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홀슈타인 지방의 사업가 한스 디트리히 드리프트만에게 있어서 세계, 적어도 그의 세계인 농산물 시장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뮤즐리(곡물 가공식품의 일종) 한 봉지면 된다.
드리프트만은 ‘쾰른즈 크런치 혼합곡 플레이크’를 집어들고 성분목록―귀리, 밀, 보리, 호밀이라고 소리내어 읽는다. 그러고나서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가격표 한 세트를 슬며시 꺼내어 뮤즐리 재료들의 가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계산을 하여 설명한다. 일년 전 마지막 추수 이후로 호밀은 55퍼센트 올랐고, 보리는 70퍼센트, 밀은 90퍼센트 올랐다. 귀리 가격 역시 80퍼센트나 급등했다. 이 마지막 숫자야말로 드리프트만에게 아픈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독일의 귀리 최대 생산자이자 뮤즐리 시장의 주요선수인 쾰른-베르크의 최고경영자였다. 그 회사는 1795년에 창립된 오래된 가족기업이다. 회사의 본부가 있는 엘름숀 시는 거대한 하늘색 곡물 사일로들이 지평선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곳이다. 그 사일로들은 엘름숀 시에 다가가고 있는 트럭 운전수들에게 그들이 싣고 온 곡식을 부리라는 표지가 된다. 최근에는 그런 트럭이 잘 오지도 않지만 말이다.
드리프트만은 지금 자신의 사일로 앞에 나타나는 트럭이라면 모두 고맙다. 올해의 귀리 수확은 ‘비참’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구입할 곡물을 찾아서 세계 전역에 걸쳐, 심지어 핀란드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곳까지 뒤진다. 가격은 거의 차후 문제이다. “문제는 곡물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고 드리프트만은 말한다.
14년 만의 최고 인플레이션
거대 무역회사들과의 협상에서 그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20퍼센트 이상의 가격인상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또한 소비자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 커다란 인상폭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상당한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고 드리프트만이 말한다.
이것은 농산물 회사들에게 있어서 낯선 경험이며, 그리고 수백만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근심스러운 전망이다. 수십년 동안 소비자들은 안정되어 있거나 혹은 오히려 낮아지기까지 하는 식품가격에 익숙해져왔다. 그러나 9월, 거대 할인 소매점 알디(Aldi)가 “알디는 여러분에게 앞으로의 가격인상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라는 인상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전국적 주목을 끌었을 때, 독일인들은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후 알디는 자사 상점에서 파는 약 50종 제품들의 가격을 올렸고, 나머지 체인점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는 동안, 거의 모든 슈퍼마켓들이 빵과 버터, 우유와 치즈, 돼지고기와 닭고기, 국수와 초콜릿, 사과주스와 맥주 등 전면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증대되고 있는 가격인상의 파도는 인플레이션을 14년 만에 최고의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나 궁핍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식품이 정말로 가치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실존적 가치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겨우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불현듯 식품이 사실은 불가결한 자원이며, 목숨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아무 때, 아무 데서나, 그것도 특히 보장된 낮은 가격으로는,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너무 많은 수요, 충분치 않은 땅
보수적인 기독교사회연맹(CSU) 회원인 독일 농업장관 호르스트 제호퍼가 지난 주 베를린에서 금년도 ‘녹색주간’ 농업박람회를 열었을 때,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가정(假定) 하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수십년간 산업화된 세계는 그들의 시민이 도저히 소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우유, 버터, 밀을 생산해내는, 실로 의문스러운 호사를 누렸다. 그 잉여분은 구매자가 있으면 수출되었고, 아니면 무기한 저장, 또는 폐기되었다.
이런 바보짓은 이제 끝났다. 유럽의 산더미 같은 버터는 고갈되었고, 곡물 사일로들은 텅 비었으며, 우유의 호수(湖水)도 말라버렸다. “생산과잉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라고, 네덜란드의 농업전문가 스테판 데로더가 말한다.
세계의 재화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고, 재편되고 있다. 모든 경제활동의 밑에 있는 원동력, 즉 ‘재화의 희소성’에 의해 운행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 농산물 시장의 출현을 우리는 처음으로 목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밀 공급은 30년 만에 최저수준에 이르렀다. 고작 1년 만에 유럽연합(EU)의 재고는 1천4백만톤에서 1백만톤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주요 밀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에 가뭄이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는, 상품가격이 끊임없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세계무역시장에 조만간 소규모 지진을 유발시킬 수 있다. 무역상들의 판타지를 밀 1부셀, 또는 유채기름 1헥토리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없다.
