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97호 2007년 11-12월호    

 

  새만금과 대통령선거

  리건

 

  바보짓을 건너뛸 수는 없나

  프레드릭 르봐이예의《폭력 없는 탄생》은 신생아의 입장에서 출산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이 시적인 책을 읽으면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산과(産科) 기술이 아기에게 가하는 폭력을 충격적으로 느끼게 된다. 르봐이예는 이 책을 1950년대에 썼다. 그러니까 서구사회는 그런 근대적 의료 개입을 이미 그 전부터 한참 해오다가, 50년대쯤에 그에 대한 고찰과 반성을 하기 시작했고, 70년대쯤 되면 출산과정의 의학적 개입은 출산에 대한 ‘방해’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이 되었다. 근대적 산과 기술이 아기와 산모에게 해롭다는 게 상식이 된 것이다. 의사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어둑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산모가 본능적으로 아기를 낳아야 좋다는 것이 서구사회에서는 새로운 사회인식으로 확립되었다.

  르봐이예가 이 책을 쓴 1950년대에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산부인과 의사가 출산에 개입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구식’으로 아이를 낳고들 있었다. 서구에서는 ‘새로운 대안’이지만 이 땅에서는 아주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그 방법으로. 그리고 1970년대에 ‘최신식 양방 산과기술’로 내가 태어났다. (이 책을 읽은 나의 어머니는 “그 당시엔 다들 그랬지만 엄마도 큰 잘못을 했구나”라는 말로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 르봐이예의《폭력 없는 탄생》은 1987년에 와서야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고, ‘인권분만’이란 개념이 우리나라에 퍼진 것은 1990년대였다.

  이런 일을 보고 있으면 의문이 생긴다. 1950년대 한국에 서구사회의 시행착오의 경험들과 그에 대한 반성이 전해졌더라면 오래된 출산의 원형은 보존된 채로 ‘대안출산’의 ‘개념’만 사뿐히 덧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왜 한 사회 전체가 다른 사회에서 저질렀던 잘못을 통째로 반복하고 나서야 배우게 될까? 언제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오래된 미래’를 받아들이게 될까?

 

  북해 연안 와덴해(海)는 우리나라의 서해처럼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와덴해역을 공유하고 있다. 갯벌을 착취와 간척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3국의 시각은 연안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이 지역을 국경과 무관한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였고, 1970년대 후반부터 와덴해역의 동식물 보호가 3개국 공동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1973년 이후로는 간척사업이 더이상 없다고 하며, 꾸준한 논의 끝에 1985년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갯벌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어 1986년에는 니더작센주, 1990년에는 함부르크시가 주변 갯벌을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지금은 와덴해의 전체 갯벌 5,200km2가 국립공원이 되었다. 그러나 70년대 이전에 오염물질로 썩어들어갔던 갯벌의 바닥층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아, 사람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주변 오염원을 제거하는 등 갯벌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이다.

  갯벌 파괴의 후유증을 몸소 겪고 나서 갯벌은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와덴해 3국이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는 아직 온전한 상태의 새만금 갯벌에 어민과 풍부한 갯생명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와덴해 전체 갯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한국에서는 새만금사업이 착공되었다. 갯벌을 일단 망가뜨리고 나서 그것을 되살리기 위해 돈과 정성을 쏟아붓는 ‘바보짓’을 건너뛰지 못한 것이다.1)

  분야를 달리하면서 비극이 계속 교차 반복되는 것은, 사람이 아둔해서 간접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기 때문만은 물론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의 본성 같은 ‘형이상학적 이유’가 아니라, 어떻게든 어딘가를 대규모로 들어엎어야 지탱할 수 있는 건설자본이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갯벌을 매립하거나, 매립공사를 중단하면서 보강공사를 하거나, 갯벌에 흙을 사다 붓거나, 도로를 만들었다가 없애거나, 갯벌을 살리기 위해 방조제를 뜯어내거나, 하여간 어떤 공사를 하든 건설자본은 무조건 남는 장사이며, 이 자본을 대변하거나 그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이 개발공약을 남발하게 된다.

