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대충 조건을 맞춰 일단 체결한다”는 식
한미 FTA 7차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대략 3월 말 ‘8.5차’ 최고위급 즉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 한국 정치체제 속에서 조약의 체결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보았듯이 대통령의 입장은 “체결한다, 그렇지만 무조건은 아니다”로 요약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은 “손해보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고, 그것은 청와대나 정부 고위급 등을 통해 간혹 확인되었던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판단해 보건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입장은 “미국의 TPA 시한에 따라 ‘대충’ 조건을 맞춰 ‘일단’ 체결한다”로 압축될 것이다. 우리의 불행은 “조건이 안 맞으면 체결 안 한다”가 아니라 “대충 조건을 맞춰서 체결한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섬세한’ 차이야말로 참여정부의 총체적 실패와, 한미 FTA 반대를 내걸고 1년 가까이 활동해온 시민사회 진영의 한계를 풀이할 열쇠라 하겠다.
‘빅딜’의 대차대조표
대통령이 생각하는 ‘조건’의 큰 틀은 상당부분 알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이른바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되는 것들이다.
(1) 먼저 ‘무역구제’와 ‘차·약’이다. 이번 7차 협상에서 특히 양자간의 빅딜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상당한 논의의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미 FTA 전반을 아울러 최대의 쟁점이라 할 이 문제는 사실 한미 FTA 협상이 얼마나 일방적인 것인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FTA에 관한 한 가장 목소리가 큰 미 하원 세입세출위 산하 통상소위 위원장의 특별한 관심사가 자동차이다. 그는 8%에 달하는 한국의 관세장벽은 물론이고,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를 요구한다. 한국정부가 7차 협상에서 자동차 관련 세제 ‘개편’을 진상했지만, 정작 미국이 원하는 것은 세제 ‘철폐’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양보안이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측은 곧 2차 양보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노조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는 미 민주당은 2005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71만대(87.5억불), 수입 5,500대(1.4억불)라는 것이 심각한 ‘불공정’ 무역임을 들어,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한미 FTA 비준거부에 나설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대미흑자 108억불 중 80%에 달하는 86억불이 자동차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샌더 레빈 통상소위 위원장은 2006년 8월 ‘한국공정무역법안’을 제출한 바 있으며, 한국내 수입차 판매비중이 20%에 달하기 전까지는 미국내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동결할 것을 요구하였다.1)
차와 한 세트인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7차 협상기간 동안 “미국산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이라는 선물을 바쳤다. 하지만 차와 약의 빅딜 대상인 미국의 무역구제는 당연히 진전이 없었다. “무역구제야말로 한미 FTA의 전략적 목표”라는 것은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왔던 터라 매우 중요하다. 처음 15개 정도를 요구하다, 5개로 줄여서 잠시 큰소리를 쳐보기도 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해서 또 줄였다. 이미 줄인 5개도 빈 껍데기인데 말이다. 조금 봐줄 만한 ‘비합산’도 당연히 뺐다. 제발 ‘말’로만이라도 성의표시를 해달라고 미국측에 빌고 있는 양상이다. 차와 약이 이런 무역구제와 ‘빅딜’될 경우, 대차대조는 완전 참패라 보면 된다.
<표1> 빅딜1: 무역구제 vs 차·약 빅딜의 대차대조
한 국 | 미 국 | |
분과 | 무역구제 | 자동차, 의약품 |
핵심요구 | 5개항(‘비합산’ 포기) | 자동차세제 철폐, 의약품 특허 연장 |
기대효과 | 미 무역구제법에 의한 수출손실 연 15억불 중(무역협회) ‘제로잉’ 조항만으로 인한 손실 약 86%(13억불).1 여기에 ‘일몰재심’, ‘비합산’ 등 핵심조항이 제외됨으로써 기대실익 거의 없음. | ◇한국의 세제 철폐로 가격경쟁력 강화 (한국:자동차 관련 세수 연 40억불 감소)2◇특허 연장으로 인한 약값 인상 연 10억~14억불(한국측 보건의료연합 자료) 또는 연 1억 2천만 ~2억5천만불(한국측 보건복지부 자료). |
주 1: Lindsey, B/ D. Ikensen(2002), “Anti-Dumping 101: The Devilish Details of ‘Unfair Trade’ Law.” Trade Policy Analysis Paper, Cato Institute, 강문성, 박순찬, 이창수(2002), 《DDA 규범분야의 협상의제별 주요쟁점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60쪽 재인용. Lindsey/Ilensen은 미 상무성이 플러스 덤핑마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마이너스 덤핑마진을 제외하는 제로잉 계산법을 전혀 적용하지 않을 경우, 덤핑마진이 약 86% 이상 감소할 수 있음을 미 상무성 덤핑마진 계산 프로그램과 동일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밝히고 있다.
