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15호 2010년 11-12월호  인쇄용  

 

  죽임의 공사 4대강사업과 농업

  김철규

 

유영훈 선생을 아십니까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작년 12월에 열아흐레를 굶더니 또 올 8월 열두날을 굶었다.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밥을 안 먹는다면, 열흘을 굶든 스무날을 굶든 다 자기 마음이다. 하지만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팔당공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영훈 선생에게 단식은 강요된 선택이요, 어쩔 수 없는 저항의 몸짓이다. 4대강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고 있는 죽임의 정책에 대해 생명으로 맞서고 있다. 평생 땀을 쏟아 만든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절규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영훈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아마 팔당유기농지역의 농민 조사를 실시하던 2007년 말쯤이 아니었을까. 그 후 이런저런 자리에서 여러번 유 선생을 만났지만, 우리는 마주앉아 밥 한끼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늘 선생님 같고, 동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1년 반 전에 4대강사업 때문에 팔당지역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유 선생이 대책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그의 강연을 여러번 듣게 되었다. 팔당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교수들, 일반 시민들을 모아 지역을 방문했다. 그러면 유 선생은 언제나 기꺼이 우리들에게 특유의 열정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4대강사업의 부당성과 팔당 유기농 지역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한번은 외국인들을 데리고 가서 통역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특히 유 선생이 가진 철학과 논리를 한문장 한문장 깊이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올해 8월 21일, 서울지방국토청 앞에서 단식 중인 유영훈 선생을 만났다. ‘공탁 철회와 강제철거 중지’를 목표로 뜨거운 햇빛 아래 신부님과 단식을 하고 있었다. 열흘 이상을 굶은 상태에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유 선생의 초췌해진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국민을 이렇게 굶기는 이명박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란 말인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그가 마침 그곳을 방문했던 젊은이들에게 주는 말씀을 듣고 난 뒤, 30분가량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박재일 한살림 명예회장 장례식, 촛불집회,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부터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 보식을 하면서 현장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짐을 나눠질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소명의식과 더불어 길고 지루한 싸움에 지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통해 유영훈 선생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1980년대부터 농민문제에 관심을 가진 그는 가톨릭농민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우리콩살리기운동본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등 평생을 농민운동에 바쳐왔다. 한때 조직운동에 실망해서 “경춘가도에서 옥수수빵 장사를 하며 살겠다”고 말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1990년대 말, 팔당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유기농 공동체인 팔당생명살림의 대표를 맡아 대안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어수선한 시절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고, 작년부터 팔당공대위 위원장으로 투쟁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싸움을 가치관 싸움으로 규정합니다. 생명 중심과 물질·편의 중심의 가치관이 대립하고 있죠. 그래서 이 싸움에 그동안 쌓아왔던 내 모든 경험과 가치관을 쏟아부으려 합니다. 내 삶의 최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말로 정의를 외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개인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옳은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얼마나 무거운 짐인가? 농민들과 1년 반을 함께 투쟁하며, 꿋꿋이 버티고 믿는 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유 선생을 보며 책상물림 학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유영훈 선생은 당시 12일간의 단식을 마치며 농지보존 카페에 글을 올려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단식농성에서 팔당의 시대적 소명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팔당 농민들과 뜻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실현시키는 일을 어렴풋이 그려보았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장으로서의 팔당을 건설하는 일, 그것은 지금 팔당 농민들이 새롭게 힘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새로운 희망과 비젼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팔당의 새로운 비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팔당의 비젼은 사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기획하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한국사회의 현재는 죽임의 공간이다. 돈, 경쟁, 욕망, 이기주의, 개발, 콘크리트, 아파트는 모두 죽임의 문화를 상징한다. 이런 문화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죽임의 문화는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개발주의가 낳은 결과이다. 이러한 개발주의는 1960~1970년대에 국가에 의해 추동되었고, 이후 재벌기업들에 의해 강화되었다. 문제는 이런 개발주의가 우리 안에 내면화되었다는 점이다. 1980~1990년대에 진행된 부동산투기와 온갖 개발사업들은 많은 공범을 만들어냈다. 우리 자신이 개발의 욕망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유영훈 선생은 죽임의 문화를 넘어서기 위한 생명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으로서의 팔당을 지켜내는 일은, 팔당을 넘어 한국사회의 새로운 비젼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10월 18일, 대학원생들과 다시 두물머리를 찾았다. 유 선생은 여전히 온화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단식 후 오랜만에 뵙는 것인데, 아직도얼굴이 수척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형형했다. 학생들을 위해 30분 정도 차분하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주셨다. 그 어느 때보다 깊이있고, 철학적인 강연이었다. 두물머리가 북한강과 남한강이라는 두 생명체가 만나는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그곳이야말로 생명과 평화의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농업이란 농민, 지렁이 그리고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만드는 생명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유 선생의 따뜻한 미소를 뒤로 하고 떠나는 우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농업의 시각에서 바라본 4대강사업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를 맞으며 4대강사업 밀어붙이기 의지를 명확히 했다. 내각은 물론이거니와 한나라당 역시 4대강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대강사업의 추진 과정은 21세기 한국이 정말 민주주의국가인가를 묻게 한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는 생략되었다. 수만년 동안 진화해온 섬세한 생태계를 인간의 개입을 통해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4계절 환경조사를 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대형국책사업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전문가들에 의한 정보 제공이 있어야 시민들이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22조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납세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지 않았다. 4대강사업이 가진, 학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민의 반대는 정치적인 것으로 폄하해버렸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눈감고 ‘서민’과 ‘소통’의 수사학으로 말뿐인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4대강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에 종결되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더더구나 왜 이 사업 때문에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일대 팔당유기농지역이 파괴되고, 농민들이 쫓겨나야 되는지를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

