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84호 2005년 9-10월호    

 

  불소 ― 거대한 속임수

  크리스토퍼 브라이슨

 

  편집자의 말

  본지와 여러 시민단체, 지역활동가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법률개정을 통해서 수돗물불소화의 전국적 시행을 강제하려는 시도가 또다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불소화 추진기관이나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막론하고 과연 한국의 우리들이 얼마나 불소문제에 관해 알고 있는지 냉정히 점검해보아야 할 긴급한 필요를 느낀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또 독자 여러분의 이 문제에 관한 정확한 인식을 돕기 위해서, 우리는 여기에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브라이슨(Christopher Bryson)이 쓴 책 The Fluoride Deception (New York:Seven Stories Press, 2004)의 서문(“A Clear and Present Danger”)과 제1장, 그리고 이 책에 붙여진 스웨덴 약물학자 아비드 칼슨 박사의 후기를 번역 소개한다.

  이 책《불소―거대한 속임수》는 머지않아 과학탐사 저널리즘의 한 기념비적 노작으로 널리 알려질 가능성이 큰 책이라고 우리는 확신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의 군부와 산업계의 필요에 의해서 어떻게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소의 이미지가 “몸에 좋은 유익한 물질”로 탈바꿈하고, 그 과정에서 수돗물불소화가 어떻게 추진되고, 정당화되어왔는지, 그 경위를 집요한 자료추적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통해서 탐색하고 그것을 뛰어나게 생생한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녹색평론사에서 곧 이 책의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지만, 당장의 독자들의 필요를 위해서 우선 우리는 이 책의 주요 부분들을 여기에 연재하기로 했다. 참고로, 여기 게재하는 번역문에서는, 곧 나올 번역본과는 달리, 번거로움을 피하여 원저에 있는 각주를 생략하였다.

  크리스토퍼 브라이슨은 이미 여러차례 언론관계 상을 수상한 탐사기자(investigative reporter)이며 텔레비전 프로듀서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에 BBC World Service, National Public Radio 등 미디어를 위해서 중앙아메리카에서의 과테말라 군부에 의한 인권유린 실태를 취재했고, 1988년에 조나단 크위트니와 함께 Public Television의 The Kwitny Report를 위한 탐사 취재활동으로 George Polk상을 받았으며, 1998년에는 ABC News Productions 팀의 일원으로 팬암103기의 폭격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National Headliner 상을 받았다. 그리고 1999년에는 조엘 그리피스와 함께 미국 군부의 맨해튼 계획과 공공식수 불소화와의 연관성을 밝힌 기사로써 Project Censored 상을 받았다.


   서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경고:6세 미만의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시오. 만약 실수로 양치용 이상의 치약을 삼켰다면 즉시 의료적 도움을 받거나 독물통제센터와 접촉하시오.

  여러분이 다음번에 욕실의 거울 속에서 거품을 입에 잔뜩 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때에는 그 치약튜브를 한번 살펴보라. 우리들 대부분은 불소라고 하면 보다 나은 치아를 떠올리고, 치과에 가는 횟수가 적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생각한다. 그러나, 불소가 어떻게 우리의 치약과 식수에 첨가되게 되었는지 그 경위는 매우 특이하고, 거의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끔찍한 사건들―예를 들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에 관련된 일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주요 인물들은 대단한 사람들로서, 그 가운데는 프로이드의 조카이며 ‘홍보(public relations)의 아버지’라고 하는 에드워드 베르나이스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는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설득해온 사람으로서 유명하다. 그리고, 불소 이야기에 얽힌 온갖 사태는 산업시대를 통해서 계속해서 권력을 축적해온 사람들의 요구 바로 그것에 의해서 전개되어 왔다. ‘미국의 세기’의 고동치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권력에 의해서 말이다.

  불소는 세계가 일찍이 보지 못한 가장 큰 부(富)를 축적해온 피츠버그의 멜론사나 델라웨어의 듀퐁사의 거의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부의 기초적인 핵(核)에 관계되어 있다. 치약에 붙여져 있는 경고문이 그토록 극적인 문구로 되어있는 것은 놀라운 게 아니다.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강화에 사용되고, 사린 신경가스 제조에 사용되며, 원광석으로부터 강철과 알루미늄을 끌어내는 데 사용되는 바로 그 강력한 화학물질이 바로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페퍼민트나 딸기향을 가미하여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물질인 것이다.