주 2: 외통부/통상교섭본부, <한미 FTA 국회 통외통위 보고자료>, 2006. 8. 17.
더욱이 수출업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 업계에서 무역구제에 대한 피해는 압도적으로 ‘제로잉’과 ‘재심절차’에 집중되어 있다.2) 그런데 정부는 제로잉을 우리측 핵심요구에서 제외한 이유와 관련, 미국의 제로잉 관행이 WTO에 제소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FTA는 WTO의 예외라는 상식적인 사실과, 나아가 미국의 경우 설사 WTO에서 패소한다 하더라도 1994년 UR/WTO협정의 이행법(URAA 102조)3)에 따라 WTO 판결은 미 통상법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전혀 간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일 정부가 WTO 제소를 이유로 제로잉 조항을 우리측 요구에서 제외했다면, 2004년 한미 쌀협상을 마무리지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한미 FTA 협상에서도 마찬가지 WTO/DDA를 이유로 쌀은 처음부터 협상대상에서 제외되었어야 한다. 정부측이 전혀 설득력 없는 논리로 실패한 협상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2) 농산품 개방대상 예외 품목도 7차 협상에서는 절반 이하, 즉 HS 코드로 100여개로 줄였다. 일반적인 분류로 축산품, 과일을 포함한 대략 20여개의 품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상 최대의 개방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피해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협상 초반부터 우리측의 농산품과 미국의 섬유의류는 빅딜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가장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섬유의류 분야도 업계의 계산에 따르면 최상의 경우 고작(?) 2~4억 달러의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농산품의 경우 피해액이 최소 20억 달러에서, 쌀을 포함할 경우 최대 88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농산품(쌀 제외)과 섬유의류의 대미 무역수지가 각각 -20억 달러, +20억 달러인 상황에서 두 부문이 이른바 ‘빅딜’될 경우 누가 이익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특히 ‘쌀만은’ 제외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나름대로 일관된 정부측 입장이라는 말과는 달리, 밥짓기용 쌀을 제외한 기타 쌀에 대해서는 개방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표2> 빅딜2: 농산품 vs 섬유의류 빅딜의 대차대조
한 국 | 미 국 | |
분과 | 농 업 | 섬유의류 |
무역수지(2005) | -20억불 | -20억불 |
핵심요구 | 쌀 및 민감품폭 제외, 농산품특별긴급관세 |
관세 현행 유지·일부 완화, 원산지 관련 ‘얀 포워드’ 유지 |
기대효과 | -18.5억불(쌀 제외, 농촌경제연구원) -88억불(쌀 포함) |
-2~4억불(관세 철폐, 얀 포워드 완화시, 한국측 섬유협회 자료) |
(3) 국민들 사이에 광우병 논란을 불러일으킨 쇠고기의 경우, 애초부터 미국의 입장은 요컨대 뼛조각(bone chips)은 뼈가 아니므로 광우병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생검역은 필요없고, 당연히 40%에 달하는 관세도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주미대사가 직접 나서 마이크를 잡았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거들고 나섰다. 쇠고기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는 처음부터 1) 뼈 있는(bone-in) 쇠고기 수입재개, 2) 관세 철폐, 3) 위생검역 완화였다. 광우병 논란과 더불어 작년 10월 이후 ‘딜 브레이크’로 급부상한 쇠고기 문제는 미 상원 재경위원장 맥스 버커스 등의 강한 압박과 통상관료들의 대응, 그리고 조중동 국내 보수언론들의 부화뇌동에 힘입어, 노골적으로 “뼈 있는 쇠고기 수입”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표3〉에서 보듯 미국은 2003년 약 50억 달러 20만톤 규모를 한국에 수출하다가, 광우병 파동으로 수출이 중단되었다.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은 그러므로 약 5조원 규모의 시장을 재확보하는 막대한 실익을 거두었다.
그런데 한가지,〈표3〉에서도 확인되듯,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로 인해 호주산 쇠고기로의 ‘무역전환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마찬가지라는 논리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20만톤이 수입금지되면서 오히려 소비가 약 30만톤에서 12만톤으로 급감했을 뿐, 호주산의 수입증가는 약 2만톤에 불과하였다.
