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착취를 강화하기 위한 회의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에서 한 행사가 열린다. “국제 기업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이 바로 그 행사다. 수백명의 다국적기업 경영진들과 정치인들이 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포럼은 1천개의 다국적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업주 엘리트들의 모임이다. 1971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신자유주의 의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참여한다.
이 기구는 개인당 1만5천달러의 회비를 내며 매일 호화스런 만찬을 즐기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부패의 끈을 단단히 동여맬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1년에 한번씩 열리고 매년 중동과 유럽, 아시아 대륙에서도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의 목적은 “세계의 지도자들한테 전략적 안목과 주도권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다.1)
그들이 중요시하는 안목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의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말한다. “끊임없는 경영혁신 정신”.2) 그들의 경영혁신은 평범한 사람들을 좀더 잘 쥐어짜기 위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여한 기업주들과 관료들은 좀더 적은 노동자들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고 공공기업을 신속하게 사기업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세계경제포럼은 해마다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한다. 나라별로 경쟁력 순위가 매겨진다. 규제완화가 잘 되어있고 기업의 세금 부담이 적고 노동규율이 높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1)2)
이 기구는 WTO와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자신들이 WTO를 설립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랑한다.3)
세계경제포럼은 무역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이 말하는 장벽은 무엇인가? 그들이 없애려는 장벽은 환경 규제다. 그리고 공공주택과 의료와 교육을 위한 공공 지원금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다.
또, 세계경제포럼은 지구적 의제를 세련되게 다루는 기구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단지 기업만이 아니라 언론, 지식인, NGO, 예술 등 모든 분야에 개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개방성은 아시아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 그들은 말할 것이다. 자유시장은 불안정하긴 해도, 그래도 수백만명에게 진보를 가져다주지 않았냐고.
그러나 그들의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된 최근 20년 동안 모든 집단과 국가에서 경제성장이 낮아졌다. 1인당 GDP의 연평균 성장률도 3.6퍼센트에서 1퍼센트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평균수명 연장과 유아사망률 감소 역시 둔화됐다. 초·중·고교 취학률의 증가도 대부분의 국가 집단에서 둔화됐다.
작년 말 발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충격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세계화 과정에서 굶주림은 더욱 늘어났다.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에서 1995-1997년과 1999-2001년 사이에 기아인구 수가 1,800만명 늘었다. 세계에서 아사 직전에 있는 사람들은 8억5천만명에 이른다.
FAO 사무총장 자크 디우프(Jacques Diouf)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모든 여성과 남성, 어린이에게 충분한 양 이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왜 수십만명이 기아에 허덕이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4)
그래서 영국의 언론인 존 윅스는 세계화(Globalize)를 ‘세계적 거짓말(Global-lies)’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약속은 거짓이다.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다. 절대빈곤 계층은 1996년에 전체 인구의 5.91퍼센트였지만 2000년에는 11.46퍼센트에 이른다. IMF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소득이 가장 낮은 10퍼센트의 월 소득은 고작 3.2퍼센트 늘어났을 뿐이다. 매년 물가가 3-4퍼센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되레 줄어들었다. 반면 한국 부자들의 잡지인《포브스 코리아》에 따르면 삼성 이건희의 재산은 1년 동안 6억달러나 늘어났다.
시장경쟁과 구조조정이 경제를 살렸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경쟁 때문에 4백만명의 신용불량자가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 때문에 은행 노동자들 가운데 3분의 1이 직장을 떠났지만 금융 불안은 여전하다. 금융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었던 이헌재가 경제부총리로 돌아왔다. 경쟁 교육으로 사교육비 지출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바로 이런 세계를 강화하기 위한 부자들의 기구다.
전쟁과 파병을 지지하는 자들의 회의
세계경제포럼은 조지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추진한 정부의 각료들의 잔치이기도 하다. 일본, 한국, 호주, 태국, 필리핀, 몽고 정부들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응원하고 이라크에 파병했다.
일본은 무장한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하기 위해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을 추진했다.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은 4년 한시 입법으로서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한 법이다. 그리고 일본은 작년 유사법제 3개 법안을 통과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테러대책 특별법’을 제정해서 전후 처음으로 이지스함을 인도양에 파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지했다. 고이즈미는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 몰이에 이용하고 있다.
