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제111호 2010년 3-4월호  

  사회신용론과 기본소득

  세키 히로노

경기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해외에서도 현재 경제는 무정한 악순환 가운데 있다. 경기가 최악의 상황이 되어 기업의 도산이나 실업이 증대하면 사람들의 소득이 감소하여 소비가 쇠퇴한다. 그러면 더욱 도산이나 실업이 심화된다. 지금의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 사람들의 소득 부족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기 가운데 있는 기업에 대하여 고용을 통한 소득의 보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현대는 산업의 자동화가 극한으로까지 진행되고 있는 시대이며, 설사 경제위기가 없어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잠재적인 실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서민의 소득이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용과 소득을 일정한 정도 분리하면 어떨까. 진작부터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되어온 기본소득 보장 제도는 지금이야말로 세간의 관심을 끌만하다. 이것은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든 국민에게 개인단위로 매달 8~10만엔의 기초연금 정도의 소득을 평생 동안 일률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제도로, 지급에 있어서 생활보호와 같은 자격심사를 하지 않고, 빈부의 차이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필시 위기의 근본적 타개책이 될 것인데, 문제는 그 재원이다. 세수(稅收)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소득세나 소비세로는 이 제도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경제의 특효약으로 볼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 될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종래 기본소득 보장에 관한 논의는 복지국가론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국민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소득보장의 필요를 논한 사람은 대공황 당시 사회신용론(Social Credit)을 제기하여 케인즈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던 영국의 클리포드 더글러스였다는 사실이 잊혀져왔다. 더글러스에게는 소득보장은 통화개혁의 필요와 일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관점에 선다면, 국민배당 실시를 위한 재원이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계제 대공업의 시대에 들어오면 기업들에는 거액의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가 필요해지고, 기업경영은 은행의 융자에 좌우된다. 그리고 ‘이자가 붙어있는 부채’인 은행신용이 갈수록 경제 전체를 움직이게 된다. 게다가 기업의 생산비용 가운데는 감가상각비 등에 반비례하여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충당하는 부분은 적어지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이 사태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고전경제학의 이론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가격에는 은행부채의 변제와 감각상각비 등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근로자가 고용에서 얻은 소득은 생산비용의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소비자로서는 기업이 생산한 것에 균형을 이룰 만큼의 구매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이러한 시장경제의 현실에서 사람들은 소득 부족, 기업은 판매부진에 시달리는데, 이것은 결국 공황으로 귀결된다.

이 상황에 대해서 사회신용론은 신용의 사회화, 국민배당, 정당가격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위기의 근본은 은행이 자신의 금융적 이익의 관점에서 실체경제에 개입하여 사회의 생산과 소비를 좌우하고 있는 것에 있다. 따라서 정부가 스스로 공공통화를 발행하여, 사회의 잠재적인 생산과 소비 능력에 따라 그것을 무이자 혹은 초저금리로 융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만성적인 소득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배당이 필요하다. 더글러스에 의하면, 생산은 개개인의 노동능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적 전통의 성과이다. 그러므로 모든 국민에게는 이러한 전통의 상속자로서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가격의 왜곡이라는 문제는 해결이 안된다. 만일 소비가 저조하여 경제에 30퍼센트의 수급 갭(간극)이 생긴다면 거기에 같은 비율로 소매가격을 일률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할인분은 나중에 국가에 의해 소매부문에 보상을 하도록 한다. 이리하여 가격은, 그렇게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게 되는 ‘정당’한 것이 된다.

사회신용론에 있어서는 통화는 상품이 아니라 분배의 수단이다. 그것은 소비를 위한 생산을 원활하게 촉진하는 티켓 같은 수단이며, 소득보장은 그러한 통화공급의 일환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시각에서 볼 때도 사회신용론은 중요하다. 우선 첫째로 이 방식을 실시한다면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중시하여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킨 다음에는 여가를 즐기는 생활방식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경제에는 혼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는 명백히 문명의 전기(轉機)가 되어야 하는데, 에너지 절약으로 에너지 수지(收支)를 다소간 개선한다는 것은 전환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다. 아마도 문명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수한 사람들이 풀뿌리 차원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새로운 생활방식을 모색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기본소득 보장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그러한 사회적 실험을 용이하게 한다는 데 있다.(朝日新聞 中部版 2009년 5월 12일 석간)

