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박용남 지음  녹색평론사 2005

증보판 서문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2001년 1월 초에 처음 서점가에 내놓은 후 필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깊은 관심과 분에 넘치는 찬사를 받았다. 이는 필자가 국내는 물론이고 아마 세계에서도 최초로 꾸리찌바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단행본을 썼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기인하는 것이기도 했겠지만, 필자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한 아주 놀라운 반응이었다.

  국내의 주요 일간지들이 대부분 서평을 비롯해 꾸리찌바 현지를 방문한 후 특집기사를 게재했고, 방송사들 역시도 뉴스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리찌바를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EBS에서 창사특집으로 기획한 <하나뿐인 지구>가 작년 6월에 2부작 다뮤멘터리('초록빛 상상이 만든 환경도시 꾸리찌바')로 제작·방영되면서 우리나라에 또 한번 꾸리찌바 열풍을 거세게 몰고 왔다. 이것은 작년 9·11 항공기 테러로 촉발된 '이슬람권 배우기' 열풍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겠지만, 국내의 한 자치단체장이 필자에게 언급한 바와 같이, '꾸리찌바 배우기'는 그에 못지 않게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 왔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2001년 상반기에만 자치단체장, 부단체장, 고위직 공무원, 언론인, 전문가, 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20개 이상의 팀이 꾸리찌바 현지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또한 일부 광역·기초 자치 단체와 대부분의 시민단체에서 《꿈의 도시, 꾸리찌바》가 필독서로 읽히고, 많은 대학에서도 교재로 채택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필자도 지난 1년 동안 1만 ㎞ 이상을 여행하며 꾸리찌바에서 우리들이 배워야 할 것에 대해 특강을 하러 다니느라 매주 한두 차례씩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야만 했다.

  이렇게 고단한 강연여행을 다니면서 필자는 우리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고,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나름대로 모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꾸리찌바의 경험을 우리 도시에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과 진지한 토론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꾸리찌바의 사례에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는 꾸리찌바에서 정말 배워야 할 것, 즉 꾸리찌바 시의 도시관리 철학과 행정원칙은 배우지 않고, 단순히 꾸리찌바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거나 맹목적인 비판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꾸리찌바에는 가보지 않은 채 막연하게 우리시각에서 그 도시의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비판하거나, 불과 이틀 또는 닷새 정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일정으로 현지를 방문하고 마치 꾸리찌바 시에 대한 전문가가 된 것처럼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태도로는 꾸리찌바가 보여주는 '자연적 자본주의'의 진수를 이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반응을 보면서, 필자는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초판에서 누락되었거나 미흡했던 부분을 대폭 수정·보완하고, 지난 4년간 꾸리찌바에서 새롭게 실험 중인 내용을 추가로 소개하는 증보판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흑백판으로 만들어진 초판을 컬러판으로 제작하면, 좀더 많은 내용을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필자에게 요청해온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또한 여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치단체와 대학, 그리고 시민·환경단체 등이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크게는 '지방행정의 바이블', 작게는 '도시행정의 교과서'로 곁에 두고 읽는 책으로 다시 써야겠다는 필자 자신의 개인적 욕심도 적지 않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던 와중에 10박 11일의 일정으로 지난 6월에 꾸리찌바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필자에게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97년에는 가보지 못했던,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라는 히오데자네이루와 유네스코에서 세계 자연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이과수폭포를 둘러보기도 했고, 꾸리찌바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이 도시를 만든 산 증인의 하나인 하파엘 그레까(Rafael Greca) 전 시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첫 번째 방문 때 가보았던 곳과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가보면서 지난 4년 동안 변화된 꾸리찌바의 모습을 확인하고, 새롭게 도입된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을 현장에서 다시 볼 수도 있었다. 여기에다 97년 이후 국내외에서 필자가 직접 수집한 많은 문헌과 자료들을 통해 초판을 쓸 때 누락했던 부분을 보완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쓸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이번에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증보판을 다시금 세상에 내놓는다.