한국정부와 우익은 파병을 철회하지 않을 태세다. 더 나아가 아파치 헬기와 탱크 등으로 중무장까지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과 LG텔레콤 등은 이라크전쟁으로 돈을 벌 기회를 거머쥐었다. 현대건설은 3천억원가량의 건설계약을 따냈다.5)
호주정부도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에 2천여명이라는 대규모 부대를 파견했다.
태국은 443명을, 필리핀은 1백여명의 군대를 보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 강화를 위한 회의
사기업화와 자유무역협정과 WTO의 정당성을 촉구하는 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응원하고 이라크 민중의 피를 손에 묻힌 자들이다. WTO의 미국측 무역대표부 로버트 졸릭은 카타르에서 열린 4차 WTO 각료회담 당시 “9·11테러가 WTO를 살렸다”고 환호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전쟁은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군사적 표현이다. 2002년 발표한 부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국가 성공모델은 자유, 민주주의, 자유기업(강조는 인용자)”이다.
전쟁광들은 국제 정치경제가 이렇게 굴러가기를 염원한다. 첫째 자유로운 자본 이동(그러나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님), 둘째 자유무역(당신의 선택에 중요한 국내 산업을 위협하는 수입품은 제외하고), 셋째 보호·공공 조달·공공 소유·기타 장치 들을 통해 국영기업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차별할 일이 전혀 없는 국제 투자(교육, 연금, 공공운수, 거대 금융기관들을 다국적기업이 맘대로 주무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넷째 달러를 주요 준비통화로 만들기, 다섯째 달러를 맘대로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조건 철폐(금-달러 연계 제도는 귀찮은 존재였음) 등.
세계경제가 위와 같이 굴러간다면 금융위기에 주기적으로 빠지는 나라는 더 많아질 것이며, 경쟁 체제를 강요하기 위해 군사력에 의존하는 일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군비 경쟁을 강화하고 미사일을 애꿎은 나라에 퍼붓는 사이 전쟁과 환경파괴와 노동자들 쥐어짜기의 승부사들은 헐값에 사들일 기업 명단을 뽑고 실제로 계약을 성사시키며 각종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더 진전된 논의들을 밀고 나가려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 쓰일 수도 있는 돈들이 학살과 살인 기술을 늘리는 일에 퍼부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부시가 살인 기술에 돈을 쏟아붓는 것과 비례해 기아가 증대했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전쟁 비용으로 거의 1,000억달러를 지출했다. 또 ‘국토 안보’ 비용으로 거의 300억달러를 썼다. 반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1년에 겨우 800억달러만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빈곤을 추방해 영양실조 상태를 개선하는 일에 쓰여졌다. 한국의 국방예산도 올해, 작년에 비해 5조 5억원이나 더 늘어 23조원이 된다. 그러는 동안 사회복지비는 삭감되고 있다.
이번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는 파병 정부들이 아시아에서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강화하기 위해 벌이는 잔치다. 전쟁과 파병을 응원하는 아시아의 지배자들이 사기업화와 자유무역협정과 WTO의 정당성을 촉구하는 회의다. 전쟁광들의 아시아 동맹 세력이 교육과 보건의료를 더욱 시장에 내맡기고 현장노동자들을 더 많이 쥐어짜기 위한 기회다. 따라서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운동(J13)은 반전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결합되어야 한다.
최근 반신자유주의 운동은 결정적인 순간 반전운동의 성공에 힘입었다. 작년 칸쿤 WTO 회담과 미주 자유무역협정 회의의 실패는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전세계 반전운동과 반전여론 덕분이었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 때 ‘칸쿤의 실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싱가포르의 통상부 장관은 이렇게 표현했다. “칸쿤의 실패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전세계 시민들의 태도와 관련있다.”6)
파병 규모 3위의 전범 국가가 되려고 하는 나라에서 수만명이 거리에 뛰쳐나와 신자유주의 반대와 전쟁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시위는 전세계의 반전·반자본주의 시위에 참여했던 수백만명뿐 아니라 부시한테 악몽이 되고 있는 이라크 민중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해로운 결과와 맞서 싸우는 운동과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운동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를 부여할 것이다.
