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29호 2013년 3-4월호  인쇄용  

 

  '행복한 농어촌',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병선

말의 성찬으로 끝난 지난 5년

며칠 전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농어촌’을 구현하겠다는 정부가 들어섰다. 과연 행복한 농어촌이 우리 앞에 전개될 수 있을까? 거의 정확하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시작된 이명박 정부가 앞에 내세운 농정 구호는 ‘돈 버는 농업’이었다. 그러나 2007년 3,196만 원이었던 가구당 농가소득은 2011년 3,014만 원으로 줄어들었고, 가구당 농업소득은 1,040만 원에서 875만 원으로 급락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재임기간 5년 동안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실현하겠다는 ‘747’공약을 내세웠고, 이 공약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애당초 달성이 불가능했던 ‘747’공약을 인위적으로라도 달성하기 위해서 팽창적인 경제정책을 밀어붙였다면 한국 경제는 더 엉망이 되었을 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승자독식의 경제구조가 더욱 고착되었고, 서민 대중의 장래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졌다.

이전 정부들도 선거 때마다 농촌을 살리겠다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표심을 움직여왔다. ‘돌아오는 농어촌’, ‘돌아오고 싶은 농어촌’,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 ‘살맛 나는 농어촌’을 외쳐왔다. 그런데 이번 정부도 여전히 ‘행복한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농촌을 살리겠다며 외쳐왔던 구호들이 모두 헛구호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민 스스로가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었던 시기에 펼쳐진 농정에서 과연 우리의 농민과 농업, 농촌을 앞에 두고 고민하면서 시행된 것이 무엇이 있었는지 그다지 기억되는 것이 별로 많지 않다. 후보시절에는 개방을 막겠다고 하고서는 당선되면 어쩔 수 없다는 거짓된 변명으로 공약을 뒤집기 일쑤였다. 쌀시장 개방이 그러했고, 쇠고기시장 개방이 그러했고, 무차별적인 FTA 체결이 그러했다. ‘징그럽게 잘한 협상’이라고 평가한 참여정부의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완결’되었다. 그 완결판에서는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의심 소고기의 수입재개 당시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촛불시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앞 정권 때의 30개월 미만이었던 수입 조건을 갑자기 30개월 이상으로 완화하고, 국제적으로 광우병 위험성 때문에 제한되고 있는 특정위험물질까지 수입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을 마무리했다.

역대 정권의 농정이 ‘농(農)’을 압박하고 ‘식(食)’을 위험에 처하게 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정권의 농정이 어떻게 전개되었느냐에 따라 그 압박의 정도에는 편차가 존재한다. 우선 가구당 농가소득을 보면 국민의 정부에서는 1998년 2,049만 원에서 2002년에는 2,448만 원으로 20% 정도 증가했고, 참여정부에서는 2003년 2,688만 원에서 2007년에는 3,198만 원으로 19%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농가소득의 절대액조차 줄어드는 암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2008년 3,052만 원에서 2011년에는 3,015만 원으로 오히려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2012년의 소득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더 정확하겠지만, 2012년의 자료를 가지고 계산을 한다손 치더라도 그다지 나아질 것은 없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근로자가구소득과 농가소득의 격차는 크게 확대되어, 도시근로자가구소득에 대비한 농가소득은 1998년 80%에서, 2008년 65%로 그리고 2011년 59%로 크게 감소하였다.

농업소득을 보더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895만 원에서 1,127만 원으로 26% 증가했고, 참여정부에서는 1,057만 원에서 1,040만 원으로 정체를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965만 원에서 875만 원으로 10% 가까이 감소했다. 그 결과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44%에서 2003년 39%, 2007년 33%, 2011년 29%로 추락했다. 농가이면서 농업소득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버렸다. 더욱이 이런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농촌의 빈곤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 농가 비율은 2007년 10.9%였지만, 2011년에는 23.7%로 크게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4년이라는 단기간에 최저생계비 이하 농가 비율이 두배 이상으로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 내의 양극화는 심화되어 상위 20%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하위 20%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11.7배에 달한다(2010년 기준). 도시근로자 가구의 4.82배에 비하면 두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전무한 암담한 수치들만이 지금의 농민, 농촌, 농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우리나라에서 농업이라는 말은 폐기하고 농산업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이명박 정부 집권 5년 동안 한국 농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심히 불안했지만, 이 정도로까지 농업이 파탄날 것으로 생각지는 못했다. 정운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카길과 같은 거대 농식품복합체를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주요업무계획으로 잡는 것을 보고 농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농가의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치는 못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불행하게도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경험했다. 이때가 정권 초기였기에 이 식량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안정적인 식량의 확보를 위한 중·단기 정책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해외식량기지 개발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고, 국내의 곡물 자급기반은 무너졌다. 곡물 수입액은 2007년 29억 달러에서 2011년 48억 달러로 66%나 증가했고, 정권 초기 28%였던 곡물 자급률은 2011년에는 22.5%로 급락했으며, 쌀 자급률은 83%로 추락했다. 작년도의 기상상황을 고려해볼 때 2012년의 곡물 자급률은 이보다도 더 떨어질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곡물 자주율이라는 통계 지표를 들고 나왔다. 국내생산만 반영하는 자급률 개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물량을 포함하는 곡물 자주율 지표를 신설하였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잣대를 바꿔서 본질을 회피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할 일은 아니었다.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 농정