 

  ▲이 지역은 고유한 역사에서 비롯한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여러 갯벌들, 물길들, 강, 바다, 섬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예를 들어 어민들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등을 '조개풀', '오전풀', '광장풀'과 같이 '-풀'이라고 불렀다. '구복작'이라는 이름의 갯등은 복어, 조기, 숭어 등 9종류의 어종이 많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각각의 이름을 지워 버리고 이 지역을 통째로 '새 만경김제평야'라는 뜻으로 '새萬金'이라 창씨개명한 것에서 말잔치가 시작되었다. 아직도 한 줄의 방조제를 쌓은 것에 불과하여 당연히 '새만금'에 해당하는 평야는 없다.

 

  말잔치

“새만금에 100개의 골프장(1,800홀)을 만들어야 한다.” (유시민, 2007.9.4)
“광활한 새만금 지역을 꽃시장으로 만들겠다.” (정동영, 2007.9.7)
“새만금을 두바이처럼 만들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두바이에서 오신 ‘그분’이 오일달러를 투자하신다고 했다.” (이명박, 2007.9.18)
“새만금을 상하이처럼 만들겠다.” (조순형, 2007.9.21)

  이밖에도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만금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중이다. 이들은 모두 듣는 사람을 헛웃음 나오게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왜 코미디 작가를 안하고 재능을 썩히고 있을까? (이외에도 비록 정치인은 아니지만 철학자 운운하는 김용옥이 새만금에 카지노를 만들어야 한다고 최근(2007.6.12) 부르짖은 바 있다. 그 철학의 빈곤이라니…)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유일하게 해수유통으로 새만금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정신 산란한 개발공약은 1987년 노태우 후보와 김영삼 후보가 경쟁적으로 새만금 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부터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장밋빛 개발공약이 난무하다, 논의와 검증이 이뤄지고, 사업이 중단될 듯하다, 개발공약이 발목을 잡아 다시 사업이 재개되는…. 새만금에서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무덤이었다.

  현재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대선주자들은 새만금 간척 ‘예정지’를 용도변경해 얼마나 더 휘황찬란하게 개발할 것인지 ‘말빨 배틀’ 중이다. 아직 바닷물에 잠기는 갯벌일 뿐인, 존재하지도 않는 간척지에 미리 전폭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새만금특별법’이 이런 말잔치의 중심에 놓여있다.

 

  상상 초월의 특별법

  작년(2006년 3월) 새만금 소송 때, 대법원은 농지와 담수호를 만든다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짜 농지가 부족하여 갯벌을 매립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새만금 갯벌을 매립하여 농지로 쓰겠다고 믿는 정부관료도 거의 없다. 아니나 다를까, 판결 이후 정부는 새만금 간척예정지를 산업용지, 관광용지, 도시용지 등으로 용도변경하는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국회의원 173명이 발의 서명했다.

  ▲서울(왼쪽), 부산(오른쪽)과 비교한 새만금지역(가운데). 새만금 간척지는 서울 2/3 면적, 부산 전체 면적에 해당한다. 또 프랑스 파리의 네배, 뉴욕의 다섯배 면적에 해당한다. 끝물막이 후 서울 2/3만한 면적이 아래에서부터 썩어서 거대한 킬링필드가 되어가고 있다. 악몽은 계속된다. 농촌공사에서 발간한 '서남해안 간척자원도'를 보면, 더 큰 외해방조제를 건설해 영산강까지 이어 새만금보다 4배 넓은 땅을 조성하려는 계획까지 나와 있다.

 

  이 법안은 들여다볼수록 ‘상상 초월’이다. 약 30년 후 새만금이 간척되어 땅이 만들어진 가상의 상태를 전제로, 현행법을 뛰어넘는 특혜를 부여하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새만금 간척사업은 농지관리기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농지 이외의 용도로 전용한다면 3조원에 이르는 농지관리기금은 도로 뱉고 다른 기금으로 예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 무시!

