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불소화를 우려한다
수돗물불소화 2001 전국대회 특별 자료집 발간에 부쳐

김종철

 

   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2001년 6월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여 충치를 예방하자는 움직임이 치과계 일부와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2000년 6월말 현재 진해, 청주를 비롯하여, 과천, 울산, 포항, 남양주, 옥천, 진주, 경기도 광주군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에서 실시중인 불소화 사업으로 37개 정수장에 불소투입기가 설치되어 있고, 또 11개 정수장이 공사를 추진중에 있어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받는 인구가 현재의 597만명에서 전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72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한겨레신문 2001년 6월 7일). 이런 식으로 수돗물불소화가 별다른 제동을 받지 않고 계속 확대된다면,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크게 손상되고 있는 우리들 개개인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온갖 독성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우리의 협소한 삶터와 생태계가 또다시 추가적인 불소오염을 통하여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일이 이른바 일부 전문가들의 뿌리깊은 편견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답답한 심경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물론 아이들의 충치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 자체는 훌륭한 것이지만, 그 방법으로서 공공의 급수체계에 쥐약과 살충제의 원료인 독성물질을 무차별로 투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모든 일이 실제로 수돗물을 사용하는 당사자인 시민들의 의사와는 사실상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많은 시민단체들의 이름으로 전국적인 불소화 촉진모임이 이루어져 있다고는 하나 그들이 과연 얼마나 철저하게 이 문제에 대해 공정하고 깊이 있는 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그러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모든 주민들에게 무차별로 적용되는 공공정책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되고, 시행되는 게 과연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는지 우리는 물어보아야 한다.
 

  불소가 기본적으로 효소활동을 저해하고 면역체계를 손상시키는 독극물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더욱이, 그것은 평균적으로 섭취된 양의 거의 절반이 체내에 잔류, 축적되는 독성물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무리 미량이라도 매일 장기간에 걸쳐 섭취를 할 때, 그 결과가 확실히 안전한 것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불소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수십년이 경과하면서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일찍이 불소라면 무조건 치아에 좋고 다른 부작용은 없다는 일방적인 정보에만 노출되어온 대다수 의사들이 어떻게 숱한 건강장애를 불소화에 연결시켜 진단해볼 생각을 했을 수 있단 말인가. 보지 않으려 하는 데 어떻게 보이는가.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예를 들어, 오늘날 미국의 병원에서 가장 빈번히 처방되고 있는 약품의 하나가 갑상선 질환 치료제이며, 지난 수십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된 갑상선 질환이 불소에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력한 의학적 증언 등이 나오고 있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불소화 수돗물에 거의 근접한 농도에서도 풍토와 체질과 영양상태에 따라 확연한 부작용 ― 예를 들어, 불구성 골격불소증 ― 을 나타내는 사례가 인도 등지에서 풍부하게 이미 예증되었고, 여러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한 동물실험 및 역학적 연구의 결과로 치아 및 골불소증을 비롯하여 뇌신경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발견이 실제로 끊임없이 이루어져왔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보다 더 무모한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의 지시로 행해진 불소의 발암성 여부를 검증한 실험결과도 ― 실험결과에 대한 축소평가에도 불구하고 ― 불소가 '불확정적인(equivocal)' 발암물질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어디에도 불소가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확증지은 결과는 없는 것이 아닌가.
 

  불소화 주창자들이 늘 상투적으로 펴는 논리의 하나로서 대표적인 것은, 불소가 자연물질이고, 전국의 유명한 광천수와 생수에 이미 1ppm농도 내외의 불소가 들어있으며, 그것을 오랜 세월 음용해온 사람들에게서 아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아서 불소화는 절대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불화물의 독성작용에 대한 무지의 탓이거나 고의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광천수 등에 천연적으로 들어있는 불소는 불화칼슘 등 쉽게 용해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한 반면에 수돗물불소화에 사용되는 불화물 즉, 불화규산이나 불화나트륨은 비료공장이나 알루미늄산업의 부산물인 맹독성 산업폐기물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불소화 종주국의 관계당국이 펴낸 자료에도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을 고르게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화물의 독성에 특히 취약하다고 명시되어 있거니와, 이런 내용을 주의깊게 해석한다면, 광천수와 수돗물(연수)을 동일시함으로써 불소화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가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수돗물불소화에 사용되는 ― 한국의 경우도 예외없이 ― 산업폐기물로서의 불화물에 대해 어떠한 안전성 테스트가 아직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 미국의 관계기관도 시인한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주로 영어사용국가들에서 시행되어온 수돗물불소화는 그동안 허다한 부작용 또는 부작용의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증언이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의 세계적인 핵심 추진주체인 미국 공중보건당국과 치과의사협회는 불소화의 부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과학적 노력과 시민적 저항을 일관되게 억압하고 무시함으로써, 불소화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수 있었지만, 서유럽 선진국들은 그러한 주장에 설득되지 않았다. 이른바 복지사업이라고 하는 수돗물불소화가 선진적인 복지사회인 서유럽에서는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심지어 명백히 불법화되기도 하였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더욱이, 불소화를 실시하지 않는 서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오랜 불소화 국가인 아일랜드에 비해 더 양호한 치아건강을 보여주고 있고, 또 오늘날 미국에서 100% 불소화되어 있는 인디언 보존지역들이 거의 예외없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훨씬 큰 구강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깊이 음미해야 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근년에 와서는 불소화의 종주국 미국의 관계기관 내부에서도 이 사업은 관련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다루어온 실무진 과학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환경청의 선임과학자였던 로버트 카턴 박사에 의하면, 불소화는 20세기 최대의 과학적 속임수이다. 나아가서,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환경청의 전문가 노조(勞組)는 노조의 이름으로 1997년과 1999년 두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여, 효과는 극미하고, 위험성의 우려를 제기하는 증거가 날로 늘어가는 불소화 사업의 중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는 줄곧 불소가 치아건강에 유익하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실은 수돗물불소화로 인한 충치예방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증거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불소가 만약 충치예방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내복(內服)이 아니라 접촉이나 도포에 의한 효과라는 것이 불소화를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치과연구자들 자신의 연구논문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소화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 위에서, 개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강제한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일일 수 있는가?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불소화를 권장한다지만, WHO의 문헌에는 해당지역의 풍토와 음식문화 등을 사전에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미국사람보다 훨씬더 불소가 많이 함유된 해산물과 녹차와 쌀과 보리를 상식하는 민족이다. 게다가 지난 수십년간의 산업활동과 농약의 남용으로 인해 우리의 농토와 대기가 크게 불소로 오염되어 있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불소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보고하는 몇몇 연구들은 이미 미량의 불소가 수중생태계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고 있음을 한결같이 시사하고 있는데, 그중 북미 태평양 연안의 강들로 회귀하는 산란기의 연어들이 불소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는 마음 아픈 소식은 대표적인 생태계 손상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소가 유익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불소치약 등을 사서 쓰면 될 것이다. 만약 불소치약을 원하지만 그것을 사서 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염려된다면, 그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다른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보면 될 것이다. 불소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은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소섭취를 강요할 아무런 권리가 그들에게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보험의 경우를 들어 수돗물불소화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불소화가 개인들 각자의 세계관, 체질, 영양상태, 병력 등을 불문하고 획일적으로 타인의 인체에 간섭하는 일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나아가서, 불소의 독성작용에 특히 취약하다고 알려진 민감성 체질의 소유자들,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한 빈곤층, 영유아, 그리고 신장병이나 당뇨병 등 대사능력이 저하된 건강약자들은 고려할 필요도 없는 존재들인가? 이들의 엄연한 존재에 대해서 섬세한 배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수돗물을 통해 불소의 음용을 강제하려는 기도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건전한 사회적 양식을 지닌 보건전문가들의 행동이라기보다 불소화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을 드러내는 행동일 뿐이다.
 