<표3> 쇠고기 수입실적 (단위:천톤)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10월 | |
미 국 | 95.5 | 186.5 | 199.4 | ||
호 주 | 54.4 | 76.7 | 64.1 | 86.0 | 82.3 |
캐나다 | 5.7 | 11.6 | 4.8 | ||
뉴질랜드 | 10.0 | 17.2 | 25.3 | 46.2 | 35.7 |
멕시코 | 0.7 | 1.6 | |||
우루과이 | 0.4 | ||||
계 | 166.0 | 292.0 | 293.6 | 132.9 | 119.6 |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실적 기준임.
(4) 최근 6자 회담 타결 분위기와 맞물려 개성공단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는 투다.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2005년 생산액 1,500만불 정도로 그 경제효과는 미미하다. 설사 최고위급 회담에서 부시가 개성공단을 ‘선물’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미 의회가 이에 동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개성공단이 ‘김정일의 쌈짓돈’이라는 생각을 하는 공화당과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의 ‘인권’을 문제삼는 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수정할지는 미지수라는 말이다.
(5) 부동산과 맞물려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와 ‘간접수용’이 만만찮은 쟁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우리측이 무슨 큰 것을 받는 것도 아니다. 미국경제의 선순환을 지지하는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와 한국경제의 투기화를 촉진하는 미국의 대한국 포트폴리오투자, 즉 투자의 규모와 성격이 현격한 격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분과의 합의는 대단히 놀랍다. 미국의 투자협정표준안(BIT 2004)대로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의 정의, 이행의무부과 금지, 최고경영자 국적조항 등은 이미 합의했고, 위헌소지가 다분한 ‘투자자-정부 소송제’는 거의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우리 법률체계에서는 여전히 미확립 개념인 간접수용 자체에는 합의가 되었지만, 간접수용 부속서의 맨 마지막 간접수용 예외조항에 보건의료, 안전, 환경 뒤에다 ‘부동산’ 한마디를 넣어달라는 우리의 간청에 대해 미국이 응답이 없다. 당연히 미국으로서는 들어줄 수가 없다. 미국 주장처럼 이는 미무역대표부의 재량범위를 넘어서는, 즉 미국의 양자간 투자협정(BIT) 표준안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간접수용 예외조항에 한미 간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 잘 하면 이면합의(side letter) 또는 확인서(confirming letter) 정도 받아올 가능성은 배제되지 않는다.
사실상의 한미 BIT인 한미 FTA 투자 챕터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표4〉에서 보듯 한미 간 투자관계의 구조적 조건과 그 경향성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표4〉는 최근 한미 간 직접투자(FDI)와 포트폴리오투자(FPI)를 정리한 것이다.
2004년 직접투자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14억 달러, 반면 미국의 그것은 47억 달러로 약 3배의 차이를 보인다. 같은 해 포트폴리오투자를 보면 미국의 대한국 포트폴리오투자가 736억 달러, 한국의 그것은 127억 달러로 약 6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IMF 이후 미국의 대한국 투자가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전환되어 매년 급증세를 보여왔다.
<표4> 한미 투자 현황 (단위:백만 달러)
한국의 대미투자 | 미국의 대한투자 | |||
FDI* | FPI* | FDI* | FPI* | |
2001 | 1,863 (1,461)¹ | 3,764 | 3,886 | 34,475 |
2002 | 1,409 (568) | 5,697 | 4,491 | 39,573 |
2003 | 780 (1.051) | 7,961 | 1,242 | 53,429 |
2004 | 1,420 (1,338) | 12,733 | 4,718 | 73,613 |
2005 | 1,404 (1,240) | 2,690 | ||
누 계 | 18,556 (14,972)² | 34,936³ |
※ 출처:수출입은행, 산업자원부, IMF 등에서 재구성.
주:*FDI는 저량(貯量,stock), FPI는 유량(流量,flow)을 의미함.
1( )는 실제도착기준, 2누계는 1980~2005년 수치, 3누계는 1962~2005년 수치.
포트폴리오투자의 유형을 보더라도 2003년 534억 달러 가운데 주식이 491억 달러, 장·단기 채권투자는 약 43억 달러에 불과, 미국의 대한국 투자는 포트폴리오투자, 그중에서도 주식투자가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 같은 해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투자 79억 달러 가운데 주식투자는 9억6천만 달러, 장기채권은 67억 달러로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투자는 거의 채권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한미 간의 투자 현황이 매우 불균형한 상태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즉 우선 양적으로 미국의 대한국 투자총액이 한국의 그것을 압도하고, 미국의 대한국 포트폴리오투자는 압도적으로 주식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투자는 주로 미국의 장기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대한국 투자가 단기 차익을 노리는 데 반해, 한국의 대미 투자는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경제의 선순환을 지지하는 장기 안정형이라는 말이다.
