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91호 2006년 11-12월호    

 

  한미 FTA와 기업식민주의

  랄프 네이더

 

  “FTA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파괴한다”

  1960~70년대부터 소비자운동의 제창자로 일하면서 해온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는 ‘풀타임 시민(full-time citizen)’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대기업과 정부의 집중된 권력이 소비자의 건강·안전·경제를 위협하는 것을 막고, 이로운 법이 집행되도록 하고, 해로운 법은 개혁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미국은 ‘기업범죄 물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칩니다. 한 검사가 묘사했듯이 엔론(Enron)과 같은 많은 월가(街)의 기업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같은 만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강력한 법과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현재, 노동자의 연금이 도난당하고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소액투자자들은 돈을 잃는, 너무나 끔찍한 상황에 와 있습니다.

 

  당신은 FTA를 제국주의 방식이라고 비판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FTA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어떤 방식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WTO 협정과 FTA 등의 본질은 결정권을 국내에서 국외, 즉 국제기구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들 국제기구는 제네바에 있는 것처럼 비밀리에 운영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권력을 소수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정치인들에게 집중시킵니다. 그러므로 ‘반(反)민주주의 운동’이자 ‘반(反)주권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결정권은 한 나라의 국민과 정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외 대기업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세력들이 모여 만든 독재체제인 ‘국제기구’들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주로 스위스 제네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늘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신의 말은 완전히 다른 말이 아닙니까?

  여러 나라가 모여 합의한 모든 국제협정은 주권의 부분적 상실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무역협정, 즉 FTA는 그것으로 인해 주권의 상당한 부분이 상실됩니다. 그리고 FTA는 무역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 건강, 소비자, 환경 등을 ‘국제무역 주권’에 예속시킵니다. 이 점에서 FTA는 매우 제국주의적인 것입니다. 이들은 상품과 서비스라는 무역 범위를 넘어 건강과 안전, 노동관계와 같은 공공영역에 침투합니다.

  둘째, 국제 무역협정은 초국적기업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을 가져다줍니다. 초국적기업은 이 권력을 사용하여 나라와 나라를 경쟁시키고 한 나라의 입법부, 법원, 규제기구 등과 같은 결정기구로부터 결정권을 빼앗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초국적 독재기구들에 넘겨줍니다.

  놀랍게도, 심지어 미국조차도 주권을 초국적기업과 WTO에게 너무나 많이 빼앗겼습니다. 우리가 의회나 법원 또는 규제기구를 통해 결정했던 보건과 안전에 관한 사항은 이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에는 선출된 공직자나 책임을 질 공직자가 없습니다. 일반 미국 국민들은 제네바에 있는 공직자들과 법관들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FTA의 가장 위험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선진국의 기준을 후진국의 기준과 같게 하향 조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WTO 회원국들이 자국의 노동자들을 학대하더라도 국제 무역협정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을 너무 오염시키거나 소비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자국의 노동자, 환경,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 등의 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무역협정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이 나라의 상품 수입을 통제하지 않습니까.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국내 환경기준이 WTO 회원국들에 의해 다섯번이나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섯번 모두 미국이 졌습니다. 그 이유는 제네바의 밀폐된 법원에서 법관들이 미국의 환경기준이 화학물질 사용, 원료의 선택, 돌고래와 어류의 포획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역협정은 생활수준과 보건 안전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하향화합니다. 가장 좋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아동노동’은 불법입니다. 아동이 공장에서 만든 상품을 구매하는 것 또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WTO 때문에 우리는 방글라데시 등과 같은 곳에서 아동이 만든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WTO에 의하면 아동노동은 ‘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장에서 학대당하는 아동들이 미국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합법’입니다. 이것이 ‘하향화’입니다. 만약 무역협정에서 아동노동이 금지되었다면 WTO 회원국이 되고자 하는 나라들의 기준이 향상되었을 것입니다.

