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폭발의 배후에 숨겨진 모순
오늘날 지구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는 것이 인구문제이다. 이 인구문제는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인구개발회의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단순한 인구의 증가라는 수량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 등 복잡한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인구증가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들 수 있는 것은, 선진공업국보다도 발전도상국에서 현저히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농촌인구의 정체 . 감소와 함께 그것과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는 도시인구의 폭발적 증대이다. 인구문제의 모순은 바로 ‘도시폭발’이라는 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1세기에 세계적인 거대도시의 대부분은 발전도상국의 도시가 차지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인구문제를 소비형태와 생활양식, 근대화 정책과 도시 . 농촌정책, 산업구조와 경제발전 방식,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인권, 사회보장과 교육 . 복지제도 등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합적 구조문제로서 인식하고, 종합적 . 거시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는 몇몇 기본적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 . 정리하면서, 특히 도시, 농촌, 개발문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깊이있게 다루고자 한다.
우선, 인구문제의 전체상을 보다 깊이 인식하기 위해서 기본적 관점을 간결하게 5가지 정도로 정리해보자.
첫째, 인구문제를 ‘양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질적인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구문제를 단순히 인간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볼 때는, 그것은 피임 등 단순한 기술적 해결방법으로 편중되기 쉽다. 사람의 수효라는 양적인 문제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질적인 관점이야말로 중요하다. 환경 . 자원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점에서 볼 때, “미국인 한사람은 인도인 50명분 이상에 상당하는 소비형태를 영위하고 있다”고 말해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어떠한 생활방식을 선택해서, 어떠한 발전을 도모하는가에 따라서 인구문제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문제 . 식량문제에 관한 한, “구체적으로 한사람 한사람이 어느만큼 소비하고 있는가”라는, 이른바 소비형태의 핵심을 분석하지 않고는 문제점이나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가 없다.
세계에는, 비공업국(발전도상국)에서 보는 바와 같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높은 인구압력(출생률) 밑에서 생겨나는 환경문제와, 선진공업국에서 보는 바와 같은 낮은 인구압력 밑에서의 환경문제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문제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기본적으로는 후자, 즉 선진공업국의 거대한 환경압력 . 파괴력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는 인구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인구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
둘째, 위로부터의 통제 내지 타자에 의한 통제라는 ‘타자관리’적 관점에 설 것인가, 아니면 가정 . 지역 . 공동체 . 일 . 노동을 주체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치 . 자율’적 관점과 행동을 기본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여태까지의 인구문제는, 국가정책, 그것도 산업정책이나 군사적 측면을 염두에 둔 관리 . 통제자에 의해서 취급되어온 경우가 많았다. 이제부터라도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인권확립을 전제로 하여, 남녀차별이나 억압구조로부터의 해방과 기본적 생존권 및 사회적 참여가 보장되는 시스템과 함께,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이어야 할 것이다.
셋째, ‘태어난 성(性)’, 즉 남성적 발상에 설 것인가, ‘낳아 길러진 성(性)’, 즉 여성의 관점 내지는 아이들과 함께 기르는 생활인의 관점에 설 것인가.
비공업국(발전도상국)에서 보이는 높은 출생률에 따른 인구압력의 문제도, 선진공업국에서 보이는 낮은 인구증가율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도, 그 뿌리에는 산모들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억압구조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안심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정비하는 것과 함께, 남녀가 생활을 대등하게 꾸려갈 수 있는 사회관계의 실현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오래된 농촌사회에서의 높은 출생률은, 높은 유아사망률에 대한 안전판 혹은 자손유지 본능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제도적으로는 토지소유와 결부되어 있는 가족이 자신의 사회적 세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아이들을 많이 낳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넷째, ‘공업중시 . 도시중심적인 개발사상’에 설 것인가, ‘농촌중시 . 지역자립형 개발사상’에 설 것인가.
