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살리기, 땅 살리기  조셉 젠킨스/ 이재성 옮김  녹색평론사 2004

역자 후기
 

  식품가공학을 전공하는 나는 항상 똥 문제를 생각해 왔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듯, 똥은 식품에서 나오는 것이니 결국 내 힘으로 똥을 해결해야 한다고 무의식 중에 늘 생각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똥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우연히 책 한권을 만났다. 그 책이 바로 《인분 핸드북(Humanure Handbook)》이다.

  저자는 지난 20년간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의 분뇨를 직접 퇴비화하고 또 그 퇴비를 이용하여 텃밭에서 여러가지 먹거리를 길러온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체험담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자료들을 참고하고 수집하여 인용하고 있다. 이들 자료는 저자의 지식을 넓혀줄 뿐 아니라 저자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또는 사실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는데, 그 자료의 다양함과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기관의 보고서에서부터 신문이나 잡지의 보도기사 그리고 학술논문이나 단행본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서문에서, 1999년 화두가 되었던 Y2K 공포를 앞두고 미국정부에서 구성된 위기대응팀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어느 날 그들이 전화를 걸어 저자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딱 한가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배설물 처리문제입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저자는 "톱밥과 한말들이 들통으로 톱밥변기만 만들면, 시카고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라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중학교까지 경남 마산시에서 자랐는데,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고향은 거기서 6㎞ 정도 떨어진 창원이었다. 할아버지와 고향의 다른 어른들은 농사철이 끝나고 나면 곧장 마산으로 소달구지를 몰고 넘어와서 가정집의 변소를 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몇 집을 돌아다니며 변소를 치고 나면 소달구지에 실린 여러 개의 똥장군에 분뇨가 채워지고, 이 분뇨를 실어다가 마을에 있는 구덩이에 모아서 오랫동안 익힌다(썩힌다는 말은 맞지 않으므로). 이렇게 만든 똥거름은 이듬해 밑거름으로 뿌려져 땅을 살찌게 하였다. 물론 똥을 푸는 데에도 경쟁이 치열해서, 자칫 늦었다가는 단골(?) 변소를 다른 농민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단골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하여 똥을 푸고 난 다음에는 뒤처리도 깔끔하게 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때는 똥거름이 회충을 비롯한 기생충의 감염원인이 되는 비위생적인 것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퇴비를 충분히 익히면 기생충이 생존하기 어려워 사실상 감염 위험이 극히 적다는 사실을 저자는 여러가지 자료를 인용하여 증명하고 있으며, 냄새도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화학비료가 귀했던 당시에 이 똥거름이야말로 농사에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원이었다. 지금은 범람하는 화학비료에 밀리고, 불쾌한 냄새가 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사라져버린 똥 퇴비를, 저자는 그의 생활 속에서 다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똥 퇴비화는 곧 '똥 살리기'라고 생각한다. 똥이 가야할 곳(흙)으로 돌아가 제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똥이 받아야 할 합당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인분, 분뇨라는 말로 '똥'이라는 낱말을 굳이 기피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 똥이 결국 우리 몸속에서 나오는 것임을 잊고 싶은 것이다. 수세식 변기의 손잡이를 누르는 순간, 똥은 잊어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인간은 똥을 그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지 않을까?

  번역 원고를 수정하는 동안 톱밥변기를 세개 만들어 시골에서 사용해 보도록 하였다. 놀랍게도 냄새도 나지 않고 편리하다는 반응이었다. 책을 읽고 관심을 갖는 단계를 넘어, 실생활에 톱밥변기가 들어오고, 똥이 살고 땅을 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역자

  이재성
  1962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농화학 전공)
  1962-1973년 농촌진흥청 농산물이용과 근무
  1970년 인도 마이소아대학교 식품공학 석사
  1977년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교 식품학 박사
  현재 영남대학교 식품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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