물론, 현재의 식품가격 인상에 관련한 소동은 소비자들이 우유, 치즈, 빵에 대해 몇푼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진짜 문제는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먹이느냐 하는 문제, 그리고 어떤 가격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매년 8천만씩 인구가 불어나는 세계를 농업이 어떻게 먹여 살릴 수 있는가? 그것도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갈수록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세계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과 가축한테 먹이기 위해서만 식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또한 식물로부터 채취한 연료를 갈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 세계에서?
“절박하게 필요한 풍작(豊作)”
문제는 수요는 너무 많고 땅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다. 농산물에 굶주려 있는 세계에서, 경작지가 한 시점에서는 오직 한 가지 용도로밖에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이 딜레마이다. 감자는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는 장소에서 재배될 수 없다. 호밀을 기르고 있는 곳에는 귀리를 기를 여분의 공간이 없다. 그리고 유채씨가 바이오디젤로 변환될 때에는 유채기름을 생산할 여분의 씨앗은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상충작용이 농작물의 가격을 높인다. 세계가 조만간 식량난에 봉착하고, 현재의 병목상태가 광범위한 기아(飢餓)사태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풍작이 절박하게 필요합니다.” 함부르크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대규모 농산물무역회사 ‘토퍼 인터내셔널’사의 수석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마허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곧 진짜 공급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쾰른 최고경영자 드리프트만의 농업생산 전망에 대한 분석은 그보다 더욱 회의적이다. 특히, 많은 식품을 수입해야 하고, 많은 인구가 매일같이 생존을 위해 고전(苦戰)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그렇다. “우리가 전세계적인 식량위기 사태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라고 드리프트만은 말한다. “나는 그것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수요일에 시작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의 엘리트들은 농산품 품귀현상을 중대한 세계적 위험요소로서 인정했다. “세계의 식량생산 시스템은 어려운 시험에 직면할 참”이라고 세계경제포럼의 조직자들은 말한다. 유엔은 이미 식품 부족이 몇몇 나라들에서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1년 전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인의 식단에서 필수품인 옥수수 가루의 가격폭등에 항의하기 위해서 수만명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 ‘토티야 위기’는 지구가 바야흐로 직면할 분배전쟁―가장 생산적인 농토, 최선의 공급계약, 최고의 종자를 둘러싼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인간이 어떻게 그들의 생계의 기초를 안전하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가령 유전공학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이 구체화하고 있다. 소중한 농업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사용은 어느 쪽인가―식량 공급원으로, 아니면 자동차 및 트럭의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가? 빵인가 휘발유인가? 혹은 둘 다, 즉 배부름과 청정연소 자동차를 동시에 가지는 게 가능한가?
독일 농부들은 현재의 논쟁에서 어떤 만족감을 얻고 있다. 바로 최근까지 그들은 죽어가는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농민들은 브뤼셀에 본부를 둔 복지 관료체제의 악명높은 수령인으로서, 그리고 경작면적을 적게 할수록 돈을 더 많이 번다는 특이한 시장논리의 수혜자로서 조롱당해왔다. 이제, 여러해 만에 처음으로 농부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들은 다시 존경까지 받고 있으며, 게다가 돈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농부들은 다시 빚을 내어 추가로 농토를 구입하고, 저장소를 짓고, 헛간에 새로운 기계를 들여놓고 있다. 자동차 제조, 기계류 생산, 화학산업 다음으로 아직도 독일에서 네번째로 큰 규모의 산업인 식품생산 분야는 갑자기 성장부문으로 변하고 있다. ‘독일농민연합’ 회장 거드 손라이트너는 이제 다시 한번 공급과 수요가 시장을 지배하고, 구매자들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 ‘새로운 형태의 농민해방’을 환영한다.