 

 

강연 후기

지난 3월에 있었던 내 강연은 1930년대의 대공황보다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현재의 경제위기 중에서 잊혀져온 사상가 클리포드 더글러스의 사상을 일본의 대중한테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전도자처럼 더글러스의 사상을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진리인양 완벽한 이론으로 선전한 것은 아니었다. 도그마에 대한 맹종이나 이론숭배는 이미 충분히 널려있다. 더글러스의 사상이나 이론은 어디까지나 생각하는 데 힌트를 제공한다. 게다가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더글러스의 사고는 원래 실용주의적인 것으로, 지적 엘리트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 같은 지성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소개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강연에서 얘기한 것 가운데서 두가지는 나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것은

1. 정부통화를 발행하여, 은행돈(이자 붙는 돈)으로 움직이는 경제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
2. 그 정부통화로 전체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무조건 기본소득을 보장할 필요

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예전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더글러스 사상과는 관계없이 제창해왔던 것으로, 그렇게 새로운 논의도 아니다. 강연에서 자민당 내부에서 정부통화 발행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 계기는 유엔의 고문도 지낸 바 있는 미국에서는 예외적으로 양식있는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가 일본정부에 “정부통화의 발행으로 디플레, 재정위기를 벗어날 것을” 조언했던 것이다. 그리고 강연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정부통화 발행은 역사상 여러 사례가 있는데, 거의 다 대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정부가 은행에 통화 발행권을 주어 짐짓 이자와 부채를 껴안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또 기본소득도 1990년대 이래 급속히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용어이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불충분한 대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1976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더글러스의 사상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와 같은 사상이 각기 제멋대로 독립적으로 부상해온 셈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부통화 발행과 기본소득은 더글러스에서처럼 결부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실현하려고 하면 재원의 문제에 부딪친다. 정부통화 없이 기본소득 보장을 실시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 정부통화의 경우, 문제는 국민이 그것을 신뢰하는가 어떤가이다. 신용할 수 없는 정부가 발행한, 신용할 수 없는 통화라고 생각되는 통화라면 통화로 유통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통화라면 누구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정부통화의 신뢰성을 위해서는 그것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책은 없다. 그러므로 정부통화와 기본소득은 정책적으로는 쌍둥이 같은 것이다. 이것을 통찰했던 더글러스는 역시 탁월한 경제사상가였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뜻에서

1. 정부통화를 발행하여, 그것으로 기본소득을 보장할 것
2. 그 경우, 재원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 두가지 점을 이해한다면 내 강연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이 정책을 특별히 사회신용론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내용이다.

사회신용론에는 정부통화, 국민배당(기본소득), 정당가격이라는 3개의 기본적 정책이 있다. 내가 보는 바로는, 이 3개의 정책으로서의 비중은 정부통화가 6할, 기본소득이 3할, 그리고 정당가격이 1할이다. 왜냐하면 정부통화가 실현되면 경제의 기본적 문제는 해결되고, 기본소득의 실시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의 실현을 겨냥하는 사람은 정부통화 발행을 위하여 활발한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비해서 정당가격은 불가결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행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정책이다. 예를 들어, 지금 디플레 상황에서 슈퍼들 간에 필사적인 가격인하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값이 싼 필요 최소한의 물건만을 사고 지갑을 묶어놓는다. 그리하여 가격인하 경쟁은 일시적으로 슈퍼의 수익을 지탱해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디플레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나 정당가격과 같이 모든 소매업종의 전체 상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같은 비율로 기한부 가격인하를 실시한다면 소비자는 할인기간 중에 원하는 것을 사게 될 것이다. 디플레 상황에서 정당가격은 극히 유효한 것이 될 것이다.

