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하트마 간디/ 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2006

  

책 머리에

 

  ‘나바지반 트러스트’가 ‘마을 스와라지’에 관한 마하트마 간디의 글을 발췌하여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여기에는 농촌생활의 여러 분야, 즉 농업, 마을산업, 가축돌보기, 운송, 기초교육, 건강, 위생 등에 대한 간디지의 견해가 들어있다. 우리가 정치 및 경제적 권력의 광범위한 분산에 기초하여 인도에 판차야티 라지를 세우려 노력하고 있는 이 때에 이 책은 다수의 공식 및 비공식 일꾼들에게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공동체 개발 운동은, 주로 서구 민주주의에서 수입된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반드시 인도의 조건과 전통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는 모든 일꾼들은 농촌재건의 여러면에 관한 간디지의 생각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만일 인도의 발전에 관한 간디지의 경험과 이상들을 간과하고 지나쳐버린다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건전한 기초 위에서 진화해 나가는 데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간디지가 현대의 산업화에 대하여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그는 기계화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기계에 대한 열광’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마을들의 수백만 장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작은 기계들의 개량을 환영했다. 그는 대규모 공장의 대량생산 대신에 다수의 사람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생산방식을 옹호했다. 간디지는 노동력이 있는 모든 인도사람들에게 충분한 일거리를 주고자 했고, 이러한 목표는 시골의 마을산업과 가내공업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것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농촌지역의 놀고 있는 인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않는 경제계획은 건전하거나 이성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굶주리고 할일 없는 사람들에게 신(神)은 일과 양식에 대한 약속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에만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간디지는 말했다. 완전고용이라는 이 이상을 이제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특히 인구가 많고 증가하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에서의 계획 경제개발의 기초로 인식하고 있다. 갈브레이드 교수는 완전교용은 실업과 결합된 생산증가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마하트마 간디는 마을 판차야트 조직을 통한 경제와 정치권력의 분산을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인도의 판차야트 체계가 과학적으로 작용하면 시골의 사회적 경제적 힘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침입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굳게 믿었다. 아카리아 비노바 바베 역시 인도의 마을들을 그라마다나를 통한 협동 공동체 체제 위에 조직할 긴급한 필요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탈중심화된 민주주의라는 이상이 중세적 관념에 기초한 감상적인 제안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서구의 현대 경제학과 정치사상을 공부해 보면, 오늘날 탈중심화된 제도들이 민주주의를 안정된 기초 위에 세우는 데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됨을 알 수 있다. 조아드 교수는 “사회적 활동에 대한 신념이 다시 활기를 띠게 하려면 국가는 나누어지고 그 기능은 분산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페이비언 사회주의》라는 책에서 콜 교수는 평범한 남녀들 사이에 집단행동 능력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작은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인도의 시골에서 열의와 활기를 가지고 시작된 ‘판차야티 라지’의 실험은 간디지가 제시한 마을 스와라지의 목표를 향한 옳은 발걸음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간디지가 오직 물질적 가치에만 기초한 사회, 경제질서를 대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그는 항상 소박한 삶과 고매한 사상이라는 이상을 지지했고 단순히 높은 생활수준이 아니라 보다 높은 삶의 수준을 위해 일했다. “문명의 진정한 의미는 욕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욕구를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간디지는 말한다.

  불행히도 경제생활의 이 윤리적·도덕적인 면은 흔히 무시되어 인간의 진정한 복지에 손해를 끼쳐왔다. 현대 경제학자들은 지금 저변이 넓고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 상품에 대한 투자에 더해서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슘페터 교수의, 경제적·정치적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 “적절한 능력과 도덕적 성품을 가진 개인들이 충분히 많이 존재해야 한다”는 지적은 올바른 것이다. 크로스란드는 같은 생각을 다음과 같이 강력하게 표현하였다. “정작 풍요의 시대에 들어서서, 그것을 어떻게 즐길지를 가르쳐 줄 가치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간디지가 꿈꾼 새로운 인도 건설이라는 위대한 모험에 종사하는 모든 일꾼들이 끊임없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은 우리 계획의 이 인간적 도덕적 면이다.

뉴델리    
1962년 11월 13일    
슈리만 나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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