전도가 유망한 농업
“심지어 콤바인을 몰고 있을 때에도 판매할 곡물이 남아 있느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라고 57세의 한스-위르겐 잔드보스가 작년의 수확에 대해 말한다. 그와 그의 부인은 지난 26년 동안 독일 북부 니더작센 주에 있는 목가적인 작은 17세기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해왔다. 그 가족은 농장을 대대로 소유해왔고, 잔드보스는 아들이 그 전통을 잇기를 희망한다. 19세인 아들은 고등학교를 마친 뒤 농장에서 훈련을 받고 부모의 선례를 따라 농업을 공부할 계획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아이가 농부가 되는 것을 말렸습니다”라고 잔드보스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는 아들에게 원래 계획대로 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농사는 또다시 유망해진 것이다.
오늘날의 농부는 동시에 사업가가 될 수 있다. 그의 자산은 밀, 유채씨, 호밀, 양조용 보리, 옥수수, 감자, 사탕무와 같은 농작물들로 구성된다. 한 농부의 성공의 열쇠는 특정 산물들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추어 윤작(輪作)의 요건들을 고려하면서 작물을 심을 수 있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
농지가격은 상당한 정도로 뛰었다. 국유토지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베를린 소재의 공공기관들은 기록적인 흑자를 보고하고 있다. 2007년 상반기에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 주의 농지 1헥타르의 평균 시세는 7,400유로로서, 작년 가격에서 23퍼센트 올랐다. 독일 서부의 농지가격은 그것보다도 더 높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는 농지 1헥타르의 호가(呼價)가 25,000유로까지도 올라갈 수 있으며, 그리고 그 값에 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농지 임대비용 역시 상승하였다. 좀더 작은 면적에 대해서도 헥타르당 1,000유로가 더이상 드문 사례가 아니다. 니더-작센 주 린겐 시의 농업고문 요한 칼버캄프도 역시 토지가격의 빠른 상승을 주목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땅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식량부족은 극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농경지는 마음대로 증대될 수가 없다. 지난 30년간, 전세계의 경지 면적은 약 15억 헥타르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나 남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농지가 더해지고 있는 반면,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줄거나 산업개발 용도로 점점더 많은 땅이 유실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10년 사이에 경작되고 있던 토지 8백만 헥타르가 사라져버렸다. 비교를 위해 예를 들자면, 독일에서는 1천2백만 헥타르에 조금 못 미치는 면적의 땅이 현재 농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만약 세계인구가 지금과 같은 숨가쁜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않다면 참을 수 있을 것이다. 1950년에 태어난 사람은 인류가 25억에서 현재의 66억으로 그 수가 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만약 2050년까지 세계인구가 90억 혹은 100억으로 증가한다면 “세계는 막대한 양의 추가적 생산을 농업분야에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수학자 프란츠 요셉 라데마허는 경고한다. 로마클럽 회원인 라데마허는 “농업생산 부족이 극적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인구가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식습관을 바꾸고 있다. 상하이, 하노이, 자카르타의 신흥 중산계급은 쌀과 콩으로 된 식단에 이제는 만족하지 못하며, 피자와 파스타, 햄버거와 돼지갈비살에 대한 기호가 늘어나고 있다. 육류소비는 지난 25년간 곱절로 늘어났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육류생산은 많은 양의 사료를 필요로 한다. 돼지를 키우는 농부는 돼지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료 3킬로그램을 필요로 하고, 쇠고기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7대 1로 더욱 높다. 또한 가축을 먹이기 위한 곡물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1킬로그램의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에는 약 900리터의 물이 든다.
세계인구의 4분의 1을 먹여야 하는 중국
새로운 식습관의 영향은 특히 중국에서 크다. 모택동 시대 중국인들의 식단은 채식이 지배적이었다. ‘풍요’의 증대와 함께 중국인들은 메뉴를 확장하여, 전통적인 탕면(湯麵)과 같은 요리에 많은 양의 고기를 첨가했다. 이 거대한 나라는 이러한 늘어나는 수요를 국내자원으로는 충족시킬 꿈도 꿀 수 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현재 이미 그들의 분수를 훨씬 초과하여 살고 있다. 중국은 먹여야 할 인구는 세계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지는 세계 전체의 겨우 10퍼센트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중국은 꾸준하게 세계의 식량자원을 매점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불과 10년 전에 비해 대두를 7배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해외로부터의 옥수수 수입도 2006년 한 해에만 15배 증가했다.