바로 이러한 투자 현황으로부터 정부의 정책과제가 도출된다. 즉 미국의 대한국 투자가 단기 이윤추구적인 포트폴리오보다, 한국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의 건전성 투자, 즉 직접투자, 그중에서도 가파르게 증가해 2005년 현재 45.6%를 차지하는 M&A보다 그린필드형이 증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미 FTA의 투자 챕터 역시 이러한 한미 간 투자불균형 구조로부터 도출된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한에 있어 그 의미가 승인되고, 나아가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유도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투자 챕터는 이러한 바람직한 정책목표의 방향보다는, 단기 평가차익을 노린 론스타류 미국계 투기성 자본의 무한자유와 이미 과도한 미국계 포트폴리오투자의 불안한 증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미국은 IMF 이후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1,8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서비스 분야에서의 뉴스 제공업은 개방될 것으로 보이고, 영화에서의 스크린쿼터, 방송에서의 방송쿼터 및 방송/통신사 소유지분 제한이 아직 미정이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일부는 자칫 ‘끼워팔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한미 FTA의 추진이유로 추진되는 법률, 회계, 의료서비스 부문은 제외될 것이며, 그리고 전문직 분야 상호인정과 관련해서 한의사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시 환상을 불러일으킨 전문직 비자쿼터 문제는 역시 미국측이 ‘의회소관사항’임을 이유로 들고 있으므로 거의 무망해 보인다.
한미 FTA 서비스분과 협상은 일찌감치 네거티브 리스트, 래칫(ratchet) 등 ‘어메리칸 스탠다드 원칙’ 등에 합의함으로써 그 향방이 예견되었다. 현재 한미 간 서비스무역은 대표적인 적자 부문이다. 제조업을 비롯한 상품분야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적자가 서비스무역에서 발생하는 조건에서 서비스시장의 미국식 원칙과 또 개방은 당연히 서비스무역 적자의 가속화를 촉진할 것이다.
<표5> 대미 서비스무역수지4) (단위:백만 달러)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
경상수지 | 1,256.7 | 2,681.6 | 6,616.0 | 7,818.0 | 7,273.8 | 6,970.0 | 13,770.4 | 8,410.7 |
상품 및 서비스수지 |
1,637.8 | 3,790.7 | 7,052.3 | 7,878.3 | 7,006.7 | 7,161.7 | 12,236.7 | 8,310.7 |
상품수지 | 3,164.4 | 5,984.1 | 9,845.3 | 10,323.3 | 10,325.2 | 10,493.1 | 15,021.2 | 12,333.2 |
수출 수입 |
23,116.5 | 30,386.3 | 38,584.1 | 32,282.3 | 32,933.6 | 35,256.3 | 44,139.4 | 43,299.6 |
19,952.1 | 24,402.2 | 28,738.8 | 21,959.0 | 22,608.4 | 24,763.2 | 29,118.2 | 30,966.4 | |
서비스수지 (전체) |
-1,526.6 | -2,193.4 | -2,793.0 | -2,445.0 | -3,318.5 | -3,331.4 | -2,784.5 | -4,022.5 |
수입 지급 |
8,080.7 | 8,206.7 | 9,267.0 | 9,049.5 | 8,420.3 | 9,333.9 | 11,468.8 | 12,485.7 |
9,607.3 | 10,400.1 | 12,060.0 | 11,494.5 | 11,738.8 | 12,665.3 | 14,253.3 | 16,508.2 | |
운수수지 | -793.3 | -613.1 | 25.6 | 43.3 | -124.3 | -47.2 | 949.7 | 1,229.7 |
수입 지급 |
2,677.0 | 2,898.7 | 3,569.0 | 3,698.3 | 3,551.4 | 4,065.2 | 5,164.5 | 5,535.9 |
3,470.3 | 3,511.8 | 3,543.4 | 3,655.0 | 3,675.7 | 4,112.4 | 4,214.8 | 4,306.2 | |
여행수지 | 311.0 | -127.6 | -786.7 | -846.9 | -1,458.5 | -1,442.2 | -2,319.5 | -3,265.2 |
수입 지급 |
1,263.7 | 1,056.5 | 1,067.5 | 803.2 | 763.9 | 728.1 | 737.5 | 810.0 |
