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58호 2001년 5-6월호    

 

  과학적 반론의 억압-불소화의 경우

  브라이언 마틴

 

  불소화란, 아이들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수에 1ppm의 불화물을 첨가하는 것인데, 미국치과의사협회의 강력한 후원과 함께, 1950년에 미국 공중보건원(Public Health Service)에 의하여 승인되고 그 이후에 대대적으로 장려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의 상당한 인구가 불소가 첨가된 물을 마시고 있으나,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불소화가 드물다. 처음부터, 불소화를 반대하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있었으나 이 사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치과의사, 의사, 과학자들은 별로 없었다.
 

◆ 조지 월드보트(George Waldbott) 박사는 1950년대에서 1970년대를 통하여 지도적 불소화 반대 과학자였다. 그는 글과 책들을 썼고, 수많은 조사에서 증언하였으며, 미국의 반불소화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뛰어난 알레르기 전문의사이자, 다수의 과학논문의 저자인 월드보트의 불소의 위험에 관한 의견개진들은 특정 학술지들에 의해서 계속 거절당하였다. 그리고 그는 학술지들의 편집자들과 미국 공중보건원이 이 문제에 관련하여 서로 교신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월드보트에게 훨씬더 위협적이었던 것은, 미국치과의사협회가 불소화 반대자들에 관해 작성, 배포한 문건이었다. 미국치과의사협회의 '공중정보처'에 의하여 작성된 이 문건에는 편지, 신문발췌문, 그리고 그밖의 출처로부터의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문건에 기재된 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KKK단이나 각양각색의 극단주의자들은 신뢰성이 의심스럽거나 쉽사리 웃음거리가 될 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그 문건이 암시하는 것은 불소화 반대자들이 모두 괴짜라는 것이었다. 그 문건에는 명백히 수상쩍은 개인이나 집단과 함께 자격이나 업적에 있어서 마땅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을 포함시킴으로써 마치 그들도 죄가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월드보트에 대한 자료는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그 내용 중 일부는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월드보트를 방문하여 불소로 인해 다양한 건강장애의 반응을 보인 환자들에 대한 월드보트의 연구자료에 접근할 기회를 얻었던 어느 독일인 불소화론자의 편지에 근거를 두었는데, 그 편지는 그가 미국의 한 지도적 불소화론자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편지에서 뽑은 내용의 일부가 미국치과의사협회에 의해 이용된 것이다. 불소화 반대자에 관한 그 문건은 특권적인 저널《미국치과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Dental Association)》에 두 차례(1962년, 1965년)나 발표되었고, 미국 전역과 심지어 해외에까지 배포되어, 월드보트가 방문하는 곳 어디에서나 그에게 불리하게 사용되도록 유포되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보건국의 존 코훈(John Colquhoun)은, 어린아이들이 치약을 삼켜서 발생할 수 있는 불소중독의 위험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당국의 정책을 고수하도록 공식적인 경고를 받았다.

◆ 맥스 긴스(Max Ginns)는 1961년에 불소화에 반대하는 치과의사들과 의사들의 청원서를 돌린 후, 매사추세츠주 워체스터 치과의사회로부터 추방되었다.

◆ 미엔 벌투이스(Mien Bulthuis)는 콜리네스테라제 효소 활동을 저해하는 불소의 역할에 대해 논문을 썼다. 네덜란드 보건국장은 시민들의 불소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그 논문의 발표를 막도록 네덜란드 보건위원회에 압력을 가하였다.

  월드보트는 불소화 반대운동에서의 그의 명성 때문에, 수많은 다른 억압의 사례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 이외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다른 사례들도 있다. 일반적인 공격형태는 치과의사 등록취소 위협, 불소의 위험에 대한 진술을 중지하라는 상관으로부터의 경고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편집자들이나 논문 심사자들이 불소화 반대운동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논문게재에 반대한 실례들도 다수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불소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과학자의 기고 논문이 개봉도 되지 않은 채 되돌려 보내진 적도 있었다.

