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다카기 진자부로/ 김원식 옮김  녹색평론사 2006

후 기
 

  이 책의 근원이 된 것은, 2년도 더 전에 어느 연구회에 제출한〈에콜로지즘 자연론의 시도〉라는 보고서이다. 그 보고서 자체는 400자 원고지로 25매쯤 되는 일종의 레주메(개요?요약본)였는데, 이 책의 대강의 줄거리는 그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위기에 직면한 지금, 여러 사람이, 여러 곳에서, 여러가지 실천을 시작하고 있다. 그것은 거의 모두가 에콜로지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공통성을 갖는데, 그러면 에콜로지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대답은 아무래도 명쾌하지 않다.

  문제의 근저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는가, 이와 같은 물음이 있다. 이것이 다양하게 논의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깊이 있는 고찰은 적은 것 같아서, 나름대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서 자연론의 작업을 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동기이다.

  그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주위를 맴돌면서 눈앞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풍경을 정리한다고나 할까, 그러한 기분에서 이루어졌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내가 하는 일의 준비의 과도성(過渡性)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도성은 나만의 고유한 것이라기보다는, 상황 전체를 반영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과도성이야말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고 앞으로 담론의 소재가 되는 것에 의미를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의 방자한 뜻을 이렇게 하쿠슈샤(白水社)가 받아주었다. 하쿠슈샤의 이나이 요스케(稻井洋介) 씨가 애쓰신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책의 기저에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서장에서 꽤 자세히 썼기 때문에 되풀이하지 않지만, 마음가짐으로서는 문명론이나 과학론 같은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현대를 사는 민중의 실천과 결부된,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신변의 문제로 자연을 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구상으로는 이 책의 2부〈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만을 중심으로 하고, 동양이나 일본의 자연관, 아이누의 자연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싶었지만, 공부가 부족하고 힘이 모자라서 작업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이 점은 앞으로의 과제로 하겠다.

  한편, 애초에 내 구상은 아주 간단한 스케치로 끝내는 것이었는데, 서양의 자연관의 흐름에 대해서 의외로 많은 지면이 필요하게 되었다. 서장에서 썼지만, 이런 종류의 논의에 흥미가 없는 분은 제1부를 생략하고, 곧 제2부부터 읽어도 좋다.

  ‘과도적인 작업’이라고 했지만, 과도적이기 때문에 도리어 힘든 부분도 있고, 특히 선인들의 작업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관련시키는 데 유의했다. 그래서 천성이 게으름뱅이인 나로서는 보통 때와 달리 많은 문헌을 보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을 주(註)에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참고문헌은 인용문헌과 함께 권말에 정리했다.

  책을 쓴다는 것은 결국 선행하는 실천적인 작업의 뒤를 쫓는 것이라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다. 뒤를 쫓는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를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으로 나가는 교량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이 독자들과의 사이에 새로운 담론을 유발하게 되기를, 저자로서는 혼자서 크게 기대하고 있다.

1985년 10월  
다카기 진자부로  

 

     

 증보신판에 붙이는 후기

 

  1986년 4월 29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한 일본 최초의 보도를 나는 남보(南房)에 있는 친구 집에서 들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연휴를 이용해서 모내기를 도와주러 모였던 것이다. 원자로의 노심(爐心)에서나 나올 수 있는 방사능이 멀리 스웨덴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듣고, 나는 전신에 충격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놀라서 돌아온 도쿄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고 정보에 대한 대응 때문에 밤잠도 잘 수 없는 나날이었다.

  이 책의 초판원고를 탈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작업의 자연스러운 귀결로, 그때 나는 도시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대지 위에서 살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해서 더 깊은 사색과 실천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때,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는 나를 원자력 문제에 붙들어매고 말았다. 나는《우리는 체르노빌의 포로》(三一新書)라는 책의 출판에도 관계했지만, 나 자신이 어느 때엔가 제목처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포로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12년 후, 말하자면 시대가 일회전한 때에, 겨우 다시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자연관의 문제로 돌아가게 한 하나의 요소는 1997년 12월에 교토에서 열린 COP3(유엔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이다. 거기서 나는,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해서 원자력발전소 20기를 건설하자”는, 서글플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일본정부와 원자력산업계의 캠페인과 싸우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한 체험은 나로 하여금 새삼스럽게, 자연과 인간, 지구와 인간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했다.

  생각해 보면, 지난 12년 동안 내가 자연관에 대한 작업을 내버려두고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소와 플루토늄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바빴던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간에 리우의〈지구서미트〉(1992년)를 큰 계기로 ‘지구환경문제’에다가 ‘에콜로지’가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테마가 되고, 환경과 자연에 관한 논의가 붐을 일으켰다. 이러한 것을 좀 지켜보기로 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관심이 많아지고 유행을 타게 되면서, 그만큼, 말하자면 ‘에콜로지’는 얄팍한 문제가 된 감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유행 밖에 있고 싶었다. 동시에, 붐을 타고 일어난 담론은 모두 이 책의 초판작업을 할 때 시야에 넣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가고 상황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방관자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다. ‘증보’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은 지구의 미래 자체가 위험해졌다는 예감에 사로잡힌 시대이다. 미래를 확실한 것으로 되찾기 위해서 여러가지 구체적 행동이, 현대를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대적 책임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차원에서 진지하게 모색을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한 시대상황에 나름대로 대응하기 위해서, 자연과 인간을 문제로 한 지난 12년 동안의 새로운 흐름을 정리해서 ‘증보’를 내놓으면서, 새롭게 이 책을 세상에 묻기로 한 것이다. 작은 증보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나의 새로운 행동에 대한 결의를 담았다고 생각한다.

1998년 5월  
다카기 진자부로 2002년 3월  


  다카기 진자부로 (高木仁三郞)

  1938년 출생.
  1961년 도쿄대학 이학부 화학과 졸업.
  도쿄대학 원자핵연구소 근무.
  1969년 도쿄 도립대학 이학부 조교수로 부임.
  대학 재직중 나리타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산리즈카(三里塚) 농민들의 투쟁 등에 참여. “거대한 입을 벌리고 덤벼드는 불도저 같은 국가권력과 그 앞에서 맨 몸으로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풀뿌리 농민들”을 보면서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라는 고뇌에 빠짐.
  1973년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민중의 편에서 ‘자립적인 과학’을 추구하기 위해” 도립대학 조교수직 사직.
  1975년 원자력발전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원자력자료정보실’ 창설. 대표 역임.
  일본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반핵운동가, 과학자, 생태주의 사상가로서 활약.
  1997년 ‘시민과학자’로서 국제적인 반핵·반원자력 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대안적인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
  ‘바른생활상’ 수상을 계기로 ‘시민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인 ‘다카기 학교’를 설립.
  199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두차례의 수술을 받음. 병상에서도 자전적 기록인 《시민과학자로 살다》와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등을 집필하는 등, ‘원자력 시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호소의 메시지를 남김.
  2000년 10월 8일 영면.   

  한국어로 번역된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시민과학자로 살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외에, 《과학은 변한다》, 《플루토늄의 공포》, 《위기의 과학》, 《내 안의 에콜로지》, 《핵시대를 생각한다》, 《핵의 세기말》, 《플루토늄의 미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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