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54호 2017년 5-6월호  인쇄용  

 

  '사드'와 미·중·일·러 군비경쟁―'방패'와 '창'의 국제정치

  서재정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한국에 사드(THAAD)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후 한국은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군은 2017년 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 사드용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한국에 반입했고, 한국군은 이를 성주에 배치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배치가 전략적 안정을 해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한국에 여러 가지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축복”이라는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이 무색해졌다.1)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은 이제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되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서 한국은 졸지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전락하고 있다. 풀기 어려운 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일은 새 정부의 몫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아래 청와대의 정책결정 과정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백낙청이 지적한 ‘분단체제’가 하나의 구조적 이유를 제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사드문제를 국내 정치나 한반도 차원에서 보기보다는 세계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국제 군사경쟁의 맥락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미사일이 무기로 사용된 이후, 특히 핵무기 투발수단으로 미사일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핵보유국 사이의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보다 빠르고 정확한 미사일로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시도는, 그 미사일을 막아내기 위한 미사일방어 개발을 야기했고, 미사일방어 개발은 그 방어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 연구를 촉발했다. 무엇이든지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슨 창이든지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보유하려는 경쟁은 냉전시기에 치열하게 전개됐을 뿐 아니라 21세기에 들어서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는 이 군비경쟁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긴급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이미 국민 200여 명이 이러한 군비경쟁의 희생양으로 목숨을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2) 사드배치 결정을 계기로 미사일―미사일방어 경쟁이 한반도를 직접 강타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사일방어는 공격용이다3)

창은 상대방을 찌르는 공격무기이고 방패는 몸을 보호해주는 방어무기이다. 하지만 방패가 항상 방어무기로만 쓰이는가? 만약 두 무사가 창으로 서로를 겨누고 있어 어느 일방도 상대를 찌를 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 한편만 방패를 ‘득템’하게 된다면? 그 방패는 상대방의 창을 무력화시켜 자신의 창이 상대방을 찌를 수 있게 해준다. 방패는 공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 공격무기의 한 부분이 된다.

미사일방어가 공격수단이라는 역설은 이렇게 쉽게 설명된다. 미국과 소련·러시아는 핵무기라는 ‘창’을 보유하기 시작한 이래 미사일방어라는 ‘방패’를 확보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1967년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은 알렉세이 코시긴 소련 수상과 뉴저지주 글래스보로 주립대학에서 만났다. 이 정상회담에서 존슨 대통령은 미소 양국이 “반탄도미사일 (ABM) 경쟁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이러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은 더 깊숙이 “미친 길로 빠져드는 것”이라며 거들었다.4)

미국은 소련이 1966년부터 모스크바 주위에 구축하기 시작한 ABM체계(이제는 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불린다)를 왜 우려했을까? 핵무기 선두주자인 미국은 전략폭격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핵폭탄, 육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3종 핵무기 세트를 개발해놓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소련도 같은 3종 세트를 개발, 미국과 전략적으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6년 당시 미국은 핵탄두 5,000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소련의 핵탄두는 550기에 불과했다.

압도적 핵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반탄도미사일 체계를 불편하게 여긴 이유를 미 국무부는 솔직하게 기술한다. “반탄도미사일 체계는 일방이 선제타격을 가하고 나서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여 상대방의 보복을 불가능하게 한다.”5) 소련이 선제공격을 했는데도 보복공격을 받아 피해가 더 크다면 공격을 할 유인은 없어진다. 반대로 공격을 하고도 보복을 받지 않는다면 선제적으로 칠 유혹은 커진다. 즉 소련이 미국의 핵미사일을 막아낼 능력을 확보한다면 보복에 대한 걱정 없이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우려였다. 물론 소련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대해 같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상호 억제의 상황에서는 방어가 공격이라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양국은 상대국의 공격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미사일방어 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닉슨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1972년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반탄도미사일(ABM)조약을 체결,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 기로 제한하기로 합의했고, 1974년에는 이를 한 기로 축소했다.

이렇게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제한하기로 합의했지만 양국은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은 중단하지 않았다. 튼튼한 ‘방패’를 구축하여 선제공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는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 연구와 배치에서 소련을 능가했다.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가 대대적인 미사일방어구상을 역설했고, 레이건 대통령이 전략방위구상(통칭 ‘별들의 전쟁’)으로 구체화했다.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어도 성과가 없었고, 이 구상을 시작한 원인인 소련이 붕괴했어도 미국의 미사일방어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예 공식적으로 반탄도미사일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도,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던 유럽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계획 대신 ‘단계적 신축적 접근방법(EPAA)’을 2009년에 채택했다. 1단계에서는 이지스급 구축함에 SM―3 IA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터키에 EPAA 레이더를 설치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했다. 2단계에서는 지상배치 이지스체계를 루마니아에 설치했고, 3단계로 2018년까지 지상배치 이지스체계를 폴란드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에서는 개량형 요격미사일 SM―3 IIA를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 SM―3 IIB를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기술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4단계는 2013년 취소됐다. 3단계의 개량형 요격미사일 SM―3 IIA는 현재 일본과 공동개발 중이다.

