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 창출
2015년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따르면 세계는 에너지안보 및 에너지복지 보장에 힘쓰는 한편, 재생에너지 점유율을 대폭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효율을 2배로 개선해야만 한다. 세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에너지체제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도 에너지 효율화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독일은 에너지정책을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명명하고 2022년까지 원전 폐쇄를 마무리하고 2050년까지 에너지소비를 2008년 대비 50%로 저감하고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한다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전환정책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이 줄어들지 않아 파리협약 이행에 어려움을 느낀 독일정부는 얼마 전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한다는 계획도 공표한 바 있다. 덴마크에서도 2016년 의회 결정에 따라 ‘저탄소 사회 실현 및 탈화석연료 달성’을 목표로 전환정책 이행에 나서고 있다. 덴마크정부는 2030년까지 덴마크 내 전력소비 전체와 총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로 하고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정책 통합에 강조를 두고 있었다면 영국은 2017년 10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통합하는 ‘청정성장전략’을 채택하였다. 탈석탄 정책 추진과 재생에너지 확대, 셰일자원 개발과 원자력과 가스 역할 유지로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1990년 대비 80%로 감축하고 202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최소의 국가, 사회적 환경비용으로 지속적 경제성장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각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일자리 창출을 결과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발전소 증설로 인한 일자리 증가만이 아니라 태양광 패널, 풍력 블레이드 생산 등 설비부품 생산 확대는 물론, 발전소 설치 관련 일자리와 연구인력 증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업의 에너지 생산성 향상을 독려하고 고효율 가전제품 교체를 지원하는 등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은 에너지 신제품 개발, 에너지진단 서비스사업, 에너지관리 서비스업 등의 증대로 이어져 일자리 증가를 가져온다.
국내에서도 2017년 6월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마련하며 에너지전환 정책 이행에 들어섰다. 아직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고 에너지전환 목표도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필요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조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전환정책이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적극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현주소
에너지전환은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인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기술을 지닌 국가들에는 새로운 경제성장 기회가 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REN21(21세기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최종에너지 소비는 매년 5.4% 증가를 보였고 2017년에 새로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 설비만 전체 신규 발전설비의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2017년도 누적 설치량은 태양광 402GW, 풍력 539GW에 달한다. 태양광 설비의 경우 2017년도 한 해만 98GW가 신규 설치되었다. 2017년 기준 세계 재생에너지 누적 설치량은 1,070GW로 세계 발전용량에서 16.2%, 전기공급의 9.6%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같은 해 신규로 가동된 원자로는 4기에 불과하고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원전 발전량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측면에서도 2017년도 현재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전 세계적인 투자액은 화석연료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의 3배에 달하고, 화석과 원자력 발전을 합친 투자액의 2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만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315조 원에 달했는데 이 경향은 2040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즉, 2040년까지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의 72%인 7.4조 달러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되어 2040년 발전설비 구성은 태양에너지 4,499GW, 풍력 2,151GW에 원자력 453GW로 2039년에 태양에너지 설비가 모든 화석연료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2018~2040년 세계 발전산업 총설치량은 약 9,000GW로 예상되는데 이 중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6,800G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8년 세계 태양광 시장은 105GW를 기록하고 전체 발전 시장의 신규 설치량인 320GW의 절반을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GW 이상 설치된 국가는 3~8개에 불과했으나 2018년 11개, 2019년 16개, 2020년 17개 등 태양광에 대한 수요 저변이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시장 확대는 아직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현저히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이미 크게 확대된 독일의 경우, 2017년에 태양광발전 거래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50% 하락을 보였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입찰 평균가격이 킬로와트시당 4.6유로센트, 4.33유로센트였는데, 갈탄이 4.59~7.98유로센트로 가격 역전을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바이 전기수자원위원회의 태양광 입찰가는 2014년 킬로와트시당 67.4원에서 2년 만에 27원으로 내려갔고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 가격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 와트당 2,310원에서 2016년 1,254원으로 크게 하락하였고, 2025년에는 770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시스템에 들어가는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 태양광 모듈 효율과 생산력 향상으로 태양광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육상풍력이 2016년보다 40~50%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BNEF는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2040년에 태양광발전 단가는 현재보다 66%, 육상풍력은 47%, 해상풍력은 71% 하락을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은 메가와트시당 원자력발전 단가가 94~196달러를 기록했는데, 태양광은 36~77달러를 보였고, 영국에서는 원자력 단가가 202~240달러를 보인 반면 태양광은 86~104달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이 현격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붕형 태양광이 대폭 확대되어 가정용 전력수요는 물론 전기차 증가에 따른 수요도 충당하여 송전선로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측에 따르면 호주는 총발전량의 24%, 브라질은 20%, 독일은 15%를 지붕형 태양광이 충당할 것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시장 등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주축이 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 확대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생산되는 잉여 전력의 저장을 위해 ESS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어서 2040년까지 2,390억 달러가 이 부문에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뿐만 아니라 전기차 확대로 2030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73%까지 하락하며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설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독일은 ESS 장치 가격 인하를 고려하여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의 경우 고정구매제도 개선을 통해 ESS 설치를 유도하여 가구에서 생산된 전력을 자가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제도 개선은 재생에너지 설비 시장 확대만이 아니라 신규 ESS 시장 확대를 가져와 새로운 산업일자리 창출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시장 확대와 더불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 투자가 증가하고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전을 보이며 분산형 재생에너지시스템 기술도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중앙집중식 시스템과는 달리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그리드 등 새로운 전력망 기술 수요를 낳게 된다. 