 

  한국이나 베네수엘라, 멕시코의 최고 관료나 부자들이 미국 최상층의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연대하여 협력하는 것이 국제적인 새로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기업들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최대한 많이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서로 협력합니다. 임원들은 각 나라의 정부에 들어가 장관이 되고 선출직에 들어가 일을 하다 임기가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정부를 ‘기업정부(corporate government)’라고 부릅니다. 미국정부는 국민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자사 임원들을 정부 고위직으로 보내고 선거자금을 후원합니다. 그리고 수천명의 로비스트를 둬서 정치인들이 그들에게 복종하게끔 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시민들의 조직력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WTO 협정이 미국 의회에서 심사를 받을 때 800쪽이 되는 보고서를 다 읽은 의원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자들도 읽지 않고 기업 로비스트가 제공한 요약문만 참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 TV가 국민들을 교육시킬 만한 내용을 전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협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주권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이제 워싱턴이 아니라 제네바가 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네바는 너무 멀고 선출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자유무역’,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말에 속기 쉽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자유무역’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 이데올로기의 기원은 18세기,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지금의 무역협정이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것은 틀린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유무역’이라고 하면 좋은 뜻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 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온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는 특정한 상품을 잘 만들고, 다른 나라는 다른 상품을 잘 만든다고 할 때, 이것들을 서로 교환하면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나프타, WTO, FTA와 같은 무역협정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기업들이 관리하는 무역(corporate managed trade)’입니다. 만약에 이것들이 진정한 자유무역이라면 누가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수백 페이지가 되는 규칙과 규정이 왜 필요합니까? 누가 결정하는가, 답은 대기업입니다.

  만약에 진정한 자유무역이라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의약품 특허권, 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과점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기업이 관리하는 무역’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최근 다자적 방식인 WTO 체제 대신 양자협정인 FTA를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부시 행정부의 전략으로서, 주로 약하고 가난하기에 협상능력이 없는 나라들과 일 대 일로 상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 국민’이 아닌 거대한 다국적기업을 대표해서 매우 강력한 요구를 내세우며 협정과정도 신속하게 진행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농업과 의약품과 같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가장 나중에 논의합니다. 이것은 한국 국민들이 충분히 무엇을 잃게 되는지 확실히 모를 때 일방적으로 밀고나가려는 의도입니다. 주권이란 차원에서 한국인들은 무엇을 강요당하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포기하는지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내든지 죽든지”

  지금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우선 의료보험을 비롯한 미국의 의료현실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십시오.

  미국에서는 소수의 대기업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회비를 지불하고 가입하는 종합적인 건강관리 시스템)가 거의 모든 보건산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미국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비싼 서비스이며 매번 부정행위로 정부의 돈을 가져갑니다. 최근에 한 회사가 부정행위를 하다 걸려서 10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이 회사는 워싱턴에서 메디케어 보험료를 부당하게 청구하여 폭리를 취한 것입니다.

  HMO는 ‘보건유지기구’의 약자이지만, 그러나 실제로는 의료보험회사들입니다. 이들은 의료에 관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현재 이들은 의사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독립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이들은 거대 병원 체인들에 소속되어 있으며,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를 비롯한 5대 HMO에 의해 중앙통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5대 HMO 또한 최근 합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HMO는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도입된 것이었습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질병예방, 환경오염 감축, 안전한 노동조건들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었지요.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에 비영리 기구로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보험회사들로 기구 자체가 넘어가 버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독점적이며 불친절합니다. 4천7백만명의 성인과 아동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세계 의료시스템 중 일인당 비용이 가장 높은 시스템이 미국 의료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일인당 약 6,000달러 이상을 보건의료에 쓰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인당 3,400달러를 쓰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HMO 같은 대기업 중심의 시스템을 한국이 수입해서는 안됩니다. 이들은 이미 미국에서 너무나 많은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폭리를 취하고 심지어 범죄적인 사기행위도 저지르고 있습니다. 질병을 예방하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고 세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와 국민들의 건강을 HMO에 내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경제를 제약회사에게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무역협정은 이같은 제약회사에게 더 강력한 독점 특허권을 더 오랜 기간 동안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WTO 지적재산권도 이같은 조건을 제약회사에게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고,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을 더 많이 먹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보건의료와 의약품에 관한 정책을 정할 권한을 잃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FTA의 핵심내용입니다. 너무나 많은 통제권한을 지역 및 국가로부터 빼앗아갑니다. 다시 누가 결정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그 답은 더이상 한국 국민이 아닙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도 아닙니다. 결정권을 거머쥐는 것은 이미 WTO 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지구적 기업들인 것입니다.