일찌감치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던 소련은 1970년대에 다르얄형 조기경보 레이더를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기의 레이더를 배치하여 소련을 감싸는 레이더망을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 야심찬 계획은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완성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1980년대에는 미소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설치하려던 레이더는 반탄도미사일조약을 위반한다는 의심을 받았고, 결국 소련 당국도 이를 인정, 시설을 철거했다.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에 남게 된 시설들이 미 국방부의 지원으로 철거됐다는 사실은 소련의 군비경쟁 패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굴욕을 경험한 러시아는 현재 미국 미사일방어체계들이 러시아의 ‘창’을 무력화시켜 미국의 선제타격을 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5월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지상기반 이지스 미사일방어체계가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핵군사력의 일환이라며, “세계 안보시스템을 흔드는 행위며 새로운 군비경쟁의 시작”이라고 반발했다.6) 오바마 정부가 이란 핵미사일 위협을 EPAA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EPAA를 계획대로 배치하는 것은 그 의도가 러시아 ‘창’의 무력화에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부는 지상기반 이지스체계에 사용되는 MK―41 발사대가 토마호크 유도미사일과 같은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중해와 북해 등에 유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루마니아나 폴란드에서 유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러시아를 타격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지상기반 이지스체계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은 SM―3 IB이지만 개량형 IIA로 교체되면 러시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2018년 완공 예정인 폴란드 지상기반 이지스체계에도 SM―3 IIA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의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해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미사일들을 배치·개발하고 있다. 또 일부 러시아 분석가들은 “유럽에 배치된 지상기반 이지스체계는 목표물이 러시아 미사일이 될 것이 100% 확실하다”며 최근 시리아에서 사용된 칼리브르급 중거리 유도미사일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사드를 두고 벌어지는 미·중 대립은 유럽에서 벌어진 미·러 갈등의 재판이다.

 

일본은 미사일방어로 ‘보통국가화’ 추구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섬나라라는 특성상 북한이나 중국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자는 현실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이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한 이후 일본은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빠르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과 이인삼각을 이뤄 보조를 맞추는 한편, 이를 이용해 일본의 군사활동을 제한하는 제도들을 하나씩 무력화하고 있다.

일본 내각은 2003년에 미사일방어체계의 획득을 결정했고, 주일미군이 2006년 오키나와에 패트리어트체계를 배치한 데 이어서, 일본 방위성도 2010년 패트리어트체계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까지 PAC―3를 7곳에, SM―3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급 구축함을 4척 배치했다. 앞으로 이지스체계의 성능을 향상하고 이지스급 구축함을 6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도 ‘방어’만을 위해 미사일방어체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사일방어를 매개로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를 실현하고 있다. 우선 미사일방어체계 미·일 협력을 통해 무기체계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04년 국가방위프로그램 가이드라인(NDPG)에서 미사일방어체계 미·일 공동 개발·생산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05년에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미사일요격체계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상 요격미사일 및 이지스체계를 미국과 합동 시험하는 등 미국과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은 이지스체계의 신형 요격미사일 SM―3 IIA를 미국과 공동개발하고 있다.7) 심지어 2011년 자위대는 미사일방어 사령부를 자위대 시설에서 미군 공군기지로 이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와 일체화된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2010년 NDPG가 미사일방어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자민당은 정권을 재장악한 후 2013년 이를 개정, 미사일방어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사일방어체계 강화에서 불거진 문제가 ‘집단자위권’이었고, 아베(安倍) 내각은 일본이 미국이나 미군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 헌법해석을 수정했다. 또한 미국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SM―3 요격미사일의 유럽과 한국(?) 등지로의 배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워, 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개정, 무기 수출을 통한 안전보장 강화와 국제 기여라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채택했다.8) 일본은 북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하여 실질적 미사일방어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사일방어를 다시 구실로 하여 무기수출 금지를 완화하고 평화헌법의 해석을 수정하여 일본을 ‘보통국가화’하고 있다. 2015년 말 안보 관련 법제를 채택하여 군사력을 해외에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데 이어 헌법개정으로 그 정점을 찍을 태세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취해지고 있지만, 일본은 이 틀에서 벗어날 준비도 조용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정보위성 등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독립시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일본 의회는 2008년 우주기본법을 통과시켜, 우주를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겠다는 1969년 의회 결의안을 무력화시켰다. ‘평화적 목적’을 방어적 군사작전으로 확대 해석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우주기본법은 미사일방어를 포함한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인공위성의 생산·보유·작동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통신위성뿐만 아니라 정찰위성 및 조기경보위성, 추적위성 등을 획득할 계획이다. 2014년 조인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단기적으로는 삼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을 촉진하겠지만, 일본은 장기적으로는 독자적 미사일방어 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일방어 반대로 뭉치는 중국과 러시아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핵군비 경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은 한발 물러나 있었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및 이를 투발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개발했지만 핵선제불사용과 최소억제전략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핵탄두 250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실전 배치하지 않고 있다(이에 비해 미국은 보유 핵탄두가 7,300기이고, 이 중 1,920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냉전시기부터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인공위성 파괴 미사일 시험 및 외기권 파괴 미사일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아직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가 중국의 핵전력을 상대적으로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략균형 상태인 것이다. 한국에 사드체계가 배치되면 그 레이더로 랴오닝(遼寧)성과 안후이(安徽)성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감시해서 알래스카의 지상배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할 수 있다. 만약에 위기 시 미국이 윈난(雲南)성이나 칭하이(靑海)성의 ICBM을 선제타격해서 무력화시키면 중국은 무장해제 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방패’가 자국의 ‘창’을 무력화시켜 전략균형을 붕괴시키고, 미국에 선제공격 능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데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이다. 이미 양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운영에 대한 불편함,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비판, ‘민주주의혁명’이라는 색깔혁명이 그루지야, 우크라이나에 이어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나토가 러시아 접경국에 최대 5,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2차대전 시 나치독일의 러시아 침공 작전인 바바로사 작전에 비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오바마 정부의 ‘재균형 전략’을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의심하는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상태였다.