2012년의 대선 국면에서만큼 농업과 농촌이 홀대를 받은 적이 없었다. 대선기간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후보 박근혜의 ‘10대 공약’에는 농정 공약이 빠졌다가 나중에 농어촌 활성화 등을 추가해서 농정 공약을 제시했다고 한다. 초벌 공약에는 농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는 10대 공약 중 7번째 공약인 ‘우리 경제의 핵심!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 농어촌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 육성’으로 수정하여 농어업 관련 공약을 추가했다. 농촌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후보가 제시한 농업관련 공약이 10대 공약에도 들어가지 못할 일이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공약이랍시고 졸속으로 내세워 그것 때문에 농업을 망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앞으로 최소한 5년의 농정 밑그림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농정 공약은 농민소득 제고, 농촌복지 확대, 농업경쟁력 확보를 농정의 3대 핵심 축으로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주요 과제로 농어촌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농어촌 주거·의료·교육여건 개선, 식량안보체계 구축, 농업의 신성장동력화, 농업인력 대책, 직불금 확대, 농자재비 절감, 생산·유통·가공·외식·관광 등의 연계, 재해대책 전면개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 농어민 권익 배려 등이다. 지난 5년 동안 농가소득이 정체 내지는 감소된 상황에서, 그리고 최저생계비도 확보하지 못하는 다수의 농민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농민소득의 제고와 농촌복지 확대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중요한 사항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박근혜 정부의 농정이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돈 버는 농업’, ‘세계와 경쟁하는 농업’, ‘수출농업’을 농정 비젼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농정 비젼은 경쟁적인 시장경제로 농업을 내모는 것이었기에, 애당초 기존의 농정 패러다임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비젼이었고,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참담한 수치들이다.

새 정부는 시장중심, 경쟁중심의 농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현재의 농민·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농정을 펼쳐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수출대국인 미국에서만 하더라도, 가족농 및 소규모 농장이 미국 농업과 농촌사회의 토대이며 지속적인 농촌 재생에는 활력 있는 가족농 및 소규모 농장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1997년 클린턴 정권하에서 결성된 ‘소농장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 on Small Farms)’는 보고서를 통해서 소수의 대규모 농장과 농업관련 기업으로 농업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업 재정지출을 가족농 및 소규모 농장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규모를 키워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온 국민을 세뇌시켜왔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소농이 실현해내고 있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눈을 돌려 건강한 소농의 육성을 중요한 농정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직접지불을 통해서 농가소득을 보전함으로써 농촌공동체의 유지를 꾀하고 있다. 경쟁적인 시장경제로 농민들을 내몰면서 농가소득을 높이겠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농정목표라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여 농업부문에 쏟아부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농민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 얼마나 되는가? 생산기반시설을 만들고 유통시설을 만든다며 보조금을 줬지만, 그 돈들은 농민들에게 돌아갈 여유도 없이 농자재업자나 건축업자에게 돌아갔고, 그나마 나머지 푼돈도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몇몇에게 집중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주목하여 농업예산 가운데 많은 부분을 직접지불제에 할당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직불제 예산 규모는 1조 원에 불과하고 이것도 쌀에만 편중되어 있다. 현재 고정직불금은 쌀 가격 수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쌀소득 보전 변동직불금을 제외하면 농업생산액의 2%, 부가가치액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반해 EU의 직접지불제의 규모는 농업생산액의 11%, 부가가치액의 28% 수준에 이른다. 직접지불제도를 통해서 농가경제의 안정뿐만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의 육성 및 자급력의 향상을 꾀해야 한다.

