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오래된 미래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외  녹색평론사 2003

해 설

뉴욕은 라다크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최성각 (소설가, 풀꽃평화연구소 소장)

  평화롭고 고요한 라다크

  북인도와 산악국가 네팔, 그리고 티베트 고원에 걸쳐져 있는 히말라야는 눈에 덮인 높은 산들이 수천개 이어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8천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들도 수십개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히말라야 지역을 '세계의 지붕’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그곳은 높은 지대라는 이야기지요. 사람이 살 수 없는 산봉우리에는 일년 내내 아름다운 만년설이 덮여있고, 그 아래 골짜기에는 우리와 똑같이 생긴 몽골리안들이 누천년에 걸쳐 히말라야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곳 히말라야에 왜 우리 한민족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한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학자의 말에 의하면, 일본인보다 히말라야 사람들이 우리와 더 닮은 유전형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국사람들은 라다크를 비롯한 히말라야 지방에 가면, 서양인들과는 달리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만화책의 주인공 리진이 살고 있는 라다크는 바로 히말라야 고원에 있는 사막지대이며, 본래는 부처님을 믿으며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었으나, 현재는 인도에 속해 있는 땅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1997년에 라다크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자면 백두산이나 한라산보다 두세배 높은 길을 타고 넘어야 합니다. 높이는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3천미터에서 5천미터쯤 되는 높은 지대이지요.

  히말라야에는 사막도 있고, 밀림도 있고, 초원도 있고, 빙하지역도 있는데, 라다크는 사막지역입니다. 그래서 라다크에 있는 나무나 풀 한포기조차 모두 스스로 자라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심어서 가꾼 것입니다. 30도가 넘는 여름은 서너달쯤 되고, 겨울은 넉달쯤 되는데 얼마나 추운지 영하 40도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물론 물자도 아주 귀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살기 아주 힘든 곳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라다크 사람들은 가혹한 자연조건 속에서도 농사를 짓거나 양떼를 키우며 행복한 얼굴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주 순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기곤 합니다. 이곳 라다크에서는 어떤 물건도 낭비되는 일이 없습니다. 물자가 귀하기에 라다크 사람들은 모든 물건을 아껴 쓰고, 그렇기 때문에 오염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많이 웃고, 자주 잔치를 벌이며, 서로 다정하게 대합니다. 라다크에서는 화를 내는 사람이 제일 이상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라다크에서는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돈이 없어도 잘 살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땅에서 난 소출을 똑같이 나누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처럼 쫓기며 살 필요도 없었고, 열심히 돈을 모으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거나, 명문대학교에 가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써야 할 이유는 더욱 없는 곳입니다. 라다크 사회는 특히 노인들을 매우 존경하고, 어린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라다크의 개발과 변화

  그러나 평화롭고 고요한 라다크는 인도 땅이 된 뒤, 외부세계에 활짝 열리면서 외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라다크를 오염시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에 깊이 감동해서 이 세상에 아주 특별한 별천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광객 한 사람이 쓰는 돈은 라다크 한 마을이 한 철을 날 수 있는 돈과 비슷했습니다. 그러자 라다크 사회는 관광객이 속해 있는 사회를 부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랬습니다. 갑자기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오던 방식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조상들이 살아오던 방식을 문득 초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다크 여기저기에 길이 닦이고, 건물이 들어서고, 상점들이 많이 생기면서 갑자기 가난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던 라다크에 일어난 이 빠른 변화는 아주 크고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자동차가 매연을 뿜으며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고, 미국의 폭력영화와 오락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관광객들이 남긴 썩지도 않고 태우기도 어려운 쓰레기도 많이 생겨, 아름답던 라다크의 자연이 빠르게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라다크의 젊은이들은 미국 문화를 동경하고, 그들이 물질을 펑펑 써대는 것을 곧 잘 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 리진과 리진의 친구들이 미국에 가게 된 것을 매우 기뻐하고 부러워한 것도 바로 이런 흐름 때문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며