 

  어째서 미국 같은 나라에서 시민들이 이러한 ‘보건산업복합체’를 좀더 건전한 것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입니까?

  미국은 1950년에 기회가 있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국민의료보험정책을 추진했는데 의사들이 로비를 해서 의회에서 그것을 저지시켰습니다. 그후 15년이 지나서 고령자들을 위한 메디케어(medicare)를 만들었습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보편적 의료보험입니다. 그러고 나서 일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메디케이드(medicaid)를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계층을 조금씩 추가해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특정한 집단이 불만을 느낄 때마다 그들에게만 혜택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과정을 통제한 것입니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양보를 한 것입니다. 기업의 로비가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미국에서 아무도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마 일년 안에 모든 사람들이 의료보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의료보험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편적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것을 한번에 다 이뤘습니다. 의료보험을 줄 때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이 아니라.

  그러나 어쨌든 현재 미국에서는 매년 보험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1990년 3천1백만명이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숫자가 4천7백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그 숫자에는 불법이민자들의 수는 아예 제외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며 비효율적입니다. 당연히 몇몇 병원과 대학에는 최신 의료설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원의 상당한 부분을 의약품 연구와 개발에 투자합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부문에서 미국은 서방에서 가장 질이 낮은 나라입니다. WHO가 전세계 의료보험 시스템을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은 37위를 차지했습니다. 이탈리아가 1위였고 프랑스가 2위, 미국은 37위였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인 6명 중 1명이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실상입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지금 한미 FTA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장기간의 특허권 독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는 복제의약품이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시판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약회사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경쟁자 없이 독점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하나는 대량구매 할인을 통한 가격협상을 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약회사들은 경쟁자 없이 독점가격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며, 이들은 한국정부가 자국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해 대량구매 할인을 요구하거나 가격협상을 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만약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보험의 가격을 기업이 정할 수 있게 된다면, 돈을 내든지 아니면 죽든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워싱턴디씨에 있는 의학연구소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18,000명이 단지 의료보험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18,000명은 9?11사태 당시 사망자 수의 6배입니다. 이러한 비참한 일이 바로 “돈을 내든지 죽든지”를 강요하는 미국사회의 의료시스템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HMO, 의약품 특허, 독점 시스템을 FTA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업국가 미국-정치와 민주주의의 현실

  다국적기업들이 미국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무엇보다도 무역협상에서 다국적기업들이 지배적인 역할을 합니다. 미국 무역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을 받지만, 사실은 이들 기업들을 위해 일합니다. 무역대표가 기업들에게 도전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워싱턴에 있는 기업들의 대리인들과 같습니다. 선거자금의 상당한 부분이 이들 기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며, 상당수의 정부 고위직이 기업 임원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의회에는 소비자를 위한 로비스트 1명당 기업을 위한 2백명의 로비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강해지면 그들은 미국을 떠나 인도네시아나 중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협박할 것입니다. 이런 영향력, 즉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협정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무역협정을 통해 저임금이고, 자유롭게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고, 노조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합니다. 중국처럼 법적 소송이 없고 열심히 일만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곳에서 최신 기계로 상품을 만들어 다시 본국으로 들여오고 싶어합니다. 얼마나 좋은 시나리오입니까? 바로 이것 때문에 이들이 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2년 반 전에 하원의 핵심적인 의원이 제약회사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법을 발의하여 입법시킨 적이 있습니다. 임기가 끝나자마자 그는 이 제약회사로부터 연봉 3백만 달러를 받는 회장으로 고용되었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우리는 ‘회전문(Revolving Door)’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습니다. 몇몇 제약회사 임원들은 보건부나 식품의약청의 고위직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2~3년 지낸 후, 다시 나와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제약회사에서 일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워싱턴 회전목마’라고도 부릅니다.

  이들 기업들에게 정부의 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은 정부정책이 소비자나 노동자를 우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기업을 우대하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느슨한 규제를 원하며 세금혜택을 원하고, 항암제 개발과 같은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와 개발의 결과물을 무료로 갖기를 원합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얻겠습니까? 한가지 방법은 선거 캠페인 때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다른 방법은 자신들의 임원들로 하여금 정부 고위직에 재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트로이 목마 전법’이라고 합니다.

