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생명사상의 큰 스승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10주기에 즈음하여, 무위당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온 이들의 글과 대담을 모은 책이다.
세상천지를 모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그 모심은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를 낮추어 함께 일하고 더불어 나누며 사람다운 삶의 터전을 조금씩 넓혀가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무위당의 가르침을 각자의 경험과 사색으로 회고하고 있는 이 책은, 독자에게 장일순이라는 한 매력적인 인물과 만나게 해준다.

목차

책머리에
나와 너는 천지만물과 더불어 하나입니다 _ 장일순
발문 1_ 무위당 선생님께 _ 이현주
발문 2_ 무위당과 공경의 사상 _ 김종철

1부 생명과 평화의 미래
밥거지와 술거지 _ 원유일
우리 시대의 마지막 도덕정치가 _ 김성동
이 시대의 참 철학자, 무위당 _ 고제순
연대에 대하여 _ 변홍철
무위당의 사상과 협동운동 _ 이경국
무위당 생명평화운동의 구현 _ 이병철
내 영혼에 내린 영성의 비 _ 이반
나락 한알 속의 우주 _ 김종철
무위조차 없는 무위 _ 최종덕
한살림의 영원한 스승, 무위당 선생님 생각 _ 윤형근
이제 저에게도 스승님이 있습니다 _ 주요섭
그 순간 거기서 장일순 선생의 얼굴이 떠오른 것은 _ 임재경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 _ 장일순

2부 장일순을 이야기하다―후학들의 대담 모음
대담 1 “민주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장일순 선생님과의 이야기 _ 최준석
대담 2 “밖에 있으면서 안에 있던 분”―리영희 선생에게서 듣는 무위당의 삶과 사상 _ 전표열
대담 3 “무위당 선생의 주민사회운동”―실천운동 현장에 계셨던 김영주 선생님의 회상기 _ 김용우 외
대담 4 “내 삶의 어른, 무위당”―이긍래 원주한살림 이사장과의 지난 이야기 _ 황도근
대담 5 “언제나 생명 가진 모든 존재와 함께”―박재일 선생님이 들려주는 무위당 이야기 _ 윤형근
대담 6 “도덕과 정치”―김지하 시인에게서 듣는 무위당 장일순의 사상 _ 최종덕
대담 7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무위당 난초와 이철수 배꽃의 만남 _ 황도근 외
가상대담 “무위당에게 듣는 노자 이야기” _ 최종덕

저자 소개

[저자/대담자 소개]

고제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철학박사. 상지대 외래교수
김성동 작가
김영주 무위당을기리는모임 회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김지하 시인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언론인
박재일 전 천구교 원주교구 사회개발위원회 부장, 한살림 회장 역임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
원유일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 홍보후원팀장
윤형근 모심과살림연구소 사무국장
이경국 전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사무총장, 지학순주교기념사업회 원주지부장
이긍래 전 석탄광업소 노동자, 원주한살림 이사장 역임
이병철 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및 녹색연합 공동대표 역임
이철수 화가, 판화작가
이현주 작가, 목사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사 편집인
주요섭 전 생명민회 활동가
최성현 작가, 자연농법운동가
최종덕 상지대 교수

본문 중에서

나와 너는 천지만물과 더불어 하나입니다

옛 말씀에 천지여아동근이요, 만물여아일체라고 한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늘과 땅은 나와 한 뿌리요, 세상 만물은 나와 한 몸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입니다. 일체의 현상을 유기적 관계에서 보면,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은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상 만민은 다 예수님 말씀대로 한 형제요, 온 우주 자연은 나의 몸과 한 몸이나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공동체적 삶은 이 바탕 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간이 사물에 대해서 선악과 애증을 갖게 되면, 취사선택이 있게 마련이고, 좋은 것을 선택하는 선호의 관념은 이(利)를 찾게 되고, 이것은 자연히 현실에서 이웃과 경쟁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많은 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말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따라서 악의의 경쟁도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은 인간이 자기분열을 한없이 전개함으로써 자멸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영성적인 절대만을 진리라고 생각하여 상대적인 현상을 무시하는 삶도 아니고, 상대적인 다양한 현실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삶도 아닌 바탕에 공동체적 삶은 있는 것입니다.

아낌없이 나누기 위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겸손하며 사양하는 검소한 삶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또한 인간과 자연과의 사이에서 기본이 되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삶에는 꾸밈이 없을 것입니다.

1983년

장일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