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위치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는 《녹색평론》 동아리가 있습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농(農)과 민주주의, 자연을 중시하여 교육과정 속에도 실습, 자치회의 등이 자리 잡은 학교에서 《녹색평론》을 읽는 동아리가 생겨난 것은 필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희는 학기 중 매주 수요일마다 다 같이 모여 《녹색평론》에서 발췌한 글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주로 합니다. 사실 《녹색평론》의 성격이 워낙 확고하여, 여기에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만이 동아리에 들어오기에 활발한 토론(논쟁)이 이루어지는 일은 적습니다. 그러나 함께 활동하기에 꾸준히 좋은 글을 접할 수 있고, 여기에 동아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간이 특별활동도 진행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재작년 교내 행사에서 2022년 10월 15일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하여 기업 SPC의 각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 탈핵 관련한 서명운동을 학우, 학부모, 선생님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것입니다. 더불어 부원들이 함께 상의하여 방학에 연수를 가기도 합니다. 올해 2월에는 정치를 주제로 서울에서 2박 3일 동안 연수를 진행했는데, 일정 중에 녹색평론사에 방문하여 김정현 선생님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녹색평론》을 좋아해서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사회문제를 지속해서 접하기에 “나는 어떻게 해야 사회에 도움이 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고민이 들기도 하고, 또 다 좋은 얘기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인류에게 미래가 있을지 등의 걱정이 들어 때때로 괴롭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녹색평론》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항상 비슷한 내용인 것 같아 새로운 이야기도 있었으면 한다” 등 약간의 아쉬움을 표현하는 말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고민과 걱정,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녹색평론》을 읽고 그 속의 여러 가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진실을 좇고 이상을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가 존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평론사에서 유튜브 같은 SNS를 활용하여 좀더 많은 사람이 《녹색평론》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원도 있는데, 《녹색평론》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연초에는 선배들이 졸업하고 부원이 세 명밖에 안 남아 동아리가 폐지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올해 15명이나 되는 학우들이 동아리에 들어왔습니다. 이 일이 기쁜 이유는 제가 장으로서 꾸려가고 있는 동아리가 폐지를 면했기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크게는 보다 많은 사람이 좋은 글을 함께 보게 됐다는 사실에 있는 듯합니다. 전국적으로도, 아니 세계적으로도 《녹색평론》을 비롯해 그와 비슷한 결의 가치를 지향하는 여러 무언가가 많이 퍼져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김동민(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