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53호 2017년 3-4월호  인쇄용  

 

  농민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박경철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성공적인 나라로 평가받는다.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그 결과 경제발전, 산업화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룩했다. 군사독재의 긴 어둠의 터널을 뒤로하고 의회민주주의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우리도 지난한 싸움 끝에 보통선거권을 성취했다. 남녀노소, 신분과 직업의 귀천 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한 표는 가히 혁명적이다. 만인을 평등하게 대하자는 보통선거제는 민주주의국가를 실현하는 최고의 가치체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투표를 한다면 그 사회가 이룩한 성과도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분배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투표는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노동자 신분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물론 소득 불평등 수준이 가장 높다. 출산율이 최저이고 비정규 노동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빠른 산업화 시기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1% 대 99% 사회를 심화시켰다. 3포, 5포 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제 우리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보통선거제가 균형사회를 가져오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이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정치체계에서 보통의 서민이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재력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들 자신도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부와 권력을 누려온 세력들은 해방 이후에도 변함없이 한국의 정치·경제의 핵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비단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 언론,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을 주도해왔다. 따라서 투표를 잘하더라도 이러한 고착화된 구조를 깨기 쉽지 않다. 미국의 경제학자·사회사상가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경제가 성장하면 할수록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토지를 중심으로 한 기초 생산요소를 장악한 집단에 고착화되기 때문이라고 한 것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30대 대기업에 속하는 269개사의 사내유보금 총액은 2015년 회계기준 약 754조 원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발표한 것처럼, 더이상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빠른 산업화와 민주화는 서로 모순적이다. 우리나라 산업화는 정부가 주도해 재벌을 키워주는 형태로 발전했다. 전쟁 후 자원과 사회적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정부는 일부 대기업을 키운 후 성과를 사회 저변으로 확대하고자 했던 것이고, 국민도 어느 정도 이에 동조를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의 달성 이후에도 재벌 위주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장기간의 군부독재는 부를 더욱 대기업에 편중시켰다. 노동자를 소외시키고 농업·농민의 희생을 가속화했다.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농업·농민은 준비되지 않은 채 반강제적으로 시장개방의 길로 내몰렸다.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등 거의 모든 농업 대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계속된 FTA 체결은 우리 농업을 파국으로 몰았다. 그나마 안정적 소득원으로 여겨졌던 쌀마저 근년 들어 값이 계속 하락하더니 2016년에는 20~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했다. 쌀값 대폭락에 최근 대통령 비선들의 국정농단 사태가 겹치면서 분노한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로 광화문으로 진격했다. ‘전봉준투쟁단’ 시위는 그렇게 120여 년 전 갑오년과 2016년 병신년의 시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제 말고는 대안이 없다

필자는 2015년 5월 대산농촌재단을 통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농업·농촌 연수를 다녀왔다.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 폐허로부터 10년 만에 경제를 복구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곧바로 농업·농촌 복구에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1954년 정부와 의회는 농업에 대한 네 가지 기본 목표(‘그린플랜’)1)를 세워 국가의 기본 토대인 농업·농촌을 재건하기 시작한 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본 철학과 가치관이 지금도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화 이후 농업·농촌을 어떻게 살리고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목표가 없었다. 우리 정부는 농업을 산업화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더니 개방농정 이후에는 경쟁력과 효율성만을 강조해 농업·농촌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우리 농업·농업의 붕괴 현실은 통계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인구는 1980년 3,812만 명에서 2015년 5,107만 명으로 증가했지만 농가 인구는 같은 기간 1,083만 명에서 257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인구만 감소한 게 아니고 농가 소득도 감소했다.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농가 소득 비중은 1980년 95.9%, UR협상 타결 무렵인 1995년에는 95.8%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시장개방 확대로 지속적으로 하락 2013년에는 62.5%까지 감소했다. 쌀값이 폭락한 2016년 도농 간 소득격차는 58%로 추정된다.

이처럼 도농 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직접 원인은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가의 농업소득 감소에 있다. 농가 소득은 1990년 1억 1,026만원에서 2013년 3억 4,524만원으로 약 3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6,264만원에서 1억 35만원으로 약 1.6배 증가에 그쳤다. 2005년 이후부터는 농가가 농업소득보다 농외소득(겸업소득+사업외소득)에 더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농업 경영을 통한 소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업 외 소득(농외소득+이전소득)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득이 줄고 빈곤화 현상이 가속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고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은 1980년 3.8%에서 2013년 12.2%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농가 인구의 고령화율은 6.7%에서 37.3%로 크게 증가했다. 2016년 현재 농가 인구의 고령화율은 43.4%로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2)를 넘어 초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해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농업·농촌은 어떻게 될까? 과연 농업·농촌을 계속 쇠락하도록, 아니 소멸하도록 내버려두어도 괜찮을까? 농업·농촌이 소멸되고 농민이 없는 사회가 과연 가능할까?