  몇십년 전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사적 경제권력에 의해 통제된다면 그것은 파시즘이다”라고요. 루즈벨트 대통령은 1938년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이 말을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파시즘에 대한 ‘임상적 규정’입니다. 기업권력에 통제되는 정부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미국정부를 기업정부라고 말합니다. 누가 재정부를 통제합니까? 거대은행이 합니다. 누가 국방부를 통제합니까? 록히드마틴과 같은 거대 군수산업이 합니다. 누가 내무부를 통제합니까? 거대 벌목, 석유, 가스, 석탄 회사들이 합니다. 이같은 기업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정부 부처나 기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200년 전 우리 정부는 이런 식으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각 부처가 분리되고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어 있었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대표제 정부의 목적은 화폐적 이해관계의 남용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상인계급이 존재했고 오늘날에는 기업이 존재합니다.

 

  어떤 기업들이 정당에 가장 많은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석유회사와 제약회사입니다. 제약회사는 국회의원들보다 더 많은 수의 로비스트를 워싱턴에 상주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국회에는 535명의 의원이 상원과 하원에 있는 반면 약 600명의 ‘풀타임 로비스트’가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매번 선거시기에 거액의 후원을 하며, 상당수의 기업 임원들이 정부 고위직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세금혜택을 받고 연구와 개발 자료를 무료로 받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많은 신약이 제약회사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당연히 국제무역협상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갖게 됩니다.

 

  부시 행정부의 ‘메디케어 파트 D’ 도입이 성공적인 업적으로 종종 거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에게 값싼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대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며 그 차이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치러야 했습니다. 오늘날 고령자를 위한 값비싼 의약품들이 세금으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더 큰 시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전체 비용은 8,000억 달러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제약회사에겐 엄청난 이윤입니다. 순이익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분이 정부 지원금입니다.

 

  한미 FTA,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간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고, 또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어느 나라와 맺은 것이든 미국과의 FTA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미국 무역협상가들이 종속적인 협정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작은 나라들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주권을 약화시키려는 우리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원합니다. 그러므로 특히 의약품 특허, 농업, 교통, 항공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를 봅시다. 미국은 크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세계 몇몇 나라들은 크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에 높은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 때문에 미국 무역대표단은 지금 한국에게 크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을 없앨 것을 요구합니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이것을 공통적으로 요구합니다. 당연히 세계의 미래는 크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가 아닌 효율적인 자동차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험비가 아닌 도요타 하이브리드 같은 종류의 자동차 말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곳곳에 미국 차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담배도 같은 식으로 강요했습니다.

  태국과 남아공이 이같은 요구사항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거부하지 않은 나라들, 즉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합의하라는 협박에 넘어간 나라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미국 기업들의 식민지와 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한국정부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영화, 제약산업, 자동차, 농업 부문에 있어서 미국의 요구조건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흔히 ‘4대 선결조건’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번 서명을 하면 개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더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한번 시작하면 개선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들은 런던, 뉴욕, 프랑크푸르트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가라고 요구하십시오.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리고, 또 태국과 남아공은 어떻게 했는지 탐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왜 미국 무역대표단이 남한의 정치적?경제적 주권을 기업들에게 종속시키려고 하는지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몇년 전 한국이 겪었던 외환위기는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한국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한미 FTA는 그들로서는 그때보다 훨씬더 큰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FTA는 모든 결정권한을 국내에서 국외로 빼돌리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에도 적용됩니다. 미국도 소비자권리, 환경권리, 노동권리를 잃었으며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세계무역협정에 종속되었습니다. 우리는 학대당하는 아동들이 만든 상품에 대해서 어떠한 규제조치도 취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규제는 우리가 서명한 세계무역협정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나프타 때문에 국내 운송차량들이 지켜야 하는 안전기준을 따르지 않는 멕시코 운송차량이 미국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를 법원에 제시했을 때 법원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며 기각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법원과 입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투명한 민주주의 절차를 따르지 않는 기구들에게 빼앗기에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무역협정을 반민주적인 ‘하향(pull down) 협정’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정부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통해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룩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서비스업, 교육, 보험 등의 분야가 미국의 기업, 또는 다국적 대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누구랑 경쟁을 하게 됩니까?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들어가 한국 기업들을 인수하고 합병하게 되면 누가 누구랑 경쟁을 하게 됩니까? 예를 들어 멕시코의 자동차 기업이 미국 자동차 기업과 경쟁을 한다고 봅시다. 그러나 지금 멕시코의 자동차 기업이 누구입니까?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등입니다. 이들이 지금 멕시코 자동차산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누구와 경쟁을 합니까? 자신들이랑?