952.7 | 1,184.1 | 1,854.2 | 1,650.1 | 2,222.4 | 2,170.3 | 3,057.0 | 4,075.2 | |
기타서비스 | -1,044.3 | -1,452.7 | -2,031.9 | -1,641.4 | -1,735.7 | -1,842.0 | -1,414.7 | -1,987.0 |
수입 지급 |
4,140.0 | 4,251.5 | 4,630.5 | 4,548.0 | 4,105.0 | 4,540.6 | 5,566.8 | 6,139.8 |
5,184.3 | 5,704.2 | 6,662.4 | 6,189.4 | 5,840.7 | 6,382.6 | 6,981.5 | 8,126.8 | |
통신서비스 수지 |
-192.4 | -39.0 | -45.1 | -74.5 | -54.0 | -79.7 | -77.4 | -84.5 |
수입 지급 |
371.9 | 193.7 | 172.6 | 170.5 | 160.9 | 130.0 | 160.5 | 168.9 |
564.3 | 232.7 | 217.7 | 245.0 | 214.9 | 209.7 | 237.9 | 253.4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
보험서비스 수지 |
-21.6 | 12.6 | -14.6 | -39.6 | -73.3 | -62.7 | -145.6 | -329.0 |
수입 지급 |
-4.4 | 9.6 | -3.0 | 3.3 | -39.1 | -24.1 | 56.1 | 25.8 |
17.2 | -3.0 | 11.6 | 42.9 | 34.2 | 38.6 | 201.7 | 354.8 | |
특허권 등 사용료수지 |
-1,295.2 | -1,565.4 | -1,875.2 | -1,231.2 | -1,384.2 | -1,522.6 | -1,743.4 | -2,065.3 |
수입 지급 |
25.9 | 40.5 | 38.0 | 488.0 | 323.3 | 428.3 | 720.1 | 741.1 |
1,321.1 | 1,605.9 | 1,913.2 | 1,719.2 | 1,707.5 | 1,950.9 | 2,463.5 | 2,806.4 | |
사업서비스 수지 |
174.3 | -271.4 | -723.0 | -963.9 | -1,101.3 | -1,079.7 | -500.6 | -878.0 |
수입 지급 |
3,036.9 | 3,168.4 | 3,420.8 | 2,802.1 | 2,396.8 | 2,708.5 | 3,084.8 | 3,229.0 |
2,862.6 | 3,439.8 | 4,143.8 | 3,766.0 | 3,498.1 | 3,788.2 | 3,585.4 | 4,107.0 | |
정부서비스 수지 |
415.1 | 481.3 | 508.2 | 603.5 | 771.0 | 872.0 | 945.5 | 1,191.5 |
수입 지급 |
633.3 | 656.5 | 669.5 | 790.6 | 916.4 | 1,033.0 | 1,177.2 | 1,383.7 |
218.2 | 175.2 | 161.3 | 187.1 | 145.4 | 161.0 | 231.7 | 192.2 | |
기타서비스 중 여타서비스수지 |
-124.5 | -70.8 | 117.8 | 64.3 | 106.1 | 30.7 | 106.8 | 178.3 |
수입 지급 |
76.4 | 182.8 | 332.6 | 293.5 | 346.7 | 264.9 | 368.1 | 591.3 |
200.9 | 253.6 | 214.8 | 229.2 | 240.6 | 234.2 | 261.3 | 413.0 |
※ 출처:한국은행, ECOS에 기초해 필자가 재구성.4)
〈표5〉에서 보듯, 한미 간 서비스무역 적자는 IMF 직후인 1998년 15억 달러에서 2005년 40억 달러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 내역을 보면 2005년 기준으로 여행수지 -32억 달러, 특허권 등 사용료 -21억 달러가 서비스무역 적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서비스가 집중되어 있고, 또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던 사업서비스 분야는 일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밀려 개방수준이 하향조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적자 기조는 지속, 강화될 전망이다.
(7) 처음부터 게임이 안되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50년에서 70년으로의 저작권보호기간 연장, 일시적 저장, 기술적 보호조치 등에서 한국측의 대폭 양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의〈표5〉에서 확인하였듯이 지적재산권은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것으로, 이 분야가 미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을 넘어선 ‘TRIPS 플러스’로 정리됨으로써, 향후 한국 지식경제의 대미종속 내지 의존은 불가피해 보인다.