  리진은 한 미국 관광객의 안내 짐꾼으로 여행을 같이 합니다. 그러고 나서, 리진이 부지런하고 정직한 아이라는 것을 안 관광객이 리진을 미국으로 초대합니다. 리진의 친구들은 미국에 가게 된 리진을 매우 부러워합니다. 미국에서는 초콜릿과 햄버거, 코카 콜라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청바지도 입을 수 있고, 나이키 신발도 신을 수 있고, 오토바이나 자동차, 지하철을 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라다크에는 없고 미국에 있는 것을 소년들은 모두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에 간 리진은 처음에는 그 엄청난 도시의 규모와 수많은 번쩍이는 차량과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경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허둥지둥 쫓기면서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을 느끼게 되었고, 어마어마한 교통혼잡 때문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애를 먹기도 합니다. 공기와 마시는 물도 안 좋고, 매일 바쁘게 살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면서 우울해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거리에서 총을 든 강도가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뺏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자는 지나치게 부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매우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살 수 없을까

  리진의 얼굴에 늘 피어있던 웃음과 밝은 표정이 사라지고 그대신 우울한 표정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뉴욕에서 늘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이 라다크에서는 없던 일이었습니다. 라다크에서는 바쁘지도 않았고,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손수 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기분이 좋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많이 자고 많이 웃었기 때문에 늘 건강하고 행복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따뜻하게 대했고, 자연에서 배울 것도 참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뉴욕은 그렇지 못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리진은 뉴욕이 라다크보다 더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뉴욕에서도 제일 진지한 사람들은“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하고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바라는 삶은 바로 리진이 라다크에서 살던 그런 삶이었습니다. 뉴욕의 삶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이 바라는 삶이 이미 라다크에서 살던 그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 리진은 자신의 고향 히말라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리진은

다시 라다크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오래된 미래

  이 만화책은 젊은날 여행자로서 라다크에 갔다가 라다크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깊이 감동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선생님이 라다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든 특이한 만화책입니다. 선생님은 라다크의 삶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영국에 돌아가지 않고 자그마치 16년이나 라다크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라다크가 더이상 오염되고 망가지지 않도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노력을 하면서, 나중에《오래된미래》라는 책을 써서 라다크의 삶과 서구 산업사회의 삶을 비교하여 어느 곳의 삶이 더 행복한 삶인가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오래된 미래》는 우리가 정말 바라는 좋은 세상은, 무한정 자원을 파괴하고, 모두들 부자가 되기 위해 찡그린 얼굴로 서로 아둥바둥 경쟁하면서 살고 있는 뉴욕이나 한국의 서울이나 일본의 도쿄 같은 곳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

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앞날에 있는 게 아니라, 일찍부터 그렇게 살던 라다크 사회 같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만화책은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뉴욕이나 한국의 서울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전세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혔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우리도 뉴욕처럼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만화책은 바로 우리들을 위해 그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라다크에서는 이 만화를 연극으로 만들어 라다크 어린이와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관람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책을 1997년, 이 책을 만드신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선생님한테 얻었습니다. 저는 “라다크의 리진이 살고 있는 곳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생각하게 하는 이 귀중한 책을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아주 좋은 생각이다”라며,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이 만화책을 통해 라다크 문화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여러분, 이 만화책을 통해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라다크에 가서 살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라다크가 갖고 있는 좋은 점들을 되찾아 라다크 사람들처럼 서로 위하면서 기쁨 속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지은이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선생님은 스웨덴 출신의 생태학자입니다. 젊은날 여행자로서 라다크를 방문한 뒤 라다크 문화와 산업사회를 비교한 《오래된 미래》라는 감동적인 책을 썼습니다. 라다크에서 최성각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은, “이 만화책은 청소년을 위한 《오래된 미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만드는 데에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선생님 말고도 여러 선생님들이 참여했습니다.

“라다크 문화의 가치를 잘 몰랐던 라다크 소년 리진은 자신이 속한 문화보다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을 선망합니다. 마침내 미국에 갈 기회를 얻게 된 리진은 뉴욕에서 지내면서 그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라다크 문화의 가치에 대해 비로소 더 잘 알게 됩니다. 미국 문화는 물질이 넘치고 화려해 보여서 리진처럼 이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부러워하지만, 참다운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문제가 있지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청소년들도 어떤 문화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는가, 한번쯤 깊이 생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옮긴이 | 천초영 선생님은 음악을 전공한 분이지만, 이 책을 보고는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얼마 뒤 스물세살의 나이로 선생님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뒤 천초영 선생님의 어머니 정상명 선생님은 따님의 이름을 따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만들어, 새나 돌, 지렁이, 자전거에게 ‘풀꽃상’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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