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54호 2000년 9-10월호    

 

  잔혹한 관행 ― 동물실험

  알릭스 파노

 

  평균 수명이 2-3년이고, 토할 줄을 모르고, 담낭이 없고, 매년 100마리의 새끼를 낳고, 비타민 C의 체내 합성이 가능하며, 인간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30억배에 이르는 동물이 있다.
  이 동물이 바로 생쥐이며, 인간의 암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한 과학실험에 사용된다.
  설치류에 대해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인간이 여러 요인에 따라 화학물질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동물실험도 종(種), 성별, 나이, 식습관, 스트레스 수준, 긴장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이제까지의 실험에서 N2-플루오레니레스타마이드는 슬로네이커 암쥐에게 담낭암을 유발시켰고, 위스타 숫쥐에게는 간암, 위스타 암쥐에게는 유방암을 일으켰다. 또 피발드 암수쥐는 이 화학물질로 장암에 걸렸다. 벤지다인은 인간과 개에게는 담낭암을, 쥐에게는 간과 유선의 종기를 발생 시켰다.
  여기서 얻는 명백한 결론은 실험실 동물들의 생리가 인간의 생리와 전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유독한 물질이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동물실험 데이터가 오늘날 독물 매뉴얼, 교과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메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1938년의 식품, 약품 및 화장품법, 지금은 사라진 1958년의 딜라니법, 1970년의 청정대기법, 1974년의 안전음용수법, 그리고 1996년의 식품품질보호법 등을 만들어 환경 건강기준을 정립했다.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들 중에는 너무나 끔찍한 것들도 있다. 비소의 발암성에 관한 연구가 한 예이다. 그간의 수많은 역학연구에서 비소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지만, 독성학자들은 지금 비소가 동물에게는 암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쥐는 이 화학물질에 대해 뛰어난 면역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간, 담낭, 신장, 피부암 등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쥐의 위장, 갓 태어난 쥐의 피부 밑, 그리고 햄스터의 기관(氣管)에 굉장히 많은 양의 비소 합성물을 투여했을 경우에만 비로소 위암과 폐암이 발생하였다.
  비소를 이용한 동물실험은 1911년 처음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왜? 이 실험들이 비소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왔는가? 아니다.
  2000년 2월, 환경운동 단체의 하나인〈자연자원방어위원회〉는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수십년 동안 안전수준 이상의 비소가 함유된 물을 마셔왔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려해야 할 것은 비소만이 아니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염료,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설치류 제거제, 비누와 세제, 합성섬유와 고무, 접착제와 용제, 종이와 섬유의 화학물질,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식품첨가제와 보존제, 냉각제, 폭약, 화학무기, 세척제와 광택제, 화장품 등을 포함하여 85,000종 이상이다. 여기에 해마다 1,500 내지 2,000종의 화학물질이 새로 추가되고 있다.
  미국환경청(EPA) 등 정부기관들은 이런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쥐/생쥐, 기니피그, 토끼, 개, 고양이, 암탉, 물고기 등을 사용한 동물실험 프로그램을 수없이 많이 진행한다.
  이 실험들에서 동물들은 위에 외과적으로 튜브를 삽입하는 등의 거친 방법을 통해서 강제적으로 주입되는 화학물질을 먹고 마시지 않으면 안된다. 실험자들은 동물들에게 유독한 증기를 마시게 하고, 화학물질을 주사하거나 피부에 바르며, 눈 속으로 넣기도 한다. 생식에 관한 연구에서, 임신중의 동물들에게 화학물질을 투여하여 새끼를 유산시키고, 쥐와 토끼의 경우 태아의 무게를 재기 위해 출산 전에 어미의 자궁을 절제하여 해부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에게 미칠 위험을 예견하는 데 알맞은 실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EPA는 여전히 '치사량 50(LD50)'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설정된 테스트 집단의 절반을 죽이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이 잔인한 실험에서 동물들은 경련, 심한 복통, 발작, 떨림, 설사증세를 일으킨다. 생식기와 눈, 입으로 피를 흘리고, 걷잡을 수 없이 토하고, 자해를 하고, 마비증세를 보이고, 신장기능을 상실하며,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단 하나의 화학물질을 실험하기 위해 최대 2,000마리의 동물이 이렇게 죽어간다.