전면적인 경제적 부(富)의 확대를 어떤 수단으로든 꾀하려고 하는 정책이 상품경제 중시 내지는 공업편중의 산업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조장해온 것이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 GATT(관세무역일반협정) 등의 국제기구에 의한 자유무역 확대주의였다. 자유무역 확대주의는 환금작물 . 수출우선을 조장하고, 예전에는 자급력을 유지해왔던 지역사회의 붕괴를 촉진시키는 것과 함께 빈곤과 기아를 증대시키고, 도시의 인구집중, 슬럼의 확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로부터 남북간의 격차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모순을 키워왔다. 부와 자원의 세계적 . 지역적 재분배 시스템을 시급히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와 병행해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및 지역공동체의 확립이야말로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권과 환경을 양립시키고 지속시키기 위한 개발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종래와 같은 경제발전이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면 ‘경제지상주의’가 만들어내는 ‘또하나의 인구문제'(경제난민)를 과제로 삼을 것인가.
개발과 발전의 모순이 앞으로도 인구문제에 집약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인구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실업의 증대, 국내 및 국제적으로 증가하는 유민(流民)의 문제, 나아가서는 경제난민의 발생이라는 ‘또하나의 인구문제’로서 나타난다. 지역간 . 국제간의 경제격차의 모순, 그리고 농업 . 농촌의 경시 . 쇠퇴와 동시에 도시폭발이 진행되고 있는 사태에 대하여, 경제정책 이상으로 우선되어야 할 사회정책이 인구문제 해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식량 . 농업문제에 숨겨진 모순
(1) 세계의 농업 . 식량 사정
세계의 식량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여, 포식과 기아의 동시적 공존상황이다. 고단백질 . 고지방 식사와 세계 전역에서 온갖 식량을 수입하여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고 있는 나라가 있는 한편에, 절대적 빈곤하에서 필수영양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나라가 허다히 존재하고 있다. 전자는 대량의 곡물을 가축사료로 돌릴 만큼 여유가 있고, 먹다 남은 많은 음식물을 버리며,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식이나 건강식이 유행하고 있지만, 인류 전체 가운데 약 20%의 인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그러한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연간 약 1,5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영양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 두 국가군(群)은 세계경제의 그물, 특히 무역관계로 이어져 있고, 직접적 . 간접적으로 갖가지 복잡한 구조가 걸쳐져 있다.
기초식량으로서 중시되고 있는 곡물의 1990년대 초의 전세계적 생산량은 약 19억톤, 탈곡 . 정백 등으로 떨어져나간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1일 1인당 약 700-800킬로그램 가까이가 생산되었다. 그런데, 현재 생산된 곡물의 약 40%는 가축의 먹이로서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후(戰後) 세계의 곡물생산 추이를 살펴보면, 인구증가폭에 비해 식량생산 증가폭이 크게 웃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생산상황 추이를 보면, 생산량 자체가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그러한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즉, 식량의 불안정한 동향으로서 크게 문제시되었던 1988년 북미 대륙에서의 큰 가뭄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지구온난화)가 빈발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또, 1950년대부터 계속되어온 1인당 곡물생산 증가가 1980년대 후반부터는 감소경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하였고, 더욱이 전체 경지면적은 1981년을 정점으로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인구증가 현상 속에서 1인당 경지면적이 일관되게 감소되는 경향으로서 드러나고 있다.
