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쓰노 유킨도 (津野幸人)/성삼경 옮김  녹색평론사 2003

후 기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육체노동으로 생활을 꾸려온 듯한 생각이 든다. 농사일 돕기, 근로동원, 토목작업장의 아르바이트, 산지개간 등 몸을 굴린 나날의 기억만이 지금도 선명하다. 다행히 노동은 건강한 육체와 기분좋은 숙면을 가져다주었다.

  학업을 마치고 농림성의 연구기관에 근무하다가 대학의 농학부에 자리를 얻은 뒤, 육체적으로는 편안했는지 모르나, 어느새 요통과 수면부족이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특히 말은 못했지만, 몇차례 외국에 조사여행을 나갔을 때에는 항상 요통을 달고 지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이란, 적도 아프리카의 농촌에서 본 것은 옛날 일본의 농민이 그랬던 것처럼 살아가기 위한 가혹한 육체노동과 거친 음식이었다. 특히 남인도의 집약농경지역은 스즈키 쇼조(鈴木正三)가 말한 대로 "극한(極寒) 극열(極熱)의 괴로움을 업으로 하고 호미, 낫, 가래로써 심신이 무성해지는 번뇌를 버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로지 사명을 다해 경작해야 할 지어다"라고 한 바로 그대로의 세계였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결국에는 자식을 남기고 죽는, 누구나 더듬어 가는 단순명쾌한 숙명의 밑바닥에서, 화폐에 의존하지 않고 토지와 숲과 바다에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얻고자 하는 행위에는 얼마나 많은 육체적인 고통이 따를 것인가. 이것이 기계문명에 푹 젖은 나의 거짓 없는 감상이었다. 동시에 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육체노동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이 책에도 적어놓은 농사일을 시험해보았다. 그리고, 농사일에 몰두했던 시기에 때때로 느끼고 떠오른 감상을 적어둔 것이 이 책의 골격이 되었다. 소농을 없애려는 거대한 괴물에 대한 분노와 흙을 갈고자 하는 노동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것을 전반부로 해서 세계 몇 곳의 자급적 집약농업의 실태를 '비교농경론'으로 전개한 것이었지만, 너무 분량이 많아져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지금부터 15년 전에《農學의 思想》이란 이름으로 '노분교(農産漁村文化協會)'에서 출판하였으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책 제목 때문에 고민하였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이렇게 붙일 수밖에 없겠다고 결심하였다.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노분교'의 하라다 신(原田 津) 씨에게 많은 폐를 끼쳤고 도움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1991년 1월 21일  
 쓰노 유킨도  

 


  쓰노 유킨도 (津野幸人)

  1930년 일본 애히메현 마츠야마시에서 출생
  마츠야마농과대학 농학과(지금의 애히메대학 농학부) 졸업
  농학박사
  농림성 산하 연구기관에서 근무
  돗토리대학 농학부 교수 역임
  저서 《イネの科學》(農文協),《農學の思想》(農文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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