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72호 2003년 9-10월호    

 

  수돗물불소화와 인권, 민주주의

   하승수

 

  수돗물불소화 문제를 바라보면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수돗물불소화만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똑같이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주장들이 펼쳐진다.

  불소의 유해성이나 보건정책으로서의 적절성(불소화의 충치예방효과 등)에 대해서는 과학적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필자도 과학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유해성의 문제가 나오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학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불소화의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먹는물에 특정한 물질을 투입하는 문제에 있어서, 현재의 과학 수준과 현재의 전문가집단 사이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종국적으로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정책, 보건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떠나서 바라볼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수돗물불소화를 둘러싸고 드러나고 있는 우리 시민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좀더 정확하게는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성 확보 문제에 대한 이해)와 인권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다. 불소화가 공중보건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시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불필요한가? 과학기술정책이나 보건정책을 결정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이 일반시민의 의견보다도 우월한 가치를 가지는가? (또는 전문가의 판단이 시민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는가?) 전문가의 의견이 일반시민의 의견보다도 더 중요하다면, 과학기술정책이나 보건정책은 민주주의의 일반원리(지방자치 영역에서는 시민자치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 영역인가? 그렇다면 과학기술정책이나 보건정책에서는, 시민들은 비(非)전문가라는 이유로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어도 되는 것인가? 수돗물불소화가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이런 의문들이 든다. 특히 중앙정부의 관료집단이 지방자치단체의 수돗물불소화 추진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보면서, 수돗물불소화 추진과정이 지역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된다. 수돗물불소화의 사례로 드는 외국에서도 오랜 논의기간과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곳들이 많다는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절차조차도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권의 측면에서 보아도, 수돗물불소화는 논란의 대상이다. 수돗물에 일률적으로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 내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1)  또한 공공재인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2)  다만 한국 헌법에 의하면, 개인의 기본권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므로, 구강보건법이라는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시행되는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현행 헌법상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구강보건법 제10조 제2항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시여부를 결정하도록 임의화한 것도 위헌의 소지를 줄였다). 다만,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 수돗물불소화 사업이 정당하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록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이나 사회보호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지만, 국가보안법이나 사회보호법이 인권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므로 폐지 내지 전면 개정이 검토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본적으로 충치를 예방하기 위하여 어떤 수단(불소정제, 치약 혹은 불소양치 등)을 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 보장 차원에서 각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이다. 그리고 공중보건을 위해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본권 제한의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사회적 약자가 충치예방을 위해 불소가 든 식수를 음용하고자 한다면, 불소가 든 생수를 공급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즉 불소가 유해하지 않고 충치예방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돗물불소화 이외에 원하는 사람들에게 불소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대체가능한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권의 측면

  (1) 엇갈리는 입장

  불소화를 추진하는 사람들도,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모두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불소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시민의 건강권과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불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불소의 혜택을 보기에는 경제적,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므로, 아예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들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불소화가 이런 어린이들을 모두 충치에서 해방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60% 정도의 충치는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 불소화의 혜택과 상대적으로 무관한 사람들은 충분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적어도 도시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입니다. 불소화를 반대하는 사람들, 불소화가 싫으니 하지 말라는 사람들은 논쟁의 구도에서는 소수일지는 몰라도, 정말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거부감이 충치로 고통받는 사람들보다 더욱 사회적 약자라 말할 수 있을까요? (박한종《수돗물불소화 사업의 이해》참고자료)

― 우리사회는 안타깝게도 사회안전망이 거의 전무하다. 특히 보건의료부문에서는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인 서민대중, 근로자, 농민, 여성, 어린이들이 고통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요 전염병은 예방접종 등을 통해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고 있고 개혁 차원에서 의료보험 통합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구강보건분야는 국가차원에서 방치되어 있으며 개인에게 책임이 떠넘겨지다시피 했다. 아플 때 경제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업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것이 해결된 사람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더욱 고통을 떠안고 있는 근로자, 서민, 농민, 여성, 어린이들에게 수돗물불화사업은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기농산물이 좋은 줄 알면서도 비싸서 사먹지 못하는 것처럼 개인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여러가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차원의 보건예방사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수돗물을 마시기 싫은 사람들은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생수를 마시면 된다. 불소 수돗물을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며, 지역사회가 불소화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공공복지의 문제이다. 정부는 공공복지에 있어서까지 이러한 개인적 취향을 우선해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경우 대중의 복지와 안녕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비판을 펴고 있다.

― 아무리 가난하다 하더라도 불소치약으로 양치질을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들은 드물다.

― 가난한 가정들이 불소 수돗물을 마시기보다는 치과진료의 혜택을 보다 쉽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올바르다.

― 백보를 양보해서 불소가 충치예방에 정말 효과가 있다면, 또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다면 차라리 치약처럼 불소화된 생수를 시판하여 국민들이 선택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맑은 물을 마실 국민의 권리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훨씬 효과적인 정책일 것이다. … 만일 불소가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면 치과의사들의 책임하에 구강내에서 치아에만 국소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최상일《멈추시오 수돗물불소화》도서출판 직지, 2002년, 53면)

― 시민 개개인은 자신의 몸을 돌보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시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수돗물불소화를 할 수 있다는 논리는 개인의 몸과 마음에 대한 주권을 국가가 갖는다는 것이고, 언제든지 간섭할 수 있다는 잘못된 논리이다. (최상일, 앞의 책 103면)

 