  불소는 너무도 맹렬한 힘을 가진 화학물질이어서 그것은 근대적 산업의 유지에 필수적인 혈액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것은 매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장과 정련소와 제조시설을 통해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불소는 옥탄가가 높은 개솔린을 생산하는 데, 알루미늄, 강철, 베릴륨과 같은 핵심적인 금속을 제련하는 데, 우라늄을 강화하는 데, 컴퓨터 회로판, 살충제, 스키 왁스, 냉각 개스, 테플론 플라스틱, 카페트, 방수복, 식각(蝕刻) 유리, 벽돌과 세라믹, 그리고 ‘프로작(Prozac)’이나 ‘시프로(Cipro)’와 같은 수많은 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에 비한다면 치과에서의 불소사용은 촌극에 불과하다. 그러나 치과에서의 불소사용은 산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그것은 근원적인 홍보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불소는 너무도 맹렬한 작용을 갖는 물질이어서 중대한 환경적 위해(危害)물질이며, 동시에 작업장에서의 잠재적인 중독물질이다. 따라서, 기업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었던 과학자들이 처음 치과에서의 불소사용을 추진하면서 이 물질이 치아에 좋고, 다른 어떠한 건강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굳게 주장했을 때 그들은 불소의 이미지를 독성물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바꿔놓는 데 기여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공장에서의 불소가 오랫동안 노동자와 시민들과 자연에 끼쳐왔던 상해(傷害)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력을 돌려놓았던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50여년 전에 이루어진 불소에 관한 이미지 조작은 수많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여온 것이다. 불구가 된 노동자나 손상된 숲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대신에 우리는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불소의 추한 면은 거의 전적으로 공중의 눈을 벗어나버렸다. 역사가들은 불소오염 문제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의 원자탄 개발계획이 직면하고 있던 가장 큰 법률적 골칫거리였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환경론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소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가장 치명적인 오염물질로 되어왔다는 사실, 그리고 냉전 시기 동안의 한때는 불소가 20종의 주요 다른 대기오염물질 전부를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많은 손상을 끼치는 것으로 기업에 대한 배상책임이 물어졌던 물질이라는 사실을 흔히 모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환경운동을 일거에 촉발시킨 사건, 즉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대기오염 재앙―펜실베이니아의 공장지대 도노라를 황폐화시킨 1948년 핼로윈 날의 악몽―도 일차적으로 불소에 기인했던 것이다.

  오늘날도 같은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불소는 좋은 것이고, 보다 많은 행복한 얼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원천에서 나오는 불소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식수와 치약을 통해서 이 화학물질을 소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소화된 물과 불소함유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공식품들을 통해서도 이것을 섭취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흔히 잘 인식되지 않는 원천들, 예컨대 농사용 살충제, 얼룩방지 카페트, 불소성분이 함유된 약품들, 그리고 전자레인지용 팝콘 포장지나 햄버거 포장지와 같은 포장지, 그 위에 산업활동에 의한 대기오염, 또 많은 노동자들이 흡입하는 공장 내에서의 증기와 먼지를 통해서도 불소화합물들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하여 그 물질의 가장 치명적인 성분을 끌어내는 강력한 특질 때문에 불소는 특히 나쁜 동무가 된다. 흔한 대기오염 물질의 하나인 불화수소는 아황산가스나 오존과 같은 좀더 잘 알려진 대기오염 물질보다도 몇배나 더 유독하면서, 동시에 그것은 ‘상승작용’을 통하여 이들 오염물질의 독성을 훨씬더 증가시킨다. 우리가 먹는 물에 첨가되는 불소도 우리의 식수에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납, 비소 혹은 다른 오염물질의 독성을 그와 마찬가지로 증가시키는가?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되겠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연방정부로부터 얻는 것은 수돗물불소화를 정부가 장려한 지 50년이 경과한 오늘에도 불가능하다.

