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인가 평화인가  오다 마코토 (小田 實)/ 이규태, 양현혜 옮김  녹색평론사 2004

역자 후기
 

  이 책은 오다 마코토(小田實) 선생의 최근 저서(《戰爭か平和か:'9月11日'以後の世界を考える》大月書店, 2002년 12월)를 번역한 것이다. 오다 선생은 잘 알다시피 오랫동안 반전평화운동을 실천해온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세계정세는 2001년 9월 11일 이후 크게 바뀌고 있다. '9·11사태'를 주시한 세계의 양식있는 모든 사람들은 미국이 테러 발생의 근본원인이 되는 정치·사회·경제적 조건들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들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한다는 합리적인 대처 방안을 취해 주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정작 미국이 선택한 방침은 예방전쟁 및 선제공격이라는 일방주의적 공격 일변도 전략이었다. 이러한 미국의 선택은 '제국'의 종말을 예감시키기에 충분한 소아병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증오와 오만 그리고 공포에 의해 이미 '제국의 이성'이 착란했으며 시민적 양심이 마비되었다는 결정적인 증후였던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통행적인 무차별 공격전략에 가장 먼저 이해를 표명하며 충실히 협조하는 나라가 다름 아닌 일본이다. 최근 일본은 저자가 그렇게도 염려했던 '유사 3법'을 통과시켰다. '유사법제(有事法制)'는 미국의 선제공격 체제에 보다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977년 '연구'란 이름으로 처음으로 검토되었다. 그러나 주변국과 자국내 반대여론에 밀려 제정이 연기되어 오다가, 결국 2003년 6월에 통과되어 버린 것이다.

  유사법제는 '무력공격사태 대처법', '개정 자위대법', '개정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등 3개 법률로 구성되어 있다.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은 일본이 외국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정부의 기본 대처방침과 의사결정 절차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은 외국 군대의 집결 징후 포착 등 무력공격이 '예상'되는 경우만으로도 발동하게 되어있어 법 적용과 무력공격사태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자의적'인 자위대 '병력' 동원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또한 개정된 '자위대법'은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 토지 수용절차를 간소화하고 물자보관 명령을 따르지 않는 민간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이 법은 일본 시민단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처럼 과거 중일(中日) 전쟁기의 '국가총동원법'에 필적하는 '전쟁준비 법률'인 것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어 왔던 유사법제의 탄생은 일본사회의 우경화 속도와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수(專守)방위'를 원칙으로 해온 일본의 방위정책이 이렇게 전환함으로써, 전쟁포기를 명기하고 군대보유 및 교전권을 부인한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도 완전히 형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전후 일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왔던 기본적 골격이 무너져 내리려고 하는 때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비상시대'를 맞아 저자를 비롯한 깨어있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평화주의'를 붙잡고 더욱더 가열차게 전진하기를, 그리하여 일본의 국가적 이성과 시민적 양심이 또다시 착란하지 않기를 응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아가 근대 국민국가라는 가변적 이해관계의 틀 속에 자유로운 개인을 폐색시키려는 국가권력의 횡포로부터 세계 도처의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를 해방시키기를, 그리하여 인류사회의 시민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는 생명과 평화와 상생(相生)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기를 염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미국과 일본의 국가 이성이 이렇게 휘청거리는 한편,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 대상의 하나가 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도 전쟁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우리 한반도에 대해서도 역자의 소망이 없을 수 없다. 여기에서 나날의 삶을 일궈가는 우리 보통 시민들이 과거의 역사적·정신적 묵은 때를 말끔히 벗겨버리고 문명과 문명이 상생하는 새 세상을 열어갈 방향성과 슬기를 이 책을 통해 길어올리기를 마음모아 본다.  

2003년 8월  
역자 이규태·양현혜  


  역자

  이규태 (李圭泰)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學) 사회학부 졸업. 히토츠바시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석사·박사(동북아지역연구, 한국근현대사 전공).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양현혜 (梁賢惠)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졸업. 도쿄대학(東京大學)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석사·박사(교회사, 종교사학 전공). 현재 전주대학교 기독교학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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