종래의 생산증대는 품종개량과 함께 화학비료 투입량의 증대 및 관개설비의 확대에 말미암은 것이었다. 이제, 그것이 개발로 인한 농지감소(도시화 등)나 관개지의 염해(鹽害)문제 등이 심각하게 되면서, 앞으로는 단위생산의 증가가 그다지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기후의 불안정화, 토양침식, 사막화, 물부족, 거기에 덧붙여 농업용 약제에 의한 오염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이 갈수록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사태는, 토양침식의 문제일 것이다. 세계 전역의 농경지에서, 매년 거의 260억톤에 달하는 표토(表土)가 상실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농산물의 배후에서 매년 5톤의 토양이 소실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시아의 농업 . 식료 사정에 관해 말한다면, 만성적 식료부족으로 허덕여온 인도와 중국,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이 전후에 식량증산을 이루어냄으로써 전체적으로 꽤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는 1965년에서 1980년대 전반에 이르기까지 ‘녹색혁명’으로 밀의 수확량을 3배로 증진시키고, 중국에서도 쌀 생산을 증대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특히 ‘하이브리드 라이스'(교잡종)의 보급이 식량증산에 크게 공헌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쌀 생산은 어느 나라에서든 거의 정체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증산의 시대는 지나가고, 이른바 플러스의 시대에서 마이너스의 시대로 가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관개나 화학비료 . 농약의 보급이 증산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관개에 수반하는 폐해로서 염분이 축적되는 염해현상이나, 화학비료 . 농약에 대한 의존으로 인한 토양의 피폐, 환경파괴 문제가 서서히 진행되어온 것이다.
(2) 잠재적 파란을 안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
필경, 앞으로 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한 것은,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말미암아 평야지대의 쌀농사에 적합한 농지가 차차로 도시개발, 특히 공업용지나 주택지로 전용됨으로써 농지가 크게 감소해왔다는 점일 것이다. 농업경시와 농촌지역의 쇠퇴경향이 진전되고, 대규모 단작(單作)과 근대농법에의 지나친 의존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한정된 농지에서 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토지에 대한 압력을 한층더 강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 자급의 균형이 붕괴되면, 머지않아 식량을 아시아 지역 바깥에서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의 인구는 2년마다 약 1억명씩 증가를 계속하고 있는바, 2025년에는 40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과 일본 등이 식량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거대한 인구를 안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등이 자급체제가 붕괴되어 식량수입국으로 된다면 세계적 수급균형은 크게 무너질 것이다.
1993년, 일본이 쌀의 대흉작으로 말미암아 250만톤 규모(전세계 무역량의 약 20%)에 달하는 쌀을 대량 긴급 수입함으로써 세계의 쌀시장을 큰 혼란에 빠트렸다. 쌀이라는 작물은 무엇보다 자급성이 높아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급균형이 흐트러지기 쉽다. 한국은 1980년대 초에 200만톤 규모의 쌀을 긴급 수입하였다. 1988년까지 약 100만톤이나 수출을 해왔던 중국은 89년에는 작황부진과 수요확대로 말미암아 거꾸로 120만톤이나 수입을 하였고, 그후 1993년 일본의 작황부진 때에는 100만톤을 일본에 공급했지만, 1995년에는 또다시 거꾸로 200만톤 가까이를 수입하는 등 극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있다.
되돌아 보면, 1993년의 흉작때에 일본이 쌀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당시, 타이로부터 간신히 수입해 들여온 쌀이 지각 없는 사람들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양이 보도된 것은 배부른 일본인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세계인들의 눈에 비쳐졌을 것이다. 만일 일본의 흉작이 몇년째 계속되고, 중국이나 그밖의 국가에서의 흉작과 겹쳐진다면, 필시 엄청난 사태로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전세계 쌀 생산과 소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조그마한 변화라도 일어나면 그것은 곧 세계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2025년 시점에서, 세계의 쌀 수요는 7억 6,500만톤, 즉 지금의 1.7배를 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그 수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낮다.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식량자급률을 점차 낮추어온 일본은 큰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곡물 수급문제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생산된 곡물의 거의 전부를 직접 소비하는 가난한 발전도상국이 있는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곡물의 80-90%를 가축사료용으로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는 사실이다. 직접 소비하는 데 필요한 양으로서는, 현재의 상황을 보는 한 여유는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양식이 수급균형을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면,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의 먹이로 곡물이 약 10배 가까이 소비된다. 따라서 육식 중심의 식생활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콩 같은 식물성 단백질 중심의 식생활을 하는 사람보다도 몇배나 더 큰 규모의 곡물을 소비하는 셈이다.