  법은 한술 더 뜬다. “공유수면매립법 특례, 공유수면매립면허 경과조치” 조항으로 (‘공유수면’=갯벌, ‘매립’=간척) 불법적인 매립면허 양도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농지 용도로 매립 면허를 받은 상태라면, 간척예정지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물론 그 사이 매립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법은 그냥 새 면허를 준 것으로 치고 넘어가잔다. 물론 다른 용도로 개발할 때 새로 진행돼야 할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2)도 한 것으로 치고[擬制處理] 생략!

  그간 정부, 법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농지 사용을 전제로 해 허가하고 그것을 근거로 판결해왔다. 아직도 새만금사업 공식 홈페이지(http://www.isaemangeum.co.kr)에는 농지를 만들겠다는 계획 그대로이다. 이것을 “타 용도로 전용하겠음”이란 선언만 하고 넘어가겠다는 말이다. 용도를 변경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논의와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이같은 용도변경은 명백히 불법이다.

  이밖에도 이 법은 환경관련 제반 법률상의 규제, 각종 조세, 개발 이익 등을 감면하는 초법적 발상으로 가득하다. 상상 초월!

 

  그러나 불가능한 개발

  새만금특별법은 새만금간척사업을 불가능한 것에서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다만, 불가능한 것을 단 몇 개월이라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일 뿐이다.

  우선 수질부터 따져보자. 새만금 지역에서 쓸 물은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흘러드는 물을 가두어 만들 ‘새만금호’라는 담수호에서 충당하게 되어 있다. 여기 수질은 아무리 노력해도 3급수가 안돼 농업용수로 쓰기도 어렵다.3) 이제 공업단지, 관광단지, 첨단도시 같은 것을 만든다? 3급수도 안되는 상수원에 기댄 도시라니….

  그뿐 아니다. 새만금 외측도 갯벌의 정화작용이 중지돼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다. 안팎으로 썩은 물이 일렁이는 곳, 결국 어떻게 될지는 이미 시화호가 충분히 보여주었다.

  게다가 현재 새만금 간척사업은 감사원 추산 총 6조원의 비용이 든다. 만약 복합단지로 조성되면 비용은 28조원으로, 원래 비용의 5배 가까이 늘어난다. 물론 이 돈은 전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나 새만금특별법에 따르면, 이 사업은 완공 후 국민 일반의 이익과 무관하게 전라북도가 전용하게 되어 있다.

  현재 외측 방조제만 막힌 새만금은 전체 공정 중 겨우 6%만 진행된 상태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간척이 3년 전에 끝나서 지금 농사 잘 짓고 있어야 한다!) 새만금 갯벌을 땅으로 만드는 복토(覆土)에는 15년간 남한 전체에서 하는 모든 공사에 들어가는 분량의 흙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라면 이 흙을 경부운하에서 파서 조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상상만으로도 공포스럽다.

  현실적으로 이런 공사에 들어갈 토사의 8%도 조달할 수 없다. 이미 외측 방조제를 건설하려고 퍼낸 바다모래만으로도 변산해수욕장의 모래가 유실돼 새만금 사업자 측이 모래를 변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구적인 환경변화도 새만금 간척사업을 점점더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4) 기후변화로 해일, 폭우, 태풍이 증가하는 세상에서,5) 수면보다 1.5m 낮은 새만금 간척지는 범람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온실가스 흡수 효과가 있는 갯벌을 매립하는 데 국제적으로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또한 습지보호에 관한 람사르협약6)이나 철새보호를 위한 국제운동 전개, 새만금 연안어민들의 풀뿌리운동의 새로운 국면 등 새만금 간척은 여러모로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갯벌을 복원하는 것은 서구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작되었다. 새만금 근처의 전남 장흥에서는 40여년 전 막았던 방조제를 허물고 간척지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다시 갯벌로 복원하는 사업을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새만금 갯벌과 함께 18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충남 서천군의 장항갯벌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갯벌을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갯벌 매립의 부당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 부처간 역학만으로도 진행이 어려워 보인다. 농림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법제처 등 대부분의 주무 부처들이 새만금특별법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타당성도 공익성도 없는 사업에 증액된 28조원을 기획예산처에서 승인해줄지 의심스럽다. 이미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갯벌 매립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 구걸

  새만금 개발공약은 전북의 표심이 오직 새만금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이런 전제가 검증된 바 없다는 사실이다. 전북 고위 공무원은 새만금이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고 여론몰이하고, 전북 언론은 다시 이 말을 받아서 새만금에 대한 환상을 기사화한다. 이 내용을 받은 정치인들은 적극 추진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토건세력이 있다.