나아가 디지털 컨텐츠를 비롯한 전자상거래도 거의 미국안대로 정리되어 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디지털 컨텐츠 분야 협상에서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일부 서비스 개념까지 ‘디지털 제품(digital products)’으로 인정하게 되면 연간 21조원 규모의 국내시장의 20%가량인 최소 4~5조원(40~50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5)
(8) 정부조달, 즉 공공부문이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고 향후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는 점에서 공기업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와 관련, 특히 민자유치사업(BOT)을 미국 사업자에게 개방할 것인지는 고도로 주의할 대목이다. 최근 정부조달시장 중 63.3%를 차지하는 주정부 조달시장에 대한 접근은 포기하고, 이에 상응해 한국의 지자체 조달시장 개방도 유보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정부조달시장의 22%의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정부투자기관 즉 공기업도 유보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표6> 한미 양국 정부조달시장 비교 (단위:조원)
공 사 | 물 품 | 용 역 | 계 | 비 중 | ||
중앙정부기관 | 한국 | 8.6 | 6.9 | 1.8 | 17.3 | 31.6% |
미국 | 21.3 | 194.7 | 124.0 | 340.0 | 35.9% | |
지방 정부기관 | 한국 | 4.3 | 0.3 | 0.5 | 5.1 | 9.3% |
미국 | 27.3 | 327.3 | 245.4 | 600.0 | 63.3% | |
기초자치단체 +교육청 |
한국 | 16.3 | 1.9 | 2.1 | 20.3 | 36.9% |
미국 | ||||||
정부투자기관 | 한국 | 8.6 | 2.5 | 1.0 | 12.1 | 22.2% |
미국 | 4.3 | 1.9 | 0.9 | 7.1 | 0.8% | |
총발주실적 | 한국 | 37.8 | 11.6 | 5.4 | 54.8 | 100% |
미국 | 52.9 | 523.9 | 370.3 | 947.1 | 100% |
※ 미국은 2004년도 추정치.
(9) 미 주정부의 ‘비합치조치’에 대한 포괄적 유보는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등 한미 FTA 구조 전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하지만 50개 주(州) 가운데 단지 9개 주만이 미-페루 FTA 가입의사를 밝혔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주정부가 대거 이탈할 경우 한미 FTA는 전형적인 불평등협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7차 협상 과정까지 미국은 주정부의 포괄적 유보를 고수하였고, 한국측이 일종의 맞불로 우리 지자체, 공기업에 대해서도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아직은 지켜볼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측이 주정부의 비합치조치에 대한 포괄적 유보를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할 때, 특히 서비스, 투자분야에서 한국측의 대응조치가 없는 한, 한미 FTA는 불평등협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10) 특히 민주당 지배 하의 의회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노동, 환경조항은 미국의 요구대로 관철될 전망이다. 노동분과에서의 ‘공중의견제출제도(Public communication)’, 환경분과에서의 ‘이해관계인(interested persons) 조사요구권’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예상 시나리오
현재의 조건에서 볼 때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표7〉과 같다.
<표7> 한미 FTA 예상 시나리오
한국 국회 | 미국 의회 | 시나리오 | |
결 렬 | ㆍ | ㆍ | (1) |
타 결 | ○ | ○ | (2) |
○ | × | (3) | |
× | ○ | (4) | |
× | × | (5) |
시나리오 (1) 즉 ‘결렬’의 경우 협상 결렬을 공식선언하는 방법과 한일 FTA처럼 협상을 중단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시나리오 (3)과 (4)는 어느 한쪽에서 비준동의를 거부하는 경우로, (3)은 미국 의회가 (4)는 한국 국회가 거부하는 경우이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2007년 3월 협상 타결 이후 미국 의회가 6월 말까지 이를 심의한 뒤, 이후 가부를 물어 부결하는 경우, 대선/총선을 앞둔 한국 국회는 한미 FTA의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이런 경우에도 상원은 통과했지만, 미 하원이 거부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미국 의회가 먼저 비준동의를 하고,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를 차기 정권과 차기 국회로 넘기는 경우, 한미 FTA는 차기 대선/총선의 심각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협상 타결, 즉 양국의 협상대표가 합의된 협정문에 서명을 한 뒤 이를 입법부에 비준동의를 위해 제출하게 된다. 한미 양국 의회의 권한의 범위가 서로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가 있어야 국내법적인 효력이 발생하며, 미국의 경우에는 상하 양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의회 비준동의와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는 네가지이다.
먼저 시나리오 (5)의 경우, 양국 의회 모두에서 부결되었기 때문에 한미 FTA는 폐기처분될 것이다. 시나리오 (2)의 경우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가 있은 뒤 한미 FTA는 2008년 중에 발효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2가지 경로가 가능하다. 첫째는 한국 국회가 미 의회의 가부 결정과 무관하게 비준동의안을 가결하는 경우이다((2)-①). 둘째는 미국 의회가 먼저 가결한 다음, 올 하반기 한국의 정기국회 혹은 내년 4월 이후, 즉 차기 국회에서 가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2)-②). 현재의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위 (2)-①의 경우는 한미 FTA 반대진영과 시민사회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연말 대선과 내년 4월의 총선이라는 정치일정을 고려해볼 때, 미 의회의 일정에 따라 한국 국회의 그것이 움직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따라서 한미 FTA에 관련된 미 의회 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TPA에 따른 미국의 절차규정을 살펴두자.