실제, 국가별 1인당 평균 곡물 소비량을 비교해보면 5-6배나 차이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공통하게 나타나는 움직임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식생활이 크게 변하여, 직접 곡물을 섭취하는 양이 감소하고,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증가는 피드로트[肥肉場]라고 하는, 곡물을 사료로 쓰는 대량생산형 축산 및 물고기 양식장을 통해서 기대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대량의 사료용 곡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 쇠고기 . 물고기에 대한 수요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매년 1,100만톤의 사료곡물이 증가되어야 하며, 그 양은 최근의 세계적 곡물생산 증가폭에 거의 맞먹는다. 즉, 사람의 식량이 되어야 할 곡물이 가축의 먹이로 전용(轉用)되어, 그 결과 수급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재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나 중국, 일본에서는 식생활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자국의 쌀 소비량의 정체 내지 감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소비곡물량은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그중 많은 양을 수입곡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전체의 곡물 수급균형을 크게 무너뜨리는 잠재적 파란 요인은 실은 아시아 국가들이 안고 있는 것이다.
(3) 무역의존, 국제분업화로 불안정하게 될 미래
다음으로, 무역상황을 보자.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지역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급체제가 지속되어 왔다. 무역으로 드나듦이 없는 ‘제로상태’가 여기저기서 보여진다. 그후, 특히 1970년대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입량이 급속히 증대하고, 곡물에 있어서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수입국이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 특징은 주요 수출국이 극단적으로 북미 대륙에 편재되어 있다는 점인데, 일극(一極) 집중화가 심화되는 추세가 계속되어온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는 유럽국가들이 유일하게 농업보호정책에 따라 자급 수준을 뛰어넘어 생산과잉에까지 도달하여, 곡물수출국으로 전신하였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곡물수출국인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생겨나, 가트(GATT) 협의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것은 기억에 새롭다.
전세계적인 식량의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 선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국제분업에 의한 이러한 농업 . 식료 시스템의 과도한 편중은 매우 위험한 사태를 알리는 것으로 읽혀진다. 근년에 맹아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상기후나 지구환경 악화 가운데서, 생산량 변동의 진폭이 커져가는 것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경종을 울려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일극 집중화를 피하고, 어느 정도의 지역적 자급성을 다시한번 확립하는 방향으로 궤도수정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우리는 식량생산 시스템의 불안정화를 회피하기 위한 갖가지 준비를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서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곡물무역을 둘러싼 상황은,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곡물수출국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가트(GATT) 협의와 그후의 WTO(세계무역기구)의 동향에서 보는 대로, 수출국에 의한 시장확대가 큰 쟁점이 되어왔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일본의 식량 수입액은 1986년에 208억달러, 1993년에는 그 두배 가까운 401억 6천만달러로 증가일로의 길을 밟아왔다. 특히 쌀을 긴급 수입했던 1993년도 일본의 식량자급률(칼로리 자급률)은 전년도의 46%에서 37%로, 세계적으로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곡물자급률은 29%에서 22%까지 감소하였다. 이러한 무역의존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장차 수급이 크게 불안해지는 대혼란에 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한번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자국의 식량안전보장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이 대량의 자원과 식량을 수입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환경과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맞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 가까이로 내려간 일본의 곡물 자급률이지만, 쌀시장 개방의 진전상황에 따라서는 곡물수입량은 더욱더 확대되어 연간 4,000만톤 규모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세계 곡물무역량은 약 2억톤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일본 한 나라만으로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생산과잉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만일 수급상황이 악화될 경우, 굶주림에 고통받는 발전도상국의 식량을 독점하는 결과가 되어 국제적인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곡물무역에서 가격을 높여서 구매력이 없는 가난한 나라들을 결과적으로 배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1993년의 대흉작으로 일본이 250만톤에 이르는 대량의 쌀을 수입한 결과, 쌀의 국제가격의 급등을 초래하여, 그렇지 않아도 영양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 등 쌀 수입국 사람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였다. 