  실험의 실효는 있는가?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방법과 복용량은 실생활의 조건과는 차이가 많다. 감미료 시클라메이트에 대한 한 실험에서, 사람이 마시는 경우 청량음료 552병에 해당하는 양이 하룻동안 동물에게 투여되었다. 또, 커피의 카페인 성분 제거제로서 사용되는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대한 두 실험에서는 사람으로 치면 커피 5천만잔에 해당하는 양이 하룻동안 쥐에게 주어졌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허만 크레이빌은 복용량이 이렇게 많을 경우 실험결과는 두가지 면에서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의 세포와 조직을 너무 심하게 파손시켜, 있을 수 있는 발암반응을 막아버리거나 또는 대사작용을 극심하게 변형시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발암반응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인간(또는 동물)의 조건에 맞지 않는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투여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종양을 포함한 급성 중독반응이 뚜렷하게 일어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간은 급성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인간을 한꺼번에 죽이는 독성물질은 드물며, 이러한 것들은 인간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통해서 밝혀낼 수 있다.
  동물실험의 결과는 또한 동물을 화학물질에 노출시키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한 메틸렌 클로라이드 실험에서 이 약품을 만성적으로 흡입한 경우에 설치류의 폐와 간종양 발생률이 증가한 반면, 그것을 마시게 한 경우에는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독성학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화학물질을 동물의 먹이나 식수에 섞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쥐는 병을 음식과 관련짓는 습성이 있어서 무엇을 먹고 나서 몸이 아프면 그 음식 섭취를 피한다. 동물의 나이, 유전적 특질, 신진대사뿐만 아니라 동물이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도 실험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동물연구를 통해서 호르몬과 같은 화합물이 동물의 암 발병률을 증가시킬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순환 레벨이 설치류와 인간 사이에는 3배의 차이가 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수의사들에 의하면, 토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겨진 뒤 24시간까지도 체내 호르몬 수치가 상승해 있음을 보았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실험실 조건과 논란의 여지가 많은 독성실험 절차를 생각할 때, 우리는 동물의 경우에 근거하여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그리고 막대한 양의 동물독성 데이터가 과연 가치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동물이 갇혀 있는 차가운 금속 우리, 살균처리된 음식과 물과 잠자리, 형광등 불빛, 통제된 온도 등 실험실의 인공적 환경과 실험 자체의 고통은 동물들에게 너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실험실 밖에서라면 관찰되지 않았을 질병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실험 프로그램들