농산물 개방정책 이후 우리 정부도 농업구조개선사업, 농촌개발사업, 농업직불제 등을 통해 농가 소득 증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농업직불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농민들의 소득보전을 위해 허용됐다). 1997년 경영이양직접지불제, 1999년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 2005년 쌀소득등보전직접지불제, 2015년 밭농업직불제 등 현재까지 11개의 직접지불제가 실행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직접지불제에도 불구하고 직접지불제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 농가 소득 및 농업소득 대비 직접지불금 비중은 각각 2.7%, 9.2%이다. EU의 경우 약 30%, 70% 이상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직접지불금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업직불금 비중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직불금 수령이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농업직불금이 (경작)면적 단위로 지급되다 보니 영세 소농에 매우 불리하다. 예를 들어, 201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 상위 11.4% 쌀 농가가 전국 논 면적의 58.2%를 경작하므로, 전체 쌀 직불금의 절반이 상위 10%에 돌아가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농업직불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50만 명 직불금 수령자 중 대농·기업농(재배면적 2ha 이상, 14만 명(9.6%))의 농가당 평균 직불금은 350만원인 반면, 75.8%(114만 명)를 차지하는 영세 농가(재배면적 1ha 미만)의 직불금은 2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농이 영세농보다 12배가량 직불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서울경제〉, 2016년 9월 26일).

이러한 격차는 현재 쌀값 하락 등으로 대농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면적을 더 넓힐 경우 더욱 커져, 영세 소농은 획기적 대책 없이는 앞으로 살아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친환경농업 직불금만 남기고 나머지 농업직불금을 하나로 통합, 각 농가에 일률적으로 약 50만원씩 지급하는 농가 단위 기본소득제 실시를 주장했다(그는 부족한 재원은 농정예산 가운데 불필요한 사업성 예산과 행정 효율화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IMF위기 수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통령과 재정경제부를 설득해 농업직불제의 틀을 갖춘 장본인인 김성훈 전 장관이 지금의 농업직불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농가기본소득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 사실은, 놀랍고 획기적이다. 농업직불금이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안전망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미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소농(재배면적 3ha 이하)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농업직불금을 지급하고 있고,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통해 소농을 보호하고 있다.

한편 ‘마을연구소’ 정기석 소장은 농민기본소득제를 순차적으로 3단계로 나눠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1단계는 청장년 10만 명에게 5년 이상 150만원씩 월급을 지급하는 ‘청년 공익영농요원제’와 지역 단위(광역 또는 기초자치체)의 시범사업을 병행하고, 2단계 소득인정액 하위 30%의 약 90만 명에게 월급 50만원씩 지급하는 ‘영세 농민 기초생활연금제도’를 실시하는 한편, 65세 이상 농민에게 ‘고령농 기초생활연금제도’를 실시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 국가 차원의 ‘공익농민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농어촌특별세 확대, 농민사회복지세 신설, FTA로 인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동체 재건에 주안점을 두어야

이렇게 농민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앞서 설명했듯 김성훈 전 장관은 농가 단위로, 정기석 소장은 청년농, 영세농, 고령농 등 주로 개별 농업인 단위로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농민의 범위를 농촌 주민으로 좀더 확대하고, 경제적·생태환경적으로 열악하여 사회공동체 유지가 어려운 마을(‘한계(限界)마을’)이나 작은 지역 단위에서의 시범사업 실시를 제안한다. 다시 말해, 본격적인 농민기본소득제 실시에 앞서 인구 감소가 뚜렷하고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 혹은 작은 지역(리, 면) 또는 생태환경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지만 여러 측면에서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거나 개발로 인해 피해를 겪는 마을이나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이러한 시범사업이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경우 이를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농촌지역 전반으로 고령화 및 과소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특히 낙후 농촌지역에서의 고령화·과소화가 심각하기에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낙후 농촌지역 농가를 유지시키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의는 더 필요하겠지만, 일본의 사례와 같이 낙후지역을 포기하기보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유지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외지역에서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낙후지역에 대한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등 일반적 농업직불제는 통상 농경지 면적에 비례한다. 그러나 농촌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촌의 발전을 위해서는 비농업 인구도 반드시 농촌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농촌 내 비농업인3)이 포함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민기본소득제는 마을 내에서 일정 기간 농사를 지어온 은퇴 농민과 농사는 짓지 않지만 마을 구성원으로서 여러 유의미한 일을 하는 주민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기까지는 일정 기간 적응기가 필요한데 이 기간 동안 소득도 현저히 줄게 된다.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장려한다면 이 기간에 대한 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낙후지역으로 들어온 이주민(귀농인 등)이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고 공동체를 복원,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소득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이 정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안정적인 소득기반이 필요한데, 농민기본소득을 농업인 혹은 농가만으로 국한할 경우 이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이 꼭 농사만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농촌에는 농업 이외에도 할 일이 많다. 따라서 청년층을 포함한 귀농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도록 이들을 포함한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물론 귀농인에게 곧바로 혜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1~2년 이상의 거주 조건이 주어진다면 기존의 주민들과 어느 정도 형평성이 맞을 것이다).

