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학과 평화학  토다 키요시(戶田 淸)/ 김원식 옮김  녹색평론사 2003

머리말
 

  2003년 3월 20일(미국시간 19일)은, 역사에 남는 날이 될 것이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의 표현을 빌린다면, '엉터리 대통령'(엔론사 주식의 내부거래, 부정선거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범죄 의혹)이 '엉터리 이유'(대량파괴무기 증거부재)에다가 '엉터리 전쟁'(국제법과 유엔헌장을 위반한, '선제공격'보다 더 나쁜 '예방전쟁')을 시작한 날이다.('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의 차이에 대해서는 후기를 참조) 머리말을 쓰고 있는 현재, 후세인정권이 붕괴된 지 1주일 정도 지났다. 친미정권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이집트'조차도 "백명의 빈 라덴이 출현할 수도 있다", "우리는 점령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월러스틴이 개전전(開戰前)에 쓴 에세이〈부시는 빈 라덴의 앞잡이다〉라는 말이 반쯤은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다. 4월 20일까지 이라크의 민간인 사망자는 약 2,000명이 되었고, 그중 800명 이상이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라크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준 피해는 너무나도 막대하고 너무나도 부당하다.

  이것은 '제국'의 '종말의 시작'일까? '제국의 동반자(공범자?)'(유럽과 동아시아의 두 나라=영국과 일본이 그 대표)는 어떻게 될까?

  군사목표를 공격할 때에는 '전술폭격'이라고 하고, 도시를 무차별하게 폭격할 때에는 '전략폭격'이라고 한다. 전략폭격이라 불리는 국가범죄(국가테러)는 권위주의국가=추축국(2차세계대전 때 일·독·이의 세 동맹국)의 게르니카와 중경대학살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개시되고, 민주주의국가=연합국에 의해서 확대(드레스덴, 도쿄,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되었다.

  '이라크의 자유',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 '민주화'와 '해방'을 위해서 몇백명이나(아마도 몇천명이나) 죽이는 전쟁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9·11'과 같은 무차별테러는 중대한 범죄다. 동시에, '무차별전쟁'(本多勝一의 표현)도 중대한 범죄다. 민주주의와 군대·전쟁은 양립할 수 있을까?

  국가폭력장치의 오작동(誤作動)에 의해서('예측되는 사태'로서일까?), 민간인 오폭사(전쟁의 경우)와 원죄형사(원罪刑死, 사형제도의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직접적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 유엔(미국 주도로 각국 정부가 참여한다)의 이라크 경제제재는, 백만명이 넘는 시민(그중의 50만명 이상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북한의 독재자가 국민을 대량아사로 몰고갔다. 이와 같은 '구조적 폭력'은 '미필적 고의'(거의 예측되는 가해)일 때가 많다. 국가뿐만이 아니다. 죽음의 상인(군수산업, 담배산업 등)들의 '합법적인 장사'가 많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식 생활양식(일본이나 유럽도 같다)이란 무엇인가. 세계인구의 20%가 세계자원의 80%를 낭비하면서 세계인구의 20%를 기아나 영양불량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지구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게 된다. 인간끼리의 폭력(발전도상국의 빈곤층이나 미래세대에 대한 폭력)은 자연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고 생태계의 파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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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폭력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어느정도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폭력은 본능이 아니라 문화이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유인원에게도 폭력문화와 평화문화의 맹아가 보인다. 21세기를 '전쟁과 환경파괴의 세기'가 아니라 '평화와 환경의 세기'로 하는 것은, 가능하다.

  본서는 서장과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에서는, 폭력과 평화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재평가하려고 했다. 제1장에서는 폭력과 평화의 개념, 그리고 직접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의 관계를 대강 정리했다. 제2장에서는 국가와 직접적 폭력에 대해서 검토했으며 '정당한 살인'에 의문을 던졌다. 제3장에서는 국가와 기업의 구조적 폭력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고찰했다. 제4장에서는 전문가 지배나 젠더의 문제까지 포함해서, 구조적 폭력에 관한 여러 문제를 검토했다. 제5장에서는 인간사회의 폭력과 평화를 '진화된 이웃사람들'과 대비하고, 폭력의 문화에서 평화의 문화(인간사회와 생태계의 지속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서브시스턴스'의 관점)로 나아가는 이행의 조건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시도했다.

  집필에 즈음해서, 나 자신이 경험한 시민운동을 발판으로 삼아, 또 국내외의 많은 문헌과 자료를 참조했다. 전저(前著)《환경정의를 위하여》(창작과비평사, 1996년)와 함께 이 책이 여러분에게 참고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2003년 4월 20일  


  토다 키요시(戶田 淸)

  1956년 오사카시에서 출생. 오사카시립대학(大阪府立大學) 농학부 수의학과 졸업. 도쿄대학(東京大學) 대학원 중퇴. 히토쓰바시대학원(一橋大學院)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 단위취득 퇴학. 일본소비자연맹 사무국. 쓰루문과대학(都留文科大學)·쥰심여자대학(聖心女子大學)·쓰타주쿠대학(津田塾大學) 등에서 비상근 강사 역임. 1997년 10월부터 나가사키대학(長崎大學) 환경과학부 조교수. 전공은 환경사회학, 과학사, 평화학.

  저서:《環境的公正を求めて》(新曜社 1994, 한국어판:《환경정의를 위하여》김원식 역, 창작과비평사, 1996)

  공저:《인구위기의 미래 人口危機のゆくへ》(岩波ジュニア新書 1996),《강좌 환경사회학 제1권 講座環境社會學 第1卷》(有斐閣 2001),《환경과학에의 어프로치 環境科學へのアプロ??チ》(九州大學出版會 2001),《비전 非戰》(幻冬社 2002),《지구환경문제와 환경정책 地球環境問題と環境政策》(ミネルヴァ書房 2003) 등.

  번역서:《동물의 권리 動物の權利》(技術と人間 1986),《풀뿌리환경주의 草の根環境主義》(日本經濟評論社 1998),《권력구조로서의 '인구문제' 權力構造としての '人口問題'》(新曜社 1998),《동물의 권리 動物の權利》(岩波書店近刊) 등.

  공역:《죄없는 것의 학살 罪なきものの虐殺》(新泉社 1991),《에콜로지와 사회 エコロジ??と社會》(白水社 1996),《생물다양성의 위기 生物多樣性の危機》(三一書房 1997),《환경과 사회 環境と社會》(ミネルヴァ書房 1999) 등.

  논문:〈흡연문제의 역사적 고찰 喫煙問題の歷史的考察〉(《科學史硏究》167호, 1988년),〈쇼와전공 트립토판 식품공해사건 昭和電工トリプトファン食品公害事件〉(《社會藥學》12권 1호, 1993년),〈환경문제 環境問題〉(《科學技術社會論硏究》1호, 2002년) 등.

  현재, 나가사키 평화연구소(長崎平和硏究所) 연구원, 나가사키의 자연과 문화를 지키는 모임(長崎の自然と文化を守る)의 회원, 나가사키 에스페란토 모임(長崎エスペラント會)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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