사회신용론은 종래의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와 같은 도식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거기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다. 더글러스의 사상에는 국가주의나 소련식 계획경제 요소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지만, 이것도 역시 오해라고 생각된다. 우선 생각하고 싶은 것은 사회신용론에서는 통화의 발행과 관리는 일종의 공익사업이며, 그러므로 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관리되는 것은 돈의 흐름뿐이다. 그 이외의 경제생활에는 국가가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그리고 통화는 정권 담당자의 이해나 의도 따위에 전혀 관계없이 생산과 소비를 가능한 한 균형있게 만들어주는 구체적으로 보편적인 목표에 따라 관리된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은행도 조사통계국이 3개월마다 일본경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 분석이나 예측에 기초해서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은행이 소련식 계획경제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신용론의 경우는 일본은행이 은행업계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을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자동차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경찰관이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을 국가권력의 사회에 대한 개입이나 통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자치체가 상하수도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강권(强權) 행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국가주의라고 오해하는 원인의 하나는 내가 국민경제 계산에 언급한 탓인데, 경제상황에 대한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국가의 전문가들이 입수해서 그들의 지식을 구사한다면 부의 생산과 통화의 공급을 완전히 일치시킬 수 있다고 더글러스가 설파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는지 모른다. 물론 신이 아닌 인간에게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요점은 은행돈이라는 장애가 없어진다면 생산과 소비를 가능한 한 균형있게 하려는 노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국가주의라고 한다면, 이것은 얘기가 달라진다. 20세기 초에는 경제학은 아직 (인식론적으로는) 개인주의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더글러스는 처음으로 경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 분석한 사람으로, 아마도 그의 영향으로 케인즈가 거시경제학을 창시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에는 GDP 같은 용어가 세상의 상식이 되었다. 거시적 관점에 반감을 가진 사람은 국가주의라기보다 경제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다. 즉 그러한 사람은 규모가 작고 단순하며 주민은 모두 자영업자인 목가적인 공동체를 경제의 모델로 삼는다. 그러한 공동체라면 경제는 미시적 관점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거시적 관점에 반대하는 사람은 현대 경제를 그러한 작은 목가적인 공동체를 모델로 해서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논하더라도 ‘물가’는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에 대한 강한 반대론으로서 예상되는 것은 “그러한 것을 실시하면 멈출 수 없는 인플레가 된다”라는 논리이다. 강연시에도 청중 속에서 “사회신용론에서는 통화는 공급되기만 할 뿐 회수되지 않을 것 같다”(이것은 인플레가 된다는 얘기)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 문제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통화는 많은 실례가 있고, 그 대부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본격적으로 실시된 적이 없다. 따라서 정부통화로써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경우 “절대로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사전에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통화의 회수가 안된다는 것은 다분히 나의 설명 부족에 의한 오해라고 생각된다. 우선 주의해두고 싶은 것은 더글러스에 따르면 근대 기업경제에 있어서는 근로자/소비자는 항상적인 소득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 견해가 바르다면 기본소득을 서민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인플레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서민의 소득(임금+기본소득)은 상품의 구입에 있어서 소매부문으로 이동하여, 융자된 자금의 변제라는 형태로 소매부문과 기업을 경유하여 국립은행으로 돌아간다. 이리하여 국립은행에 의한 융자 및 기본소득 지급이라는 형태로 생성된 돈은 소비와 자금의 변제에 의해 소멸된다.