  둘 다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FTA는 주권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산업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업이 다른 나라에 서비스와 상품을 수출할 때 한국이 좋아집니까?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하게 될까요? 만약 이 기업이 다른 나라로 이전한다고 하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자동차 부품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 기업들입니다. 미국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지역경제를 정체에 빠뜨리며 중국으로 이전하여 상품을 생산한 후 그것을 미국으로 수출합니다.

  중국은 또다른 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자유롭지 못한 나라와 어떻게 ‘자유무역’을 할 수 있습니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인 중국은 시장이 아닌 당국이 비용을 정합니다. 다시 말해 공산주의 정부가 노동비용을 정합니다. 그리고 임금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는 독립노조를 금지합니다. 독재권력을 사용하여 많은 분야의 비용을 규정합니다. 전체는 아니지만 대부분을 정합니다.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닙니다.

  제약회사의 20년 독점 특허권은 다양한 방법으로 더 연장됩니다. 그리고 이같은 특허권이 한국에도 들어갑니다. 이것은 자유무역이 아닙니다. ‘기업에 의해 관리되는 무역’입니다. 더이상 자유무역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해집단과 기업들이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로 우리에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므로 항상 ‘관리된 무역’이라고 해야 합니다. ‘기업에 의해 관리되는 무역’이라고.

  왜냐하면 오늘날 무역이 바로 그런 무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자유무역이라면 협정문은 한 페이지의 문서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왜 현실의 협정문은 수백 페이지가 됩니까? 협정문은 협정이 아닌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가 그 규칙을 정합니까? 기업과 그들의 한통속인 정부측 지지자들이 정합니다.

 

  한미 FTA 체결로 한국이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몇가지 확실한 것들만 말해 보겠습니다.

  첫째,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의 문화에 대한 한국민 스스로의 통제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무엇을 보고 자랄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문화에 대한 통제를 잃은 사회는 자신감도 잃게 됩니다. 전통 또한 잃어버릴 것입니다. 상상력도 잃게 됩니다.

  두번째로 여러분이 잃게 되는 것은 농업입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했던 일을 한국에서도 재탕하기를 원합니다. 값싼 옥수수가 멕시코에 밀려들어간 이후, 수많은 멕시코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로 이농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절망 속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의료보험 서비스에 대한 통제를 여러분들 손에서 빼앗아갈 것입니다. 의료에 대한 통제력이 기업에 집중될 것입니다. 기업들이 의사들을 통제할 것이며, 여러분이 의약품에 대해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지를 제약회사들이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유의 상실’로 합산될 것입니다. 그것은 곧 주권의 상실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민주주의적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민주적 개혁은 한국 내에서만 이루려고 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동경에 있는 다국적기업들과 상대해야 합니다. ‘권력 중심부’에 우리의 의견을 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만약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불공정한 무역조건’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경쟁적인 민간의료보험과 서비스 상품과 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제약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캐나다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무역분쟁기구가, ‘공교육’ 및 ‘공공의료’는 자유무역을 제한하므로 FTA나 WTO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 미국의 기업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없다고 볼 것입니다. 당연히 기업들은 미국 무역대표단을 동원하여 이같은 상황을 변화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영역을 개방시키고자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공교육도 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경우 4조 달러 규모의 공교육 예산에 군침을 삼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학교의 민영화, 기업화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한미 FTA와 관련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국정부에게 서두르지 말고 속도를 늦추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0년 내지 100년 동안 여러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여러분의 자녀들은, 이전 세대 사람들보다 더 끔찍한 식민지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FTA의 혜택은 전혀 없는 것인가요?

  최근에 미국은 요르단과 FTA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요르단에 있는 거대한 섬유회사가 극동 아시아인들을 노예와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을 시켰다는 것을 폭로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섬유가 어디로 수출되는지 아십니까? 미국입니다. 누가 이로부터 혜택을 받습니까? 소수의 부유한 기업 임직원들입니다. 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입니다.