수입품목 제1위로 뛰어오른 새우 수입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를 비롯하여, 열대림 목재의 대량수입 문제 등 많은 개별 품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뒤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의 식량수입의 내용을 살펴보면, 식도락이나 소비의 고급화를 반영한 품목이 주요 수입식량을 구성하여, 1986년을 경계로 오랫동안 제1위를 점하여 왔던 옥수수가 새우로 대치됨과 함께, 최근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증가가 눈에 뜨인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된 식료를 즐길 수 있는 일본의 식탁은 세계 제1위의 ‘풍요로움’을 과시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 ‘풍요’의 이면에는 많은 모순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구환경문제와 식량 . 농업
(1) 농업 . 식량에 있어서의 다양성 상실
인류의 번영을 가져온 식량증산 시스템의 배후에 있는 주목해야 할 또하나의 문제가 있다. 즉, 생산성의 큰 향상 . 발전의 그늘에는, 극히 한정된 생물종에 식량을 의존해왔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생물종만큼 엄밀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품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진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 식량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과 함께 농산물의 품종 단일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유전적 기반은 극히 좁아지고 있다. 가장 극단적으로 진전되어온 품종 획일화는 상업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미국의 옥수수와 밀, 감자 등에서 현저히 드러난다. 높은 생산성을 겨냥하여 개량품종이 점진적으로 도입되면서, 이른바 슈퍼품종이라는 소수의 품종이 전체 작물의 과반을 차지하는 단작재배가 계속되어온 것이다. 1993년 일본의 쌀농사가 전후 최대의 흉작을 기록하게 된 데에는 맛좋은 쌀, 고품질 쌀의 특화재배 ― 즉, 병충해나 기후조건에 취약한 쌀품종의 집중적 재배 ― 로 인한 피해가 다소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렇게 생산량이 높거나 눈에 보기 좋은 품종의 재배 이면에는 극히 취약한 불안정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사실, 세계 최대의 생산량과 생산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옥수수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전에 비해서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1980년대에는 5-6배까지 향상되었다. 그러다가, 순조로운 생산확대의 길에 큰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1970년에 일어났다. 70%가 근친교배 계통의 옥수수 다섯 품종이 되어, 유전적 균일성이 광대한 지역에 단작재배되는 바람에 잎사귀마름병(곰팡이병)이 한꺼번에 퍼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생산량은 15% 감소되고, 가격폭등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태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되풀이되어 왔다. 가장 잘 알려진 예는, 1840년대에 아일랜드와 유럽에서 발생하였던 대대적인 동고병(胴枯病)의 만연으로 감자농사가 대흉작이 되었던 일이다. 그 결과는 매우 비참하여, 약 200만명에 달하는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하였고, 그와 비슷한 수효의 사람들이 해외이민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1946년에는 거의 대부분이 빅토리아 종(種)이 점하고 있던 미국의 밀의 대부분이 전염성이 강한 곰팡이 때문에 괴멸적 피해를 입었다. 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미국 밤[栗]은 밤 동고병 때문에 사실상 소멸되어버렸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1903년 당시 농무부에 등록되었던 상업작물 가운데 96%가 이미 절멸되어 버렸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이 먹고 있었던 7,000종 이상의 사과 가운데 86%, 그리고 2,683종에 달하던 배[梨]의 88%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선진공업국들에서는 생물공학 관련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종자은행(유전자은행)을 설치하여 대대적으로 유전자 자원의 보전을 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종자회사나 선진국의 연구기관에 종자(유전자 자원)가 쌓이고 있는 다른 한편에서는, 원산국이자 야생종을 보유해온 발전도상국 자체에서는 원품종이나 야생종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전통적으로 보유 . 육성시켜왔던 재래품종마저 급속히 상실되어 가고 있다.