역설적이지만, 중국이 중요한 식품 수출국이었던 것이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그러나 그때는 원유가격이 아직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고, 기후변화는 기껏해야 극소수 기상학자들의 흥미나 끌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에너지와 기후위기가 최우선적인 정치적 의제가 된 오늘날, 중국인들도 세계의 나머지 사람들처럼 식물에서 채취한 연료를 환경 덫에서 빠져나올 탈출구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농산품이 더욱더 부족하고 비싸게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수십억을 들여 연료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식물들의 생산 및 생산능력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갈수록 더 많은 양의 유채씨가 바이오디젤로 정련되고 있고,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에탄올로 되고 있다. 금년 1월, 유럽위원회는 기후문제에 대한 야심적인 해결책을 실행시킬 방법들을 검토했다. 유럽연합 농업장관 마리안 피셔 보엘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을 20퍼센트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바이오디젤과 에탄올 이외의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식물기름에 대한 수요는 석유가격과 함께 증가하지만, 그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훨씬더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EU는 2020년까지 바이오연료를 적어도 10퍼센트는 포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곡물이 우리의 접시 대신 연료탱크를 위해 생산될 때, 식품가격은 옥수수나 대두와 같은 사료의 비용이 올라가듯이 인상된다. 사료값 인상은 가축사육 비용을 올리고, 그것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인상으로 곧바로 옮겨간다. 석유가격, 다른 말로 하면 OPEC이, 슈퍼마켓에서 돼지갈비살이 얼마가 될 것인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이 바이오연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미국이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에 좀 덜 의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 농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래 작년에 최고로 많은 옥수수를 생산했다. 43세의 아이오와 농부 팀 렉커는 자신과 동료 농부들은 땅으로부터 최대한 얻어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농부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생산, 생산, 생산하는 것입니다.”
최근 렉커의 농장에서 점심식사―스테이크와 콩으로 된―시간에 그의 휴대전화가 짤막한 소음을 냈다. 곡물가격에 대한 문자메시지가 온 것이다. 렉커는 그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하루에 약 세 번 받는데, 그 소식은 거의 항상 좋다. 그와 그의 이웃들은 그들 자신만의 개인적인 경제적 기적들을 경험하고 있다. 최신의 곡물 사일로들이 렉커의 농장 둘레에 속속 솟아나고 있다. 그것은 번쩍번쩍하는 로켓 모양의, 그 건축주들이 가지고 있는 장래에 대한 확신의 상징들이다. 많은 아이오와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州)를 벌써 ‘새로운 텍사스’라고 부르고 있다. 마치 바이오연료가 석유에 대한 완전한 대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처럼.
수확기 동안 렉커는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난 도로를 하루에도 수차례 트럭을 몰고간다. 매번의 선적에 옥수수 27톤을 운반한다. 어떤 큰 수출업자는 미시시피 강 옆에 지하저장 설비를 마련했다. 거기서부터 옥수수가 화물선으로 적재되고, 그것은 뉴올리언스로 운송되어 더욱 큰 선박으로 이송된다. 운반된 옥수수는 그곳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여 전세계에 있는 목적지로 이동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소수 농기업들
뉴올리언스와 같은 곳에서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하이테크 회사들로 대표되는 미국에서조차도, 전통적인 농업 산업이 여전히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 산업에서는 소수의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그중 최대의 기업은 카길(Cargill)인데, 그것은 1865년에 창립된 미네소타 출신의 가족소유 회사이다. 피고용인 15만8천명과 매출 8백8십억 달러인 카길은, BASF, 삼성, 휴렛-펙커드와 같은 주요 국제기업들에 필적한다. 카길은 자사 인쇄물에 스스로를 이렇게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먹는 국수의 밀가루, 감자튀김 위의 소금, 토티야의 옥수수, 디저트의 초콜릿, 청량음료 속의 감미료”이다.