  1930년대 중엽에 유럽의 과학자들은 이미 불소를 호흡장애, 중추신경계 장애, 그리고 특히 일련의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 문제들을 포함한 여러 종의 질병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냉전 기간 동안 20세기의 가장 큰 과학적 은폐행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서, 건강 훼손 물질로서의 불소의 이미지는 미국의 군(軍) 및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에 의해 대중의 머릿속에서 체계적으로 제거되었다. 유럽에서 불소에의 과다노출은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 ‘포커 척추(poker back)’ 혹은 ‘중증 골격불소증(crippling skeletal fluorosis)’으로 일컬어지는 의학적 증상을 낳았다. 그러나 그 불소가 대서양을 건너면 다르게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기업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불소에 의한 그러한 건강장애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겠지만, 이것은 속임수였다. 그것은 거창한, 전세계적인 규모에서의 과학적 사기였다. 그것은 광범위한 산업재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회피하려는 법률적 간계(奸計)였고, 의학적 증거에 대한 억압과 때로는 위증에 의해서 가능해지고, 또 지속되어온 사기극이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관계없는 것들을 마구 뒤섞어놓은 것이야, 라고 수돗물불소화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불소가 우리의 치약과 식수에 첨가된 경위는 별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산업에서의 불소사용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둘이 아니라, 오직 하나일 뿐이다. 치과에서의 ‘기적의 물질’에 관한 이야기와 그러한 이미지를 미국의 기업과 군부가 어떻게 만들어내고 갈고 닦는 데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대부분 비밀에 가려진 이야기는 둘 사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도 밀접히 얽혀있다. 두 이야기는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수돗물불소화를 추진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의 미국 과학자, 해롤드 카펜터 호지(Harold Carpenter Hodge) 박사와 로버트 아서 케호(Robert Arthur Kehoe) 박사의 행동에서 완전히 융합되어 있다.

  치과의사들을 비난하지 말라. 그들은 불소가 치아에 좋은 것이라고 교육받은 것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치과대학 교수들을 훈련시킨 미국의 주도적인 불소연구자였던 호지 박사가 맨해튼 계획을 위한 전시(戰時) 선임 독성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치과의사는 별로 없다. 거기서 그는 저 악명높은 인체 방사능 반응 실험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 실험에서, 인체에 미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독성작용을 연구하기 위해서 입원중인 환자들에게―그들 모르게, 혹은 그들의 동의 없이―그 방사능 물질들이 주사되었다. 호지는 또한 불소의 독성작용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그와 비슷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의 원자탄을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양의 불소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예를 들어, 원자탄 제조자들을 위해서 그는 미국에서의 최초의 공중 급수체계 불소화 실험의 하나에 대한 모니터링을 은밀히 행하였다. 뉴욕 주 뉴버그의 시민들이 불소가 자기들의 아이들의 충치를 줄여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동안, 그곳 주민들의 혈액 및 조직 표본들이 비밀리에 호지의 실험실로 보내졌던 것이다.

  일부 치과의사들은 오늘날 미국에서 식수에 첨가되는 불소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산업폐기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은 플로리다에 있는 인산비료 공장의 굴뚝으로부터, 인근 농촌의 가축과 농작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긁어모은(scrubbed)’ 것이다. 달콤한 거래를 통해서 이들 인산비료 회사들은 이 ‘불화규산’이라는 독성물질을 산업폐기물로 처리하는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그 유독성 산성물질은 지자체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은 내부바닥이 고무로 된 유조차에 실려 북미 전역을 가로질러 저수지로 운반되어, 아이들의 충치감소를 위해서 식수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불소 운반 트럭의 내용물이 얼마나 유독한 것이냐 하면, 저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공격 이후 당국이 이 아이들의 충치감소 물질의 노상운반 과정을 예의주시하는 경계태세에 들어갔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나는 불소화 반대자들이 내게 그 점을 지적해주기까지 불소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라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예방치학과 학과장이자 한때 주도적인 불소화 지지자였던 하디 라임벡 박사는 내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설마 그랬을 리가!”라고 말했다.