가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 전기를 실시간으로 그리드에 연결하여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전력망이 아닌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럼 지능형 전력망의 물리적 구축에 들어가는 기술력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고, 또한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절약한 전기를 되팔 수 있는 수요시장 운영도 가능해진다. 지능형 전력망을 이용한 신규 서비스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교통 분야 전력화를 추동할 전기차 확대 역시 충전기술 분야 혁신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전환정책에 따라 교통 분야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발맞추어 전기자동차 확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3분기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49.4만 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8년 3분기 신차 판매 중 전기자동차 비중이 5%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들 수요 증가는 전기자동차 관련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신산업과 새로운 일자리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로 2016년 대비 총 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대형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2018년 현재 1,034만 개로 태양광 분야 337만, 바이오에너지 306만, 풍력 115만, 태양열 냉난방 81만을 기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3% 증가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많았던 국가들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원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시기 가장 크게 시장이 확대된 태양광 분야에서는 중국, 인도와 미국과 일본에서 일자리 창출이 많았다. 태양광의 경우 일자리가 창출된 국가 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데, 이는 벌크식 제조방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상위 5개 제조 국가에서 이 분야 일자리 창출의 90%를 점유한다. 이 중에서도 중국에 220만 개 일자리가 몰려 있고 그중에서도 설치 일자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입찰가 등이 하락하면서 유럽의 경우는 지난해에 비해 8% 감소를 보였다.
풍력 분야의 경우, 육상과 해상을 포함하여 일자리가 전년도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오지만 미국의 풍력 분야 고용은 2017년에 3% 상승하여 10만 5,500개를 기록하며 정점에 도달했다고 한다. 풍력 분야에서도 역시 중국이 전체 고용의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5개국이 전체 일자리의 76%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경향을 보면 대형 해상풍력단지 조성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경우, 육상 분야는 감소했으나 해상풍력 분야가 전년도 대비 26% 증가를 보였다. 해상풍력에서는 유럽 풍력산업이 기술 선두를 유지하여, 이미 설치된 해상풍력 설비의 88%가 유럽 기업에 의한 것이었다. 이들 기업 중에는 국외 수출로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풍력의 경우 부품, 장비, 서비스 제공 등이 세계화되어 유럽 풍력기업들의 80%가 해외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풍력 시장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여러 국가들에서 일어날 수 있다. 전 세계 풍력산업과의 긴밀한 연계로 국내 관련 부품산업 육성을 계획할 수 있고, 이는 국내 전환정책이 진행될수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겠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화석연료와 비교하여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솔라재단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태양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생산의 2% 이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용은 석탄산업보다 2배, 원전의 5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광 패널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제조 일자리 창출은 없어도 태양광발전소 사업 기획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고, 판매와 배송, 연구개발, 정부행정 등에서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 2017년 현재 총 12만 9,400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의 2014년 보고서도 원자력은 1,000MW당 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태양광은 1,060명, 석탄화력은 190명, 가스발전은 5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에 발간된 국내 산업연구원 보고서도 태양광발전은 100만 달러 투자에 15.7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더구나 이들 일자리는 소규모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어 일자리 분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제조, 설치, 운영, 유지보수와 기술 개발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 일자리를 보여주고 있는데, 에너지전환으로 생겨날 수 있는 일자리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8년 미국에너지고용보고서(USEER)는 에너지 관련 고용 통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에너지 효율화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에 새로 생겨난 에너지 분야 일자리에서 50%가 에너지 효율화 부문이었다. 2017년 한 해만 6만 7,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일자리를 합하여 미국의 경우, 총 효율화 부문 일자리 종사자는 225만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소비 감축을 위해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소비 관리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증가하고 관리서비스 제공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일자리들이 생겨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100만 달러를 효율화 부문에 투자했을 경우 생겨나는 일자리는 수천만 개인데 화석연료의 경우는 수백 개였다고 한다. 태양광 부문 일자리와 유사하게 에너지 효율화 일자리 225만 개 중 70%가 종업원 10명 이하 회사들에 소속된 걸로 나타나 효율화 일자리 역시 중소기업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전환정책으로 에너지 효율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에너지진단 서비스 확대, 수요관리 시장 확대 등으로 정책 다양화를 꾀할 경우,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업체 수는 473개, 고용인원은 1만 6,177명으로 태양광 분야가 54%를 차지하고 있고 풍력이 15% 비중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3020’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이전의 통계이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48GW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일어나게 되면 관련 일자리들은 눈에 띄게 증가해 있을 것이다. 한편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의 단계적 폐쇄가 진행되어 2022년 28기에서 2031년 18기로 줄어들면서 원전 관련 일자리 축소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이렇게 양쪽 부문에서 각각 일자리 축소와 일자리 창출을 결과할 것인데, 앞서 다수 보고서들이 예측한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기 때문에 총 일자리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태양광산업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일자리 창출을 결과하는 제조부문이 국내에서 2030년까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실제로 총 일자리 증가가 일어날 것인지는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재생에너지 부문의 일자리 증가와 관련해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재와 같이 전환계획이 태양광 설비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되어 패널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 설치 기술직들의 불완전 고용만을 초래할 수 있다. 전환정책을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 차원에서가 아니라 태양광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고용정책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양풍력의 경우는 국내에 축적된 조선업 분야 기술을 해양풍력산업 기술과 연계시켜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여 고급 엔지니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분권적 사회
에너지전환 정책은 이렇게 한 국가 전체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게도 해준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민사회의 주도로 진행된 유럽의 경우를 보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성장으로 결과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분산형 재생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계획되고, 정책수단 역시 이에 맞게 갖추어져야 한다.
