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근년에 작고한 김종철 전《녹색평론》발행인이 2016년부터 2020년 봄까지〈한겨레〉,〈경향신문〉그리고〈민중의소리〉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저자의 칼럼집으로는〈한겨레〉,〈경향신문〉,〈시사IN〉등의 지면에 2008~2015년 사이에 발표한 원고를 묶은《발언Ⅰ·Ⅱ》(2016)가 이미 출간되어 있는데,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발언Ⅲ》은 2016년 이후 발표된 원고들을 담은 그 후속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목차

엮은이의 말

Ⅰ. 기본소득이라는 출구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농민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사회
“투표라는 것 해야 합니까?”
영어 광풍 속의 한국문학
기본소득이라는 출구
브렉시트,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백합이 썩을 때
‘카오스의 여왕’ 힐러리

Ⅱ. 불의한 나라의 전문가들
몬스 사케르
자유시민―농민 백남기
불의한 나라의 전문가들
그들은 뭘 하고 있었나
‘들사람의 얼’이 필요하건만
시민의회를 생각한다
‘시민권력’으로 세상을 새롭게

Ⅲ. 시민권력과 시민의회
새로운 정치와 ‘경제성장’
트럼프의 등장과 민주주의
미국과 한국의 다른 선택
‘시민권력’을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
시민권력과 시민의회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민주정부’의 기분 좋은 출발
원전문제, 누가 결정해야 하나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트럼프가 떠난 뒤

Ⅳ. 안보논리를 넘어서 평화체제로
‘소녀상’이 있어야 할 곳
‘불안의 정치’에 맞서려면
안보논리를 넘어서 평화체제로
철도여행의 꿈도 좋지만
히로시마, 평화, 기후 아마겟돈
‘한국인의 생각’을 밖에서도 듣게 하자
정치의 생명, 공평무사의 정신

Ⅴ. 도망갈 것인가, 싸울 것인가
‘민주정권’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제발 어른답게 행동하자
기후변화와 정치적 결단
도망갈 것인가, 싸울 것인가
툰베리의 결기
비무장 중립국이라는 큰 그림

Ⅵ.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
불타는 지구, 무책임한 정치
코로나 사태와 장기 비상상황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
코로나 사태, 활로는 무엇인가

추천의 말

김종철은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사상가로 일컬어진다. 그는 1991년, 우리 사회에서 선구적으로 생태주의를 표방한 격월간 인문지《녹색평론》을 창간하여 2020년 작고 당시까지 편집인으로서 일선에서 활동해왔다. 그는《녹색평론》을 포함한 여러 지면을 통해서, 오늘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전 인류사회가 빠져 있는 깊은 수렁의 정체를 명철한 눈으로 보고, 그것에 대해 정직하게 ‘발언’하는 한편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들을 찾아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김종철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한국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통화나 기본소득, 시민의회, 숙의민주주의 등등 이제 일반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게 된 다양한 사회실험과 개념들을 앞서서 소개하여 이 땅에서 풀뿌리 차원의 운동들이 발아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묶여 있는 글들은 누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길지 않은 호흡을 갖고 있다. 그리고 칼럼이라는 원고의 성격으로 인하여 근년에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사태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독자들은 개별 사건이나 사태에 국한되지 않은 저자의 일관된 장기적·포괄적·심층적 통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로 표상되는 가공할 생태적 위기에 더하여, 도저히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총체적 위기―정치적·사회적·경제적 혼란이 전 세계에 걸쳐서 수년째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표를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시대적 현실과 요구에 대해 창조적인 비전을 갖고 대응하기는커녕, ‘성장시대’의 낡은 방식만을 맹목적으로 답습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국내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김종철의《발언》은 인간다운 삶을 옹호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논리와 원리를 곡진하게 일러주면서 우리에게 비탄과 무기력을 딛고 넘어설 힘을 주고 있다.

저자 소개

김종철(金鐘哲, 1947‑2020)
1947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 영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지냈고, 1991년에 격월간 《녹색평론》을 창간하여 작고 당시까지 에콜로지 사상과 운동의 확대를 위한 활동에 전념하였다.
저서에《시와 역사적 상상력》(1978),《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1999),《간디의 물레》(1999),《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초판 2008, 개정증보판 2022),《땅의 옹호》(2008),《발언 I, II》(2016),《大地의 상상력》(2019),《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2019) 등이 있고, 더글러스 러미스의《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2002), 리 호이나키의《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2007)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별생각 없이 물자와 에너지를 흥청망청 소비하는 생활을 ‘풍요로운’ 삶이라고 오해하고, 휴가라면 으레 항공여행과 골프와 크루즈 항행 따위를 떠올리면서 그게 ‘좋은 삶’이라고 믿는 정신적 빈곤 속에서 지내왔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좋은 삶’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주어졌다. 그 결과,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풍요’가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통감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의 억제된 소비생활 끝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우리의 삶에서 정말 필요한 물건은 몇 가지 안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좋은 농사와 노동, 비옥한 흙과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연대 이외의 모든 것은 결국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깨달았다.
(중략)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지금 새로운 상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윤추구의 경쟁이 아니라 공생의 윤리와 실천만이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상식 말이다. (…) 우리의 활로는 또다른 기술혁신에도, 새로운 국부의 창출에도 있지 않다. 뒤늦게나마,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오직 공생의 정신에 의거한 유무상자(有無相資)의 생활윤리를 철저히 습관화함으로써만 우리와 다음 세대의 인간다운 생존·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수긍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