  바로 그 인산비료 제조업자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신시내티 대학의 로버트 케호 박사의 불소연구를 지원했던 영향력 있는 기업그룹에 속한 멤버들이었다. 케호는 오늘날 개솔린에의 납 첨가의 안전성―지금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판명된―을 오랫동안 옹호한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산업적 불소와 식수불소화의 안전성에 대하여 시민들과 과학자들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한 주도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불소의 독성작용에 관한 정보를 은폐하고, 아주 미세한 양의 불소라 할지라도 그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그를 지원하고 있는 기업 측과 은밀히 나누면서 그런 주장을 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50년에 걸쳐 불소라면 아이들의 웃음 띤 얼굴을 연상하게 해온 역사의 배후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업은 불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그들이 쌓아온 기념비가 훼손되기를 원치 않고, 치과에 있어서의 불소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들이 한 역할이 폭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가 방문했던 몇몇 문서보관소들에는 자료들이 구멍이 뚫렸거나 분실되어 있었고, 어떤 문서보관소들은 완전히 폐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은 불소에 관한 비판적인 언급을 꺼려했다. 그들은 정부 방침에 의문을 제기했던 연구자들이 겪은 운명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불소의 안전성에 관한 물음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해고를 당하거나, 기업에 의해 배척을 당했고, 혹은 미공중보건국(U.S. Public Health Service)이나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고용한 선전-홍보 전문가들에 의해 명예훼손을 당했다. “시체들이 널려 있지요.” 이것은 내가 불소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나이 많은 치과연구자가 내게 한 말이다.

  신화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불소를 언급하기만 하면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를 막론하고 회의적인 표정을 짓고,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1964년에 나온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입에 올린다. 공산주의자들이 온 나라의 식수에 불소를 첨가하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미치광이 군국주의자로서 묘사되고 있는 잭 D. 리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냉전 시기의 문화적 아이콘(icon)의 하나가 되었고, 아마도 그것은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되었다. (오늘날〈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시나리오 작가 테리 서든의 아들 나일 서든은, 미국의 군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로―공산주의자가 아니라―수돗물불소화가 추진되었다는 뉴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테리와 스탠리가 이것을 들었다면 엄청나게 놀랐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미디어에 의한 희화화는 전반적으로 그릇된 것이었다. 수돗물불소화에 반대하는 전국에 걸친 풀뿌리 운동은 오늘의 환경운동의 선구로서, 다채로운 정치적 색깔을 갖고 있었다. 그 운동은 공중보건을 위해 헌신적인 생애를 살았던 과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들 가운데는 흡연의 위험성과 페니실린에 대한 앨러지 반응의 위험에 관해서 경고를 했던 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독성 산업물질에 의한 침해를 경고하는 의학적 선구자로서 간주되는 대신에 불소화 반대자들은 비과학적인 외톨이들로 묘사되었다. 그들은 지구는 편평하다고 믿는 현대판 천동설의 지지자처럼 취급되었다.

  위기에 처한 것은 미국의 의료당국이다, 라고 비판자들은 말한다. 한때 쥐약의 원료로 사용될 만큼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식수에 첨가한다는 것은 미국 특유의 발상이었으며, 갈수록 미국만의 외로운 사업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식수에 불소를 첨가하지 않고 있다. 몇몇 국가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 안전성과 가치를 의심하여 수돗물불소화를 중단하였다.

  불소가 치아에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그 증거는 압도적이지 않다. 1940년대 이래 미국에서 충치발생률은 눈에 뜨이게 줄어들었지만, 불소가 식수에 첨가되지 않는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치아건강의 개선이 관찰되어왔다. 이것은 치아관리의 향상, 영양섭취의 개선, 그리고 항생물질의 이용에 따른 결과로 설명될 수 있다. 2000년에 영국정부에 의해서 행해진 수돗물불소화에 대한―전반적으로 우호적인―검토작업은 불소화된 물의 효과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의 질이 ‘중간 정도’이고, 수돗물불소화로 인한 충치예방의 비율은 15% 정도일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초기 불소화 추진자들이 약속한 65% 감소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수치이다. 중추신경계 장애나 관절염, 그리고 골암의 위험과 같은 건강문제들이 초기 불소화 추진자들에 의해서 극소화되거나 완전히 은폐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한줌도 안되는 치아의 개선을 위해서 그러한 위험들을 감수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설사 아무리 많이 충치가 예방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골육종으로 인한 사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것은 한때 불소화를 지지하다가 비판자가 되었던,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전(前) 치과보건 책임자 존 코훈 박사의 물음이었다.