  1998년 10월 초, EPA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동물독성실험 프로그램 세가지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첫번째, '대량생산, 유통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시험 계획'은 연간 100만파운드에 달하는 수입 또는 국내에서 제조한 2,800가지 화학물질의 독성에 대한 실험을 목표로 한 것인데, 공개적인 공시나 의회의 감독 없이 EPA, '화학제조업자협회', '환경보호기금' 간의 비공개 모임에서 만들어진 이 계획은 실험의 시행에 7억달러, 행정비로 1,100만달러를 지출하고, 130만마리의 동물들을 독성물질로 희생시키도록 예정된 프로그램이었다.
  두번째, '내분비계 교란물질에 대한 검사 계획'은 인간과 동물의 내분비 시스템의 결정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6만가지의 화학물질을 수천만마리의 동물에게 투여하여 그것들이 인간의 호르몬 체계를 어떻게 교란시키는지를 검증한다는 것이었다. 인간과 동물의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순환 레벨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3배나 차이가 난다. 생식유전학자 지미 스피로우는 한배 새끼를 많이 낳기 때문에 독성학자들이 선호하는 CD-1 쥐 유전형질은 다른 쥐 유전형질에 비해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에 대한 면역성이 16배나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인 독성학자 존 기이지는 내분비계 교란 이론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내분비계 교란문제에 관한 실험을 법제화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일이며, 엄청난 자원낭비"라고 지적했다.
  EPA의 세번째 계획인 '아동의 건강을 위한 실험 프로그램'은 적어도 20만마리의 동물을 죽음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산업화학물질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개개의 화학물질에 관련하여 야만적인 LD50 테스트를 포함해서 10가지의 동물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PA는 다른 실험 프로그램 때문에 받았던 비난을 여기서 또 받을까 두려웠는지,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실험에 포함될 화학물질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동물에 대한 윤리적 대우를 생각하는 사람들〉과〈책임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들의 모임〉등 여러 민간단체들은 EPA의 동물실험 계획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기관이 구체적이고 확고한 실행방안을 세워 아이들에게 유독하다는 것이 이미 판명된 납, 수은, 살충제 등의 화학물질을 줄이거나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이 제안을 고려하기를 거절했다. 대신 공기, 물, 음식, 모유에 포함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국립암연구소가 내놓은 책자에 의하면,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에 있어서 안전기준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 소량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어떤 사람에게는 안전하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발암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복합적 화학물질에 대한 민감성 반응' 실험에 미국인의 30퍼센트가 반응하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데서도 증명되듯이, 어떤 사람들은 화학물질의 독성작용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면, EPA는 아이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른바 '안전기준'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EPA의 한 문서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인간에 있어서 암 발생 위험성을 예측하기 위하여 동물실험에서 사용된 경구 투여량을, 동물과 인간의 크기와 체표면적 차이를 고려하여, 동물과 인간의 체중비율의 세제곱근에 맞추어 조절한다." 동물 데이터가 이렇게 복잡한 수학공식을 통해 산출되고, 임의의 계수에 의해 다시 조정되고 나서 바로 '최대오염 허용기준', '일일섭취 허용량', '노출 허용기준' 등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평생 공기, 물, 음식을 통해 섭취해도 질병에 걸릴 위험이 없는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그러나, 힘없는 환경법과 법의 느슨한 집행 때문에 동물실험을 통해 산출된 이런 안전기준들조차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동물실험으로 방지할 수 없는 숱한 오염물질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화학물질은 발암성이나 그밖에 인체와 동물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명된 이후에도 시장에서 계속 유통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되어, 현존하는 안전기준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안전기준이 개개 화학물질에 대해서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공기, 물, 음식을 통해 수천가지 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화학오염의 축적효과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은 도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실험은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문제에 복잡성과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돈 문제

  많은 공공정책의 경우에 그런 것처럼, 돈은 힘이고 "정부는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의 생각을 지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동물실험에 의존해온 것은 자기들이 생산한 화학물질이 규제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비치게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비싼 소송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비용-편익이라는 기준에 의한 결정 때문에, 대부분의 화학물질이 인간과 동물에게 암을 발생시키거나 그밖의 악영향을 끼치든 말든 시장에서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 동물실험은 정부의 화학물질 규제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요건이 되었다. 그 규제 시스템은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인간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래의 임무를 방기해버렸다. 그 결과, 갈수록 오염되어 가는 세계에서 인간은 궁극적인 실험동물이 되었다.
  불행히도,〈환경방어기금〉과〈그린피스〉등 많은 주류 환경단체들은 아직도 동물실험이 공중보건과 환경을 보호하고, 많은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1920년대에 동물실험 프로그램이 제도화된 이후, 화학물질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지만, 그중 금지된 물질은 극소수였다. 공식적으로 금지된 물질 중 DDT와 DES 같은 것은 불법적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고, PCB와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들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우리의 환경에 끈질기게 투입되고 있다.
  철학적으로 볼 때, 동물실험은 환경론자들이 반대한다고 하는 생명파괴적인 패러다임의 일부이다. 동물실험은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상업화된 착취이다. 수천가지 독성물질의 계속적인 생산과 환경내의 끊임없는 투입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공중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수십 종(種)의 동물 수천만마리를 상상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에 처하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불건강한 공공정책이다. (김서연 옮김)


  알릭스 파노 (Alix Fano) ― 저서로 Lethal Laws:Animal Testing, Human Health and Environmental Policy (1997)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글의 출전은 The Ecologist, 2000년 5월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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