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지역 독자모임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포 대야미 마을에는 주민들이 함께 만든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이 있었어요(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현재는 해산한 상태). 조합원들이 어울리는 모임에서 한 분이 《녹색평론》 모임을 제안하셨고, 마침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면서 오랜 《녹색평론》 독자였던 세 명이 바로 의기투합해서 2019년 3월, 네 명으로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을협동조합 자체가 마을 안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아이를 키우고 이웃과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꿈꾸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서 생각과 가치가 비슷한 점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녹색평론》 모임이 생긴 건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조합 공간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사이 한 명이 늘어 회원은 다섯이 되었구요. 여러 고비가 있었습니다. 조합 운영이 어려워져서 공간이 사라지고 조합이 해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모임은 드문드문 이어졌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기간엔 저희 집 마당에서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모였던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 모임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마저도 어려워 도저히 모이지 못할 때에도 서로를 향한 안부, 함께 나누고 싶은 글, 책 등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단톡방에서 이어졌습니다. 《녹색평론》이 휴간되었을 땐 과월호와 김종철 평론집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함께 읽으며 복간을 기다렸습니다.
엔데믹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매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진행방식은 늘 비슷해요. 먼저 서로의 한 달 살이에 대한 근황을 나눕니다. 그리고 각자 읽었던 내용 중 나누고 싶은 글들을 소개하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울려 풍성한 자리가 됩니다. 모두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나 모임이 있다 보니 그런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영화, 다큐멘터리, 강연 등에 대한 정보도 오가구요. 복간된 182호를 받았을 땐 너무 반가워서 서로 단톡방에 새로 나온 《녹색평론》 사진을 올리며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사이 늘어난 회원이 이젠 총 열 명이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 송년모임엔 여섯 명이 모여 올해 최고의 드라마, 영화, 책이란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모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돌이켜보면 《녹색평론》이란 중심이 있어 서로 기대고 붙들어주며 험한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정치에 대한 실망, 기후에 대한 걱정, 교육과 살림의 지난함에 치일 때에도 한 달에 한 번 모여 《녹색평론》을 읽다 보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들을 다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글을 함께 읽는 관계는 사람도 일상도 더 풍성하고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다만 늘어난 회원들과 함께 읽어온 시간만큼 각자의 삶에 어떤 변화와 실천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깨달음도 삶으로 살아내야 진짜니까요. 올해엔 지켜나가고자 하는 녹색 실천과 다짐에 대해 나누어보고 싶어요. 전국의 각 지역마다 《녹색평론》을 함께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한 권의 책이 주는 이 깊고 끈끈한 연결과 유대가 얼마나 힘이 되고 감동스러운지 모릅니다. 《녹색평론》을 읽을 수 있는 한 어떤 세상이 와도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발간을 위해 늘 애써주시는 편집부 여러분들과 전국에 계신 독자분들이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신순화(경기 군포지역 독자모임)

 