  불소화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이 반동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혼란에 빠져있고, 비과학적이라고 낙인을 찍는 데 크게 성공해왔으며, 심지어 불소화의 타당성은 너무나 잘 입증되었기 때문에 과학적 논쟁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펴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은 불소화가 과학적으로는 의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이고, 단지 불소화 반대의 사회적 이유에 대해서만 검토해왔다. 불소화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불소화가 끼치는 건강 위험성이 무시 못할 만한 것이며, 불소화의 이익이 미미하다는 것을 논증하는 과학적 성과들 역시 존재하고 있다. 하나의 공중보건 조치로서의 불소화를 둘러싼 투쟁에서, 불소의 이익과 위험에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둘러싼 논쟁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과학자, 의사, 치과의사로 이루어진 소수의 비판자들은 그들의 수 이상의 비중을 갖는데, 그 까닭은 그들이 그동안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졌던 문제를 논쟁의 문제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비판적 과학자들에 대한 억압의 사례들이 불소화를 위한 투쟁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소화의 배후 핵심적인 추진세력은 치과 전문집단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집단이란 이타적인 실천가들의 조직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권력체계, 즉 지위와 부를 확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으로서 이해된다. 치과 의술은 다음과 같이 분석될 수 있다. 즉, 그것은 오랜 훈련과 자격증명을 필요로 하고, 그 근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보다 개인적 처치 쪽으로 향해 있으며, 그리고 그 기술은 은밀한, 과학적으로 유효한 지식체계 위에 세워져 있다.

  불소화 추진노력은 개별적 처치, 치료라는 개념에 상충하지만, 치과진료 행위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치과의사들이 개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훨씬더 많은 치과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학(疫學)과 같은 세련된 과학적 방법에 근거하여 정당화되고 있는 불소화는 치과 의술 ― 통상적으로 치아 충전과 같은 기계적 테크닉에 연관되어 있는 ― 의 과학적 지위상승을 약속하였다. 실제로, 많은 저명한 치학 연구자들은 불소화를 지지하고, 불소화의 추진을 통해서 그들의 명성을 쌓아왔다.

  그러니까, 살충제나 원자력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여기서 핵심적 권력체계 ― 치과 전문집단 ― 의 물질적 이해관계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그들의 이해관계에 비하여 훨씬 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불소화가 가장 강력히 추진되고 광범위하게 채택되어온 곳은, 바로 치과 전문집단이 치과의 운영과 신입자의 자격요건에 대해서 가장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국가들, 즉 영어사용 국가들이다.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가 보증하고,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불소화를 강제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국가 자신이 불소화 추진을 지원해왔다. 이것은 주로 치과계내 불소화 주창자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공중보건원이 처음 불소화를 승인한 것은 불소화 주창자들의 정력적인 로비활동에 의한 것이었다. 치과 전문집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럽국가들이 불소화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 사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지방 행정당국이 가령 주민투표를 제안함으로써 불소화에 대한 결정에 따르는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다는 사실은 불소화 사업에 특별한 국가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불소화 반대자들은 불소화 사업의 배후에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알루미늄 산업(불화물 폐기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치약제조 회사들(치약판매에 있어서 불소의 선전적 가치 때문에), 그리고 설탕을 사용하는 식품회사들(불소가 충치에 대하여 마술같은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믿어지는 한, 설탕의 충치유발 작용에 대한 사람들의 주의를 돌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이 그렇다는 것이다. 공공 식수체계의 불소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알루미늄 산업이나 치약제조업자들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고, 약간의 재정적 지원이 설탕을 사용하는 식품회사들로부터 나온다. 거의 모든 직접적인 불소화 추진노력, 그리고 과학적 비판자들에 대한 거의 모든 억압의 사례들은 치과 전문집단이나 정부 안의 그들의 동맹자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상업적 이해관계가 하나의 맥락을 형성해왔다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치과계는 가령 설탕 함유식품의 판매와 소비에 도전했을 경우에 비하여, 불소화를 장려함으로써 막강한 이익집단들로부터의 저항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소화 논쟁은 권력-지식체계로서의 과학의 역학에 있어서 기업이나 국가가 아니라 한 전문직업 집단이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발언할 수 있는 권위는 이 논쟁과정에서 결정적이었다. 그리하여, 과학적 반론을 억압하는 것은 이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오늘날 현대 산업사회의 기성 지배체제가 사회내의 과학적 이견을 어떻게 억압해왔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데 자신의 학문적 노력의 대부분을 바쳐온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회학자 브라이언 마틴(Brian Martin)의 논문 "Suppression of Dissent in Science"에서 대표적인 억압사례로 분석된 살충제, 불소화, 원자력 문제 가운데 불소화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논문의 출처는 William R. Freudenburg와 Ted K. Youn이 공동편집한 책 Research in Social Problems and Public Policy, 제7권(1999년)이다. 브라이언 마틴은 이 논문 이외에 이미 오래 전부터 불소화에 대한 사회학적 관심을 보여왔고, 그 주요 성과의 하나가 1991년 뉴욕주립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책 Scientific Knowledge in Controversy:The Social Dynamics of the Fluoridation Debat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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