  (2) 몇가지 살펴볼 점

  수돗물불소화 찬성론의 논리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관련:불소투입량이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불소화로 인해 과량의 불소에 노출될 수 있다" "고령자, 당뇨병환자, 신장기능 장애자 등 병자는 불소의 독성에 취약하다" "영양상태가 빈약한 사람들은 불소의 독성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면, 수돗물불소화는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 실현에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한편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불소화가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충치는 발생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발생한 충치에 대해서는 수돗물불소화가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고액의 치과진료비를 부담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치과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치과진료에 대한 사회적 약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 사회적 약자의 선택권 관련: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빈곤층이나 장애인이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수돗물을 먹을 수밖에 없고, 그 점 때문에 수돗물불소화가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론의 논리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빈곤층에게도 중산층과 마찬가지로 '자기건강관리권'과 '선택권'은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빈곤층이나 장애인들 중에서도 불소가 투입된 수돗물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경제적, 신체적 장애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불소 수돗물'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만약 경제적, 신체적으로 능력이 있다면 생수를 사먹든지 하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사회적 약자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인권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찬성론의 논리 속에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선택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해서 그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라는 막연한 시혜적 생각이 깔려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에 접근할 때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논리가 바로 '시혜적 논리'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접근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인권은 우리가 제한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면 우리가 그들의 문제를 결정해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보장되려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 불소화에 대해 알지 못함으로 인한 자기건강관리권의 침해:불소가 투입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불소가 든 수돗물을 먹지 않을 선택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소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개인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돗물을 먹게 되므로 스스로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게 되며, 선택권은 행사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불소가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수돗물불소화를 20여년간 시행해온 청주에서는 시민의 55%가 수돗물불소화 사업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한다(한국청년연합회 청주지부 설문조사 결과).
  • 과잉금지의 원칙:기본권 침해의 기본원칙 중에서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이 있다. 이는 어떤 입법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으로서는 가장 국민의 기본권을 적게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불소가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불소를 섭취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즉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이 가능한 것이다. 불소를 수돗물에 투입하지 않고 불소를 섭취할 수 있는 다른 대체가능한 수단(불소양치, 불소치약 등)이 존재하는데도,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에 문제가 있다.

 

  참고 ―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일반 법리

  모든 국민에게는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어 있다. 다만, 기본권도 일정한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기본권의 보장과 그 제한의 기본원리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권 제한과 관련해서는 몇가지 중요한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우선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상의 근거도 없으면서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또한 법률에 의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법률은 몇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법률의 규율대상은 일반적이어야 하며 특정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법률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해서는 안된다. 셋째,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내용이 이해가능할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도 '과잉금지의 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다시 ① 목적정당성의 원칙, ② 방법적정성의 원칙, ③ 피해최소성의 원칙, ④ 법익균형성의 원칙으로 구성된다. 우선 목적정당성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방법적정성의 원칙이란,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법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피해최소성의 원칙이란, 기본권 제한의 방법이 적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을 필요최소한도의 것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법익균형성의 원칙이란, 기본권의 제한이 의도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익과 그 제한에 의하여 야기되는 손실을 비교형량하여 양자간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성립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이란, 말 그대로 침해행위로 말미암아 그 기본권이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리는 정도의 침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민주주의의 측면

  기존의 구강보건법상으로는 수돗물불소화의 시행여부를 결정할 때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었다. 즉 구강보건법 제14조 제2항이 "수돗물불소화 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한국수자원공사사장은 공청회·여론조사 등을 통하여 관계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돗물불소화 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의원발의되었던 구강보건법 개정안에서, 위와 같은 의견수렴 조항을 약화시키고 지역주민으로부터의 의견수렴 절차를 형해화시키려 한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경향이다. (개정안에서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설명회, 공청회 또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관계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 사업의 시행방법, 시행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적극 홍보한 후에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을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었다.) 이런 시도는 민주주의의 약화와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심의 과정에서 현재 규정의 취지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으로 수정되었지만,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찬성론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려하게 한다.

  여기에서는 다시 몇가지 의문을 던져본다.

 

  ― 시민의 건강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누가 가지는가?

  ― 전문가와 관료집단이 시민의 건강에 관한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가? (정책결정은 관료집단이 하는 것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가들이 판단한다?) 따라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없는 것인가?

  ― 과학적, 기술적 전문성에 기반을 두고 추진되는 특정한 정책에 대해 위험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정책을 추진하는 측은 위험성은 거의 없고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혜택이 더 크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판단(위험과 혜택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해야 하는가? 관료나 전문가가 하는 것인가? (이런 논리라면 원전이나 핵폐기장 건설의 위험성과 혜택에 대한 형량도 관료나 전문가만 하면 될 것인가? 원자력은 위험할 수 있지만 충분히 관리가능하다는 원자력 전문가집단의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불소는 100% 관리가능한 것인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한국에서 수돗물불소화는 중앙집권적인 성향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적극 개입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의 예산지원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지역에서 실시할 설문조사 문항까지 내려보낸다고 하니, 현재 수돗물불소화 사업은 위로부터 추진되는 중앙집권적 사업형식을 전형적으로 취하고 있다 하겠다. 이는 분권과 자치의 경향에 반하는 것이며, 지역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수돗물불소화는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하에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결정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마시고 사용하는 수돗물에 불소를 투입하는 문제가 중앙정부의 관료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특정 전문가집단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수돗물 불소투입에 찬성하는 목소리, 반대하는 목소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공되고 토론의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종적인 결정도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참여'와 '자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1) 한국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전에 이러한 권리가 명시되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자기건강관리권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처럼 헌법 제10조 제1항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누구나 자기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내용 중에 성적자기결정권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라고 판단하였다(헌재 1990. 9. 10. 89헌마82 등). (되돌아가기)

2) 공공재인 수돗물에 사람에게 효과를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불소를 투입하는 것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공공재인 수돗물을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되돌아가기)


  하승수 ― 변호사.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 이 글은 지난 8월 26-27일 대전에서 열린 '2003 수돗물불소화 반대 활동가 워크숍'의 발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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