요컨대 필자는 경제적·환경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있는 농촌마을 혹은 작은 지역 단위에서 농민기본소득제가 우선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으며, 그 대상은 반드시 농업인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농사는 짓지 않지만 마을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비농업인도 포함한 농민기본소득제가 필요하며, 이렇게 되어야 기본소득을 통한 농촌공동체 회복 및 지역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는 보편화된 무상급식도 초반에는 이 제도가 과연 가능할지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다양한 시범사업이 실시되고 이후 무상급식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 확대되면서 어느 순간 정치의 핵심 의제로 발전했고, 이후 상식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농민기본소득제가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시범사업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지방선거 내지 대선 기간 동안 정책 의제화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충청남도의 획기적인 농업보조금 개편 

2015년 8월 충청남도는 농민단체와 협의하여 정부 농업직불금 외에 자체적으로 추가 지급해왔던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 직불금을 2017년부터 기본소득제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면적 단위 직불금을 기본소득 개념으로 바꾼 최초의 획기적인 농업보조금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개편의 배경에는 앞서 설명했듯이 농가 내 보조금 수령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충청남도는 그동안 벼 재배농가에 직불금 형태로 1ha당 41.1만원(현금 23.1만원+비료 18만원어치)을 지원했다. 그 결과 전체 농가의 65%를 차지하는 1ha 미만 소농가가 받은 직불금은 평균 20만원인데 반해 전체 농가의 7.6%에 불과한 3ha 이상 대농가는 평균 130만원으로, 6.5배의 직불금을 받았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할 경우 농가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해, 그동안 지급됐던 벼 직불금 287억 원과 맞춤형비료사업 198억 원(일몰제로 인해 발생한 금액)을 합한 485억 원을 농촌 거주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가구당 연간 36.7만원을 균등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행정기관과 마을 간 친환경농업 실천, 마을환경가꾸기, 마을경관보전 참여 등 간단한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 이행 실천을 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주었다.

충청남도는 향후 불필요한 농정사업 예산을 줄여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에 투입한다면 기본적으로 농가당 연간 12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정은 영세 소농을 보호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이다. 충청남도 농민단체도 처음에는 농업직불금 개편에 소극적이었지만, 지역 내 영세 소농과 중·대농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며 동참했다. 이 개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면 다른 지자체에도 전파하고, 나아가 정부 농업보조금 개편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 시기 민주주의를 표상하는 보통선거제가 정치를 통해 부가 골고루 분배되길 바라는 열망을 담고 있었다면, 후기산업사회, 즉 성장이 멈추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누구에게나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기본소득제가 답일 것이다. 우리는 형식적 정치 민주화는 이룩했지만 진정한 경제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 이제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모순이 아닌 상생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에서 아직도 성장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업 위주 정책을 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불평등·양극화 사회에서 인간적 삶을 영위하는 데 현금이 필요하다면 현금(또는 현금과 유사한 것)을 지급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압축성장의 희생양이 된 농민이어야 한다. 농민기본소득제가 농민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한계에 다다른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상식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날을 기대한다.

 

1) 네 가지 기본 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삶의 질을 공유하며 발전에 참여해야 한다. ②농민은 일반 국민에게 건강한 식품을 적정한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③농업을 통해서 국제 식량문제 해결과 국제 농업교역에 이바지한다. ④농업을 통해 자연 및 문화경관을 보존하고 다양한 동식물상을 보존한다.

2)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

3) 비농업인을 어느 선까지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외부에 고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농촌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비정규 직업군으로 정의하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박경철 ― 충남연구원 농촌농업연구부 책임연구원. 이 글은 《대산농촌문화》(2016년 가을호)에 게재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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