카길, 아처 대니얼스 미드랜드(ADM), 번지(Bunge) 세 회사가 전설적인 ‘ABC 복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규모의 재생가능 상품 사업에 끼어들길 희망하는 자는 모두 이 세 회사들 중 적어도 하나와는 거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국적 농기업들은 농부와 조합들로부터 곡물과 지방(脂肪)종자들을 구입하여 자신들의 사일로에 쌓아두고 건조, 가공한다. 그들은 자신의 상품을 자신의 운송 터미널에서 배에 실어, 화물선 선단을 전세내어 세계 구석구석으로 발송한다. 그들은 밀을 가루로 빻고, 대두를 동물사료로 가공하고, 그리고 지금 특히 돈이 벌리는 활동―유채씨를 바이오디젤로 전환하는 일을 한다. ADM은 함부르크 항구에 있는 유럽 최대의 바이오디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시설 옆을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즉시 그 침투성이 강한 감자튀김 냄새 속에 완전히 젖어버린다. 이 거대기업들은 수확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배함으로써, 부가가치 연쇄(連鎖)의 최고 수익점(收益點)들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그들 사업의 초점은 남반구로 점점더 많이 옮겨가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과 태국은 중요한 쌀 수출국이 되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중요한 식물성 기름 생산 산업을 개발하였으며, 인도와 중국은 둘다 설탕을 대량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 OPEC’를 형성하려는 기도
이 바이오연료 붐은 또한 전통적으로 유라시아의 곡창지대인 남동유럽의 부흥으로 귀결되었다. “흑해 주변지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라보뱅크 분석가 데로더는 흥분해서 말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지금 빠르게 농업 초강대국으로 되어가고 있다. 작년 ‘녹색주간’에서 러시아 농업장관 알렉세이 고르데예브는 약 2천만 헥타르의 농경지가 여전히 휴경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유럽에서 무엇이든 필요하면 러시아가 공급할 것이라고 그는 청중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곡물 OPEC’을 형성하자는 그의 제안은 반드시 열렬한 환호를 받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의 농업환경은 적어도 이웃한 러시아만큼 기대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는 우크라이나의 ‘검은 흙’을 독일제국으로 톤으로 실어 날랐다. 그 흙은 어찌나 비옥한지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흔히 1년에 두 차례의 수확을 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기타 옛 소련권 국가들에서 농토를 구매하려는 급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러시아의 부유한 재벌들 사이에서 대규모 농지를 독점적으로 사들이는 일은 유행이 되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그들 시민들에게만 토지매입을 허락하고 있다. 한편 폴란드는 외국인들에게 농지재산을 구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소수 국가 중 하나이다. 예전에 곡물거래상 일을 했던 독일 북부 출신 얀 페터스는 1995년에 폴란드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부터 그와 6명의 동업자들은 북부 폴란드에서 1,000헥타르가 넘는 땅에 농사를 지어왔다. 그들은 그 땅의 3분의 1은 소유하고 나머지는 임대하고 있다.
페터스는 처음에는 그러한 모험적 조처를 취한 것을 후회했다. 과거에 국가소유였던 농장의 토양은 고갈되어 있었고, 그것을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 수년이 걸렸다. “어려운 시기는 지났습니다.” 페터스는 사업이 이제는 번창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페터스와 그의 동료 투자자들은 헥타르당 300유로에 그 토지를 구입했는데, 지금 투자가들은 1헥타르당 4,000유로까지 기꺼이 지불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팔지 않겠느냐고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특히 끈덕지다고 말한다.
경작 가능한 땅을 위한 경쟁
동유럽에서 지구를 반이나 돌아 브라질까지 세계 전역에서 최량의 농지 분배를 둘러싸고 격심한 경쟁이 분출하고 있다. 아마존 강에 걸터앉아 있는 브라질은 온화한 기후 덕분에 세계 최대 농업국으로 되어가고 있다. 브라질의 가장 중요한 농사지역으로서 그 면적이 대략 독일과 맞먹는 고이아스 주에서는 농업이 1990년 이래 매년 약 7퍼센트씩 성장했다. 쇠고기, 대두, 설탕, 커피, 오렌지 주스에서 이미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브라질은 아직도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브라질 농업장관 라인홀드 스테파네스는 말한다. “우리는 농업 산출을 손쉽게 배가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 산업은 그 장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예전의 대두 밭, 소 방목지, 면화농장들을 사탕수수 밭으로 대체하였다. 설탕재벌들은 고이아스의 곡창지대 리오 베르데를 에워싼 지역에서 높은 가격을 치르고 광대한 토지를 사들였다. “오로지 바보들만이 팔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47세의 목축업자 고메스 데 모라에스가 말한다.