4대강사업의 주요목표가 홍수나 가뭄 문제를 해결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팔당지역이 홍수나 가뭄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서 몇겹의 규제를 받으며 유기농업을 해온 것을 보면 수질개선 때문에 이 사업을 해야 할 것 같지도 않다. 세계유기농협회에서는 유기농이 수질개선의 중요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강변 농지에서 신나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을 쫓아내면서 어떻게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농민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드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한국사회는 지난 50년간 개발에 매달려 왔다. 그 과정에서 과잉도시화·과잉산업화되었고, 농촌과 농업은 피폐화되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고령화된 농촌은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농촌사회 자체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농촌마을의 고령화율은 50퍼센트를 넘어섰다. 10년, 20년 후 농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農)’에 대한 사회적 폄하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농업, 농민, 농촌은 주변적인 것, 낙후된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농촌의 미래는 없다. 농촌의 미래가 없으면 죽임의 문화에 찌든 한국사회의 미래도 없다. 농이야말로 생명의 원천이요, 문명의 모태이다. 지속가능한 한국사회를 기획하려면, 농의 가치를 복원하는 문명사적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개발에 대한 집단적 욕망은 이제 사회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쟁에 찌들고,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이 자살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끝없는 경쟁의 쳇바퀴를 돌리고, 이를 아이들에게도 강요한다. 더 큰 것을 짓기 위해 안달이 났다. 4대강사업에 대한 이명박 토건정부의 집착은 이러한 개발욕망의 극단적 표현이다. 4대강사업 앞에 민주주의도, 생태도, 합리성도, 소통도 모두 짓밟히고 있다.

4대강사업은 농업과 농촌을 두번 죽이는 짓이다.

첫째, 4대강 강변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을 내쫓고 있다. 4대강 하천지역 내 경작지는 약 1억5,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이 강변 농지에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잇고, 자식을 가르치던 농민들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빵을 주는 것보다, 일자리를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농민들을 일터에서 내쫓으며 얄팍한 보상만 제공하면,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제공하던 신선한 농산물을 먹던 도시인들의 식탁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둘째, 4대강사업은 하천 주변 농지를 준설토 쓰레기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공사로 발생하는 5억세제곱미터 이상의 준설토 중 절반 정도를 하천 주변 농지에 쌓고 있다. 정부는 소위 농지리모델링이란 이름으로 9,324헥타르에 해당되는 농경지에 준설토를 부어 2년 동안 휴경하도록 할 예정이다. 농사를 짓지 못하는 동안 농민의 소득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5,0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것으로 과연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지난 10월 23일, 낙동강 구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를 방문했다. 이미 하천 모래의 상당 부분이 준설되어 있었고, 일대에는 엄청난 양의 준설토가 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민들에게 농사짓는 일을 못하게 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회학자로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2년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은 무엇을 하란 말인가? 그리고 과연 2년이 지난 뒤에, 준설토를 쌓아 만든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할까? 농사의 기본이 땅 만드는 일인데 준설토를 깔아 만든 땅에서 난 농산물을 과연 믿고 먹을 수 있을까? 

4대강사업에 의해 농업과 농촌공동체가 해체되면 도시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국내 채소류의 상당 부분이 그동안 강변 농지에서 생산되어왔다. 4대강사업에 따른 농지의 축소는 특히 채소류의 가격을 인상시켜, 서민들의 시름을 더하게 하고 있다. 올가을 우리는 이미 이를 경험하고 있으며, 앞으로 4대강사업이 마무리되면 채소류 가격의 인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4대강사업의 강행을 통한 강변 농지의 파괴는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채소 대신 자전거나 핸드폰을 먹이자는 말과 같다.