  이번에 발간한 증보판의 제4장 4절('무미건조한 도시에 표정을 불어넣는 벽화')과 제6장 6절('지속 가능한 풍요의 실현')은 작년에 필자가 꾸리찌바를 다녀온 후 완전히 새로 작성해 포함시킨 것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제1장('식민지 도시에서 현명한 도시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장도 상당 부분 수정했거나 보완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제2장 2절('꾸리찌바를 만든 주인공들')과 도시교통의 청사진을 다룬 제3장 1절과 2절,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창조적인 노력들을 언급한 제4장 1절, 2절, 6절, 그리고 시민을 존경하는 여러 실험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제5장의 3∼6절은 대폭 수정·보완했다. 또한 제6장('꾸리찌바로부터의 교훈')의 3절과 4절 역시도 적지 않은 부분을 고치거나 보충했고, 이와 병행해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도 약간 가필했다.

  이렇게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번에도 꾸리찌바의 모든 것을 완전히 밝혀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필자가 평생 동안 화두로 삼아 풀어가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출판할 책의 초고를 마무리하고 증보판 서문을 쓰고 있는 지금, 새로운 소식이 또 하나 꾸리찌바로부터 날아 왔다.

  까시오 다니구찌(Cassio Taniguchi) 시장이 지난 7월 30일에 <제리 재단(ZERI Foundation)> ―제로 배출 연구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이 재단은 유엔대학의 총장인 헤이트로 구르걸리노(Heitro Gurgulino) 박사의 리더십에 힘입어 유엔대학 안에 설립되었다― 이 추구하는 바를 완전하게 따르는 세계 첫 번째 도시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고 한다. 이것은 약 6,500명의 교사들이 제리 재단을 거점으로 제로 배출(Zero emission)을 실천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착수하여, 꾸리찌바 시에서 쓰레기·폐기물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대한 사건이다.

  <제리 재단>의 대표인 귄터 파울리(Gunter Pauli)의 제안으로 꾸리찌바 시에서 도시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시작된 이 제로 배출 운동을 우리들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 재단은 브라질의 벼 농사, 스웨덴의 임업 관리, 일본의 시멘트 공장, 영국의 사과 사이다 공장 등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제로 배출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그 성과를 입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시 단위의 실험은 꾸리찌바의 사례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린이 교육에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쏟고 있는 <제리 재단>은 꾸리찌바 시의 교사들에게 생활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예를 통해 제로 배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교사들이 모닝커피를 마실 때, 커피 자원의 99.8%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불과 0.2%의 커피 열매만이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이 실제로 소비하는 커피의 500% 이상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 속에서 쓰레기 문제와 대기, 수질, 토양오염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농민들을 세계 경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이 모든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을 <제리 재단>은 제로 배출에서 찾고 있다.

  이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 잔여물은 카페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농장에서나 농가에서 소의 여물로 사용될 수 없다. 하지만 잔여물 위에 버섯을 재배할 경우는 수확 후에 카페인이 분해되고, 커피 잔여물에는 풍부하게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이것은 소에게 좋은 먹이가 되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커피 잔여물을 재활용할 경우 쓰레기는 제로화되고, 농민들은 살충제와 비료를 사용하거나 커피 종의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고도 생산성과 소득을 현저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실험이 매년 끊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계속 된다면, 필자가 꿈의 도시라 부른 꾸리찌바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써야 될지도 모른다. 그 일은 필자보다 훨씬 탁월한 능력과 열정을 가진 후학이 언젠가는 다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증보판을 쓸 수 있도록 꾸리찌바 현지 방문 기회를 만들어주신 홍선기 대전광역시장과 권선택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관리국장, 충청하나은행 천진석 대표와 최성호 본부장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또한 필자가 꾸리찌바에 체류하는 동안,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통역을 맡아주신 오득준 선생과 박영일 사장, 그리고 브라질에서 한인 가운데는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강홍순 사범님(Grand Master Kang Hong Soon)에게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2002년 3월  
   박용남  


  박용남

  1954년 대전 출생.
  현재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저서 《이스라엘 통합농촌개발의 정책 모형》(공저), 《한국형 지방자치의 청사진》(공저), 《세계의 도시》(공저)
  역서《레츠: 인간의 얼굴을 한 돈의 세계》(이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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