 것이다, 혹은 이라크와 알카에다와의 유착 추정과 관련이 깊다고 들어왔지만, 누구도 테러와의 전쟁을 말하기 전에 이미 이 보고서는 중동에서의 미국 해군의 주둔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 정권이라는 것은 이 주둔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하나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공군력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병력에 대해서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병력은 지상군 병력을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역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보병력, 즉 지상군 병력은 미국의 ‘군사적 우세’를 ‘지정학적 우세’로 전환시켜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그 이유는 폭격과 같은 하늘로부터의 공격만으로는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 이것이 지정학적 우세의 중요한 핵심이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에서의 미군 주둔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두가지 이유 때문에 한국이 통일되고 난 후에도 계속 한국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쓰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에도 한국에 미국 지상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로는 점차로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인 힘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것은 상당히 흥미있는 부분인데 직접 인용해 보겠습니다. “어떤 현실성있는 통일 후의 시나리오에서도, 주한미군이 북한에서 ‘북한 안정화 작전’에 어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보고서 작성자의 말에 따르면, ‘햇볕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의 현실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의 유일한 현실적 방안은, 미국이 북한을 침략해서 강제로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어떻게 해야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가 나와 있습니다.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런 변혁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혁과정은 ‘새로운 진주만’과 같은 파국적인 그리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건이 없이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만약 새로운 형태의 진주만과 같은 사건이 생기기만 하면 미국은 재빨리 행동에 옮길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9 . 11 사태와 같은 형태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시 한번 이 모든 것이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 프로젝트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가. 그 이유는 현재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 있는 모든 중요한 인물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부통령인 딕 체니도 그렇고 국방부 장관 도날드 럼스펠드와 국무부 부장관 폴 월포위치를 비롯해서 수많은 중요 행정부 인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 ‘새로운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가 부시 행정부의 요직을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직후, 9 . 11테러가 그들에게 ‘새로운 진주만’을 제공하였으며, 이것은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기회를 주었습니다. 9 . 11테러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은, 9·11사태 이전에 이미 이런 계획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오늘 포럼의 주제는 ‘미국과 세계평화’입니다. 미국 정부는 세계평화를 위해서 한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소위 그들이 말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입니다.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군사적인 힘에 의해서 강제되는 세계평화이자 미국의 군사적 지배를 통해 획득되는 세계평화를 말합니다. 사실 이것의 정확한 정치용어는 ‘제국’입니다. 이것은 ‘세계제국’이 되기 위한 미국의 계획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실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냐 하면, 지금과 같은 국가의 주권에 근거한 국제법 구조로는 제국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일으킨 9 . 11사태 이후의 전쟁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단순히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제법을 ‘파괴’하는 것이며, 동시에 미국이 현재의 국제법을 새로운 다른 국제법 구조 속에 재배치하려는 것입니다.
9·11사태 이후로 미국은 세계적으로 세가지 새로운 중요한 권리 ― 어떤 나라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 또한 갖고 있지 않은 권리 ― 를 스스로에게 부여했습니다. 그 첫번째는 선제공격할 권리입니다. 이것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 나라라도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유엔헌장에서 선제공격은 위법입니다. 이것은 ‘침략전쟁’이라고 이름붙여지고 있으며, 국제법상으로는 평화에 반하는 범죄행위, 즉 전쟁범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나치라든가 일본 제국주의의 수많은 군사지도자들과 정치가들이 이와 같은 범죄, 즉 그들의 분류에 따르면 A급 전쟁범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되고 사형을 언도받았습니다. 그러나 조지 부시는 미국의 경우 이것이 허락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주장입니다. 다른 어떤 나라도 이런 짓을 할 수 없지만, 미국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국제법상에서 매우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두번째는 타국의 정권을 바꾸기 위해서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군대를 보내 타국의 정권을 파괴시키기도 하고 현 정권을 다른 정권으로 교체시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위법행위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자신들이 이런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미국이 자신의 군대나 경찰, CIA를 다른 나라에 들여보내서 그 나라 국민을 ― 한번도 미국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 잡아들이고, 체포하고, 감옥에 가두고, 군사재판을 받도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 권리를 함께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 대해 정치적 통제를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가령 A라는 나라가 B라는 지역에 군대나 경찰을 보낼 권리가 있고, 그래서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잡아들이고 데리고 와서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면 이것은 A라는 나라가 B의 정부임을 의미합니다. 즉, B지역에 대해 정치적 통제권이 있다, B를 통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우세’라고 하는 것의 의미입니다. 이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세우기 위한 계획입니다. 이것은 아직 그 누구도 그려본 적이 없는 정치적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이 세계 유일의 최강국이고 그밖의 다른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반전운동을 불러왔습니다. 이라크전 이전 그리고 전쟁중에 역사상 가장 큰 반전데모가 전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일어났습니다. 흥미롭게도 반전운동이 한창일 때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이 세계에는 두개의 슈퍼파워가 있다. 하나는 미국인데, 이것은 군사적 슈퍼파워이다. 또하나의 슈퍼파워는 바로 전세계적 규모의 반전운동이다.” 저는 곧 이 반전운동이 반제국 운동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분명히 이해했으면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한 얘기로 돌아가자면, 오키나와 시장, 그 가엾은 사람은 현재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기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키나와뿐 아니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는 조지 부시의 정책 하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전쟁억제는 그들의 정책이 아닙니다. 그들의 정책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정권에 대한 선제공격을 계속하는 것이고, 그런 나라에 들어가 군사력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전쟁억제는, 미국 정부가 설령 그런 척하더라도, 이제 더이상 미국 군사정책의 일부가 아닙니다. (통역:박혜영)
평화포럼 <미국과 세계평화>
영남대인문과학연구소, 2003년 5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