2016년 6월 하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통의 전략적 이해를 〈세계 전략적 안정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공동성명〉으로 표명했다. 이 성명에서 전세계에 미사일방어체계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구체적으로 “유럽의 지상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공망 배치 및 동북아시아의 사드 배치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밝혔다. 이러한 미사일방어체계는 세계 전략적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해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그들[미국과 동맹]은 공공연하게 각국 안전을 무시하고 타국의 안전을 희생시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9) 6월 23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SCO 창립 15주년 타슈켄트 선언〉에서 중·러를 비롯한 회원국 정상들이 “개별 국가 혹은 국가그룹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안전과 안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러의 입장은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것이 아니며 일관적이고 전략적이다.10)

한편 한미의 사드배치 결정 직후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강렬한 불만과 견결(堅決)한 반대”를 표명했는데, 주목할 점은 북의 핵 시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사용하던 ‘견결한 반대’라는 표현에 ‘강렬한 불만’을 추가했다는 것이다.11) 즉 한국의 사드배치는 북의 핵 시험보다도 더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하던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입장에 모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하는 행동”이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손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12)

 

새로운 백년? 돌아온 백년 전?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1980년대에 소련은 총 7기의 레이더를 배치하여 소련을 감싸는 레이더망을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고, 당시 이 계획의 일환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레이더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3년 6월 미 정보위성이 이 레이더 건설을 포착하면서 반탄도미사일조약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007호가 사할린 상공을 비행한 것은 그 직후, 쿠바 미사일 위기보다도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였다. 1983년 9월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해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하여 러시아 영공을 침범한 것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정체미상의 비행기가 민감한 극동 영공을 침범하자, 소련은 이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모든 레이더망을 가동해 이를 추적, 결국 소련 공군이 격추시켰다.13)

미국은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이 모든 과정을 감시했다. 그 결과 미국이 소련의 레이더망에 대해 파악한 정보는 《디펜스저널》의 편집자 어니스트 볼크먼이 ‘노다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14) 이 정보의 ‘노다지’에 근거해서 미국은 소련이 반탄도미사일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소련의 방공 레이더망에 구멍이 있기 때문에 이를 메꾸기 위해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레이더를 설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소련 당국도 이를 인정, 1989년 이 시설을 철거했다. 결국 희생된 것은 대한항공 007편뿐이었다. 대한항공 007편은 냉전시기에 치열하게 벌어졌던 미사일방어체계 경쟁 사이에 걸려든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보며 대한항공 007편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다. 소야미사키(宗谷岬)는 홋카이도(北海道)의 북쪽 끝이다. 일본 최북단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고, 그 인근에 ‘기원의 탑’이 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그 ‘기원’을 다시 생각한다. 1983년 9월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으로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하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기원의 탑은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탑이다.