  충치가 왜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식생활을 포함한 오늘의 문화 전체가 심히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적절한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충치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불소라는 독성물질의 비자발적인 섭취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과다한 설탕의 사용에 깊이 중독된 식문화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함께 우리의 삶과 환경이 전반적으로 건강한 기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구강보건과는 '수돗물불소화 반대 국민연대'에 보내온 한 회신에서,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주요 보건기관들이 대부분 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안전성이 확고하게 입증된 불소화에 대한 더이상의 반대운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자제'라는 용어를 썼지만, 권위주의적 어조로 점철된 문맥 속에서 그 표현은 사실상 반대운동을 하지 말라는 명령조의 말투였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케이블 텔레비전과의 인터뷰 속에서 수돗물불소화가 강제 의료행위라는 비판이 있는 데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여, 이미 그 문제는 미국의 연방 대법원에서 "무해한 것으로 판명된 불소화의 공익성은 개인적 이익에 우선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였다.

  이에 대해, '수돗물물소화 반대 국민연대'는 보건복지부에 다시 질의문을 보내어 답변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내용은 첫째, 수돗물에 대한 불소의 인위적 첨가가 실시중이라는 60여개 국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줄 것, 둘째, 수돗물불소화의 안전성이 확증되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보내줄 것, 셋째, 보건부 장관이 언급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문을 보여줄 것 등이었다.

  이주일쯤 지나서 도착한 보건부의 회답은 이렇게 되어있었다. "귀 민원은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관한 것으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내용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국의 연구기관이 발표한 내용에 의구심을 갖는 민원이므로 직접 WHO등 관계기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의 책임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하기는, 얼마나 궁색했기에 이런 식의 답변을 보냈을까. 실제로, 60여개 국가가 불소화를 실시중이라는 것도 사실무근인데다가, 일찍이 수돗물불소화의 법적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린 바가 없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이란 게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안전성이 확증되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정략적 발언이라는 것은 이 문제를 철저히 들여다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 것이다.

  이렇게,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근거 위에서 지금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오염 문제가 걸려 있는 중대한 시책을 전국의 보건공무원들을 통해 맹렬히 추진, 확대하는 일에 부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아직도 언론, 과학자들, 지식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 환경단체들은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지금 수돗물이 일반적으로 경원당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전국적으로 수돗물에 인위적으로 불소가 첨가된다면,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 음료수는 물론이고 우리의 식생활 전반이 불소화 수돗물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수돗물을 식수의 주된 원천으로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물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소는 일반 가정용 정수기의 여과과정을 통해서 걸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 문제에 관련해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관련한 공공정책이 수돗물불소화의 경우처럼 물을 먹는 사람들 자신은 소외된 채 몇몇 전문가, 보건당국에 의해 결정, 집행되는 것이 과연 민주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는 일인가? 수돗물불소화를 둘러싼 문제는 곰곰이 따져보면 많은 정치적, 법적, 윤리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수돗물불소화를 여러 각도에서 문제삼는 수많은 문헌 가운데서 일부를 뽑아서 이 자료집을 발간하는 이유는 물론 현재 확대일로에 있는 국내의 불소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노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지만, 나아가서는 앞으로 심화 확대될 것이 분명한 과학기술 시대에 있어서의 공공정책의 결정과정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데 하나의 작은 참고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불소화 주창자들은 그동안 줄곧 수돗물불소화 반대운동을 뒷받침해온 이들 문헌이 이미 외국에서는 폐기된 지 오래인 '쓰레기'라는 주장을 퍼뜨려왔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폐기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과연 이것이 쓰레기인지 아닌지는 이 자료집을 직접 차분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읽어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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