미 무역촉진법(TPA) 제2105조 <통상협정의 이행>
(a) 총칙
(1) 통보와 제출
본 법률 제2103조(b)에 따라 체결될 모든 협정은 (오직) 아래의 경우에만 미합중국에 대해 효력을 발생한다.
(A) 대통령이 협정을 체결하기로 되어있는 날로부터 최소 90일 이전에 대통령은 상하 양원에 체결 의향을 통보하여야 하고, 이후 신속하게 이 의향서를 연방관보에 공시하여야 한다.
(B) 협정 체결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기존법률이 협정과 합치되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는 기존 법률의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C) 협정 체결 이후, 대통령은 상하 양원 회기중 어느 날을 택해 협정의 최종협정문(final legal text)을 아래와 함께 의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i) 본 법률 제2103(b)에 기술된 이행법안(implementing bill)의 초안
(ii) 통상협정 이행을 위해 제안된 모든 행정조치에 대한 진술서
(iii) 아래 2절에 기술된 각종 지원 정보
(D) 이행법안은 입법절차를 거쳐 법률로 된다.
그리고 동법률 제2104조(d)에 따르면,
(d) 협정 체결 이전 의회와의 협의
(1) 협의
본법률 2103(b)에 따른 모든 협정의 체결 이전, 대통령은 아래와 협의해야만 한다.
(A) 하원 세입세출위와 상원 재경위
(B) 통상협정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의제와 관련된 입법관할권을 가진 상하 양원의 각 개별 상임위와 합동위원회
(C) 본 법률 2107조에 따라 소집된 의회감독그룹(Congressional Oversight Group)
따라서 요약하자면, 알려진 대로 6월 말 양국 정상이 한미 FTA에 정식 조인 즉 체결한다고 할 때,
1) 그로부터 90일 이전인 3월 말까지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체결의향을 통보해야 한다.
2) 3월 말 가서명된 한미 FTA 협정문 초안을 놓고 미 의회는 소관 상임위를 중심으로 90일 동안의 ‘협의’에 들어간다. 이 기간중 청문회 등이 개최될 것이고 당론 수렴도 이루어진다.
3) 협의가 끝난 뒤, 6월 말 양국 정상이 협정문에 최종 서명한다.
4) 8월 말까지 대통령이 의회에 일종의 상충법률 리스트와 같은 미 국내법 수정안을 제출한다.(8월은 미 의회 휴회)
5) 의회 회기중 최종 협정문과 이행법안 등을 제출한다. TPA에는 단지 “상하 양원 회기중 어느 날”(TPA 2105(a)(1)(C))이라는 조건만 명시되어 있고, 그 구체적인 이행법안 제출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6) 행정부가 제출한 이행법안을 놓고 90일 이내에 미 상하 양원이 수정 없는 가부만 결정하는 표결에 들어간다.
따라서 미 의회에서 한미 FTA가 비준동의되는 가장 빠른 시나리오는, 6월 말에 최종 서명하고 바로 다음 날 미 국내법 수정안과 이행법안을 제출, 그로부터 90일 이내 즉 9월 말까지 미 의회가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경우이다. 이때 미 의회는 휴회기간인 8월을 제외한 7월 혹은 9월 말까지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 의회가 언제까지 한미 FTA 가부를 결정할 것인지는, 거의 전적으로 미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언제 제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1년 가까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미 행정부가 가령 회기중인 9월 1일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면, 미 의회는 그로부터 90일 이후인 11월 말까지 가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 국회의 경우, 행정부의 비준동의안에 대한 처리기한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만일 6월 30일 조인한 뒤 바로 다음 주인 7월 2일 비준동의안이 제출되었다면 이후 언제라도 이를 다수결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조건에서 볼 때, 한국 국회는 서명된 최종협정문에 대한 동의안이 제출된 이후 대략 9월 정기국회 이후에 심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한미 FTA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여야가 비준동의안의 강행처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차라리 차기 국회에 이를 이월할 가능성도 없지않아 있어 보인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그것이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은 매우 장기적이며 구조변경적인 양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나프타 이래 최대규모의 FTA 협상을, 그것도 가장 빠른 기간에 성사시킨 매우 성공적인 협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협상 초기 FTA의 새로운 ‘골든 스탠다드’를 만들겠다고 한 것처럼, 한미 FTA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해서 나는 미국 협상단의 성공에 때이른 축하를 보내고자 한다. 이들은 진정 FTA의 ‘새로운 표준’을 만든 사람들이다. “God Bless America!”