온 나라가 세월호 비극으로 충격에 빠져 있던 2014년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정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재논의하기로 했고, 그 반대급부로 “미사일방어체계 상호운용성 강화를 비롯한 동맹 현대화”에 합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제시했다.15) 이 합의는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구체화됐다. 한·미 국방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여 전작권 한국 인수를 연기하는 동시에, ‘포괄적 미사일대응작전개념’을 채택하여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했다.16) 2015년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합의를 그대로 되풀이했다.17)

지난 2016년 7월 한미 국방당국은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며 이를 정당화했다.18) 사드배치 결정의 정치적 근거가 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2014년 한미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2014년 정상회담 후인 12월 한·미·일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간 정보공유 약정’에 서명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사일방어체계의 역사를 검토하면서도 드러나듯이 미·일·러·중은 ‘창’과 ‘방패’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 불꽃 튀는 경쟁판에서 전작권을 반납하고 그 대가로 미사일방어라는 미국의 ‘방패’를 첨단에서 들어주겠다고 나섰던 것이 아닌가. 그 덕분에 한반도 전체가 ‘대한항공 007편’의 운명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소련에 속지말고/미국놈 믿지말고/되놈은 되나오고/일본은 일어나니/조선사람 조심하세.”

100여 년 전 조선반도에서 불렸던 동요다. 유럽에서 17세기 베스트팔렌조약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근대적 주권국가 개념이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요원하다. 국가와 민족은 분단되어, 남쪽은 주권을 스스로 반납하며 그 대가로 강대국 전략경쟁 불바다에 섶을 지고 뛰어들고 있고, 북쪽은 주권을 과잉 행사하며 강대국의 전략경쟁에 빌미를 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백 년은 근대적 주권 개념을 21세기에 맞게 구현하는 지혜를 요구한다. 그런 지혜야말로 21세기를 다른 백 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100여 년 전 불렀던 동요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동요가 시사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부도 능동적으로 창조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고 시민사회도 ‘촛불의 힘’을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촛불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사드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문제는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상태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상태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사드배치 문제는 독립적인 사안으로 분리하여 접근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사드가 미·중·러 사이의 오래된 전략적 경쟁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미 당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공식적 이유는 북 핵미사일이다. 한국에서 사드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북 핵미사일 문제는 북과 미국 사이의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북미관계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독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결국 남북관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바로 우리의 문제이지 않은가.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 하지만 이제 남북문제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러의 전략적 경쟁과 긴장이 맞물려 있는 문제이다. 한반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지만, 세계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궁극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촛불혁명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일·러가 평화공존을 한반도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촛불이 담대하게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의 평화의 길을 밝히는 내일을 상상하는 것은 과욕일까. 혹시, 오래전에 타고르는 미래를 본 것이 아닐까.


1) 윤병세,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사, 2015. 3. 30.

2) 1983년의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 미소 군비경쟁의 산물이었다. 결론부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3) 아래는 졸고 “사드, 되돌아온 구한말―‘방패’와 ‘창’의 국제정치”, 〈다른백년〉 주간논평(2016. 8. 1.)을 수정·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4) “Strategic Arms Limitations Talks/Treaty(SALT) I and II”, Office of the Historian, Bureau of Public Affairs, United States Department of State
(https://history.state.gov/milestones/1969―1976/salt)

5) 같은 곳.

6) “나토, 러시아 군사위협 봉쇄·대화 병행전략 추진”, 〈연합뉴스〉, 2016. 5. 20.

7) Amy Butler, “MDA Still Sees 2018 Deployment In Restructured SM―3 IIA Plan”, Aerospace Daily & Defense Report, 2017. 8. 7. 미쓰비시중공업이 미국 레이시온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이 요격미사일에 2012년까지 일본 측은 미국 측과 같은 액수인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요격미사일은 2015년 12월과 2016년 10월에 시험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U.S. Succeeds in Next Flight Test of Advanced Missile Defense Interceptor”, Raytheon Company, 2015. 12. 8.).

8)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국가안전보장회의결정 각의결정, 2014. 4. 1.
(http://www.mod.go.jp/j/publication/wp/wp2015/html/ns017000.html)

9) “시진핑·푸틴 ‘北핵미사일전략 수용불가…6자회담 재개 촉구’(종합)”, 〈연합뉴스〉, 2016. 6. 27.; “China, Russia sign joint statement on strengthening global strategic stability”, Xinhua, 2016. 6. 26.

10) “중러 주도 SCO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국제안보 위협’”, 〈매일경제〉, 2016. 6. 27.

11) “[‘사드’ 배치 확정]중, 30분 만에 ‘단호한 반대’…러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경향신문〉, 2016. 7. 9.

12)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외교부 성명, 2016. 7. 8.

13) R. W. Johnson, Shootdown: Flight 007 and the American Connection, New York: Penguin, 1987.

14) Paul Foot, “The Scandal That Never Was”, London Review of Books, Vol. 8, no. 13 (July 24, 1986), pp. 3~5.

15)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청와대, 2014. 4. 25.

16)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2014. 10. 24.

17)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2014. 11. 2.

18) “한미,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오직 北핵·미사일위협에만 운용’(종합)”, 〈연합뉴스〉, 2016. 7. 8.


서재정 ―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저서로 《탈냉전과 미국의 신세계질서》,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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