  관료-언론-정치인들이 서로 감사패를 주고받듯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결국 정작 중요한 전북 현안은 사라진다. 전북 민심은 오직 새만금 간척사업으로만 대표된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치인이 ‘뻥카’일 가능성이 큰 ‘새만금=전북 민심’ 전제에 기대는 모습은 차라리 참담하다. 이들은 새만금특별법안을 읽어보기는 했을까? 새만금특별법은 전북 지역에 검증 없이 국세를 쏟아붓겠다는 의미이며, 타 지역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왜 전라도만 몰아주냐며, 연안권발전특별법도 같이 통과시켜야 한다는 경상도의 지역주의도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민은 새만금특별법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까? 새만금특별법에 따라 간척예정지에 복합단지를 건설하려면 만경강, 동진강에 엄격한 수질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전북의 공업, 축산업을 대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농업 이외의 활동은 금지해야 한다. 물론 인구도 줄여야 한다. 상하수도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이 노력을, 30년 후에나 생길까 말까 한 땅을 두고 해야 한다!

  물류의 허브, 산업단지 조성 같은 이야기는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 새만금지역말고도 물류의 중심지가 될 만한 곳은 차고 넘쳤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보아 ‘대규모 물류’라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를 펑펑 쓰는 대규모 물자 이동은 급감될 수밖에 없고, 에너지를 쓰고자 한들 석유와 우라늄은 곧 고갈될 형편이다. 남한의 경제구조는 이미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설 단계가 아닌데다가, 공업용지는 남아돈다. 새만금 근처의 군장산업단지의 공장용지 분양률은 현재 25% 미만에 그치고 있고, 남북경제협력이 더 진행되면 남한 내 산업단지의 필요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

  허무맹랑한 지역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거론해 전국적으로 표를 획득하는 것이, 슬기로운 정치인이라면 취해야 할 선택이 아닐까? 차라리 28조원의 예산을 새만금사업 대신 전북 복지를 위해 쓰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라. 100억원짜리 도서관을 2,800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대학생 140만명에게 4년 등록금을 줄 수 있는 돈이다. 앞으로 전북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 30년간 무상육아,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수유통-바닷물을 갯벌로

  정치인들의 말잔치에 새만금 주민의 삶이 가려져 있지만, 새만금 갯벌은 아직도 살아 있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 뉴스에 많은 타지 사람들이 새만금 갯벌이 그 날부터 아예 없어진 것으로 착각했지만, 어민들은 여전히 갯벌에 일부분 기대어 살고 있다. 새만금 갯벌은 제1방조제가 착공되었던 때부터 조금씩 죽어갔고, 지금도 일부분은 죽어 있고 일부분은 살아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7) 현재 가력배수갑문과 신시배수갑문(신시배수갑문은 2007년 10월부터는 폐문)을 통하여 간간이 해수유통이 되고 있어서 어민들도 한 달에 열흘 정도는 갯벌에 나가 조개를 잡고 있다. 갯벌과 어민은 아직도 바닷물이 온전히 드나드는 날을 꿈꾼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의 와덴해 갯벌과 우리나라 새만금 갯벌이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와덴해처럼 갯벌 보존의 대안이 무엇인지 새로 논의할 필요도 없이, 눈을 들어 갯벌 어민을 보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오래된 미래’가 여기 있다.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사람이 발을 못 들여놓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갯벌의 재생산능력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개?게?물고기를 채취하여 평화롭게 삶을 이어가는 방식, 물때에 맞추어 갯벌로 나가고 계절 따라 많이 나는 갯것을 순환적으로 거두는 방식,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지역 먹거리를 공급하는 방식, 풍어제나 다양한 해산물 요리법, 갯벌과 관련된 풍부한 지역 언어를 이어가는 방식….