  캐나다의 라임벡 박사는 “나는 불소의 독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이 실제로 조사도 한번 해보지 않은 채 공중보건 분야의 치과의사들과 의사들, 미공중보건국,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미국치과의사협회, 그리고 캐나다치과의사협회의 말을 믿고, 불소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불소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론도 변화해왔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식수 음용을 통해서 위(胃)에서 흡수된 불소가 치아를 개선한다고 더이상 주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불소는 치아의 ‘외부’로부터, 혹은 ‘국소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거기서 불소의 효과는 주로 충치를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효소를 공격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소화된 물을 마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데, 그것은 불소가 강화된 타액 속에 치아를 씻겨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질병통제센터는 말한다. 그래서 불소화된 물은 균형잡힌 식사를 못 하고, 치과에 못 가거나 불소치약으로 규칙적인 양치를 못 할지 모르는 가난한 가정들을 위한 경제적인 충치예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소화된 물은 불소로 하여금 우리의 뼈와 혈액 속으로 침투하게 하여, 신체의 여타 부분에 해를 끼칠지도 모를 사태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자들은 말한다. 만약 불소가 치아 박테리아의 효소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이 다른 효소들―많은 생리학적 활동을 조절하는 생명유지에 극히 중요한 화학촉매제―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라임벡 박사는 말한다. “[그런 문제들을] 내가 조사했을 때, 나는 말했습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불소를 당장 식수에서 제거해야 한다. 불소화된 물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치아불소증[불소로 인해 치아에 생겨난 흰 얼룩]만이 아니라, 골질환들, 그리고 암이나 갑상선 문제까지 걸쳐 있는 것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면 그들에게 치약을 나누어주고, 식수 불소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 불소화 추진자들은 계속해서 불소화가 경제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건 헛소리입니다. 그게 경제적이라는 것은 그들이 산업폐기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역사는 우리들에게 신화를 뒤집어엎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는 일찍이 이 길을 걸어왔다. 불소 이야기는 납과 흡연, 그리고 석면에 관한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들 유해물질에 관해서 여러 세대 동안 의료 전문가들은 기업을 도와서 진실을 감추어왔던 것이다. 불소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베릴륨, 우라늄, 규산을 흡입해왔던 많은 사람들과 비극적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공장과 광산이 안전하다고 끊임없이 말해온 연구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 화학물질로 중독되고 고통스럽게 때이른 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다. 만약 불소의 대중적 이미지가 어떻게 세탁되었는가 하는 이 이야기가 기분 나쁘게 낯익은 느낌을 준다면, 그것은 아마도 불소가 안전하다고 우리들에게 말해준 바로 그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한때는 납과 석면과 DDT에 관해서도 비슷하게 말하거나 우리들더러 좀더 많은 담배를 피우도록 설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세기 동안에 걸쳐 공중보건 당국 내의 불소 지지자들로부터 안심해도 된다는 자장가 소리를 들어온 탓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오늘날 불소중독의 증상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말없는 살인자가 우리들의 뒤를 몰래 밟고 있는지 모른다. “공중 및 과학적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습니다”라고 독성학자 필리스 멀레닉스 박사는 말한다. “불소화보다 더 많은 인구에 대하여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가 없습니다. 나는 불소에 의한 악영향을 받지 않는 요소가 이 사회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면적인 영향을 주는데다가 매우 불안한 것입니다.”