한편, 대규모화를 통해서 농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농정으로 된다면, 5년 후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수치들은 더더욱 참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2%대로 추락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 세계화된 먹거리체계에 대항하는 지역먹거리체계를 확립하는 것, 외부자원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농사를 짓지 못하는 절름발이 영농에서 해방되는 것, 갈수록 황폐해지는 농촌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복원하는 것, 이런 것들은 농민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켜서 달성할 수 있는 사항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지역을 중심으로 농민들의 협력을 끌어내야 가능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긍정적인 부수효과를 낳는 것이기에, 정부는 이들에 대하여 직접적인 형태의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으로써 사회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농촌지역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농민을, 농촌을, 농업을 파편화하고 분절화하여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생산·유통·가공·외식·관광 등의 연계’도 기존 농정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소농들의 결합을 엮어내는 지역농업의 조직화와의 연계이어야지, 연계를 이유로 규모화를 우선해서 정책을 전개한다면 현재 전국의 여러 지역단위에서 고민하고 있는 활동을 오히려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농업 생산과 가공 및 외식, 관광을 아우르는 ‘농업의 6차산업화’는 산업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농’에서 출발하여 ‘식’을 아우르는 형태로 전개되어야 한다. 가공이 ‘농’을 지배하는 형태의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가공의 확산이 ‘농’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하며 오히려 ‘농’에 해악을 줄 수가 있다. 농산가공이라고 해서 다 같은 가공이 아니기 때문에 농민적 가공이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식품자본 주도의 농산가공의 확산은 오히려 식품자본에 의한 ‘농’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규모 농민적 가공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법률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소규모 농민적 가공이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새로운 정부의 조직개편(안)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칭에서 ‘식품’이라는 명칭의 삭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뤄보면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자생의 작은 불씨들을 살려야

올해 들어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소비자 참여형 직거래사업(꾸러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지원을 처음 실시하기로 했다. 글로벌 농식품체계의 문제를 정부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농정의 중심에 대농이나 전업농을 두었던 기존의 정책에서 탈피해서 소농들의 대안유통체계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소비자 참여형 직거래사업의 명확한 내용이 아직까지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못한 상태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2월 15일 aT센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꾸러미사업의 중심은 당연히 소농이 되어야 하며, 융자사업 중심의 지원은 현재의 영세한 주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니 보조 형태의 지원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만일 정책적 지원이 대규모 조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존에 전국 각지에서 어려운 가운데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조적으로 유지되어온 꾸러미사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표명도 이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처럼 농민과 소비자의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류 및 교육사업에 대해서는 전액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이미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농무부가 “너의 농민을 알고, 너의 먹거리를 알아라(Know your farmer, Know your food)”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농민시장추진계획(FMPP)은, 다른 사업과는 달리 농민시장과 지역사회지원농업(CSA) 등의 사업 주체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면서 매칭 방식의 자기부담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농가 연수(교육)나 홍보, 도농교류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지원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한 먹거리복지와 소규모 농가의 생산물 직매를 농무부가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지역단위에서 고민이 깊어졌고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의 농업·농촌을 회생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한 형태로 전개해오고 있다. 특히 2010년 6월의 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농’과 ‘식’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상당히 높아져서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 지역먹거리, 농산가공 등에서 의미 있는 사업들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역의 농민들의 경제적 안정도 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 식품가공자본의 입장에서 제정된 각종 농산가공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소규모의 농민적 농산가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남양주시와 같은 곳에서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을 기반으로 지역농산물과 연계한 사업들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도 발견된다. 전북 완주의 지역먹거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들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작년 4월에 개장한 용진면의 직판장은 예상외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새벽농민시장으로 유명한 원주시는 최근 그동안 지역사회의 민관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로컬푸드 종합센터를 건립하여 저장고와 급식 가공시설을 갖출 계획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빈발하는 식량위기에 대응하고 지역의 농민들의 삶을 주어진 범위에서나마 안정적으로 유지토록 하기 위한 노력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시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북 음성군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여 쌀을 포함 7개 품목의 농산물이 최저 시중가로 가격이 하락됐을 때 금전적으로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몇년 동안 지역먹거리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례의 제정도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농정의 빈자리를 대신 메꾸고자 하는 노력들이 지역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새 정부의 농정은 지역단위에서 농정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중심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농업의 방패막이가 되고, 농민들이 그 방패막이 아래에서 스스로 활로를 찾아 나서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다양한 요구들을 바탕으로 지역농업을 묶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FTA 체결로 ‘농’을 계속 경쟁적인 시장경제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혹은 지역을 넘어서서 서로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다. 가능하면 중앙정부는 정책적 지원자금에 대해서도 포괄지원금 방식을 채택하여, 지역의 농업을 응원하면서 지역 스스로 자립의 기반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면 많은 이들이 희망의 농업을 마음에 품어왔으나 항상 그 결과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희망으로 시작한 ‘행복한 농어촌’이 또다른 실망을 낳지 않기 위한 방안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지역의 고민을 풀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작은 불씨들을 농정을 통해서 살려만 준다면, 그리고 그 작은 불씨들을 어떻게든 들불처럼 번지도록 농정이 뒷받침한다면 우리의 농촌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윤병선 ―건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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