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길을 찾아 귀농을 결행하여, 자유롭고 보람된 삶을 누리고 있는 농부시인 서정홍의 자상한 귀농안내서이자 호소력 있는 귀농권유서.
우리말 바로쓰기에 오랫동안 힘써온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과, 결국은 삶 자체에 대한 신념이 서정적인 시인의 말로 잘 나타나 있다.

목차

머리말 “서로 나누고 섬기며”

1부 농부와 밥상
별을 노래하는 농부
농부의 아들
소농 그리고 희망
유기농산물을 아십니까
황금보다 귀한 똥
거룩한 밥상 앞에서

2부 농부와 생명
흙 한 줌에 깃든 우주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논
무기보다 소중한 식량
사람과 자연을 죽이는 농약
미래에 희망이 있느냐고 물으시면
아이들을 자연의 품으로
하늘이 내려준 밥
대안학교가 가야 할 길
먼저 나를 바꾸어야
사람을 만나 사람이 되고

3부 농부와 시인
농부와 시인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배창환 시인
친구를 보내며
좋은 시는 어디서 나오나
농사꾼의 모습, 시인의 모습
일꾼의 꿈을 키워가기를
삶을 가꾸는 시 쓰기
삶을 가꾸는 동시 쓰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부 농부와 희망
참꽃이 필 때
어둠을 한탄하기보다 촛불을 들자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생명의 땅, 쿠바를 다녀와서

5부 농부가 되는 길
생태귀농을 꿈꾸는 벗들에게

추천의 말

서정홍은 평화로운 생명세상을 꿈꾸는 농부이며, 사람 냄새 흙냄새가 진하게 배인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다. 합천 황매산 자락 그의 집에, 방학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 다녀오는 것이 근래 내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는데, 생명을 가꾸는 삶의 참된 의미와 이미지를 아이들이 마음에 새길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무한경쟁 궤도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내일을 꿈꿀 여유가 없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길을 제시해 주고 싶은 나와 같은 교사들에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시인의 육성은 마른 논을 깨우며 쏟아지는 소낙비가 될 것이다. 나를 세우는 힘이 내 안에 있듯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힘은 그런 세상을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의 싱싱한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배창환 (시인, 교사)

서정홍 시인의 글을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온몸으로 보여주면서도 참 겸손하다. 땅바닥 흙을 닮았다. 우리 가슴 깊이 억압된 그 무엇을 어쩌면 이리도 자연스레 잘 삭은 거름처럼 드러낼 수 있을까? “농사짓고 살면서 비로소 사람으로 사는 기쁨, 서로 나누고 섬기는 가운데 가슴에 차오르는 기쁨도 알게 된” 농부 서정홍의 삶과 글은 돈과 기계, 권력과 물질, 지위와 외양만 추구하는 오늘날 병든 사회에 꼭 필요한 보약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저자)

저자 소개

서정홍

1958년 경남 마산 출생. 1990년 마창노련문학상, 1992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1996년 생명공동체운동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펼쳤고, 경남생태귀농학교를 운영하였다. 2005년부터 경남 합천 황매산 기슭 산골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열매지기공동체와 강아지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동시집 《윗몸일으키기》, 《우리 집 밥상》, 《닳지 않는 손》 등과 산문집 《부끄럽지 않은 밥상》, 그림책 《마지막 뉴스》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

“농부를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파괴된 지구를 치유하고 살리는 영웅이라 합니다. 그런데 지구를 살리는‘영웅’인 농부들의 현실과 미래는 어떻습니까? 옛날에는 농부가 되면 삼대가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지금은 삼대가 아니라 영원히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더구나 유기농법을 하려는 농부들은 더욱더 큰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 줄 잘 알면서도 농부들은 땅을 버리지 못하고, 아니 버릴 수가 없어서, 오늘도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게 농부의 마음입니다.”(11쪽)

“밥상 위에 밥 한 그릇이 올라오려면 만물이 하나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은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만든 성스럽고 거룩한‘마무리’이며‘미래’입니다. 밥 한 그릇 속에는 깊은 우정이 있고,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습니다.”(39쪽)

“살아가다 보면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럴 때는 흙을 한 줌 손에 쥐고 흙냄새를 맡습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신비스런 흙냄새가 몸속으로 깊이 들어와 뒤틀린 마음을 바로잡아 줍니다. 맨발로 논둑을 걷거나 산길을 걷다 보면 온몸에 깃든 병이 다 나을 것 같습니다. … 아, 흙이 바로 나였구나! 아니, 내가 흙이었구나! 왜 그걸 모르고 살았단 말인가!”(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