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피크오일 위기라는 엄청난 현실 앞에서 인류의 대다수는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의 본질에 정면으로 대결하며 노력해온 각국의 ‘착한 도시’들의 취재 사례를 통해서 정혜진 기자는 우리에게 실천적인 희망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_ ‘태양도시’에서 ‘로컬퍼스트’로

1장. 지난 13년, 앞으로 8년
일련의 사건들: 환경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지난 13년: 밀고 당기는 사이 코앞에 닥친 위기
앞으로 8년: ‘착한 도시’에 희망을 걸며
나의 자가용 별거기 (1) 사랑하는 ‘그’와 헤어지기 연습의 시작

2장. 착한 도시가 필요한 이유
녹색기술: 희망과 함정
목적과 도구를 뒤바꾼 기술 개발 열풍
우선순위가 문제다
재생가능 에너지만으로 될까
삶의 양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아름다운 만남’의 공통점
창조적이면 착하기 쉽다
나의 자가용 별거기 (2) 바람과 바람나다

3장. 착한 도시들의 확산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다
클린턴과 리빙스턴: 메가시티의 움직임을 구체화하다
메가시티들의 리더, 런던의 변신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에서 시장들이 나서다
미국 도시들의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호주에서도
국내에서도 싹트는 기운, 그러나…
상하이, 호치민, 그리고 보고타
나의 자가용 별거기 (3) 이 예의 없는 것들을 어찌할까

4장. 착한 도시의 이모저모
이동하기
건축물
쇼핑의 기준
기업 경영하기 / 일하기
그 밖에
결론: 착한 도시의 ‘줏대’
나의 자가용 별거기 (4) ‘심각한’ 시련을 딛고

5장. 착한 도시의 착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전제: 당신이 착한 시민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착한 시민이 되기 위한 3단계 심리 치료
남과 다른 ‘당신’을 위한 착한 제안
나의 자가용 별거기 (5) 자가용과 이혼하는 그날까지
세계의 나의 동지들

에필로그_ ‘착함’의 역설에 대한 변명
주석
참고자료

추천의 말

지금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석유생산정점(피크오일) 위기라는 엄청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의 일상적인 인식 수준과 사고 범위 밖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평범한 환경적 사고만으로는 어느 것 하나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사정이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도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1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하나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위의 두 가지 위기는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고, 행동은 좁게는 지역, 넓게는 세계적으로 하는 양면전술”을 구사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말은 국제적인 연대운동과 지역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행동만이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정혜진 기자는 이 땅에 사는 아주 극소수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가장 폭넓고 깊게 잘 알고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가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취재현장이 국가 또는 지자체 간의 연대활동과 지역의 독자적인 행동이 이루어지는 ‘최전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런 정혜진 기자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발표를 빌려, 지구를 구할 시간이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5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생존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실을 일찍이 깊게 깨달은 선·후진국의 ‘착한 도시들’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비록 작은 불씨에 지나지 않지만, 바로 거기에 인류의 희망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들 ‘착한 도시’를 준거틀로 하여 우리도 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의 생활양식을 좀더 ‘지역화’시키고, 질적으로 검소하며 이동성이 적도록 도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의 이런 소박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 가장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지역의 행동이 세계를 움직이고, 그것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지름길이 아닌가?”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이 말을 깊게 음미해보도록 하자.
―박용남 (《꿈의 도시 꾸리찌바》 저자,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저자 소개

정혜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 1994년부터 〈영남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한국언론재단과 영국 외무성 지원으로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문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태양도시─에너지를 바꿔 삶을 바꾸다》가 있다.

소개의 말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지난 1~2년 사이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 생존의 문제임을 국제사회는 깨달아가고 있다. 주류 경제학자, 객관적 수치만을 신봉하는 과학자들, 그리고 경제활동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못한다고 외쳐 왔던 기업인들과 심지어 미국 부시 대통령까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알린 공로자가 노벨평화상까지 받기에 이르렀음을 저자는 꼼꼼히 되짚어 상기시킨다.

답은 도시에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다름 아닌 도시에 있음을 지적한다. 도시는 지구 표면의 2%에서 자원의 75%를 소비한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도 도시에 있고, 이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도시이다. 저자는 2007년이 지구를 구하는 시간 ‘앞으로 8년’(IPCC의 지적)의 시작의 해이면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보다 많아지는 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20세기가 ‘도시화의 시대’였고, 21세기가 ‘도시의 시대’라면 2007년부터는 ‘착한 도시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의 성품이 중요하다

‘착한 도시’란,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여나가는 도시다. 저자가 ‘착한 도시’라는 비과학적인 말을 택한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도시’나 ‘친환경 에너지 도시’처럼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확대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의 성품이 착하다는 것은 자기 도시에서의 활동이 다른 도시에, 나아가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를 생각하고 그 도시의 몫만이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가는 행동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 운행을 줄여야 하고, 덜 소비적이어야 하며, 모든 것에 에너지 효율을 따져야 하고, 가능한 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착한 도시’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저자의 시각은 시종일관 긍정적이다.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도 저자는 비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도시가 ‘착한 도시’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이동, 건축물 심지어 쇼핑 등 도시 활동의 많은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도시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유럽, 일본,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과 호주에서도 도시 주도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 삶의 방식이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 바뀌고 있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자가용보다 빠르고 편리하고 안락한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한 도시들, 건축물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삶이 더 여유로워진 사례들, ‘탄소 정보’(한 물건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쇼핑의 기준으로 삼는 도시민들 등 ‘착한 도시’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함께 착하게 살자고 권유한다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도시들이 ‘착한’ 정책을 세우고, 시민들은 ‘착하게’ 살자는 것이다. 모든 도시가, 나아가 모든 시민이 동참해야만 ‘인류 최대의 위기’인 기후변화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시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도시 틀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저자는 보여준다. 강요하기 보다는 설득한다. 기후변화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착하게’ 사는 길을 택해야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길이 개인적으로 또 도시 전체적으로 삶의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길임을 저자는 보여준다.

보너스
각 장의 끝부분에 있는 ‘나의 자가용 별거기’는 ‘착한 도시’의 ‘착한 시민’으로 살아가려는 ‘시민 정혜진’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2년 6개월 전 자가용과의 ‘별거’(자가용을 팔지(이혼) 않고 이용횟수를 크게 줄이는 것)를 결심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생긴 여러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전해준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마지못해 선택한 자가용과의 별거가 저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착한 시민’으로 사는 길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즐겁고 더 보람 있게 사는 길임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본문의 내용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