세계의 움직임은 냉전 종식이라는 요인도 작용해서, 특히 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로 되고 있다. 특히 무역자유화와 시장경제의 세계 전역으로의 확대 . 추진이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유화의 촉진으로 보다 값싼 식료를 세계 각지로부터 들여오는 길이 열려 풍요한 삶이 가능해졌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거기에는 큰 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이 경우 식탁의 풍요로움, 선택의 폭의 확대라는 현상 배후에서는, 외견상의 식탁의 다양화와는 정반대로 세계 전역에 걸쳐 국제분업화와 단작재배 등을 통한 집중화 . 획일화가 급속히 진전됨으로써 심각한 다양성 상실의 문제가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 수입 초대국 일본과 환경파괴
무역과 환경문제에 관련해서, 농림어업 등 1차산업이나 광물 등 자원의 채취문제가 큰 주제가 되어왔다. 그 가운데서도 근년 일본의 열대목재 대량수입 문제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과 같이 외래 원자재(약 절반이 남양에서 온다)에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 자유무역 ― 체제의 결과가 바로 아시아의 ‘삼림파괴자’로 불리는 일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한 현실의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 국내 임업의 부진, 삼림자원의 황폐(관리의 방기), 산촌의 쇠퇴가 촉진되어왔다. 이러한 사태의 발단은 1960년 초에 행해졌던 목재시장 개방에 기인하고 있다.
일본이 목재의 대량 수입국으로 된 오늘날, 국외에서는 열대림 파괴를 일으키는 장본인이 되고, 국내에서는 산촌의 과소화(過疎化)를 촉진하며, 산림의 관리부족에 기인한 토사붕괴 등의 문제가 현실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촌부흥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산간지 대부분의 촌에서는 1차산업으로는 생활의 유지가 어렵고, 과소화가 계속 진전되면서 심지어 산업폐기물 폐기장이 되기도 하고, ‘리조트 개발'(골프장 등)에 의한 대규모 자연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열대림 목재의 수입문제와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 편입된 결과로서 그 비슷한 문제가 몇가지 농산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식량수입의 주된 내용이 옥수수에서 새우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이미 말한 바와 같다. 여기서 수입품목 제1위로 뛰어오른 새우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일본인은 연간 1인당 약 4킬로그램의 새우를 먹음으로써 세계 제일의 새우소비량을 과시하고 있다.
1961년에 수입자유화가 된 이래, 새우 수입은 일관되게 증가를 계속해와서, 이미 국내 생산량의 5배를 넘어섰다. 수입선(輸入先)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으로, 인도네시아, 타이, 중국, 인도, 필리핀, 대만 등이다. 1960년에서 70년대까지는 천연 새우쪽이 많았지만, 현재는 어획량 감소와 양식기술의 보급으로 양식 새우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다. 천연의 새우를 택할 경우, 트롤 어획법으로 바다 밑바닥을 훑어올리기 때문에 남획과 함께 어장을 황폐하게 만들기 쉽다. 잡어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일망타진하고, 새우 이외에는 버리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자원이 고갈되고, 각국의 영세어민의 생활이 위협받기 시작함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1981년에 트롤 어획법을 전면 금지하였다.
천연 새우 어획량의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양식이 성행하게 되었지만, 양식지(養殖池)는 해안선에 있는 망그로브 숲을 파괴한 뒤 조성하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자연파괴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망그로브 숲이 있는 소택지는 영양분이 풍부한 장소이기 때문에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발생하여 먹이의 공급지로서도, 또 적으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소로서도, 새우새끼나 치어의 둘도 없는 생육지가 되었다. 더욱이, 망그로브 숲은 자연적인 방조림(防潮林)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 숲이 없어짐으로써 수해가 일어나기 쉽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새우양식이 확산됨에 따라 물고기의 생육환경으로서의 해역과 해안선 망그로브의 생태계 순환이 끊어지고, 그 결과 열대지역의 어업자원에 끼칠 악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일찍부터 새우양식이 확산되어온 대만 등에서는 지하수의 과잉소비로 인한 지반침하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먹이를 대량으로 주는 고밀도 사육에 따른 물오염, 질병의 만연으로 대량의 항생물질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등,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새우 문제는 자유무역이 초래한 외부불경제의 전형적인 예이다.
