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인가 평화인가  오다 마코토 (小田 實)/ 이규태, 양현혜 옮김  녹색평론사 2004

한국어판 서문

한국의 시민들에게

 

  이것은 '나'라는 일본의 시민, 작가가 쓴 일본에 대한 책입니다. 일본의 과거, 현재를 생각하고, 일본의 미래를 지금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 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은 우선 과거, 현재, 미래의 일본이지만, 이 일본은 아시아 전체에도, 세계 전체에도 이어지고, 관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관계되어 있습니다.

  내가 일본의 오사카에서 태어난 것은 1932년, 그 전해 1931년에 일본은 중국 침략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러저러한 사건을 만든 다음에 그것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켜 '만주국'이라는 이름의 괴뢰국가를 중국 동북지방에 세우고, 나아가서 중국 전토에 패권을 넓혀가려고 하였습니다. 아직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식민지 조선을 발판으로 해서 일본은 중국 동북지방에 대한 지배를 시작하고, 그 지배를 확대하였습니다. 내가 태어난 것은 그 무렵입니다.

  내가 태어난 것은 1932년 6월이지만, 그 전 5월에는 '5·15' 사건이라고 불리는 군사쿠데타 미수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은 '군국일본'의 시대로 들어갑니다.

  거기에서 일본은 어디로 갔는가. 상세히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 해부터 13년 뒤 1945년에는 일본은 스스로 일으킨 거대한 전쟁의 결과, 대패배를 당하여 붕괴하고 맙니다. 조선은 해방, 독립했지만, 그 뒤 '남북분단'이 초래됩니다.

  '메이지혁명'(나는 '메이지유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실제 혁명이었습니다. '메이지유신'이라는 말은 사태의 본질을 잘못 드러냅니다)으로부터 1945년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전전(戰前)'의 근대사는 대범하게 말하면 '부국강병'으로 힘을 기른 일본이 조선침략, 식민지 지배를 시작으로 '죽이고, 태우고, 빼앗는' 역사를 아시아에 전개하여 많은 아시아인들을 괴롭힌 다음, 그것은 또 '대동아전쟁'이 말기로 접어들 무렵이지만, 아시아인들에 지워진 고난이 전부 되돌아오는 모습으로, 이번에는 스스로가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지고, 빼앗기는' 체험을 갖는 역사였습니다. 이 역사의 앞 부분, '죽이고, 태우고, 빼앗는' 역사에 대해서는 그 직접 피해자였던 한국인들에게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지고, 빼앗기는' 역사에 대해서만 한마디 한다면, 이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대한 원폭투하였습니다. 내가 태어나 자란 오사카를 포함해서 일본의 도시라는 도시는 전부 공습으로 불태워져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전후 역사는, 이것도 대범하게 말하면, '죽이고, 태우고, 빼앗는' 역사의 결과로 '죽임을 당하고, 불태워지고, 빼앗기는' 역사를 가졌던 과거를 직시하여 그 과거를 두번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전후의 역사를 만들려고 한 그리고 실제 만들어온 일본인과, 그 과거를 무시하고 전후의 역사를 움직여온 일본인 사이의 싸움의 역사였습니다. 전자의 일본인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이 싸움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미국에서 일어난 것이 2000년 9월 11일의 '동시다발 테러사건'이었습니다. 아니, 그후 부시 정권 하에서 미국이 세계적 규모에서 힘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사태입니다. 그 움직임은 일본에도 파급되어, 과거의 역사를 새로운 모습으로 재현하는 데 일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사태 속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내가 아이였을 때 일본에서 유행하던 말이 두개 있었습니다. "복잡괴기(複雜怪奇)", "버스를 타는 데 늦어서는 안된다" ― 이 두가지입니다. 아이였던 나에게도 기억되고 있을 만큼 꽤 유행했습니다.

  "복잡괴기"가 유행어가 되었던 것은 1939년 ― 그해 '일·독방공협정'으로 굳게 결합되어 있었던, 그렇게 되어있어야 했던 나치독일은, '협정'으로 적이 되어있어야 했던 소련과 '독·소불가침조약'을 갑자기 체결하였고, 이 돌연한 사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된 일본의 당시 히라누마(平沼) 내각은 이 "복잡괴기"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총사직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후 바로 나치독일은 유럽에서 전쟁을 개시하여, 이듬해 1940년에는 득의만만한 전격전으로 대승리를 거둡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대합창으로 승리를 얘기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 나치독일이라는 "버스"를 "타는 데 늦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합창의 세력으로 '일·독·이(日獨伊) 3국동맹'이 성립하고, 그것이 원인의 하나가 되어 이듬해 41년에는 '일·미(日美)개전'에 이르러, 4년 후 1945년의 일본의 패전에 이르게 됩니다.

  내가 지금 이처럼 옛 일본의 두개 유행어에 관한 것을 생각하는 것은 현재의 세계 사태가 당시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 9월 11일은 돌연한 "복잡괴기"의 사태였고, 세계는 어떻게도 대응하지 못했지만, 그 속에 미국이라는 강대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버스가 우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에 이어, 세계 각국의 시민들의 반전의 목소리도, 국가주권도, 유엔도 무시하고 이라크에 일방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해서 국가를 전복시키는 데까지 갔는데, 이 버스에 어쨌든 타지 않으면 뒤처진다, 그렇게 되어서는 큰일난다, 하면서 거기에 올라타려고 합니다. 아니, 이미 올라탔습니다. 어쨌든 "버스를 타는 데 늦어서는 안되니까".

  이 세계 각국 속에는 물론 일본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도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였습니다. 일본도 그 뒤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미국이라는 버스는 지금 세계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인가. 그 위구(危懼)와 함께 나는 이 책을 썼습니다.

2003년 9월  
오다 마코토  


  저자

  오다 마코토 (小田 實)

  1932년 오사카(大阪)에서 출생. 작가. 도쿄대학(東京大學) 문학부 졸업. 뉴욕주립대학 객원교수,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學) 경제학부 특별초빙교수 등 역임. 현재 '양심적 군사거부국가 일본을 실현하기 위한 모임'과 '시민의 의견 30·간사이(關西)' 대표.

  주요 저서로는《明後日の手記》(河出書房)를 비롯,《何でも見てやろう》(河出書房新社·講談社文庫) 등 다수. 최근작으로는《深い音》(新潮社),《小田實評論選 全四卷》(筑摩書房)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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