오스트리아 귀씽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변경에 위치한 귀씽은 1990년까지도 화석연료 소비에 연간 1,500만 유로를 지출하고 지역에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유출될 수밖에 없던 가난한 도시였다. 그러던 중 시청에서 일하던 전직 농구선수의 제안으로 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목재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대체하는 장기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계획은 1990년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우선 시민들에게 이 계획의 현실성을 보여주고자 시가 소유한 공공건물에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지역난방설비를 설치하였다. 귀씽 인근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시의 에너지 예산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었고 별문제 없이 돌아간 난방설비 기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획득할 수 있었다. 이어 시에서는 1996년에 시 전체에 난방 배관망을 깔고 이를 통해 바이오매스 설비에서 만들어낸 난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난방열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어 2001년에는 기술혁신 제품인 바이오매스 가스화 설비를 완공하면서 열에너지 부문에서는 귀씽 자체 생산으로 시 전체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열생산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이런 이점을 활용하고자 목재 가공업체 등 열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귀씽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2010년이 되던 해 젊은이에게 제공할 일자리가 없던 귀씽은 1,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50여 개 회사들이 자리한 산업도시로 변화하였다. 한편 바이오가스화 기술 연구를 위해 2002년에 유럽재생에너지센터(EEE)가 들어서고 2009년에는 테크니쿰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귀씽은 명실상부하게 재생에너지 연구를 이끌어가는 혁신도시로 부상하기도 했다. 빈공과대학, 그라츠대학과의 공동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바이오매스 가스화와 합성연료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전환은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 재생에너지법이 통과된 이후 2006년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태양광과 풍력 투자에 나선 독일은 현재 전력이나 열 판매로 이윤을 얻고 있는 협동조합이 855개에 달한다. 이들 조합은 전국에 걸쳐 존재하며 지역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의 31.5%가 협동조합 혹은 개인 소유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경우도 이런 재생에너지의 특성에 기반해서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전략에 ‘공동체 에너지’ 지원을 포함시키고 있다. 2014년 영국의 기후변화에너지부에서는 ‘공동체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여 지역공동체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설비 소유권을 확보하여 에너지안보를 지키면서 동시에 이를 통해 지역경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풍력발전 개발자들로 하여금 설비계획 과정에 인근 지역공동체 지분 참여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지역공동체가 참여한 재생에너지 설비로 공동체는 판매수익을 획득하여 공동체에 필요한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공동체 에너지 전략은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중앙과 지역사회 간의 경제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발전설비 건설 등에의 지역주민의 참여는 한편으로 지역 에너지정책에의 시민참여 활성화로 이어져 에너지 민주주의를 앞당기게 된다. 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통해 에너지생산에도 참여하게 된 시민은 그동안 정부 혹은 지자체가 독점하고 있던 에너지공급계획에 직접 참여하여 미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하는 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전환의 주요 정책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 효율화에도 참여하여 전환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중앙집중식 화석연료 발전체제에서는 불가능한 에너지 민주주의가 재생에너지 발전체제에서는 실현 가능해진다.
공동체를 위한 에너지시스템
이렇게 에너지전환은 다만 에너지 연료를 바꾸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에너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국내 전환정책의 하나인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태양광발전 설비 업체, 발전소 정비업체 등 신규 사업 영역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관련 연구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면서 연구인력 확장도 일어날 수 있다.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미터기 보급과 건물 에너지 관리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업종도 등장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성과는 전환정책을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로 분산될 수 있다.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와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자원을 지자체 특성에 맞게 활용하는 재생에너지계획을 지자체 단위에서 수립하고 이들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중앙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제도화하면 전환 성과의 분산화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중앙행정에서의 에너지 공급계획 독점화에서 벗어나 지자체에 에너지공급 및 에너지정책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는 에너지 분권화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시민들의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현재의 신재생에너지고급의무화(RPS) 제도를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에너지전환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만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그리고 정책설계―재생에너지의 분산적 특성에 맞추어 발전설비 계획, 기술개발 계획이 이루어지고 시민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적용될 때 그 경제적 성과를 시민 개개인이, 공동체가 누릴 수 있다. 전환정책 내용이 이런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관련 제도들은 이에 맞게 정비되어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때이다. 에너지전환이 공동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