발전도상국으로부터 오는 생산물로서 얼마 전부터 문제가 된 것이 필리핀의 바나나 플랜테이션이다. 바나나의 주요 산지인 민다나오 섬은 예전에는 야자숲이나 옥수수나 쌀이 생산되던 장소였지만,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일본 시장쪽을 겨냥한 바나나 생산기지로 변하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외국자본과 필리핀 정부, 현지의 지주들의 힘으로 점차로 광대한 바나나 농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많은 소작인들은 그 바나나 농원의 노동자로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게 되었다. 수출지향 특수품목이 도입되어, 위험한 농약이 비행기로 살포되어 농민들의 피해와 하천오염 등이 문제가 됨에 따라, 필리핀의 농원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일본의 시민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파인애플에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파인애플의 경우, 연작을 하면 토양을 피폐시키기 쉽고, 또 경지의 불모화를 초래하기 쉽다. 플랜테이션을 경영하는 기업으로서는 토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땅은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최근의 예로 생강이 있다. 절임용으로는 수입생강이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1980년대 초까지는 일본의 절임식품 회사가 주로 수입한 것은 대만산이었다. 특히 재배지는 기온이 낮은 고산지의 삼림을 베고 만들어졌는데, 생강은 연작이 어려워 몇년 경작하다가 방기되는 땅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산의 자연파괴가 문제가 되어 대만정부가 규제를 시작하고, 비용도 높아져서, 현재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특히 타이 북부의 산악지대에도 생강 재배지가 확대되고 있다. 타이 북부는 근년에 급속히 삼림이 소실되고 있는 곳으로, 홍수문제 등으로 삼림보호의 필요성이 절실히 이야기되고 있는 곳이다.
또, 수입품목으로 눈에 뜨이게 늘어난 것이 돼지고기인데, 그 최대의 수입선은 대만이다. 대만에서는 일본으로 향하는 수출 때문에 양돈이 급속히 확대된 결과, 일본처럼 분뇨처리 기준이 엄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수질오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환경기준이나 규제가 없거나 느슨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종의 공해수출과 닮은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야채나 과일의 수입도 급증하고 있는데, 도쿄도(都) 위생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독성이 극히 강한 유기염소계 농약 등이 대만산 풋콩[支豆]과 브로콜리 등에서 검출되고 있다. 홍콩에서도 최근에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야채를 먹고 중독을 일으킨 사건이 보도되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환경문제와 결부되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화제로, 값싼 쇠고기와 열대림 파괴 사이의 관련문제가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미국의 환경단체가 제기한 ‘햄버거 커넥션’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패스트푸드용의 값싼 쇠고기가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대량 수입되어 오는데, 그것은 열대림 지역을 불태워서 만들어진 방목장에서 키운 소를 원료로 한 것이라는 점을 환경단체들이 고발하였던 것이다. 1960년대부터 20 몇년 동안 중앙아메리카 열대림의 약 4분의 1이 목초지로 변하였는데, 거기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거의 전부가 미국의 햄버거 체인점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3) 새로운 범세계적인 식량 . 농업보호정책을!
