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토목공사에 대하여 서사시 〈남한강〉의 시인 신경림은 최근 어느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정부가 대운하를 포기하고 ‘4대강 살리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안도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가보고 나는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였다. 거기에는 천벌을 받을 짓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이 일을 추진하는 측은 말할 것도 없고, 방관하고 있는 사람들도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인은 왜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말하는가. 한평생 언어의 진실성을 위하여 살아온 시인의 입장에서, 그는 아무리 썩은 정치, 아무리 엉터리 권력이라 할지라도 이토록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 국가권력이 오늘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소 미심쩍어하면서도 강을 ‘살린다’는데 어쩌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언어가 철저히 뒤집혀진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기에 아마도 시인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안심하는 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은 시인의 그런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전히 딴판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맹렬한 속도로 파괴되는 강을 보면서 민감한 사람들은 낙담하는 정도가 아니라,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천, 수만년 동안 산맥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며 들과 모래톱과 여울을 만들어 인간을 포함한 무수한 생류(生類)들이 새끼들을 낳고 키우며 즐겁게 생을 향유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었던 우리의 강들이 참혹하게 파괴되고 있다. 가증스러운 것은 이 가공할 파괴행위가 ‘4대강 살리기 사업’ 혹은 ‘녹색 뉴딜 사업’이라는 이름 밑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대규모 파괴행위를 비판하고, 반대하면 ‘살리기’에 맞서고, ‘녹색’에 저항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6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비판과 저항의 움직임들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해괴한 논리에 의해 억압당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를 전제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다. 강의 흐름을 끊고 대규모 댐들을 곳곳에 세우고, 깊이 6미터가 넘게 강바닥을 파헤친다는 것은 결국 뱃길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홍수방지나 수질개선이란 터무니없는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깊이있게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단 1퍼센트의 타당성도 합리성도 없는 이 대규모 파괴행위로 인한 결과는 우리의 자연과 사회 전체에 걸쳐 재앙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야말로 훨씬더 견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끊임없이 ‘홍보’타령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반대를 위해 반대를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따져보면 이것은 보수, 진보라는 정치적 당파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인데도 그들은 장래를 우려하는 수많은 양심의 목소리들을 조롱하고 멸시하기만 할 뿐, 이 사업의 정당성을 입증할 신뢰할만한 근거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깊이 준설을 하고, 보를 세우면 수질개선이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낙동강을 버리고 엉뚱하게 부산지역 취수장을 지리산 쪽으로 옮길 계획을 한다든지, 절대로 대운하를 위한 공사가 아니라고 하면서 대통령은 버젓이 공개된 자리에서 내륙지역 대구가 조만간 항구도시가 될 것임을 천명하는 모순된 언동을 드러내고 있다. 자가당착적인 거짓말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4대강’ 개발로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오히려 현실은 수많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을 무자비하게 뺏는 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을 장려하고,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한다면서 수도권의 가장 모범적인 유기농단지를 없애고 관광위락시설과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게 지금 국가권력의 행태이다. 이 모든 노골적인 속임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국민을 전부 바보로 여기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작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4대강’ 문제는 기본적으로 하천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럼으로써 강유역을 따라 형성, 발달되어온 우리의 토착 민중문화의 근거지를 말살시킬 것이다. 정말 두려운 것은 조만간 닥칠 끔찍한 결과들이다. ‘4대강’에 대한 난폭한 공사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인간생존을 위한 자연적 토대 중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들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다는 것을 뜻하며, 그로 인해 한국사회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영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번호 《녹색평론》은 다급한 심정으로 4대강의 운명을 우려하는 많은 지식인, 활동가, 종교인들이 근래에 여러 자리에서 행한 발언들을 묶어서 낸다. 이 발언들이 일관된 기획 밑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러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 주류언론이 이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발언들은 매우 소중한 것들이다. 웬만큼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일지라도 여기 모아놓은 발언들을 주의깊게 읽어가는 동안에 사태의 심각성과 절박성에 심히 놀라고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이 사회의 가장 긴급한 핵심적 현안은 ‘4대강’ 문제이다. 이것은 토건국가가 내포하고 있는 모순의 결정판이며, 민주주의의 크나큰 위기이자, 무수한 죄없는 생류(生類)들의 생명을 유린하는 테러이다. ‘4대강’ 프로젝트는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