 

팔당유기농공동체의 위기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싸워온 팔당의 경우 역시 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팔당유기농지역은 수도권 친환경 채소류의 60퍼센트 정도를 공급해왔다. 특히 팔당생명살림이라는 유기농 생산자조직을 결성하여,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경제기반을 제공해왔다. 또 도시의 생협과 연대하여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농산물을 공급함으로써, 도시―농촌 연대의 모범을 보여왔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올해는 팔당지역의 채소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생협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와 싸우면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했고, 긴 싸움에 지친 농민들이 하나 둘 농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사가 본격화되어 팔당의 하천농지가 자전거도로와 시민공원시설로 탈바꿈할 경우, 수도권 소비자들은 더이상 좋은 농산물을 먹기 어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개발에 따른 농지의 축소는 우리 국민 전체의 먹거리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는커녕, 그 기반을 해체하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관계자에게 설명 들은 바에 의하면, 4대강사업 때문에 팔당의 농민 지역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남양주시 조안면 쪽에서는 반대운동이 수그러들었으며,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또 야속한 태풍 곤파스는 그나마 남아있던 농민들의 농사 의지를 꺾어놓았다.

최근 지역을 방문했을 때 둘러보니, 두물머리 쪽 하우스에 딸기가 심어져 있었다. 별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관계자가 설명을 덧붙인다. 딸기는 약 4개월 후에 수확하게 되며, 딸기를 심었다는 것은 적어도 4개월은 버티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무심히 바라봤던 딸기가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농민들은 농사로 말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정부가 4대강사업을 서두르면서 내세운 목적 중의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4대강사업 때문에 팔당지역의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팔당의 농민들은 유기농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려왔으며, 지역사회 역시 활성화되었다. 특히 젊은 귀농인들이 많이 들어와 강변 농지에 농사를 지어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리며 자신의 꿈을 키워왔다. 비싼 땅을 구입할 수 없는 귀농인들에게 강변 농지는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최고의 직장이었다. 주변의 선배 농민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배우며, 생명의 귀함까지 함께 학습해왔다. 그런데 4대강사업이라는 엉뚱한 폭탄에 맞아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귀농인들의 일자리와 꿈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농민의 삶을 파괴하고, 그곳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드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인가 묻고 싶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우리를 먹여 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앞만 보며 달려왔다. 개발주의정권은 한국이 OECD 회원국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따른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환경성과 지수는 세계 94위로 OECD국가 중 꼴찌이다. 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퍼센트대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자살률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건강한 환경에서 키우지 못하고, 제대로 된 먹을거리도 먹이지 못하며, 자살을 방조하면서도 여전히 개발과 성장 타령만 계속할 것인가? 이제 죽임의 정책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생명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나라가 해주지 않으면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들이 도처에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희망 하나.

최근 뜻있는 시민, 종교인, 교수 등이 모여 ‘333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333대의 버스에 평균 33인을 태우고 답사를 다녀옴으로써, 대한민국 시민 1만명이 강의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버스 비용을 후원하여 특히 젊은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 강의 원형이 어떠한지, 그리고 4대강 공사에 의해 어떻게 강이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대개 낙동강 회룡포, 경천대, 여주 남한강지역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이뤄진다. 모래강의 아름다움과 한쪽에서 이뤄지는 준설 모습을 보면, 굳이 설명이 없이도 절절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이 사업은 1만명 시민이 느끼고 변화한다면, 4대강사업이 중단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이미 참여자가 1,000명을 훨씬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희망 둘.

지난 몇년간 작지만 꾸준히 관찰되는 사회현상 가운데 하나가 귀농·귀촌이다. 해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옮겨 가고 있다. 그 가운데는 30대, 40대 귀농인들도 많다. 은퇴나 생계 때문이 아니라, 도시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라북도 진안은 인기있는 귀농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이미 600여가구가 귀농했다. 이들은 상당 기간 귀농을 준비하고 공부를 한 뒤, 내려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 사는 일이 쉽지 않아, 지역에서 어려움도 겪고 갈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안군, 귀농 민간단체인 뿌리협회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여러 성과를 낳고 있다. 진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험이 성공하고, 그것이 한국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면 농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희망 셋.

학교에서 봄부터 학생들과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몇이 귀농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도시농부학교에 다녀온 뒤, 농사지을만한 땅을 찾아 경작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지어 먹은 작물이 상추, 토마토, 오이, 감자, 고구마, 갓, 파, 열무 등 10여가지 되는 것 같다. 무와 배추도 잘 자라줘서 김장할 기대로 가득 차있다. 농사를 지으며, 학생들이 생명의 질서와 소중함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이 난 아이들은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레알텃밭학교’(http://cafe.naver.com/waithongbo)라는 자율 강좌를 개설했다. 농사의 기쁨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농사실습과 이론공부를 하는 과정을 만들었다. 학교 안팎에 공지를 했더니 40여명이 수강신청을 했고, 매주 약 30명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는 직장인들도 있다. 도시농업, 먹거리 위기, 땅 만들기, 거름 만들기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주차에는 김장축제를 한 뒤, 11주에 수료식을 할 예정이다. 또 10월 29일에는 한살림, 팔당생명살림, 팔당올가닉 등의 도움을 받아 교내에서 농민장터를 하였다. 젊은 대학생들이 텃밭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열정이 변화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며, 나는 희망을 읽는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있다.


김철규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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