  이 때문에 새만금사업은 결국 좌초하게 된다. 갯벌 생태계의 중요성을 몸으로 아는 어민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가, 이 어민들에게 마음을 싣는 사람들이 연대를 위해 계속 모여들기 때문이다.8) 이 또한 와덴해와 다른 점이다.

 

  책임 있는 선택

  대통령감이라면 적어도 국내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진행될지 현실적으로 감을 잡고 있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후(2012년)의 상황은 어떨까?

  새만금 담수호가 시화호를 훨씬 능가하는 오염원이 되어 인근 바다까지 심각하게 오염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공식 보고서, 새만금 복토에 필요한 토사를 8%밖에 조달할 수 없다는 통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예산의 승인에 대한 낮은 가능성, 간척 후 사용처 합의에 관한 논란 등 어떤 계산으로도 임기 말까지 새만금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골프장, 상하이, 두바이, 꽃시장은커녕 임기 말까지 ‘새만금사업을 완공시킨 대통령’으로 남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새만금사업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심지어 보수언론들도 말도 안되는 새만금 공약은 그만 하라고 지청구를 놓는 상황이다.

  우리는 새만금사업의 역사를 똑똑히 기억한다. 아울러 장밋빛 공약을 내걸기는 쉽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데 얼마나 많은 사회적 논란과 국민경제적 손실이 따르는지도 확인했다… 현재 쏟아지는 개발 구상은 결국 표를 염두에 둔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일 뿐이다… 이번만큼은 새만금 개발공약을 접어두기를 대선주자들에게 촉구한다.(〈한국일보〉2007.9.19)

  하지만 선거 때마다 개발공약을 남발해 표를 구걸하고, 그것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이번에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중앙일보〉2007.9.18)

선심공약으로 새만금사업이 처음 거론되게 하였고 사업 착공시킨 장본인. 아, 물론 비자금 5천억원 조성에 새만금사업이 일조했다

이 정권의 하고많은 실정(失政) 중에서도 새만금사업이 당당히 YS 3대 부실사업으로 꼽힌다. 시화호 썩히고도 정신 못 차렸음.

지역주의와 개발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DJ는 새만금 착공에 힘썼으며, DJ 정권은 사업 중단 기회를 날려버렸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새만금 반대의사를 확고하게 표명했던 노통, 표 얻으려고 말 바꾸더니, 대통령 되고는 환경부 조사결과를 은폐시키고 삼보일배도 못 본 척.

 

  새만금사업이 안될 사업이란 것을 파악 좀 하고 대선 후보로서 책임질 만한 발언을 하라.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새만금사업으로 이름을 남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새만금 공약은 책임지기는커녕 대책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꼴이다. 공약의 장밋빛 청사진이 실현되는지 여부는 고사하고, 이들이 말하는 청사진이 실현가능한지 불가능한지 판가름하기까지, 얼마나 더 긴 시간이 필요할까? 얼마나 더 어민들과 갯벌 뭇 생명들이 애타게 기다려야 할까?

  자, 이런 선택은 어떨까. 차기, 차차기 대통령에게 그 ‘기회’를 빼앗기기 전에 해수유통을 시켜 갯벌과 어민을 살린 ‘결단력 있는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새만금 갖고 장난치는 정치인을 보는 것도 지쳤다. 6개월짜리 반장을 뽑는 선거에서도 이렇게 책임감 없는 후보들은 나오지 않을 거다.


1)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비극은 반복된다. 썩은 퇴적오니를 퍼내는 데만 1천억원이 들어가는 마산만의 사례로는, 한번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시화호도 마찬가지지만, MTV사업이란 게 다시 추진되고 있다.

