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52호 2017년 1-2월호  인쇄용  

 

  카스트로의 녹색 유산

  스티븐 준스

8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사임한 이후 더이상 어떠한 공직에 있지 않았지만,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2016년 11월 25일)은 한 시대가 지나갔음을 알리는 사건이 되었다. 카스트로는 근 50년간 권력의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간 동안에 권력을 행사한 인물로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카스트로만큼 한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은 아닐지라도, 다음과 같은 말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이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우리가 쿠바에 대해서 들은 좋은 것들은 전부 진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쿠바에 대해서 들은 나쁜 것들도 전부 진실이다.”

쿠바인들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인들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인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긴 수명을 누리고, 유아사망률도 쿠바가 미국보다 낮다. 쿠바사람들은 물자 부족, 비효율 그리고 경직된 관료주의에 끊임없이 부딪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무료로 식품을 배급하고, 무료 의료제도를 실시하며, 전기나 수도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값싼 주거비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카스트로가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는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미국의 지원으로 버텨온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우익 정권들이나 지금 이 순간에도 워싱턴의 비호를 받고 있는 세계의 많은 정권들이 저질러온 인권유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실제로, 다른 공산주의국가들―예컨대 쿠바보다 훨씬 더 억압적인 중국―은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누려왔다. 반면에 쿠바는 미국의 승인도 받지 못하고, 경제는 봉쇄당하고, 미국인의 쿠바 여행이 금지되고, 기타 숱한 제약이 가해져왔다. 그러다가 그중 일부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서 얼마간 완화되었다.

카스트로의 시련은 199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왜냐하면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제재에 더해서 설상가상으로 동구로부터의 대규모 원조와 교역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카스트로의 대응은―아마도 역사는 이것을 그의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판단할 것인데―유기농과 환경계획, 재생가능에너지 및 기타 지속가능한 발전 노선을 지향하는 야심적인 프로그램의 개시였다.

연료와 화학비료, 살충제, 자동차 및 기타 그들이 의존해왔던 많은 필수품들을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되자 쿠바인들은 커다란 재앙을 맞았다. 그때 카스토르가 취한 방향은, ‘식량 및 개발정책 연구소’의 피터 로셋의 말을 빌리면, “일찍이 세계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규모의 수준으로 관행농에서 유기농 혹은 반(半)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사용 가능한 화학살충제가 80%나 감소하고 농업용 석유가 50%나 줄어든 상황에서, 쿠바의 농민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오히려 질적으로 더 좋고 양적으로 더 많은 곡물을 생산하였다. 게다가 그것은 건강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부작용이 훨씬 적은 농사였다. 농약 대신에 해충 방제를 위해서 균류(菌類), 선충(線蟲), 말벌, 개미들이 광범하게 채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가난하지만 교육수준이 매우 높은 이 나라에서, 과학자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대부분 가내공업들에서 개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쿠바는 종래에 설탕과 담배 수출에 의존했던 단작(單作)농법에서 벗어나서 보다 많은 곡물, 특히 콩들을 기르기 시작했다. 윤작(輪作), 간작(間作) 그리고 토양보존을 위한 시도들이 광범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도시 거주자들은 도시농업을 통해서 식품에 대한 필요의 상당부분을 충족했다.

1990년대 동안 식량부족과 비타민 결핍증이 발생했지만, 몇년 후 쿠바인들은 유기농 야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육류를 더 적게 소비하게 됨으로써 훨씬 더 건강해졌다. 특히 농장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살충제와 제초제에 대한 노출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료부족 현상은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지금 쿠바에는 1만 개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고, 태양에너지 분야가 성장 중이다. 바이오매스 전력시스템은 현재 이 나라 전력수요 중 거의 15%를 감당하고 있다. 또한 고립된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소규모 수력발전시설이 운영 중이다. 사실상 쿠바의 모든 설탕공장은 지금 사탕수수 찌꺼기를 이용한 전력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골 지역에서는 이제 태양열 오븐이나 기타 적정기술을 흔히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베네수엘라로부터 값싼 석유가 들어오고 화학물질을 구하는 것이 쉬워졌음에도 이 ‘녹색 혁신’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나라들이 놀라운 속도로 열대우림을 파괴해왔다. 하지만 쿠바는 다양한 토착 식물종을 심는 대규모 재식림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러한 추세를 역전시키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왔다. 쿠바의 삼림지역은 1959년 혁명 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재식림 노력에 의한 부수적인 성과의 하나는, 쿠바가 이제 열대식물들을 원료로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생명기술센터가 되었다는 점이다. 쿠바는 약초 이용을 크게 증가시켰고, 상당수의 민간의학을 부활시켰다.

쿠바인들이 중앙집중적인 에너지원과 농사법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점점 더 지역 자원에 의존하게 됨에 따라, 정치적 결정권도 보다 분권화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소유 농장들은 농민들 자신에 의해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되었다. 그리하여 갈수록 정치적 통제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역행정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쿠바정부는 여전히 많은 점에서 권위주의적이지만 민주적 사회주의로 향하는 추세가 증대되면서, 수십 년간 경직된 관료주의 아래에서 정체되어 있던 나라에 새로운 생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정부가 만든 법령, ‘헬름스―버턴 법’ 때문에 쿠바와 정상적인 교역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 1996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쿠바가 자유로운 민주적 선거를 허용할 때까지만이 아니라, 쿠바가 “실질적으로 시장 지향 경제제도를 채택”할 때까지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엄격히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쿠바가 자유선거에 의한 민주적 제도를 도입하는 날이 올지라도 쿠바가 여전히 사회주의적 경제를 유지한다면, 미국의 경제제재는 계속될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가 낡고 경직된 공산주의식 발전 전략을 벗어나서 녹색적 발전 노선을 취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증가되어왔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아마도 워싱턴의 입장에서 보면, 녹색 쿠바는 적색 쿠바보다 더 위협적일지 모른다. 공산주의적 모델은 많은 점에서 명백히 지속 불가능하다. 하지만 녹색 모델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발전 모델, 즉 외부자본에 의해 추동되는 자본집약적인 모델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점에서 쿠바는 그들에게 최대의 위협일 수 있다.

카스트로의 생태적 혁신 정책들은 계획했던 결과라기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남으려면 조만간 모든 나라는 생태적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김정현 옮김)


스티븐 준스(Stephen Zunes) ―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 이 글의 출처는 National Catholic Reporter(online) 2016년 12월 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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