  미공중보건국이 냉전 시기의 가장 어두운 때에 급작스럽게 방침 전환을 하여 인공적 수돗물불소화를 장려하기 시작한 이래 50년이 경과한 지금, 우리는 우리의 물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노동자들을 불구로 만들면서 우리를 너무도 오랫동안 얽어매온 저 어리석음과 교만함과 은밀한 의제(議題)를 이제 똑바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은 퀘이커 교도들처럼 우리들도 권력에 대하여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좋은 과학은 변화를 위한 예리한 도구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얽어매온 족쇄로부터의 해방은 여론과 시민적 행동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브라이슨]


  본문 연재 1회| 1.거울 속으로/ 2.포사이스의 불꽃놀이
  본문 연재 2회| 6. 맨해튼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어떻게 불소를 팔아먹었는가 


  후기

  아비드 칼슨

 

  나는 약물학자이며, 불소화 문제에 대한 나의 관심은 공공 급수체계에 불소를 첨가하는 문제가 스웨덴에서 논의되고 있던 60년대, 70년대, 그리고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식수 불소화에 대한 과학적 문헌과 찬반 논리를 철저히 연구했다. 나의 결론은 명백했다. 즉, 불소는 이미 저농도에서도 신체의 다양한 효소와 조직에 영향을 주는 약물학적으로 매우 활성이 강한 화합물이다. 수돗물불소화를 위해 권장되는 수준으로부터 그리 높지 않은 농도에서 불소는 분명한 독성작용을 일으킨다. 식수에 첨가된 불소는 어느 정도 충치를 예방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국소적으로 적용되더라도 그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 더욱이, 바람직하게는 치약을 통하여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불소의 충치예방 작용은 맹출(萌出)된 치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소의 작용이 치아 맹출 이전 이른 시기에 국한되어 있다는 예전의 믿음은 옳지 않다. 치아가 나기 전에 혈액을 통한 불소의 전신적인 작용은 에나멜 손상을 가져오고, 반점치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부작용은, 불소의 다른 독성작용과 마찬가지로, 불소를 치약을 통해 사용할 때 현저히 감소된다.

  식수 공급체계에 대한 불소의 첨가는 근대적인 약물학의 원칙을 침해한다. 최근의 연구는 때때로 약품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엄청난 개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만약에 약물학적으로 활성이 강한 어떤 물질이 식수를 통해 공급된다면, 그 개인적인 반응의 차이는―그 용량이 고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데―물을 마시는 소비량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차이에 의해서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돗물불소화라는 방법은 윤리적으로 의심스럽고, 불필요하게 큰 비용이 든다. 수십년 전 수돗물불소화 문제가 스웨덴에서 논란이 되었을 때, 나는 공적인 논쟁에 참여하였고, 우리는 스웨덴 의회를 설득하여 수돗물불소화가 불법화되도록 하였다. 유사한 결정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도 내려졌다. 내가 아는 한, 유럽에서의 치아 건강이 미국보다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지난 20년 동안 스웨덴에서는 수돗물불소화가 논란이 되지 않았고, 나는 이 분야에서의 과학적 문헌을 면밀히 추적해오지 않았다. 나는 지금 크리스토퍼 브라이슨의 책의 몇장을 읽고, 큰 흥미를 느꼈다. 브라이슨은 뛰어난 화자(話者)이며, 그는 이전에 내게 알려지지 않았던 최신의 연구를 보고하고 있다. 특히 내게 흥미로운 것은 불소의 행동 및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필리스 멀레닉스의 동물연구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나는 필리스 멀레닉스가 그토록 불운하게 저항에 부닥친 것에 대해서 별로 놀라지 않는다. 새롭고 놀라운 관찰결과는 종종 과학공동체에 의해 불신을 당한다. 게다가 이 경우에는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특권적인 힘이 추가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불소의 생리적 작용에 관한 과학적 문헌을 철저하고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크리스토퍼 브라이슨의 탐구와 이에 따른 수년간의 토론이 그것이 마땅히 받아야 할 주목을 받고, 이 탐구가 갖는 함의가 심각히 받아들여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아비드 칼슨(Arvid Carlsson)―약학박사. 스웨덴 예텐보리대학 약리학 명예교수.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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