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불소화의 비윤리성과 위험성

김종철

 

   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영남대 교수

  오늘(3월 7일) 아침 신문에서 보건복지부가 수돗물불소화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런 기사를 다룰 때 보다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주실 것을 바라면서, 그동안 불소화 문제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간단한 소견을 드립니다.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예방치학팀에 의뢰하여, 수돗물 불소 투입으로 인한 충치예방효과가 크고, 부작용의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하는 발표는 한마디로 넌센스입니다. 문혁수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치과팀은 오래 전부터 불소화 사업의 추진, 확대를 강력하게 밀어붙여온 장본인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불소화에 관한 엄정히 객관적인 조사를 했다고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마치 일을 공정하게 수행하는 듯한 가면을 쓰고, 사태의 내막에 대해 모르는 국민대중을 속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당국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로서 받아들이기 전에 문제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좀더 깊이있게 캐물어보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부작용으로 반점치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오늘날 불소화 문제에 있어서, 지지자든 반대자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한가지 '명확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불소화 지역에서 아동들의 반점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불소화 종주국인 미국의 관계당국자들도 이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82년부터 수돗물에 불소가 투입되어온 청주시의 아이들에게서 반점치 발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문혁수 교수팀의 '발견'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 조사방법을 세밀히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조사대상이 된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수돗물을 정규의 식수로 해왔는지, 생수를 먹거나, 다른 방법으로 수돗물을 처리해서 먹은 것은 아닌지 등을 비롯하여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아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동안 불소화의 효과를 증명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연구라는 게 과학적 역학조사의 기본방법인 '이중맹검법'을 토대로 한 것이 단하나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영국정부의 지시로 불소화 관계 문헌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내놓은 영국 요크대학 과학자그룹의 리뷰의 결론에 의하면, 수돗물불소화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뒷받침이, 경악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대체로 불소화 사업의 지지자들이었는데도 그런 결론이 나왔다는 게 주목할 일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환경청 본부에 근무하는 과학자, 기술자, 변호사 등 1,500명으로 구성된 환경청 전문가 노동조합이 그들의 노조의 이름으로 97년과 99년 두차레에 걸쳐 불소화 중단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그 노조의 부위원장인 윌리엄 허쉬 박사가 최근 미국 의회의 한 위원회에서 불소화 사업은 중지해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증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환경청 과학자들은 "지난 10여년간 불소화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검토해온 우리들의 경험에 의하면, 불소화로 인한 이익은 거의 없고, 부작용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갈수록 증가하는 증거가 있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가 미심쩍다면, 직접 연락을 취해보시면 될 겁니다.

  미국의 관계기관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특히 인터넷의 보급으로 과학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이 용이해진 이후에 미국을 포함하여 기왕의 불소화 국가들에서 세찬 반대운동이 벌어져, 90년대 이후에는 주민들의 결의로 불소화가 중단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일부 치과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 일의 확대추진을 꾀하는 움직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이유중의 하나는 우리의 언론이 좀더 이 문제를 좀더 치밀하게 책임감있게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복지문제에 있어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서유럽제국에서 불소화는 전반적으로 아예 채택되지 않거나 실시중 중단되거나 때로는 명백히 불법화되기도 하였다는 중요한 사실이 기억되어야 합니다. 일부 국내의 치과의사들은 서유럽의 이런 상황을 갖가지 엉터리 논리로 호도하려고 하면서, 일부 유럽국가에서 수돗물 대신에 소금이나 우유 등에 불소가 첨가되는 사실을 언급하여 우리나라에서의 수돗물불소화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만, 그들이 잊고 있는 것은, 소금이나 우유 등은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수돗물은 무차별, 획일적 의료행위라는 사실입니다. 참다운 민주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강제의료행위'가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 깊이 따져볼 일입니다. 설령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더욱이, 지금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소화 사업에 사용되는 '불화물'은 비료, 유리, 알미늄 생산공정의 부산물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라는 우려할 만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거기에는 불소 이외에 수은, 카드뮴, 비소, 방사능 등 유독성 물질들이 미량이나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최근 확인되었고, 국내에서도 수원대학 환경공학과의 안혜원 교수의 연구결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현재 대부분의 불소화 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불소는 남해화학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로서의 불화물이고, 앞으로 불소화가 확대되면 결국 비료회사 남해화학이 처치곤란한 산업폐기물을 오히려 상품으로 팔아먹는 일을 돕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한 연구에 의하면, 불소화된 수돗물로 양어장의 물고기들이 산란에 장해를 가져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불소화가 실시될 때, 그나마 비좁은 국토, 오염이 극심한 우리의 산천이 또다시 불소라는 독성물질로 오염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의 치과의사들이 제발 좀 신중해지시기를 바랍니다. 미국, 캐나다의 치과의사들의 상당수 가운데는 지금 불소화된 수돗물을 영유아들에게 먹이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캐나다의 치과의사회는 공식적으로는 불소화를 지지하면서도, 그들의 기관지를 통해서 3세 이하의 아이들이 불소화된 식수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생산되는 불소함유 치약들--대부분의 치약에 불소가 들어있는데--에는 97년 4월 이후 FDA 의 지시에 의해 "아이들의 치약사용을 부모들이 감독하되. 만약 삼켰을 때는 즉각 전문가나 독물중독 센터의 도움을 받도록 하라"는 경고문이 만드시 부착되어 있습니다. 독성물질인 불소가 미량이면 상관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것이 일부는 배출, 일부는 축적, 잔류하는 독성물질인 한 평생 먹는 물에 무차별적으로 넣는다는 게 과연 상식적이며,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존중하는 태도인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모유에는 불소화지역이든 비불소화 지역이든, 0.01ppm이상의 불소는 검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기를 보호하려는 '자연'의 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꾀보다도 자연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78년에 네덜란드는 국회의결을 거쳐 불소화를 불법화했습니다만, 그때 결정적인 계기의 하나는 세계적인 생화학자 딘 버크(Dean Burk) 박사가 네덜란드 국영 텔레비젼을 통하여 수돗물불소화는 "대량 살상행위"(mass murder)라고 선언한 일이었습니다. 불소의 장기적인 섭취에 따른 부작용은 각종 골질환 등 다양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IQ저하, 송과선 호르몬 분비 저해 등 불소의 뇌손상 작용에 대해 세계의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소화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인체내 혈중 납농도가 증가하여, 그 결과로 불소화 지역의 청소년들의 비행발생률이 대조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진 것을 발견한 미국에서의 연구도 주목할 일입니다.

  불소가 충치예방에--미미하게 나마--효과있다는 것도 지금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것의 전신적(systemic) 효과가 아니라 국소적(topical)효과에 기인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불소화 사업 추진주체 중의 하나인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의 자료에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소가 효과가 있다면, 물을 먹어서가 아니라 불소치약 같은 도포, 접촉을 통한 효과라는 얘깁니다.

  우리는 현명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불소화 종주국 미국 보건전문가들 내부에서도, 자기모순의 흔적이 끊임없이 발견되는 이 프로그램을 미국이 한다고 해서 모방하려는 것은 분별없는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불소가 과연 좋고, 몸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폭력입니다. 국민의 혈세를 허비하면서, 이미 국제적으로 격렬한 논란거리가 된지 오래인 프로그램을 국민들의 동의도 없이, 개인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 언론의 사려깊은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2001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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