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값

제레미 리프킨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 -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과학기술 관계 저술가. <바이오 테크 시대>(1998년)의 저자이다.
   이 글은 런던의 <가디언>지 2000년 11월 15일에 발표된 것을 옮긴 것임.

  다가올 미래에는, 지금 줄어들고 있는 지구의 유전자가 금전적 가치의 한 원천이 될 것이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은 잠재적인 시장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희귀한 유전적 특질을 갖고 있는 미생물, 식물, 동물과 인간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대륙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생명공학기업들은 그들이 원하는 특질을 찾아낸 뒤에 이것을 조작하고, 이 새로운 '발명품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를 출원한다.

  새로운 '녹색의 황금'을 조작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적 과학기술은 선진국의 실험실이나 대기업 회의실에 존재하는 반면, 새로운 혁명에 필요한 유전자원은 제3세계의 생태계에 존재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은 선진국 기업들의 '발명품'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제3세계가 쌓아온 토착적 지식과 유전자원을 해적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생명과학 기업들은 상품개발에 소요되는 다년간의 연구개발 자금을 위해 특허출원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허의 대상이 생명에까지 확대됨에 따라 조작된 유전자, 세포, 조직, 장기와 전체 유기체가 진실로 인간의 발명품인가, 아니면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인간의 정교한 기술로 단지 변형한 것인가 라는 중요한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원소 주기표상의 화학원소를 발견했을 때는 화학원소를 구별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독창적인 면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사실상 이것은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므로 특허를 출원할 만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특허청은 유전자의 특질과 용도를 구별하고 분류하는 것은 그것이 발명이라고 주장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세포나 유전적으로 조작된 장기 또는 전체 동물을 특허화하려는 데 이르러 기존의 지배적인 논리에 더욱 긴장이 가해지고 있다. 단지 약간의 유전자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췌장이나 신장이 특허화될 수 있는가? 침팬지의 경우는 어떠한가? 침팬지의 유전자는 인간과 99% 정도 똑같이 구성되어 있다. 만일 연구자가 단 하나의 유전자를 침팬지의 유전자 구성에 삽입하면 그것이 인간의 발명품이 되는가? 미국 특허청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정부가 지원한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놀랄만한 결과 때문에 특허 문제는 갈수록 시민적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8년 이내에 인간유전자 지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유전자들이 확인이 될 것이고, 이것은 다국적 생명과학기업의 지적재산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또한 인간 염색체, 세포 줄기, 세포조직과 장기를 특허화하고 있다. 돌리를 복제했던 생명공학 기업인 '피피엘 의약회사(PPL Therapeutics)'는 지적 재산으로서 복제된 인간배아를 포함하는 특허를 획득했다.

  유전자 청사진과 이것의 이용 기술에 대한 기업의 통제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생명공학 혁명은 우리 삶의 모든 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고, 연애를 하고, 아기를 갖고,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하고, 우리가 일하고, 또 심지어 우리가 우리 주위의 세상과 그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인지하는 방식--즉 우리의 모든 개인적 및 남들과 공유하는 현실이 생명공학 혁명을 통해 깊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 다음의 세대들은 모든 생명을 단순한 발명품으로 생각하면서 자라날지도 모르며, 그리하여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의 경계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생명을 특허화한다는 것은 생명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핵심적인 신념을 위태롭게 한다. 이런 종류의 토론이 19세기에도 있었다. 그 때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모든 인간은 신이 부여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사람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상업적 재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노예제를 반대했던 사람들처럼 이제 유전자조작 반대 운동가들은 인간유전자, 염색체, 세포줄기, 세포조직, 장기 및 배아가 다국적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지적 재산으로 격하되고, 단순한 상품으로 거래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생명의 특허화라는 개념에 도전하기 시작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인간게놈과 우리의 이웃 생물체들의 게놈의 지도를 판독하는 것이 매우 큰 잠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을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이것을 소수 생명공학 기업들의 사유물이 아니라 집단적 신탁물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미래세대를 위하여, 인간 및 다른 생명체들의 유전자 은행을 모든 국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하나의 '공유지(commons)'로 만들 전 지구적인 협약을 고안해낼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남극을 하나의 공유지로 만들기 위해 고안해냈던 것과 비슷한 협약이 될 것이다.

  지구의 유전자 은행을 상업적 착취에서 해방된 하나의 열린 공유지로 남아있도록 하기 위한 투쟁은 생명공학 시대의 가장 중대한 투쟁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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