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을 기다리며  마사 베크/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2002

편집자 머리말
 

  이 책은 1999년 발간 이후 미국전역에 걸쳐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마사 베크(Martha Beck)의 회상록 Expecting Adam: A True Story of Birth, Rebirth, and Everyday Magic의 우리말 역본이다.


  하버드의 학생 부부, 마사와 존 베크가 본의 아니게 두 번째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들의 생활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머리 좋고 야심적인 젊은 엘리트로서 학문적, 사회적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의 미치광이처럼 맹렬하게 학업 경쟁에 몰두하고 있던 이 박사학위 후보자들에게 있어서 또하나의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재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 수개월 후 산과 검사 결과 뱃속의 아기 ― 아담 ― 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버드의 교수, 학생, 의사들은 한결같이 이들에게 '장래'를 망치지 않으려면 임신중절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베크 부부는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 자신 내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태어나게 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임신중의 온갖 고통과 절망, 불안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뱃속에 갖고 있는 동안 이 부부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보호 밑에서 평화와 사랑을 누린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아담이 태어날 날이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베크 부부는 그들 자신이 이 세상에 전혀 새로이 태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하고, 무엇이 하찮은 것인가 하는 데 대하여 근원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담이라는 '특별한' 아기의 잉태와 탄생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새삼스럽게 삶의 속도를 늦추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우리들의 안과 밖에 있는 '작은 것들' 속에 아름다움과 진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롭고 풍부한 내면적 행복의 세계를 향해 열려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비범하게 꼼꼼하고 생기와 재기에 넘친 회상록은 '특별한' 아이의 임신과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하버드로 대변되는 이른바 엘리트들의 세계의 근본적인 불모성과 비인간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기록으로서도 읽힐 수 있다. 메마른 두뇌 일변도의 경쟁 속에서 편협한 자만에 갇혀 있는 지적 '엘리트'들의 자기중심적인 삶은 아담의 존재와 더불어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베크 부부의 새로운 삶에 비해 볼 때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드러날 뿐인 것이다.

  이 책은 아담이라는 '특별한' 아이에 관련하여 합리주의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사건과 경험을 풍부하게 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들 가운데 그 어버이들에게 '특별하지' 않은 아이가 없고, 또한 그러한 아이들의 존재 자체는 예외없이 경이롭고 신비로운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할 때, 아담의 이야기는 이 지상의 모든 아이들--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든 아니든--과 그 부모들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지의 세계에서 지혜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회상록을 통해서 우리는 진실한 인간기록만이 베풀어줄 수 있는 깊은 고양감(高揚感)을 느낀다. 인공지능이니 생명공학이니 하는 첨단기술이 이른바 '인간의 개조'와 '질병 없는 세상'을 운위하는 이 불경(不敬)의 시대에, 《아담을 기다리며》는 인간이 이 세계에서 산다는 게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2002년 4월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이 책의 저자 마사 베크는 현재 미국의 마드모아젤(Mademoiselle)지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설립한 상담회사 Life Design Enterprises에서 카운슬러로 일하고 있으며, 그동안《아담을 기다리며》이외에 Breaking Point: Why Women Fall Apart and How They Can Re-create Their Lives 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베크 부부는 지금 그들의 세 아이들과 친한 친구 카렌과 함께 아리조나주의 피닉스에서 살고 있다.

  서평/ 운명의 여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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