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49호 2016년 7-8월호

대학인의 자존 회복을 위하여

《녹색평론》 148호에서 고부응 교수는 “한국의 대학에는 사회적 사명감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대학에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한다. 또 “신자유주의의 가치가 대학으로 파급될 때 대학은 공적 기능을 상실한다. 대학은 지적 성숙을 이룬 교양인 양성을 더이상 대학의 사명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대학교육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투자가 된다”고 하였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경험한 대학도 그렇다. 학생들은 대학을 지적 탐구와 사회비판의 공동체가 아닌 취업준비 학원 정도로 인식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면 갈수록 학생들은 진로 선택에 있어서 공무원 등 안정적 직장만 선호하고 자기 미래와 관련해 누구도 가슴 뛰는 일을 해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입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를 냉소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느 학과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겠지만 인문계열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지는데, 대학 등 온 사회가 자존을 잃자 개인(학생들)도 자존을 잃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는 사이 ‘창조경제’ 바람이 불어 학교 곳곳에 창업 열풍이 분다. 정부도 학교도 사회도 청년들의 창업을 홍보하며 권장하고 그 덕에 많은 학생들이 돌파구로 창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3년간 창업 관련 과목 조교를 해본 내 경험으로는, 학생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지원을 한다는 원래 취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부의 기금이나 창업 관련 공모전에서 수상을 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 또한 이 경험을 자신의 적성을 찾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기회로 생각하지 않고, 억지로 떠밀려 ‘스펙’ 쌓기를 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신산업 인재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가능성은 결국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활동을 하는 것에 국한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스템이 대학에 전면적으로 들어옴에 따라 그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한다.

최근 ‘학벌 없는 사회’라는 단체가 해체를 선언한 것도 충격이다. 그 이유는, 학벌이 없어도 잘사는 사회가 돼서가 아니라 학벌이 있어도 더이상 먹고살지 못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대학의 종말이 아니라 사회의 종말을 말해야 할 듯하다.

그래서 말한다. 대학이나 사회가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여기서부터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터놓고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대학이건 사회건 모든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대화하고 성찰과 비판을 통해 스스로 자존을 되찾기 위해 원탁에 모여 앉아야 할 시점이다.

조규준(고려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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