  FTA는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도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무역협정은 다국적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섬세하게 계획한 지구적 전략입니다. 다방면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자국 노동자와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하려는 나라들에게 무역을 제한하겠다고 겁을 주든가, 아니면 노동자들을 더 험하게 다루는 나라들로 기술을 이전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욱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노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누가 이로부터 혜택을 받을까요? 당연히 노동자들은 아닙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노동자들은 FTA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반면 몇몇 기업인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멕시코는 모든 면에서 나프타 이전보다 더욱 나빠졌습니다. 모든 면에서.

 

  한국정부는 멕시코가 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경제적 상황이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정작 혜택을 본 것은 미국의 기업들입니다. 그들은 미국 미시건 주에 있는 공장을 폐쇄한 후 멕시코로 이전했습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조립한 후 다시 미국으로 들여왔습니다. 누가 누구랑 경쟁을 하는 것입니까? 멕시코에는 애초 토착적인 자동차산업이 없었습니다. 만약에 멕시코로 갔던 자동차회사가 베트남의 임금이 더 낮다고 멕시코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으로 가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들은 ‘떠돌이 기업’입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이나 연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비용을 낮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라도 갈 것입니다. 어느 나라가 비용이 적게 들겠습니까? 주로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적 정권이 지배하는 나라가 비용이 적게 듭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적 정권을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뇌물과 리베이트 등이 오갑니다. 그리고 언제든 대기업들은 자신들을 살찌운 지역을 떠납니다. 노동자들을 버리고, 지역사회를 황폐하게 만듭니다. 

 

  미국의 ‘양당 선거독재’-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민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일에 앞장서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가장 큰 좌절감을 맛보았던 기억은 무엇입니까?

  가장 행복했을 때는 1960년대 자동차 회사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안전, 연비, 그리고 오염방지를 위해 연방정부가 이들을 규제하게 만들었을 때입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국회에,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시민들을 대표하기 위해 워싱턴에 왔다고 믿는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린든 존슨이 법을 서명하고 공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좋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후 기업들은 자신의 로비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정부 고위직에도 진출하여 정부로 하여금 소비자와 시민을 배신하게 했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기업의 통제를 받고 있는 정부, 즉 ‘기업정부’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적어도 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정부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면 기업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민들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처럼 기업이 정부를 지배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 국민들의 시위 전술과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한국 국민들처럼 투쟁을 잘하는 그룹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에게는 투쟁을 위한 전문적인 기술과 강한 의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아마도 월식 같은 사건이 있어야 겨우 500명 정도가 거리로 나올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TV, 비디오, 컴퓨터, PDA(개인 휴대용 정보단말기)에 붙잡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1년 중 일주일 혹은 한달, 적어도 일정한 시간을 시민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삶은 질병에 시달리고 불만스럽고 소외되어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녀들에게 좋은 세상, 미래를 결코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반은 시민들이 시의회 회의와 여러 토론회에 참석하고, 각종 시위에 참가하고, 법원 배심원 의무에 참여해야만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과거에는 시민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두 정당이 자신들을 지원하는 기업들을 대표하여 모든 선거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경쟁이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안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소리는 듣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양당 선거독재’라고 부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19세기처럼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정당을 만들거나 여성, 노동자, 농민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선거는 너무나도 폐쇄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다른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또다른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선거를 개방시키기 위해 그동안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에는 저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후보로 나와서, 민주당과 공화당, 기업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이 양당의 ‘선거독재’를 깰 것입니다.

 


 랄프 네이더(Ralph Nader) ―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표 기수. 1934년 코네티컷 주 출생. 프린스턴대에 이어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 변호사, 교수 등을 지내다 1960년대 초부터 소비자·환경운동에 앞장서왔다. 소비자 보호조직을 만들고 의회 감시에서부터 환경운동, 법률지원 등 시민운동의 모든 분야를 선도했다. 미국의 대표적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을 창립했으며, 현재 ‘책임입법 연구센터(Center for Study of Responsive Law)’의 대표를 맡고 있다. 1992년, 1996년,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 기록은 문화방송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W’가 7월 14일 방송한〈한미 FTA, 강요당하는 비싼 약값〉편(담당 PD 김상균)을 취재하던 중, 6월 29일 워싱턴에서 랄프 네이더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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