이 돈의 유통 사이클에서 인플레가 생겨난다면 그것은 수급 갭(간극)의 산정을 잘못하여, 필요 이상으로 상품가격을 크게 할인하여 그 할인분을 소매부문에 보상한 경우일 것이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국민경제 계산의 방식을 확립하는 게 과제가 되지만, 계산을 잘못한 경우라도 심한 인플레가 발생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것과 통화가 회수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 것은 내가 국립은행과 기업의 관계에 얘기를 한정해서 세금이라는 문제를 괄호에 넣었던 탓인지 모른다. 세금은 매우 강력한 통화 회수의 메커니즘이다. 다만 나로서는 징세는 가능한 한 국립은행의 이자수입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부의 생산이 하락하고, 넘쳐난 통화가 인플레 요인이 되어 통화 회수가 필요해진 경우에는 국립은행의 이자율과 정당가격의 할인율을 인상하면 되는 게 아닌가. 정부통화와 기본소득에 의해 난폭한 인플레가 발생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인플레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어떤 사정으로 자국통화의 가치가 폭락하여 원유나 식품가격이 폭등한 경우일 것이다. 이것은 세계의 통화무역체제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기본소득과는 별개 문제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민이 어리석은 정부를 선택하고, 그 정부가 정부통화를 이권(利權)을 위해 사용하고, 선거에서의 인기 정책으로 기본소득 지급액을 함부로 올린다면 심한 인플레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것은 경제제도 자체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부의 질이라는 역시 별개의 문제이다. 그래서 기본소득과 인플레라는 것에 관해서는 앞서 언급한 알래스카주의 예가 연구할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이 주(州)는 주민들에게 1인당 연간 20만엔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라고 할 만큼의 액수는 아니지만, 작은 주로서는 상당한 금액이다. 이 알래스카 기본소득제도가 주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는 연구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결론을 말하면, 기본소득을 실시할 경우 디플레의 위험은 근절되는 한편, 생산된 부와 통화량 사이에 있는 다소간의 어긋남에 의해서 극히 온건한 인플레가 생겨날 가능성은 있다. 극히 온건한 인플레는 그렇게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연에서는 이 나라의 지방자치체의 재정위기에 대해서 언급할 여유가 없었다. 1930년대의 공황 당시는 선진국에서도 국가는 아직 복지국가, 시민서비스국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도산이나 실업이 심각하더라도 국가나 자치체의 파산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공황은 부채 디플레에 의한 국가와 자치체의 파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어디에서도 복지나 사회보장의 위축, 기본적인 시민서비스의 중단, 공공요금의 급상승에 의해서 바른 시민생활은 불가능해진다.

자치체 재정의 위기는 특히 일본에서 심각하다. 이 나라의 중앙(관료와 집권여당)은 1985년의 이른바 일미플라자합의 이후, 수출드라이브를 억제하여 내수를 확대시키라는 미국의 뜻을 받아 지방에 지방채 발행을 통한 버블적인 공공사업을 해왔다. 그리고 버블 붕괴 후에는 불량채권으로 궁지에 몰린 거대은행을 간접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또 지방에 지방채에 의한 공공사업을 강요하였다. 그 결과, 예전부터 산업의 공동화, 인구의 고령화로 위협받고 있던 지방은 더욱더 부채의 산에 깔려 신음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방의 그러한 피폐는, 순조로운 수출이 경제를 명목상으로는 성장시켜온 덕분에, 이른바 분식(粉飾) 결산에 의해 은폐되어왔다. 그것이 이번의 위기로 수출도 격감한 탓에 거죽이 벗겨져, 이전부터의 침체상태가 노정된 것이다.

GDP의 축소 정도에서는, 일본이 받은 타격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보다 심하다. 이것은 도요타나 쏘니의 수출이 하락한 탓이 아니다. 2007년의 유엔통계에 의하면, 독일, 중국, 한국은 수출이 GDP에서 점하는 비율이 모두 40퍼센트대인데 비해서 일본은 17.6퍼센트에 불과하다. 일본이 무역입국이라는 것은 틀린 얘기이다. 일본경제의 수출의존도는 극히 낮다. 따라서 지금 일본경제의 문제는 지방의 피폐 때문에 그 내수가 괴멸하고 있는 점에 있다. 국가와 자치체의 재정위기는 결국 정부통화의 발행으로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수확대를 위해서는 기본소득보다 나은 방책은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신용론에는 공공통화, 기본소득, 정당가격이라는 3개의 기본원칙이 있을 뿐, 그 응용은 해당 국가의 역사, 형편, 제도에 따라 다양한 것이 될 것임을 강조해두고 싶다. 예를 들어, 정부통화라 하더라도 융자의 공공성을 누가 어떻게 인정하는가. 국회의 다수결로 결정하는가. 아니면 자치체가 융자안을 국가에 올려, 그것을 국가의 3권에 새로이 추가된 기관인 국가신용국이 심사하는 방식이 좋은가 등등, 여러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정부통화 없이는 기본소득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세키 히로노(關曠野) ― 일본 사상사가. 저서로 《플라톤과 자본주의》(1982),《자본주의-그 과거, 현재, 미래》(1987),《민족이란 무엇인가》(2001) 등이 있다. 이 글은 <아사히신문>에 실렸던 것을 번역한 것이다.

녹색평론사  (02)738-0663, 0666  fax (02)737-6168