모라에스 가족은 5대에 걸쳐서 캄포 알레그레 농장을 경영해왔다. 이 농장은 리오 베르데의 대농장들 중에서도 보배이다. 오래된 망고나무가 안마당에 그늘을 짓고, 집의 수도는 근처 시내에서 끌어온 것이다. 몇달 전 모라에스는 자신의 목가적인 집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부인과 도시로 이사한 뒤, 모라에스는 이제 재산 관리에 자신의 시간을 쏟고 있다. 그는 브라질과 프랑스 합작기업에 그 농장을 임대해주었다. 그 회사들은 그것을 거대한 사탕수수 대농원으로 바꾸어놓을 계획이다. 캄포 알레그레는 2009년부터 에탄올을 생산할 것이다. “그들은 내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폴란드인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사람들도 외국자본을 대환영했다. 그 자본의 많은 부분은 미국 달러의 형태로 브라질로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출자자의 명단에는 다수의 유명한 이름들이 포함되어 있다.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와 전 세계은행 총재 제임스 울픈손은 에탄올 공장의 채권을 손에 넣었다. AOL 설립자 스티브 케이스 역시 그랬다. 그들 모두는 환경운동가라는 역할을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쏠쏠한 수익을 보기를 기대하며 브라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믿고 있는 것과 같이 그렇게 바이오연료가 환경친화적인가에 대해 전문가 세계는 오래 전부터 의혹을 품어왔다.
제한된 경제적 가능성
실제로, 이제는 바이오연료 산업에 대한 많은 비판자들이 존재한다. 그들 가운데는 OECD, ‘푸드워치’와 같은 소비자 단체, 독일정부의 환경 전문가위원회, 그리고 심지어는 네슬레와 같은 주요 식품회사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그들의 평결은 통렬하다.
OECD에 따르면, 바이오연료의 생산 확대가 “환경에 별반 혜택도 끼치지 않으면서” 상품시장에 “견딜 수 없는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푸드워치’는 바이오연료 전략이 농부들에게는 유익하지만 기후를 보존하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독일의 환경 전문가위원회는, 바이오연료 산업이 “일반적으로 인정된 과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네슬레 최고경영자 피터 브라벡-르마스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환경적 광태(狂態)’라고 기탄없이 그 성격을 규정한다.
환경적 결과는 실로 실망스럽다. 농부들이 생산하는 에너지의 태반은 애초에 그 식물들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에 의해 상쇄된다. 그들은 화석연료를 소비하여 식물을 수확하고, 운반하고, 선적하고, 저장하고, 건조한다. 살충제와 비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경제적 가능성 또한 제한되어 있다.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 전부가 연료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휘발유에 대한 수요의 고작 약 12퍼센트를 충족시키는 데 그칠 것이다.
독일에서는 유채(油菜)가 다른 많은 농작물들을 대체했다. 이제 사료용 완두나 콩류를 심는 것은 극소수의 농부들뿐이다. 유채밭은 그 노란 꽃과 함께, 재생가능 상품들 중에서 제일 많은 공간―170만 헥타르, 달리 말하면 2000년에 비해 약 60퍼센트나 늘어난 공간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확장은 부분적으로 휴한지(休閑地), 녹지, 늪, 즉 천연의 이산화탄소 저장소들을 희생한 대가로 온다.
한 간단한 계산이 바이오연료의 가능성이 별처럼 빛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SUV자동차 한대의 대략 100리터들이 탱크를 채우려면 에탄올 생산자는 밀 약 4분의 1톤을 공정해야 한다. 이것은 제빵업자가 약 460킬로그램의 빵을 구울 수 있는 밀의 양이고, 이것은 약 총 1백만 킬로칼로리의 영양적 가치를 갖는다. 즉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러니까, 부자들의 SUV자동차가 궁극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빵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인가? 워싱턴에 소재한 ‘지구정책연구소’ 소장 레스터 브라운에 의하면, 바로 이 질문이 북과 남 사이의 새로운 충돌의 본질을 요약하고 있다. “8억의 자동차 소유자와 세계의 빈자(貧者) 20억 인구 사이의 갈등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농산물 시장의 혼란이 주는 영향을 제일 먼저 아프게 느끼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수입의 80퍼센트까지 식품에 쓴다.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타격을 크게 받습니다”라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존 파월 사무차장이 말한다. WFP는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기구이다. 그들은 제일 절실하게 필요한 곳―난민캠프, 홍수로 황폐하게 된 지역, 전쟁지역에서 대략 9천만명에게 식품을 제공한다. WFP는 자금지원의 절반을 자선기부에 의해 조달받고, 나머지 절반은 유엔 회원국들의 기부금으로부터 얻는다. 자금의 태반은 곡물, 값비싼 곡물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다. “우리는 이제 예전과 똑같은 일을 달성하는 데에 전보다 더욱 많은 돈을 필요로 합니다”라고 파월이 말한다.