오늘날 일본의 경우, 연간 약 7억톤에 달하는 물자가 해외로부터 수송되어 온다. 그것은 세계의 해운 총수송량의 20%에 가까운 양이다. 예를 들면, 식료품 수입의 제1위(금액으로)인 새우, 그리고 목재, 철광석, 석탄 등은 세계 무역량의 약 3분의 1을, 곡물이나 석유 등은 15-20%를 일본 한 나라가 수입한다. 일본의 면적은 지구 전체 육지의 불과 0.3%, 인구는 2.3%밖에 되지 않는데, 이토록 많은 물자가 일본으로 운송되어 온다는 것은 지구환경에 대해서도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바나나도 커피도 새우도 근년에 값싸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식품이 되었지만, 그렇게 싼 값의 이면에는 다국적기업이나 종합상사 등의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바, 이른바 제3세계의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자연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많은 1차산품의 교역이 극히 일부의 다국적기업의 손에 집중되어 있다는 현실이 있다. 오늘날에는 약 20개 정도의 대기업이 세계 농산물 거래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다. 곡물에서 커피, 홍차, 바나나, 그리고 광물자원에 이르기까지, 그 무역의 60% 내지 80%가 3-5개 정도의 거대 다국적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지구환경문제를 보거나 지역사회의 삶의 문제를 보거나, 우리는 큰 전환점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닐까.
발전도상국에서는 한쪽에서 누적채무 문제로 인한 수출압력이라는 외압이 작용하는 가운데, 상품경제가 서서히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을 뒤덮기 시작하고 있다. 효율성의 원리와 척도만으로 모든 것이 움직임에 따라서, 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점점더 배제되고 있다. 지역의 ‘뒤떨어진 자급적 농업’ 혹은 ‘미개발 . 미이용의 자원’, 토착 원주민의 사회 . 문화 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시야를 가지고, 농업문제라는 관점에서 세계적 모순구조를 간단히 묘사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즉, 지역 차원에서 상품경제의 침투나 개발정책으로 인해 자급적 농업 혹은 소규모 농가가 경제적으로 지탱 불가능하게 되면서 도태 . 소멸되고 있다. 경쟁에 이긴 대규모 농장(대지주나 대자본 혹은 다국적기업농)이 판매력을 갖고 시장의 확대와 제패를 계속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의 확대가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각국, 특히 제3세계를 비롯한 농산촌(자급경제)의 쇠퇴가 일어나면서 환경파괴, 인구의 도시집중, 슬럼의 확대 등이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의 전면 자유화는 최종적으로는 전세계적으로(국내, 국외 양쪽 모두에서) 농산촌의 생활기반과 공동체의 붕괴를 낳음으로써, 지극히 불균형한 국토이용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방향은, 1차산업을 넓은 시야로부터 세계적 차원에서 지원할 체제를 국제적 정책으로서 실현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국은 지역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림어업을 보전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하면서 무역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지역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다양성이 보존되고, 그것이 지구환경의 안전성과 다양성 그 자체를 보장한다는(생태적 안전보장) 사고방식을 세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각국의 좁은 이기주의로는 안되며, 새로운 지구적 차원의 식량 . 농업보호정책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의 농업은 ― 비유적으로 말하면 ― 예전의, 예컨대 에도(江戶)시대와 마찬가지로, 물질과 생태계의 순환이라는 방식을 기본축으로 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환경보전형 농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 대기, 토양의 생태적 순환에서 음식물, 생활기구, 의류, 가구, 그리고 주거에 이르기까지 생활을 둘러싼 총체적인 순환의 모습이 여기에 떠오른다. 즉, 생산(재배 . 사육 . 가공) ― 유통(보존 . 운반 . 판매) ― 소비(구매 . 조리) ― 폐기 . 환원(리사이클 . 퇴비화)이라는 상호연관성을 중시하는 가운데,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생활인”의 시점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물류와, 도시 . 농산촌 간의 풍부한 인적 교류가 꽃피는 사회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필시 환경보전형 농림업을 기초로 하는 지역사회의 형성을 중시한 고도의 리사이클 . 순환형 사회의 창조라는, 종합적 사회 비젼에 연결될 것이다. 농업을 국토와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 종합적인 생명산업으로 국민이 이해 . 지원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금 특히 절박하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www2.kokugakuin. ac.jp/~furu1/)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