반면 한국측 통상관료 혹은 협상단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여러 논리들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대중들을 설득하기에는 협상을 통해 얻어낸 내용이 너무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 FTA 타결은 조중동을 비롯한 한국사회 내의 친미블록으로서는 ‘손 안대고 코푼’ 쾌거일지도 모른다. 반면 어려운 조건에서 단결과 연대 속에 그래도 절반 가까운 ‘반대’ 국민여론을 이끌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FTA 반대운동 진영에게 ‘타결’은 깊은 상처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한국 국회의 조급한 비준동의 가능성을 견제하면서, 일단 단기적으로 FTA와 연말 대선을 연계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즉 대선이라는 열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다. 그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일단 이번 3월중에 조성될 정치적?사회적 힘의 관계가 관건이 된다. 국민투표 등을 통한 범국민적 ‘재협상’ 요구가 가능할지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고, “한미 FTA 저지투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식의 반대진영 일각의 몰역사적이며 비상식적인 발상은 국면의 전환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의 몰락을 자초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아무튼 앞으로의 과정에서, ‘비주류의 비주류’를 자처하면서 집권해 한미 FTA 타결을 주도하였고, 향후 여기에 대한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현 정부와 한국 시민사회는 결국 ‘결별’이 불가피해 보인다.
——–
1) 2006년 10월 현재 한국차의 주요 해외시장 점유율을 보면 유럽 3.40%, 미국 4.55%이다. 반면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22%(신규등록 780,984대 중 32,963대)로, 나라별로 보면 미국 0.58%, EU 2.42%, 일본 1.13%, 기타 0.10%이다. 신규등록 대수로 보면 미국 4,517대로 3위, EU는 18,903대로 1위, 일본은 8,796대로 2위를 차지한다.(통상홍보기획관실,〈주요경제통계〉, 2006.10) 그러므로 미국이 요구하는 수입차 국내시장 점유율 20%는 약 15만대 규모이다.
2) 강문성,박순찬,이창수(2002) 위의 책, 62쪽.
3) “UR협정의 어느 규정이나 그러한 규정의 적용이 미국법에 상충될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URAA 102조)
4) 서비스수지의 각 계정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해설을 참조.
① ‘운수서비스’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운송수단을 이용한 서비스거래로서 여객의 수송, 재화의 수송, 승무원을 포함한 운송수단의 임대, 견인, 도선 등 기타 지원 및 보조서비스를 계상한다.
② ‘여행서비스’에는 여행자인 개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해외체류기간중 체류국에서 취득한 재화 및 서비스를 계상한다.
③ ‘통신서비스’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전화, 팩시밀리 등을 이용한 원격통신 서비스, 우편 및 배달서비스를 계상한다.
④ ‘보험서비스’에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보험료, 보험금의 수취 및 지급을 계상하며 수출입상품에 대한 적하보험, 재보험 등을 포함한다.
⑤ ‘특허권 등 사용료’에는 상표권, 저작권, 특허권 등 무형자산의 사용에 따른 대가를 계상한다. 주로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부분이다.
⑥ ‘사업서비스’에는 상품중개인 및 대리인의 상품 및 서비스거래, 승무원이 동반하지 않은 선박, 항공기 등 수송장비의 임대, 법률?회계?경영컨설팅, 광고 및 시장조사, 각종 공사의 기획 및 감독 등에 따른 서비스 수수료를 계상한다.
⑦ ‘정부서비스’는 정부와 비거주자 간의 서비스거래를 계상하며 해외의 대사관, 영사관, 군대 등이 주재하고 있는 경제권의 거주자와 행한 모든 거래를 포함한다.
⑧ ‘기타서비스’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금융서비스, 컴퓨터 및 정보서비스, 개인, 문화 및 오락서비스, 건설서비스를 포함한다. 이중 특히 금융서비스에는 수출신용장(L/C), 금융리스, 외국환거래 등과 관련된 금융중개수수료와 유가증권거래 관련 수수료를 계상하며, 컴퓨터 및 정보서비스는 소프트웨어의 구축, 하드웨어 관련 자문,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유지?보수, 통신사의 뉴스서비스, 신문 등 정기간행물의 구독료를 포함한다. 개인, 문화 및 오락서비스에는 영화제작, TV 프로제작 등과 관련된 서비스료, 대중매체 배급권료, TV 중계권료 및 문화, 스포츠, 오락활동과 관련된 서비스를 계상하며 건설서비스에는 통상 1년 이내에 외국에서 수행되는 건설 및 설비공사를 계상한다.
5)〈한겨레〉2006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