2) 원래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는 솜방망이인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개최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에서 문재현 당시 민주노동당 환경위원은 “한국의 환경영향평가는 실제 사업취소를 포함한 의사결정수단이 되는 외국과 달리, 개발의 장애물로 형식적인 절차상 규제로 여겨져 왔다”며 우리나라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요식행위일 뿐 결정과정에서 힘이 없음을 밝혔다. 보수언론의 마타도어로 본질이 흐려졌던 지율 스님의 단식은 사실 그 허술한 환경영향평가나마 법에 있는 그대로 좀 해보자는 아주 소박한 요구를 걸고 진행된 것이었다. 그런데 새만금특별법은 그 솜방망이 환경영향평가조차 아예 생략하겠다고 한다.

3) 실제로, 최근(2007년 10월 8일) 전라북도가 새만금유역 환경기초시설 구축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한 결과보고에 따르면 새만금유역 수질개선사업은 하수처리장 건설, 익산 왕궁지역 축산단지 폐수처리보강 등 각 세부사업별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그 결과 만경강 수질(BOD)은 지난해 5.2ppm에서 올 상반기 6.0ppm으로 악화되어 4급수에 근접했고 그만큼 목표치(4.4ppm)와도 더 멀어졌으며, 동진강도 3.3ppm으로 목표치(2.6ppm)에서 먼 상태이다. 만경강과 동진강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물고기가 멸종되어 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다 보면 하수도요금을 대폭 상승시켜 전북도민의 반발을 불러오거나 전라북도 재정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4) 유엔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서, 2100년까지 지구의 해수면은 50에서 140cm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5) 이런 대규모 기상현상은 지구의 열에너지를 고루 분산시키려고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구온난화로 열에너지가 증가하면 태풍 등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6) 2008년 경남에서 열리는 람사르총회가 하나의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남도는 연안습지 매립을 위해 ‘연안권발전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대규모 습지훼손을 은폐하기 위해 람사르총회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람사르총회 유치 과정에서 활약했던 경남 환경운동연합,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등으로 구성된 ‘연안권발전특별법 제정 저지 경남대책위원회’는 이런 이유로 경남도가 주도하는 람사르총회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새만금특별법과 연안권발전특별법은 무분별한 연안습지 매립을 두고 지역간에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띠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이런 특별법들은 국가재정으로 지역개발비를 충당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7) 갯벌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주용기 씨의 조사에 따르면 새만금 갯벌 생태계는 방조제 건설 시작부터 천천히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새만금 맨손 어업의 도구이자 갯벌 살리기 운동의 상징이 된 ‘그레’도 약 15~20년 전에 갯벌 어민에 의해 고안된 비교적 새로운 것이라 한다. 그 전에는 그런 도구를 쓸 필요도 없이 그냥 소쿠리로 갯벌에서 조개를 퍼 담을 수 있는 곳이 새만금 갯벌이었다.

8) 올해에는 이강길 감독의 영화〈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상영회와 군산의 ‘새만금 락 페스티벌’을 계기로 새로운 활동이 전개되었다.〈살기 위하여〉상영회 때 캠페인을 벌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침 새만금사업을 자축하는 ‘새만금 락 페스티벌’에 대한 분노가 번져나갔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안티-새만금 락 페스티벌’ 활동, 대항 페스티벌인 ‘갯벌도 살고 사람도 살자―살살 페스티벌’, 해창 갯벌에서 에코토피아 캠프, 계화도 어민 진료, 자전거행진, 새만금 바닷길 걷기 등을 진행했다. 이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형성한 느슨한 연대체로 ‘살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묶였고, 그 활동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글도 살살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쓰게 된 것이다. (새만금특별법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준 ‘생태지평’과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친구들께 감사드린다.)


  리건 ― 기후변화, 핵발전소, 새만금 등의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2007년에는 ‘갯벌도 살고 사람도 살자―살살 페스티벌’ 준비팀을 함께 했고, ‘건강한 계화도를 위한 갯벌진료단’을 꾸렸다. 서울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글 속의 그림들은 모두 필자가 직접 그린 것임―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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