한반도의 남쪽 끝자락 김해, 부산과 맞닿아 있는 인구 55만의 도시이다. ‘김해’ 하면 보통 김해평야를 떠올리지만, 녹평을 뒤에서부터 읽는 독자라면 남다른 답을 할 것 같다. 그렇다. 한 도시에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두 개 있다는 것이다. 구도심에는 김해 독자모임이, 신도시에는 김해 장유 독자모임이 있다. 이 ‘한 지붕 두 가족’은 지난해에는 두 번이나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었고, 최근에는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도 함께 읽었으니 꽤 돈독한 관계이다.
장유모임에서는 지난해부터 특별한 작당(?)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김해시 모든 도서관에서 《녹색평론》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다. 우리는 2023년 10월부터 김해에 있는 8곳의 도서관을 나누어 맡아 정기간행물 비치희망 신청을 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2024년 봄호부터 비치하기로 했다”고 알려준 곳이 있는가 하면, “보는 사람이 없다, 심의위원회에 올려보기는 하겠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잡지가 도서관에 비치된 이후에도 많은 시민이 읽을 수 있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3월이면 어느 도서관에서 봄호를 만날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하고, 2024년에는 김해의 모든 도서관에서 《녹색평론》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우리는 《녹색평론》을 두 달에 걸쳐 읽고, 나머지 한 달은 단행본을 선정하여 탐독한다. 모임 마무리는 ‘내꼽문’이라 하여 각자 인상적인 문장을 소개하는데, 이는 그날의 주제를 선명하게 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또하나 자랑할 만한 것은 모임 다음 날에는 오갔던 이야기 내용을 요약하여 단톡방에 올리는데, 이는 참석하지 못한 회원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모임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결과도 가져왔다. 그리고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생각을 단련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데, 지난여름에는 녹평 편집자문위원으로 계신 천규석 선생님 댁을 방문하여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그의 인생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우리의 신념은 깊어지고 넓어지나, 때때로 드는 고민이 있으니 그것은 일종의 자괴감이다. ‘우리끼리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자본은 이미 내 일상에 깊이 들어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인데’라는 탄식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너진다면 장유모임 7년의 역사가 헛되이 된다. 마침 신문에 실린 글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인다.
“여기저기 열 명 내외 모이는 만남들이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 좋은 책을 읽고 열린 대화를 하면, 상처와 두려움은 사라지고 활력과 용기가 솟는다. 비록 소수지만 살아있음의 기쁨과 작은 희망을 만들어내는 즐거운 활동들! 이 운동들이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권력질서에 균열을 낸다.”(강수돌 칼럼, 〈한겨레〉, 2023.12.1.)
―오태석(경남 김해 장유지역 독자모임)

 

184호에 실린 〈쌀과 아파트와 상품가치〉는 쌀이 농본사회의 대표상품이고 아파트가 자본주의의 대표상품이란 면에서 흥미로웠다. 이 둘의 상품가치를 비교한 논의는 도농 간 불평등을 해명하는 의미도 있다. 1960년대 이후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근간이었던 저임금―저곡가 패러다임이, OECD 가입을 넘어 유엔이 인정하는 선진국이 된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이 내겐 불가사의했다. 그러나 《자본》을 공부하면서 그것이 필연적 결과임을 알게 됐다.
모든 가치는 인간의 노동에서 창출된다. 자본은 노동자의 노동력(생명력) 지출에 더해 잉여가치를 생산, 증식한다. 초기에 자본가는 노동시간 연장으로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이 한계다. 처음엔 단결금지법(1799~1824) 등이 노동을 억압했지만, 노동자 투쟁으로 노동시간을 약간씩 제한하는 공장법(1844~1847)이 나온다. 이에 자본은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개발한다. 노동시간은 동일해도 기술혁신이나 노동강도 증대로 노동생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가치생산물 중 생활수단의 가치를 낮춰 잉여가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즉, 가치증식을 위해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생활수단(쌀)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가 개입한 저곡가 정책이다. 한국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기초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고통당했고, 농민들은 저임금을 위한 저곡가 정책으로 신음(이중착취)했다. 즉, 저임금―저곡가 정책의 본질은 후진적인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을 떠받치는 하부구조였기에 쉽게 바뀌지 않고 오늘에 이른다. 이런 의미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쌀은 그야말로 ‘민생’의 필수임에도 (박정희 이래) 자본주의 산업화에 필요한 노동력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자 강제로 쌀을 가치 절하하거나 사실상 가치 부정해왔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위 필자는, 지난 대선 때의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TV토론을 거론하며 윤 후보의 ‘시장주도 축적’은 물론 이 후보의 ‘지속가능 축적’까지 모두 비판했다. 그리고 “(우리가 집단중독된) 경제성장이란 (자본의) 가치증식일 뿐! ‘탈성장’ 담론에도 불구하고 ‘탈자본’ 없인 ‘탈성장’도 불가능하다”고 봤다. 나는 이 대목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실천적 비약이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한국은 민주주의, 경제, 평화 등 3대 위기를 심각하게 겪는다. 따라서 지금은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대전환’의 주춧돌을 놓는 게 핵심 과제다. 자주관리와 상호부조에 기반한 소공동체 연합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 과제이지만, 지금은 ‘기후악당’이요 ‘평화악당’인 대한민국을 역주행으로부터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급하다. 따라서 탈자본이나 탈성장 담론도 좋지만, 국민과 함께 반드시 정립해야 할 당면 과제를 잘 설정하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정현태(남해기후행동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