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대의 필연적인 종말 앞에서,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명석하게 밝히고 있다.
2002년 〈시사저널〉이 뽑은 올해의 책.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석유시대의 종말과 에너지 전환의 의미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 에너지와 인간다운 삶 / 에너지 위기를 보는 시각 / 9 · 11 테러, 세계화, 에너지 시스템

제2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방향
생태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력산업 구조개편 /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력산업 구조 / 전력산업 민영화, 발전노조 파업, 환경운동 /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사태와 그 교훈 / 독일 전력시장 자유화의 전개과정과 그 결과 / 한국의 재생가능 에너지원은 얼마나 될까

제3부 에너지와 시민운동
반핵을 넘어 에너지 대안운동으로 / 강화도 송전탑 건설과 에너지자립 시민운동 /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절약운동의 방향 / 석유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허둥대는 한국 / 지방자치시대의 환경과 에너지 /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기후변화, 정말 걱정할 필요 없나

제4부 핵기술, 핵사고, 핵폐기물
핵분열 발견이 남긴 것 / 체르노빌과 도카이무라 핵사고의 교훈 / 원자탄 개발이 가져온 것 / 월드컵 열린다고 중대 핵사고 무시해도 되나 / 증기발생기 세관, 왜 자꾸 부서지나 / 핵폐기물과 존 웨인의 죽음 / 핵폐기물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 핵폐기물 처분의 기술적, 윤리적, 정치적 문제 / 타이완 핵폐기물과 남한 핵폐기물 / 핵무기, 핵폐기물, 환경오염

저자 소개

이필렬(李必烈)
1957년 인천 출생. 1986년 베를린 공대 졸업(디플롬 화학자). 1988년 베를린 공대 박사과정 졸업(자연과학 박사). 베를린 공대 및 런던대에서 과학사 연구. 방송통신대 교수
저서로 《교양환경론》(공저),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머리말]
석유가격이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세계 주식시장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또다시 전운이 돌기 시작한 탓이다.
9 · 11 테러를 빌미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미국이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라크의 후세인을 축출하겠다는 기세다.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못된 짓을 일삼은 ‘깡패국가’를 응징하여 세계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에게 후세인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테러리스트이다. 그가 언젠가는 자기도 죽이려 들지 모른다. 당연히 그런 “불안 속에서 사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자기를 노리는 상대방을 먼저 없애면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필연적인 것이다.
부시가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냉철한 경제적 손익계산도 이미 끝낸 것처럼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서 이라크를 장악하면 당분간 석유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자리에서 부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에너지에 의존하는 국가다. 우리 경제가 부서지기 쉬운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부시와 그의 부하들은 석유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석유가 없으면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물론, 미국의 석유산업이 등을 돌리면 자기들의 권력도 끝장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석유산업계 출신이고, 막대한 석유로비의 자금을 가지고 권좌에 올랐기 때문이다. 부시는 작은 석유회사를 경영했고, 부통령 딕 체니는 수년간 석유기업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국방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8년간 석유콘체른 ‘셰브론’의 감사를 지냈고, 유조선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영예도 얻었다. 부시의 경제수석은 2001년에 파산한 에너지기업 ‘엔론’의 자문역으로 일했다.
석유는 현대 산업사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과 같은 것이다. 석유가 잠시라도 흐르지 않으면 산업사회는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석유는 온갖 갈등과 분쟁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일어난 많은 전쟁들이 석유로 인한 것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미국-이라크 전쟁은 물론이고 체첸 전쟁, 미국-탈레반 전쟁의 이면에는 모두 석유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석유에 의존하기를 그치지 않으면, 석유로 인한 분쟁도 그치지 않는다. 이 분쟁은 우리가 석유와 그 친척인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서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을 확립할 때에 종식될 수 있다. 석유 확보를 위해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에서 전쟁을 통해서라도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현대사회에서 석유가 지닌 의미, 석유의존의 위험, 그리고 석유로부터 벗어나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제1부에서는 석유자원의 현황, 석유와 9 · 11 테러의 관계, 석유의존 에너지 시스템의 반생명성 등에 대해서, 그리고 제2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서 논했다. 제3부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시민운동에 대해서, 제4부에는 핵에너지와 핵폐기물 문제에 관해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보았다.
한국은 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전부 수입한다. 세계 에너지 위기가 일어나면 어떤 대책도 소용없는 에너지 수급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그리고 우리가 조금 안다고 하는 미국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도, 우리에게 에너지 문제의 본질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책 속의 글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2002년 10월
이필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