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쓰노 유킨도 (津野幸人)/성삼경 옮김  녹색평론사 2003

역자 후기

자연과 땅을 지켜온 소농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농정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전통적 자급자족 소농을 해체하고 소위 자본주의적 기업농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1960년에 총인구의 58%였던 농가인구가 1980년 28%로, 1990년 15.5% 그리고 2000년 8.6%로 급격히 감소하여 그 잉여인구(?)를 산업근로자로 도시에 공급하였다. 그러나 소농은 물론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육성된 대농도 WTO체제에 편입된 이후 재배할 작목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농업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쯤 농정의 대전환을 시도하여야 하지 않을까.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환경농업'이라는 것도 경쟁과 수출을 전제로 한다면 이미 환경농업일 수 없으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라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실천방법은 가족형 소농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소농은 자연과 땅을 가장 효과적으로 다루어왔고, 그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자연의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여 왔으며, 다양성이 풍부한 농사체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왔다. 자급적 집약농업인 소농의 공적 가치는 제3세계는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다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쓰노 유킨도(津野幸人)는 일본 돗토리대학 농학부에 재직하는 동안 소농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연구를 하였고,《農學의 思想》과 이 책(원제는《小農本論》)을 출판하였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흡사한 조건인,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진행된 농정의 변화 및 소농이 가지는 중요성과 당위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농업의 대규모화가 진행되었다고는 하나, 저자에 따르면 전전(戰前)에 550만호였던 농가가 1980년대에도 400만호(겸업포함)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주장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도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지금이야말로 정보화사회에서 소농의 바른 자리찾기를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농업정책의 첫번째 목표를 소농들이 토착 정주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두고, 이것을 중심으로 지역산업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대형농업의 자본주의적 발전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조개선책'은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
 

  허물어져 가는 우리나라의 농업이 이 지경으로 될 때까지 농업을 운위(云謂)하며 호구지책을 해결해온 이 나라의 넘쳐나는 농업전문가(공무원, 연구자, 교수, 공사직원 등)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들 중의 한사람인 역자도 너무나 부끄러운 심정이다. 이런 참담한 기분이 이 책의 번역제안에 선뜻 응한 계기가 되었으나, 전공도 다른 역자의 미숙으로 저자의 참뜻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여러 모로 애써준 녹색평론사 편집진에게 감사드린다.  

2003년 6월  
성삼경  

 


  성삼경

  1965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1978년 일본 규슈대학 농학부(농학박사)
  1971년 이후 영남대학교 식품가공학과 교수
           대구한살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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