한국정부에게 이번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동아시아의 금융 허브’라는 표어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당성과 파병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것이다. 이번 회담이 그 어떤 도전 없이 치러진다면 그것은 파병을 추진한 이 나라의 정치인들한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누가 후원하고 누가 오는가
왜 J13의 목표가 반전과 반신자유주의이어야 하는지는 세계경제포럼 후원사들과 초대받은 자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번 회의에 참여하고 후원하는 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떼돈을 번 기업들이며 전쟁광들과 파병 정부를 후원해왔다. 그리고 아시아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느라고 혈안이 된 자들이다.
보잉 ― 최대 전투기 판매 회사이자 MD의 주 계약사인 보잉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미 국방부와 체결한 사업비 ‘7배 증가’라는 기록을 올렸다.
이미 한국에서도 보잉은 발사체와 통신, 그리고 유도 기술 부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2002년에 보잉의 F-15K를 한국에 대량 판매했다. 보잉 한국 지사장을 지낸 윌리엄 오버린은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하다.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인 그는 노무현 정부에 ‘동북아 금융 허브’론을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베어링 포인트, 부즈 엘렌 앤드 해밀턴, IBM ― ‘테러와의 전쟁’에서 재건사업 수주를 따낸 기업들도 있다. 작년 11월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오로지 10개의 기업으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그들은 미국의 점령을 돕고 있다.” 그런데 이 기업들 가운데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전략 동맹사들과 회원사들이 포진해있다. 베어링 포인트, 부즈 엘렌 앤드 해밀턴, IBM 등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KPMG(베어링 포인트) ―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공식 후원기업인, KPMG로 불리기도 하는 베어링 포인트는 아프가니스탄 경제 계획을 짜준 대가로 4천만달러를 받았다. 베어링 포인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최고 입찰가를 기록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바로 세계 최대의 회계·세무·법률·경영 자문 법인회사인 베어링 포인트의 회장이 이번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의 의장 중 한사람이다.
프라이스 쿠퍼스 컨설팅 유니트 ― 경제정상회의의 전략적 동맹사이자 142개의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도 이라크 재건 프로그램을 세우는 데 참여한 기업이다. ‘기업책임시민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한국 지사인 ‘삼일 회계 법인’은 삼성의 회계 조작을 돕는 경영컨설팅 회사다.
참여연대는 2003년 7월 현대그룹의 대북지원 사건과 관련해 삼일 회계법인이 현대건설에 대한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했다며 폭로한 바 있다.
ABB ― 세계경제포럼 전략 파트너와 선출 회원사들과 전쟁광들은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선출 회원사인 ABB는 유럽 엔지니어링 회사인데 럼스펠드는 이 회사의 비상근 이사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회사가 북한 경수로 사업에서 수주를 따낸 뒤 자신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나라를 통해 해마다 19만달러를 받았다.
스타그룹 ― 세계적인 위성방송사이자 뉴스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스타그룹의 CEO는 세계적인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이다. 이 회사의 경영진이 이번 서울 회의에 초대됐다. 머독 부자는 한국의 방송시장 개방에 누구보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나이키 ― 나이키는 이번 서울 회의의 공식 후원기업이다. 중국에는 11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숨겨진 50여개의 나이키 공장이 있다. 나이키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인도네시아에는 한시간에 19-21센트를 버는 7만명의 나이키 노동자가 있으며, 베트남에도 한시간에 20-13센트를 버는 45,000명의 나이키 생산 노동자가 있다.
베트남에서 나이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달에 40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베트남에 살고 있는 개인이 한달 동안 식비로 드는 비용인 63달러에도 못 미친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은 주간 65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키가 주는 월급으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생활필수품을 충당할 수가 없다.
이런 아시아의 혹사 공장들 가운데 다국적기업의 미국 본사와 한국의 업체들의 합작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아인들은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삼양 나이키’의 기업주들은 임금인상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감금시키기까지 했다.
한국통신 이용경 사장 ― 한국통신은 1998-2001년 사이에만도 1만2천명의 노동자들을 직장에서 내쫓았다.
에너지 회사 대성그룹 회장 김영준 ― 세계경제포럼에 연달아 초대받았다. 그는 ‘녹색경영자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2004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때 ‘동북아 안정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무총장과 함께 발표를 했다. 그는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상해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다.
중국 재벌 호송롱 ― TV 통신 회사인 콘카그룹 회장이다. 그는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해, 더 많은 이윤창출을 할 수 있다며 크게 반겼다. 이번 회의의 공동의장이다.