“자신의 가족조차 부양할 수 없다”
그는 상승하는 곡물가격에 대해 착잡한 심정이다. 세계시장에서 전보다 높아진 가격은,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농민들이 더 많은 돈을 받고 곡식을 팔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중 일부는 WFP와의 거래에 의한 것이다. WFP는 그들의 식량재고의 약 3분의 2를 개발도상국에서 구입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심지어 농촌 사람들까지도 종종 추가로 밀이나 옥수수를 구입하여 수확을 보충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개발도상국들의 쓰라린 현실의 일부이다. 어떤 경우, 농민들은 스스로 생산한 농작물로 자기 가족조차 먹여 살릴 수가 없다.
또한 그들은 또다른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는 매번의 수확을 도박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것은 개발중인 세계나 다른 곳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농작물 수확량은 지난 3년째 계속해서 장기적인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중국 북서부에서는 사막화가 점진적으로 점점더 많은 농토를 먹어치우고 있고, 지하수 수위(水位)는 일부 지역에서 해마다 1미터 이상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심각한 수자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미국 농무부의 한 연구결과가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인들이 그들의 물 문제에 대하여 다른 해법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마도 ‘실질상의 물’―곡물을 뜻한다―을 수입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은 이미 곡물수입에서 브라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국가는 포괄적인 공급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의 식품저장고, 브라질은 사실상 무제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중국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머지 지구에 대하여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태고 이래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다. 농산업이 사탕수수 대농장을 확장함에 따라서 대두를 재배하던 농부들은 아마존에 더욱 가깝게 옮겨가야 하고, 거기에 있던 목축업자들로부터 땅을 구입한다. 목축업자들은, 다시, 새로운 방목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열대우림을 태워 버린다.
농산물 부족이 어떤 식으로 몹시 취약한 초목지대의 파괴에 기여하는지를 이것은 예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존 지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야자수 열매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인도네시아에도 해당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이 상품을 ‘벌목 디젤’이라고 부른다. 브라질 그린피스의 파울로 아다리오에 의하면 “대두와 에탄올 가격이 오르면 열대우림이 불탄다.”
새로운 접근방식
농산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한, 비옥한 토양이 얼마나 소중하고 드문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화전(火田)에 의한 삼림파괴보다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만약 농업이 세계적인 수요를 조금이라도 더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새로운 접근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도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계의 개발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을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더이상 어떠한 중요한 진전도 이루어낼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50년 전, 농부 한 명이 1헥타르의 땅의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에 30시간이 걸렸다. 오늘날 콤바인 한 대가 동일한 일을 20분 만에 완수할 수 있으며, 1시간에는 60~70톤의 밀을 수확할 수 있다. 이것은 중간크기의 도시에 하루분의 빵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한정된 면적의 농지에서 수확량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세계는 과거에도 한 번 비슷한 도전에 봉착했다. 1960년대에 후진국들은 빈곤과 굶주림과 싸우기 위해서 농업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개량된 종자, 특히 혼성의 변종 종자들을 구매하고, 비료, 살충제, 좀더 효율적인 관개시스템을 사용했다. 1970년에서 1995년 사이, 아시아의 농부들은 경작면적이 고작 4퍼센트 늘어난 데에도 불구하고 수확을 배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그 현상은 ‘녹색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늘날 혁명, 두번째 녹색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전공학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농작물이 해충에 저항성을 가지거나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테크놀로지들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적 개입은 보다 높은 수확량과 보다 나은 품질을 약속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적인 식량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벨기에의 동부 플랜더스 지방에 있는 겐트의 남쪽 산업지구에서, ‘베이어 크롭사이언스’는 120명의 연구자들이 미래의 식물을 개발하고 있는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식물이란 사실상 모든 형태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식물이다. 건기 동안 시들지 않고, 열에도 시들지 않고, 홍수에도 살아남는 게 가능한 식물들 말이다.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에도 생존할 수 있는 식물들이다.
이 겐트의 과학자 미하엘 메츨라트는 실험실의 성소(聖所)인 내부에 출입하기 위해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한다. 그 방은 각각 모종을 담고 이름표가 달려 있는 보존 단지들이 놓여 있는 선반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모종은 보통의 유채처럼 보이지만 이 표본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메츨라프는 그 식물 내의 특정 유전자들의 활동을 고의로 억제시켰는데, 그 유전자들은 정상적으로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따라서 그 식물을 손상시킨다. ‘유전자 침묵시키기’라고 알려진 이 과정은 이러한 자동적 습성을 억제시킨다.
“정상 상태에서는 치명적인”
메츨라프에 의하면, 이들 실험식물이 밭에서 재배되었을 때 수확량은 거의 40퍼센트 증대되었다. 그는 이 식물들을 스트레스 테스트에 노출시켰다. 거기에는 섭씨 45도 기온 중에 9일간 둔 후 완전한 건조상태에 2일간 노출시키는 실험도 포함되었다. “이것은 정상적으로는 치명적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조작된 식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것들은 번성한 반면, 대조군은 시들고 죽었다. 스트레스에 강한 그의 유채들은 일련의 실지(實地)시험 과정 전체를 통과해야 할 것이다. 메츨라프는 그 식물들이 시판될 수 있기까지는 8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 시점에도 정부기관, 특히 유럽의 정부기관들이 이 유전자조작된(GM) 식물들에 대해 인가를 해주기나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아있다.
캐나다, 브라질, 미국에서처럼 농부들이 일상적으로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용하는 곳의 정부들과는 다르게, 유럽연합은 수년 동안 유전자조작 식물에 대하여 금지하는 입장을 채택해왔다. 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 식물들은 이미 1억 헥타르 이상의 면적, 또는 달리 말하면, 경작지 전체의 7퍼센트에서 재배되고 있다. 유전자조작 기술은 특히 대두, 옥수수, 목화에 흔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지금까지는 ‘유전자 파도’에서 비켜나 있었다.
유럽인들은 유전자 실험실에 기원을 둔 일체의 산물에 심히 회의적이다. ‘그린피스’의 비판자들은 식물 및 동물이 유전적으로 개조되었을 때 발생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에 대해 경고한다. 그들은 유전자조작은 예컨대 알레르기 반응을 초래할 수 있으며, 유전자조작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자연의 다양성을 위험에 빠뜨리며, 그 결과들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베이어’의 연구자 메츨라프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참지 못한다. 그는 인간은 여러 세기 동안 식물들을 기르고 개량해왔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인간 노력의 성공이 운에 달려 있었던 반면, 오늘날의 유전 과학자들은 바람직한 특성들을 식물에게 정확하게 스며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을 단기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메츨라프가 말한다.
국내 가축산업은 이미 유럽이 조심한 결과를 실감하고 있다. 동물사료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고, 이것은 부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 글루텐 수입이 사실상 정지되었기 때문이다. EU는 유럽 내에서 인가받지 못한 것은 전부 수입을 금지하면서 예외없는 엄격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유럽이 얼마나 오래 이 독자적인 노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또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두번째 ‘녹색혁명’은 나머지 모든 곳에서 이미 진행중이라고 미카엘 슈미츠는 말한다. 그는 독일 중부도시 기센의 농업경제학자이다. 그는 유럽이 조만간 결국은 그들의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식량부족은 수십년간 계속될 것인가?
슈미츠는 세계 농산물 시장을 수년 동안 지켜보아왔다. 그와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컴퓨터 복합 프로그램 덕분에 그 교수는 미래를 얼핏 훔쳐볼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환경이 변화할 때―현재의 상황과 같이―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의(模擬) 상황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해서 슈미츠는 인구증가, 소득성장 수치를 포함하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그 컴퓨터에 먹여준다. 농산품의 생산, 소비, 비용과 관련된 수많은 숫자들도 물론 포함된다. 한 그럴듯한 시나리오에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한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경제국들은 아직도 한참 따라잡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격 상승의 시기가 오래 갈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져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것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슈미츠는 정확히 꼬집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현재의 부족사태가 수개월 내에, 또는 심지어 수년 내에 종식될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슈미츠의 예견은 “이것은 20년 혹은 30년 계속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김정현 옮김)
최근 세계 전역에 걸쳐 시작된 새로운 식량위기에 관한 이 글의 출전은 독일의 시사주간지 Der Spiegel (온라인판) 2008년 1월 24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