싱가포르 재벌 림체온 ― 해운, 건설, 부동산 다국적기업인 케펠(Keppel)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 아제르바이잔과 브라질, 그리고 니카라과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는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자다. 역시 공동의장이다.
인도 IT 재벌 N. R. 나라야나 ― 러저브 인도 은행의 이사이기도 하며 인도 수상의 경제자문위원이다. 또한 인도의 점령국이었던 영국과 인도와의 협력을 위한 위원회의 공동의장이다.
그 외에도 많은 다국적기업과 아시아 대기업의 경영진들이 참여하며, ‘무노조 신화’의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용도 이 회의의 공동의장이다.
광범위한 사람들이 단결할 기회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해로운 결과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이번 세계경제포럼 반대 투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광범위한 세력들이 단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00년 9월 호주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시아 태평양 회의 항의 운동을 더듬어보는 것도 좋겠다. 당시 2만여명이 3일 동안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 노동자들, 환경활동가들, 원주민 탄압에 반대하는 단체, 학생들 등 다양한 운동세력과 단체들은 ‘S11동맹’이라는 광범위한 연합을 건설했다. 이 네트워크는 몇달 동안 그 시위를 준비했다. 대규모 토론회를 열고 거리에서 이 시위의 참가를 호소하는 리플릿을 배포했다. 호주의 대규모 노동조합은 지역과 부문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설득해서 이 시위에 더 많은 노동자들을 동원할 것을 호소했다. 그 덕분에 빌 게이츠는 헬리콥터로, 존 하워드 수상은 경찰함정을 타고 행사장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한다면, WTO의 오만함에 매스꺼움을 느낀다면, 서비스 질을 더 떨어뜨리고 공공요금을 올리며 일자리를 빼앗을 사기업화에 반대한다면, 환경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에 반대한다면, 교육과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자들에 반대한다면, 공공주택은커녕 부동산 투기에 길을 내주는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반대한다면, 신자유주의의 해로운 결과들과 싸우고자 한다면,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군사적 얼굴인 전쟁에 반대한다면, 모두가 단결해서 이 회의에 도전하는 행동을 벌여야 한다.
저들은 자본주의 세계화를 어떻게 거스를 수 있냐며 우리더러 폐쇄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의 세계화는 우애와 평등과 연대에 기초한 세계화가 아니라고. 당신들의 세계화는 직장 동료들끼리 서로 경쟁해야 하고,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이 서로 으르렁거려야 하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라를 옮겨다니는 이주 노동자들을 홀대하는 세계화라고. 자본만의 자유세계라고.
그래서 우리는 이주 노동자들을 환영하는 세계를 원한다고. 다른 나라와 적대하기 위한 무기에 쓸 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의료와 교육과 주택에 쓸 세상을 원한다고.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환경을 우선하는 세상을 바란다고. 그리고 그런 세상을 원하는 세계 곳곳의 운동과 연대하는 세계적 투쟁을 건설하겠노라고.
그런 점에서 2000년 아셈(유럽과 아시아 정상회의) 항의 투쟁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화라는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다” 같은 반자본주의 구호들이 적힌 팻말을 들고 대거 참여했다. 약 80퍼센트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었다. 물론 학생들, 환경활동가들, 인권감시단 역할을 했던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행진에 참여했다.
비록 행사 자체를 봉쇄시키지는 못했지만 아셈 항의 시위는 신흥공업국에서도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1999년 시애틀’이 단순히 북반부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당시 아셈 항의 집회에 참여한 많은 외국의 활동가들은 시위에서 압도적인 다수가 노동자였다는 사실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가오는 6월 행동은 아셈 항의 투쟁의 교훈들을 다시 일깨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 회의에 오는 부자들이 당당하게 회의장 카펫을 밟도록 놔두지 말자.
—-
1)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www.weforum.org
2) 클라우스 슈밥의 말이나 글은 기업의 시장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한국의 노동부 문서에도 자주 인용되곤 한다.
3)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www.weforum.org
4) 유엔〈기아 보고서〉, http://www.fao.org/DOCREP/006/J0083E/J0083E00.HTM
5)〈TIME〉Special Report, 2004년 4월 19일.
6) 2003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 보고서, www.wefor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